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북해성의 유비.
잠시 뒤, 관우를 포승줄에 묶은 장횡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헤헤헤. 소가주님. 제가 잡았습니다.”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는 모습이 얄밉다. 하지만 주군 된 자로 격려해야지. 그냥 넘어갈 수 있나?
“봤어. 대단하던데.”
그러자 장횡이 손을 쭉 내밀어 손안에 든 무언가를 보여주며 말했다.
“하하하. 보세요. 기념으로 뜯어왔어요.”
“뭘?! 그게 뭔데??”
검고 긴 털뭉치. 자칫 군마의 갈퀴 털인가? 했다.
하지만 설마
내가 생각한 그것은 아니지?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장횡은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웃었다.
“흐흐흐. 관우의 수급 대신에 뽑았지요. 놈이 고개를 흔들어 죽일 듯 쏘아봤지만, 재빠르게 뽑았습니다.”
듣고도 믿지 못했다. 그것도 한 움큼이다. 그리고 장횡의 자랑 질은 계속 이어졌다.
“마음 같아선 박도로 깊게 박아 그대로 댕강! 베고 싶은 게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가 하도 말리는 바람에… 쯧쯧쯧. 녀석들. 얼마나 부러웠으면.
대신에 관우의 수염으로 대체했습니다.”
나는 장횡의 말에 헛기침했다.
저 멀리 관우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것도 상처받은 맹수의 눈빛.
슬그머니 발걸음을 빼며 장횡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 노력도 모르고 장횡이 웃으며 다가왔다.
“소가주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불편하긴? 아무래도 자네가 뽑아온 건 사자의 수염 같은데…”
그 말에 장횡은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그리고 거침없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사자요? 아, 관우 말이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겨요. 언제든 관우가 덤벼들면 제가 상대할게요. 놈의 수급은 제 호주머니에 있는 것과 진배없어요.”
호탕하게 웃는다. 그렇게 웃다가 주머니 속에서 한움큼 털뭉치를 보여줬다.
딱, 보아도 관우의 수염. 처음 보여줬던 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얼마나 뽑아낸 거야?
그것에 고개를 흔들자, 장횡이 웃으며 관우의 목을 베는 시늉을 한다. 정말 자신 있게 잡는다고 말이다.
“아!”
또 보았다. 관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넘겨보려고 했지만, 한기는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오싹한 마음에 길가에 떨어진 두건을(노란) 머리에 감싸고 아닌 척 했다.
내가 두목이 아닌 척.
내가 장횡의 주인이 아닌 척.
하지만 우두머리가 졸卒이 될 수는 없는 법. 장횡을 제외하고도 정은, 성의, 화웅, 관해까지 내 주변으로 몰려왔다.
“후우-”
피할 수 없어. 정면으로 부딪쳐야 해. 그리고 무예 훈련도 게으르면 안 되겠고,
정말, 관우 대 마가장 식구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만큼 관우는 괴물 그 자체. 상상 이상의 능력을 모든 걸 초월해버렸다.
그런 관우와 마초 형님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관우가 윗전인 건 분명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다르겠지만…
아무튼 긴 숨을 삼키고는 장횡에게 말했다.
“장횡, 오늘은 수고가 많았어. 그리고 웬만하면 내 옆으로 붙지 말고. 아무래도 자네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좋아도 말고.
관우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아?”
그 질문에 장횡이 제법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대답은 금방이어졌다.
“그거야. 제가 놈의 시야를 가리고 촐싹거렸기에…”
그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장횡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장횡의 입에서 바른말이 나왔다.
“알지요. 소가주께서 은밀히 화살을 쏘았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나는 내가 쏘았고. 다른 한 대는 누구 같아?”
“그거야…”
장횡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내가 쏜 건 보았지만, 다른 한 대를 쏜 사람을 찾지 못했다.
장횡은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생각한 모두가 관우와 싸우고 있었고, 이유는 눈먼 장님이고, 서영은 정신병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 고개를 흔들다가 드디어 찾아냈다.
저 멀리 병사들을 관리하던 전예가 허리춤의 활대를 툭, 하고 내리치는 행동을 보였다.
그것에 장횡이 설마라는 얼굴로 흔들었다.
“아니죠? 국양이 그럴 리가? 그는 나보다 늦게 들어왔고, 그래서 전예가 막내여야 하는데.”
정말 전예가 막내라고 생각한 눈빛이었다.
나는 어리숙한 장횡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어.
머리가 텅텅 비었어.
그리고 제법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장횡은 수련이 부족해! 어떻게 박도 한 번 휘두르지 못했어?! 그리고 군병을 지휘할 줄도 모르고.”
“소, 소가주님… 그, 그건 관우가 왠지 위험해 보이고. 눈으로 절 죽일 것 같아서… 그래서 부적 삼아 관우의 수염을 한 움큼 뜯은 겁니다.”
장횡은 횡설수설했다.
가끔 말문이 막히면 저런다. 그냥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고 할까? 그러나 오늘 장횡이 한 일도 큰 전공이라 꾸짖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 공을 세웠다면 다독여도 줘야지.
주군 된 도리로 그의 어깨를 두들기곤 말했다.
“죽을 걸 알면서 덤벼들었으니 용기는 가상해. 그러니 수련만 게을리하지 말고.
웬만하면 관우의 눈에 띄지도 말고.”
“그렇지요.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좋아. 그만 돌아가게.”
장횡을 물렸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관해를 불렀다.
관해는 오자마자 예의를 갖췄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목숨을 구했으니 당연한 인사. 그것에 끄덕이고는 물었다.
“나에 대해 들었는가?”
관해와 첫 대면. 그도 한 무리의 수장이라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하지만 관해는 더 순진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알다마다요. 화웅 형님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형님께 훈련받을 때마다 들었습니다. 또한, 오늘 구해주신 것도 소가주님의 은혜라고 했습니다.”
“화웅이 그렇게 말했어?”
“네.”
생각보다 관해는 순수했다.
어쩌면 촌구석의 농부처럼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이유가 출생이 남루하고 배움이 짧아, 붙잡힌 관우처럼 고집스러운 성격은 아닌 듯싶었다.
그것에 더해 관해의 옆으로 지나치는 화웅의 모습에서 진한 미소가 있었다.
마치 사전 준비는 해놨으니 알아서 임관시키라는 얼굴.
“자네는 보기와 다른 사람이야.”
그 짧은 칭찬에 관해가 웃는다.
“제가 이리 보여도 고향에선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불러요. 제가 산에서 매일 나무를 베는 게 일이라서…”
나는 관해와 덕담을 주고받다가 북해에 관해 물었다.
“이곳에는 30만 교도의 식량을 구하려고 왔지요. 북해상께 많은 걸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딱, 1만 석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해상은 이번만큼은 빌려줄 수는 없다고 태사자를 시켜 평원상 유비에게 지원병을 청했습니다.”
“태사자!太史慈”
“네, 그자가 사방팔방으로 공문을 돌리고, 그 후에 온갖 잡다한 의용병이 북해 땅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럼 자네는 태사자 때문에 죽을 뻔했군.”
“그렇지요. 그자 때문에 힘겨웠습니다.”
“알았네. 오늘 받은 상처는 되돌려 받아야지.”
관해와 이야기가 끝나고
이유와 다음 계획을 논의했다.
한 단계는 끝내고 다음 단계.
북해성을 포위했으며
병졸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다시는 성문을 열고 덤벼들지 못할 것이다.
녀석들이 성문을 열고 출병한다면
하찮은 우리의 허실이 드러날 테니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채옹(이유의 가명) 이제 어찌했으면 좋겠소?”
그 말에 채옹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허허허, 주군.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 물음에 더 진하게 웃으며 답했다.
“돈, 군량, 그리고 인재까지. 그것이면 되겠는데.”
“혹여? 마음에 두고 있는 장수가 있습니까?”
“있지. 북해에서 내 휘하로 왔으면 하는 장수가 있어.”
“….아! 누군지 알겠습니다. 그라면 그런 마음이 들겠지요. 조조도 그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하던데. 충분히 그럴만한 인재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나?”
“물론이지요. 사람은 모두 비슷합니다.”
“하하하. 말하지 않아도 안다니? 대단해.”
“그 정도는 알아야 참모입니다. 그리고 저는 마가장의 유일한 군사軍師이고요.”
“그렇지. 자네는 마가장의 군사일세.”
“그를 가지실 겁니다. 여포처럼 적토마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로다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관해를 제게 보내주십시오. 관해를 통해 북해상을 설득하겠습니다.”
이유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북해에서 가장 뛰어난 태사자를 휘하로 부리겠다고 장담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도 설득한 이유였으니 태사자쯤은 일도 아니겠지.
잘해봐라. 이유. 믿는다고.
태사자를 내게 데려와.
***
북해를 포위한 일주일.
그 일주일간 북해상 공융을 괴롭혔다.
물론 유혈이 낭자하게 싸운게 아니라 저들이 쉬지 못하게 했다.
기습.
잠도 못 자게 하는 기습.
생각 같아서는 공성이 필요했지만, 우리는 그럴듯한 공성 무기가 없었고, 공성할 체력도 안 되었다.
하지만 없는 중에도 공성攻城계를 실시하고 화살과 화공으로 공융을 깜짝 놀라게 했다.
거기에 더해
성 밖의 백성을 붙잡아 다시금 성안으로 돌려보낸 후, 아무도 북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단 암묵적인 불안을 가중했다.
그렇게 지쳐 쓰러질 정도가 되었을 때,
도적 떼의 수장을 자처한 관해가 협상을 시도했다.
“북해 놈들은 들어라!”
“나는 식량을 빌리려고 왔다. 네놈들과 싸우려고 온 게 아니었어.”
“그런데 네놈들은 외부 병사를 빌려와 싸우기를 부추겼지.”
“그래서 너희에게 묻겠다.”
“내가 어찌하길 바라는가?!”
“6만 병사를 움직여 잘난 너희 성채를 단번에 깨트릴까?”
“아니면 모조리 죽여 주기를 바라는가?!”
“다시 한번 말 한다. 난 단지 식량을 빌리러 왔었다!!”
“너희가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사태를 키운 자를 처벌하라.”
“외부에서 병력을 불러드린 당사자는 나와라! 그리고 사죄하고 책임져라!”
북해를 쩌렁쩌렁 울리는 관해의 외침은 대단했다.
순박한 표정과 다르게 박력이 대단했다. 또한, 조리 있게 말하는 혓바닥은 유연했다. 전혀 다른 사람처럼 관해는 말하고 있었다.
마치 밤새 누군가에게 훈련받은 것처럼 완벽하게.
그러나 그 반대인 북해는 조용했다. 쥐죽은 듯 암담함이 흘렀다.
관해의 박력에 대꾸할 용기가 없는지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 관해는 다음 말을 이었다.
“정녕, 너희를 죽여야 하는가?! 태평도의 율법대로 너희 모두를 죽이고 생살을 씹어 먹어야 하는가?!”
최후통첩.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기가 흘렀다.
그러자 참지 못한 누군가가 나섰다.
그는 귀와 팔이 길었으며 마치 부처님 같은 표정으로 인자함을 드러냈다.
유비.
나는 멀찍이 유비를 알아보았다. 도대체 몇 년 만인지? 소싯적에 보고 지금 만나니 얼굴이 조금 변했다.
의용병에서, 이제는 평원 현령이 되었단 말에 그를 뚫어지게 보았다.
역시나 비슷하다.
예전 남루했던 거지 생활의(의용병) 유비와 겹쳐 보인다. 하지만 그때의 거지와 다르게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그럴싸하다.
유비도 출세했어.
지금 나만큼은 안 되지만, 그도 성장했어.
나는 유비의 모습에 자연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고 보면 유비도 경쟁자.
조조처럼 위협적이진 않지만, 그도 천하 영웅인 건 분명했다.
그리고 유비와 어떤 관계로 이어가야 할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유비와 숙부님은 동맹이 아니었나?
조조와 다툴 때 유비와 한 편 먹고 서로 도왔던 거 같은데.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내 것을 챙기기 위해 일단 유비를 재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