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5
분신으로 절대무신 75화
오문이 장패를 제자로 받아들였을 때, 장일은 오랜 여정의 끝을 맞이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한 것이다.
“오라버니. 오셨어요?”
“형님!”
“엉님…….”
“아니, 너는 오빠라고 해야지.”
“어…… 오빠?”
“하하하.”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장일을 반기는 동생들의 모습에 장일의 웃으며, 호칭을 헷갈려 하는 다미를 품에 안았다.
“아이고, 무겁다. 그간 잘 먹었나 보구나.”
“헤헤.”
토실토실 살이 오른 다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방긋 웃어대며 장일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런 다미를 토닥여 주던 장일은 이내 슬쩍 다가온 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오라버니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숙이 조십스럽게 물었다.
“오라버니, 저분은 누구신가요?”
눈치를 보며 장군이 등에 실린 짐을 내려놓고 있는, 덩치가 오라버니에 육박한 조한을 보며 하는 다숙의 말에 장일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연이 닿아 제자로 받아들인 조한이다. 그러고 보니 나이는 너와 같구나.”
“네? 저와 같다고요!”
얼굴에 앳된 기가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 사내답게 생긴 데다 덩치도 크다 보니 당연히 오라버니 또래라 생각했던 다숙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런 다숙의 모습을 보며 장일은 피식 웃더니 이내 조한을 보며 말했다.
“뭐 하느냐. 인사 안 하고. 너의 사형과 사매이니 깎듯이 대하도록 하거라. 알겠느냐.”
“알,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리 말하던 조한은 장이와 다숙에게 포권을 보였다.
“조한이 사형과 사매를 뵙습니다. 소마처럼 부려주십시오.”
-딱!
“윽!”
소마처럼 부려달라는 말에 조한에 장일은 그의 머리를 소리 나게 때렸다.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제자를 보며 장일은 고개를 저었다.
“하아. 제자라는 개념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죄, 죄송합니다.”
“아니다. 결국 시간이 답이겠지.”
순박한 조한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지, 장이와 다미는 조한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조한은 곤란해했으나, 이내 그의 입가에도 큰 미소가 자리 잡았다.
이들의 모습에서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떠올라서다.
장일은 그렇게 동생들을 맞이한 뒤에야,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렸다.
스승님의 어머니라는 말에 조한은 긴장 어린 태도로 인사를 올렸으나, 이내 얼마가지 않아 그 긴장은 녹아 내렸다.
“정말 마음 고생이 많았겠구나.”
“…….”
덩치가 클 뿐 그가 아직 15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라는 말에 오향은 놀란 가운데 그를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조한은 그 말에 눈물을 뚝뚝 흘려댔는데, 이는 가난에 약 한 번 쓰지 못하고 죽은 어미가 떠올려 졌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조한에 오향은 다가와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왜, 왜 이러지?”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눈물은 멈추지 않은 채 점차 거세어지기만 하니 조한은 그것이 당황스러웠다.
“괜찮단다……. 울어도 괜찮아.”
-흑흑…….
조한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찍이 가장이 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던 조한은, 그간 참았던 모든 눈물을 쏟아내었다.
장일은 그런 제자의 모습에 속으로 긴 한숨을 흘렸다.
‘하아. 백준도 그렇고 어째 천살성을 타고난 자들은 이처럼 순수한지!’
어쩌면 저처럼 순수하기에 천살성이라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품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한은 장일의 집안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조한의 가르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달리 별채로 쓰고 있는 전각의 개조가 마친 뒤였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천살성의 마성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와 격리를 하며 지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으윽!
장일이 강제로 천살성의 마성을 끌어 올리자, 조한은 쉬이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쳐 날뛰지는 못한 채 끙끙거려 댔는데, 이는 장일이 일으킨 살의가 천살성의 마성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더 큰 살의로 천살성의 마성을 통제한 것으로, 이렇다 보니 조한은 강제로 날아간 이성을 다시 붙잡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수련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겨우 하루 반 시진을 하면 많이 한 정도라고 할까?
그러니 비효율적이고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장일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마치 알던 것을 다시 학습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성장을 거듭한 탓이다.
그러니 그의 반 시진은 뛰어난 인재의 열 배가 훌쩍 넘는 성과를 가져왔다.
아마 천살성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면 장일은 정말로 조한이 전생을 자각한 이가 아닌가? 라는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비효율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이 역설적인 상황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제야 조한은 장일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는 아니었다.
들끓는 마성이 언제라도 튀어나오려고 했던 터라, 종종 장일이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점은 고안하더라도 겨우 두 달 만에 이 정도까지 통제하게 된 것은 놀라운 성과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조한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이가 되어야 돼.’
그 순순하면서 강렬한 바람이 이와 같은 일을 만든 것이다.
그 덕분일까?
다시 석 달이 지났을 때, 조한은 드디어 갇혀 있던 별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천살성의 마성을 홀로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야 제대로 수련을 할 수 있겠구나.”
그간의 수련이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진의를 얻는 데 편중되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의 수련 또한 함께 하는 게 가능했다.
“내가 너에게 알려줄 심법은 옥함심법이다.”
옥함심법은 화선이 된 그의 분신이 남긴 심법이었다.
구양심법에 비해 효율이 그리 뛰어나거나 한 심법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심법을 만든 것은 당시 그가 도가에 심취하였기 때문도 있지만, 매화이십사수검법에 맞는 심법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어서다.
구양심법은 기존의 천검문의 무공들과 합이 잘 어울렸으나, 살의를 바탕으로 이르는 매화이십사수검법에는 그리 어울리지 못했다.
장일은 그 점을 알아보았고, 하여 이 옥함심법을 만든 것이다.
이 옥함심법의 장점은 매화이십사수검법의 가장 문제인 마성과 살의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가둔다는 것에 있다.
말하자면 사마의 기운을 진정시키는 특성을 띤 것으로, 이는 천살성의 마성에 위협을 당하는 조한에게 동앗줄과도 같은 심법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사마의 기운이 옥함심법의 성취를 돕기도 한다는 것에 있다.
사마의 기운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옥함의 그릇이 커지면서 생기는 일인데, 그야말로 살의를 바탕으로 둔 검법에 맞춰진 심법이라 하겠다.
당연히도 천살성의 마성은 그런 옥함심법의 진가를 모조리 끌어낼 수 있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
장일은 나날이 새롭고 또 날이 갈수록 새로워진다는 뜻을 지닌 고사가 절로 떠올랐다.
그의 제자 조한의 성장이 그러했다.
옥함심법을 배운 지 두 달도 안 되었건만, 벌써 4성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만 보아도 믿어지기 힘들다.
어디 옥함심법뿐일까?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성취 또한 4성에 이른 뒤였다.
여기에 대환단의 도움이 함께한다면 조한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소성에 이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조한의 성취에 비해 다숙과 장이의 성취는 더딘 편이었다.
다숙은 이제 삼류를 벗어났으며, 장이는 이류의 경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이에 맞지 않는 높은 성취였다.
그저 그 비교 대상이 조한이다 보니 크게 더디게 보일 뿐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에 맞는 수련을 행하고 있음에도 이러하였으니, 후에 본격적으로 근골이 성장한 뒤에는 지금보다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이들을 가르치는 가운데, 장일의 공력 또한 부지런히 쌓여가고 있었다.
물론 조금씩 유검을 수정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더디기 그지없었다.
마치 티끌을 모으는 듯한 모양새이다.
그러나 그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기도 하는 것이 무공이라, 장일은 실망하지 않은 채 부지런히 적공을 쌓아갔다.
이 외에도 도경에 심취하였다.
현묘한 도가의 가르침이 그의 흥미를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보다는 여의주를 취하고 새로이 태어난 이 원영신과 같은 육신에 대해 알 수 있어서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천둔검법과 천둔술에도 시선이 이어졌는데, 다만 장일은 이를 크게 살펴보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가 원영신과 유사한 육신을 취하였다고 한들, 이를 얻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온전히 깨우치라면 그라고 해도 수십 년을 참오해야 해서다.
차라리 그럴 바에 유검의 적공에 힘을 보태는 것이 옳았다.
‘그나저나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건만 여전히 이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는구나!’
아직 그가 본격적으로 나설 시간까지 3년이나 남았다지만, 장일은 과연 그 안에 권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1년이 더 흘렀다.
“히잉! 싫어. 나도 데려가! 으아앙!”
이른 아침부터 다미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리광을 부려댔다.
그런 다미의 모습이 참으로 서글퍼 보였지만, 그를 달래는 장이는 반쯤 영혼이 나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벌써 이런 다미를 달래는 것이 사흘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미를 달래는 장이는 겨우 10살배기의 아이로 보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신장은 웬만한 어른 못지않아, 모르는 이가 보면 열서넛 살의 소년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이도 그 옆에서 어쩔줄 몰라 하는 조한 옆에 두니 영락없이 어린아이와 같았다.
열일곱.
아직 성장이 끝이 아님에도 칠 척을 바라보는 거한으로 성장한 조한은 그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은 대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순수함은 처음 보았을 때 그대로인지라, 자신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다미의 눈물에 한없이 작아져 갔다.
결국 다숙이 나서야 했다.
“자꾸 어리광부리지 말라고 했지! 내가 이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어!”
-흐끅흐끅!
보기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는 언니의 모습에 다미는 잘 삼켜지지 않는 울음을 삼켜댔다.
평소에는 선녀같은 언니였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엄마도 큰 오빠도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무섭다는 것을 몇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다미는 엄마에게 도망쳤고 그 모습에 다숙은 미간을 찌푸렸다.
떼를 쓰는 저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만하거라. 아직 어리지 않으냐. 나이가 들면 점점 나아지겠지.”
장일이 다가와 동생을 달랬으나, 다숙은 찌푸린 미간을 쉬이 풀지 않았다.
“다미도 벌써 일곱 살이에요. 마냥 어린 것도 아니라고요!”
“…….”
장일로서는 일곱 살인 다미가 아기와 같았기에 공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를 입 밖으로 내뱉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괜히 성이 난 동생을 자극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소한 일 가운데 어느새 마차 정비가 끝이 났다.
장군이와 그의 짝이 된 순심이가 이끄는 마차는 화사하거나 하지 않지만 대단히 실용적이라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차를 살피는 장일에게 동생에게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있던 장이가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정말 설레요. 드디어 사문에 가게 되다니!”
“이 녀석아 벌써부터 너무 열 내지 말거라. 갈 길이 멀단다.”
“헤헤.”
장일은 혀를 내밀며 웃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재 장일은 천검문으로 자신의 동생들과 조한을 데려가 인사를 시킬 생각이었다.
본래라면 좀 더 일찍 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2년 가까이가 지난 지금에야 이를 행하게 된 것은 그간의 수련의 흐름을 끊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불어 조한이 마성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우선이라 본 것도 있었다.
“천살성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사문에 설득을 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천살성에 대한 기록들은 그들에 대해 경고하는 바가 컸다.
무공 하나 배우지 않은 농민이 천 명을 넘게 죽이는 살성이 되는 일도 있기도 하니, 강호에서도 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일이 잡아 둔 이 가능성을 본다면 천검문에서도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조한의 성취가 너무도 뛰어났다.
대환단을 통해서라지만 주천화부에 올라서며 절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가는 내공의 경지가 아니었다.
바로 검으로 조한은 놀랍게도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성취를 9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검만 놓고 본다면 천검문에서는 장일 다음의 실력자라는 것을 뜻했다.
그런 조한의 내공이 주천화부를 지나 양광이현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강 나라에서 열 번째 안에 드는 실력자가 될 것이다.
현재 9성의 성취를 넘지 못한 것도 사실 그의 내공이 발목을 잡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양광이현에 이른 순간 10성을 바라본다는 이야기였고, 그것은 곧 천살성에 휘둘릴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처럼 천하 전체를 놀라게 할 이가 그였으나, 정작 조한은 자신에게 슬금슬금 다가와 어리광부리는 다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