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태사자를 내 놓아라.
아무튼, 성 밖으로 얼굴을 내민 유비가 입을 열었다.
“너희는 인의가 없는가? 어째서 백성을 핍박하고 사람을 도륙하는가?! 또한, 곡식을 빌리러 왔다면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내놓아야 하지. 그렇지 않는다면 너희는 도적에 불과하다.”
“….”
순간 관해의 말이 끊겼다.
청산유수 같던 관해가 침묵했다. 아무래도 준비했던 대사가 끝났는지? 원래 유비가 아니라 공융과 대화를 이어갈 것을 준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자가 관해만 쳐다보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 그게..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답답해졌다. 분명 준비된 대사를 칠 때는 말을 잘했는데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와 비슷했다.
그러자 적병의 사기가 올라갔다. 아군은 동요하고,
나는 그 모습에 인상을 썼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다.
지금 적병이 출병하면 어떻게 될까? 관우, 장비, 태사자 같은 자가 3천5백 병력으로 1만 관해의 병력을 부수려고 출병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여기에 관해만 있는 게 아니고, 병력도 1만 이 아닌 6만, 감히 쳐들어올 숫자가 아니었다.
역사를 바꿨어.
내가 또 역사를 바꾼 게 분명해.
관우는 붙잡았고, 관해의 병력은 와해하지 않았고.
그 생각으로 관해를 쳐다보았다.
또한, 관해를 향해 조용히 다가가는 이유가 보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수레가(휠체어와 비슷한) 천천히 굴렀다.
이유는 서영이 밀어주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았고 천천히 움직여 관해의 등 뒤에 멈췄다.
멀리서 본다면 작은 체형인 이유는
관해의 등판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체구의 이유는 관해를 압도하며 말했다.
“관해, 그만! 그 입을 다물고 가슴을 펴!”
그러자 식은땀을 흘린 관해가 정신 차렸다. 자기도 모르게 이유의 말에 복종하고 허리춤을 세웠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에 반응했다.
“채옹 어르신.”
“조용! 나와 대화는 듣기만 하고, 너는 내가 이르는 대로 따라서 외쳐라!”
“…..”
관해는 자기도 모르게 끄덕였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본다면 유비의 외침에 끄덕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끄덕임은 이유의 물음에 대답. 거기다가 관해의 체구가 거구라 작은 체형의 이유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관해가 끄덕이자 유비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해했군. 내 말을 이해했어! 이보라- 관해! 지금이라고 불의不義를 깨달았으니 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니야.
내가 백성을 대신해 용서한다. 이 유비가 그대의 무지함을 깨우쳐 줬으니 붙잡은 자들을 풀어주고 썩 물러가라!”
그 말과 동시에 이유의 논쟁이 시작했다.
관해의 입을 빌린 이유의 속삭임이 들렸다.
[시작하게, 먼저 크게 소리쳐서 상대의 기를 죽여야 해!]그 속삭임에 관해가 크게 입을 벌렸다.
“갈!!!!!!!”
관해의 사자후가 북해성을 때렸다. 시끄럽게 웅성거리던 아군과 적군의 목소리가 한순간 멈췄다.
그 후, 관해의 얼굴 가득 살기가 돌았다.
“정녕, 죽고 싶은가?
오늘 밤! 성안의 모든 남자를 죽이고! 너희 여식을 탐해야 하는가?! 우리는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태평도인. 예전 황건적과는 다르다.”
그 외침에 잠시 주춤했던 유비가 답했다.
“너희가 황건적이 아니라고? 그런 궤변은 믿으라고? 하하하. 내가 듣다, 듣다, 우스운 소리는 처음이다.”
“그렇다! 우리는 남화노선의 제자들. 바른 걸 행하는 선인仙人이지 무도한 무리가 아니란 말이다.”
“웃기는 소리!”
“날 모욕하는가? 정녕 그 모욕을 대가로 너희를 죽이기를 원하는가?!”
그 말과 동시에 관해가 손짓했다. (실제로는 이유가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그 명령에 따라 멀리 숲 사이에서 공성 장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이지 않던 공성 장비.
충차, 운제, 공성탑, 높은 망루를 갖춘 화살탑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 먼 거리라 그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대충 보이는 그림이 그런 거지.
그럼에도 북해의 병사들은 기겁했다. 놀라서 소리치고, 웅성거리고,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고, 공성장비다. 이제 끝장이라고.
-이걸 어떻게 해?! 우리 모두 죽는 게 아니야?
-이래서 협상을 잘해야 하는데…
-객장에게(유비) 기댈 게 아니야.
아우성. 백성들의 아우성이 온 사방에 퍼졌다. 거기다가 살려달라는 애원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그 아우성에 유비의 목소리가 혼란에 빠졌다.
“지, 진정해! 너희 황건적은 도의를 모르는…. 그러니깐 내 말은..”
-으아아악! 살려주시오. 관해를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이 유비가 인의를 들어 너희를 징치하며….”
-아아악! 제발! 전쟁을 멈춰야 합니다. 이대로 공성이 터지면 큰일입니다.
아무도 유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단지 눈앞의 공성 장비만 보일 뿐.
그런 아우성이 점점 커지자 준비된 관해의 말이 나왔다.
어쩜, 관해의 입을 빌린 채옹의 속삭임이다.
[우리는 돌아갈 의향이 있다. 그것도 조용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내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우리는 돌아갈 의향이 있다….. 응답해야 한다.”
[하나, 우리가 처음 원했던 대로 곡식을 빌려줘야 한다. 물론, 빌린 건 갚을 것이다. 그것이 태평도의 율법.]“빌린 건 갚는다. 태평도의 율법대로 거짓이 없음을 분명히 말했다.”
[둘, 우리가 허비한 시간. 그것에 보상을 원한다. 물론, 너희가 감내할 만한 대가이다. 금자 5만 냥을 내줘야 한다.]“…일주일의 보상으로 금자 5만 냥을 원한다.”
[셋,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리와 북해의 화합이 어째서 깨졌는가? 나는 그자의 처벌을 원한다. 타지방 병력을 끌어들인 태사자. 그자의 처벌을 원한다.]“태사자를 보내라. 그에게 엄벌을 내릴 것이다.”
최후통첩이 끝났다.
성안은 난리가 났다. 그 내용도 까다롭지 않은 일반적인 이야기.
그 일반적인 건 분열을 만들었다.
다른 말로 백성에게 희망적인 분열.
-이런 요구라면 싸우지 않아도 돼.
-곡식 1만 석이면 여력이 있잖아. 북해상이 내줄 수 있다고.
-맞아. 갚겠다고 했잖아. 예전에도 갚았다며?
-태사자만 내보내면 돼. 그만 내보내면 조용히 돌아간다고 했어.
웅성웅성. 백성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그것에 동요한 병사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책임자를 불렀다.
-북해상(공융) 우리를 살려주시오!
-제발! 북해상이 나서줘야 합니다.
-싸우지 않고 돌아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목소리는 의도된 불씨였고, 불란의 씨앗이었다.
불씨가 커지고, 웅성거리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들불처럼, 처음 몇몇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병사까지 동요하며 그들의 수장을 불렀다.
이 모든 게 이유의 모략.
언제, 어떻게, 세작을 투입했는지?
세작들은 백성 사이에 숨어 여론을 주도했다.
그리고 그걸 해낸 이유가 내가 있을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주군. 이제 다 되어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끝날 협상이지요.
그러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입으로만 군자를 자처하던 공융이 어떻게 나올지?”
그 말에 끄덕였지만, 이유의 치밀함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했다.
대단하다. 언제 저런 준비를 했을까?
그리고 이어진 관해의 외침(이유의 속삭임)
“이제 결정할 시간이다! 어서 나서라! 진짜 책임자는 얼굴을 내보여라!”
관해는 말하면서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명령을 받은 군졸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공성 병기를 천천히 밀면서 쿵! 쿵! 쿵!
바닥을 울리는 진동에 백성들은 혼란에 빠지고,
-으아아악! 온다! 6만 병력이 오고 있어!
-막아야 해! 제발!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북해상! 우리를 살려주시오!
백성의 아우성에 6만 태평교도가 소리쳤다.
[우리도 싸우기 싫다. 우린 돌아갈 것이다!!!!]-북해상! 태사자를 내줘야 합니다. 그럼, 저들이 물러간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이어진 6만 교도의 함성.
하나의 아우성, 하나의 대답.
이기적인 인간의 목소리, 화답하는 치밀한 대답까지.
압박이 더해지자 더는 버티지 못했고 한 사람이 나섰다.
그는 높은 성벽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핼쑥하고 마른 얼굴. 북해상 공융은 참담한 심정으로 소리쳤다.
“그만! 공성을 멈춰주시오. 내가 이곳의 책임자 공융이외다.”
공융이 나서자 수많은 사람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공융이 나서자 그를 익히 알고 있는 이유가 웃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주군, 늙은 너구리가 나왔습니다. 이제 너구리의 껍질을 벗기고 뜨거운 물로 삶아 보겠습니다.”
이유는 웃었다. 즐거운 듯,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웃음에 기괴함을 보았다. 원래 이유의 성격이 저런 것인지? 그리고 내뱉은 혼잣말도 비슷했다.
“위선자. 공자의 도리로 세상을 다스려? 그런 세상이 있기는 하던가?”
거침없는 욕설. 이유는 공융을 욕했다. 그가 멍청하다고 작은 소리로 주절거렸다.
아무튼, 이유의 모략으로 북해상 공융이 나왔다.
공융은 서글픈 표정으로 병사와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자 천지를 뒤엎던 아우성이 작아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전했다.
“사태를 원만하게 끝내야 했건만… 내 실수가 크다. 수많은 백성을 도탄에 빠트렸고, 송구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이처럼 성벽 위에 올라서니 내 잘못이 큰 걸 이제야 알았소.
하지만 나는 한나라의 관리.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말과 함께 몸에 걸쳤던 관복을 벗었다. 그러자 앙상한 그의 몸은 수의를 입은 사람처럼 변하고,
꼬짱꼬짱한 늙은이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도적 떼의 협박에 한스러움을 느낀다. 내 평생, 오늘 같은 치욕은 없었어.
그래, 좋다! 너희가 내건 조건을 고려하마.
식량을 내어주마! 돈도 주지!
하지만 마지막에 내건 태사자는 안 된다. 그건 들어줄 수 없어. 그러니 상응하는 걸 준다. 내 목숨을 취해라! 내 수급을 끊어가!”
공융은 각오를 다졌는지 질근 묶은 머리까지 풀어버리고 산발한 미친 노인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깃발을 흔들던 관해가 병사들을 멈추고 공융을 향해 소리쳤다.
“허튼소리! 우리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무고한 자를 죽이는 도적이 아니야.”
“이제는 도적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너희가 신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덕목이지.”
“흥! 태평교의 율법을 우습게 아는구나. 우리는 약속을 지킨다. 그리고 늙은이의 목숨보다 태사자를 원할 뿐이다.”
“안 된다고 하였다. 태사자는 내 명령을 수행했을 뿐. 그에게 죄가 없어.
그에게 죄를 묻는다면, 누가 있어 내 명령을 수행하겠나? 어설픈 설전이랑 끝내고 내 목숨을 취해가라!”
“늙은이의 목숨을 어디에 쓸까? 그리고 죄가 있고 없고는 인간이 판단하는 게 아니야. 우리 율법대로 사과신司過神께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니 태사자를 내놓아라!”
“역시 도적놈들! 네놈 술책이 그것이었어. 하찮은 노인네의 목숨은 필요 없고, 결국 태사자를 핑계로 우리 모두를 죽이고자 모략을 부렸어.”
“어딜?!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는 북해를 가지려고 온 게 아니야! 우리 말을 못 믿겠다면, 붙잡힌 관우라도 살려줄 수 있다.”
그 말과 함께 관해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곳에 함거에 실린 관우가 보였다.
그리고 들리는 외침.
유비와 장비가 미친 듯 소리쳤다.
“둘째가 살아있었어!”
“운장 형님! 저 장비입니다. 제가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유비와 장비는 크게 소리쳤고 공융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것에 공융은 말하기가 버거웠다.
공융은 이 두 사람 때문에 설전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그럼에도 고개를 흔들자. 유비와 장비는 성 밖의 관해를 향해 욕설을 뱉었다.
“둘째야! 이 형이 꼭 구해주마!”
“운장 형! 제가 가겠습니다. 형님께 손끝 하나 건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놈들!!! 이 도적들아! 형님을 건들지 마라! 형님께 상처를 입히면 내가 네놈들 생간을 뜯어내 씹을 것이다!!”
분노에 찬 울부짖음.
관해는, 욕설을 무시하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만! 돌려준다고 했다. 죽이는 게 아니라! 그리고 우리 태평도인은 무도한 자들이 아니야. 그러니 내 말을 끝까지 들어라!
우리에게 율법이 있다. 천지 간의 잘못은, 사람이 아니라 오직 사과신(司過神)만이 판단하신다. 그래서 제안을 하겠다.”
“무, 무엇을?!”
관해의 말에 불쑥 장비가 소리쳤다. 그 행동에 공융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장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말해라! 어서!!!”
“율법에 따른 대결이다.”
“대결?! 좋지! 내가 간다! 내가 형님을 살릴 테니 누구든지 덤벼라!”
그 말에 유비가 나섰다.
공융의 구겨진 얼굴을 본 유비가 아차 싶어서 나섰다.
“그만! 장비는 물러서라. 이건 예의가 아니야.”
“형님.”
“그만하래도.”
유비가 뜯어말렸다.
유비도 흥분했지만, 공융의 구겨진 얼굴에 장비를 붙잡고 끌었다.
“익덕, 잠시만 저들의 이야기를 듣자구나.”
“혀, 형님.”
소동이 잠시 이어지고
성벽 위가 조용해지자 관해가 다시금 말했다.
“율법대로 죄인은(태사자) 영력靈力이 담긴 부적 물을 마신다. 그리고 사과신 앞에서 공정하게 대결을 벌일 것이다.
그 대결에서 이긴다면 태사자는 죄가 없다. 그리고 돈과 식량, 이것도 포기하고 돌아갈 것이다.”
“… 뭐라?! 그것이면 끝나는 것이요?”
관대한 조건이었던가?
공융이 더듬거렸다.
그것에 관해는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이지. 태평도의 율법대로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날 것이다.”
그 대답에 백성들은 환호했다.
이제 살 수 있다.
태사자만 잘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진 함성.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내뱉는 목소리.
-태사자! 너 하나면 끝날 일이다.
-꼭 이겨서 우리가 살 수 있게 도와줘!
백성들은 소리쳤고 그걸 멀찍이 바라본 태사자는 부담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다가온 장비가 태사자를 붙잡고 말하고 있었다.
“자의! 자네는 할 수 있어. 부탁하네.”
장비의 꽉 잡은 손목에
태사자는 곤혹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