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태사자와 화웅의 대결
*
북해를 한차례 흔들고 다음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유의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으로 꾸민 공성 병기로 잘도 속였어.”
그 말에 이유가 웃었다.
“허허허. 이렇게 해야 유혈 사태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사다리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다리야 그렇지. 아무튼, 대단해.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술책은 채옹 선생이 최고야.”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말이지. 화웅이 태사자를 이길 수 있겠나?”
“그 정도 모험은 어쩔 수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고집스러운 공융이 허락이나 했겠습니까?
공융은, 자기가 죽을지언정 절대 태사자를 내놓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래.”
“아무튼,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군이 염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다른 방법이 있나?”
“태사자는 북해를 수비하느라 한숨도 못 잤을 겁니다. 그런 그에게 영력이 담긴 부적과 물을 마시고 거기에 더해 마비산을 풀어 넣는다면, 능력이 꺾일 겁니다.”
이유에게 나름, 계획이 있었다.
이유와 대화가 끝났을 때,
태사자가 성문을 열고 혼자 나왔다. 보무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그리고 우리가 마련해 놓은 재단 앞에서 멈췄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너무도 당당한 태사자의 모습.
조금은 초췌해 보였지만, 아직 힘은 있어 보였다.
그리고 태사자의 상태를 확인한 이유가 고개를 흔들었다.
“허허허. 이거 어렵겠습니다.”
“어렵다니. 그러면 안 돼.”
“주군께서 설명한 태사자의 상태가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마비산을 먹일 것 아닌가?”
“그건 화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태사자가 뛰어난 인물이라면, 우리가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화웅이… 아니야. 나는 화웅을 믿어. 절대 지지 않을 테야.”
뒷말을 흐렸다. 준비를 해놨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화웅이 그 말을 들었는지
우리 사이를 지나치며 대답했다.
“작은 주인. 믿으십시오. 방금 하신 말처럼 반드시 이깁니다.”
화웅도 당당히 어깨를 폈다. 그리고 태사자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섰다.
그 둘이 서로를 노려볼 때
태평도의 제사장은 진언을 읊조렸다.
그 주문은 하늘에 고하는 축문이고 정당함을 밝히는 소원. 그리고 그 주문과 함께 부적이 그려지고 부적은 그릇에 담겨 으깨졌다.
그건 걸쭉한 죽과 같았고 검은 먹을 탄 흙탕물과 비슷했다.
제사장은 부적이 담긴 그릇을 두 사람에게 전하며 외쳤다.
그 말에 태사자가 반응했다.
“흥! 이따위 의식, 두렵지도 않아.”
태사자는 손에 든 그릇을 벌꺽벌꺽 마셨다. 중간에 질겅질겅 씹히는 맛도 있었지만 꿀꺽하고 넘겼다.
화웅도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들이켰다. 그리고 서로가 통성명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난 동래의 태사자요. 이따위 물과 부적이 대결에 한 치도 영향이 없음을 믿소이다.”
“크크크. 그런가. 서량 사람 화웅이다.
나도 자네처럼 태평교의 의식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 하지만 존중은 한다. 그리고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지.
오늘의 승부는 내가 이긴다!.
태평도의 사과신이 있다면 분명 내가 이겼다고 말해줄 것이야.”
“오만하구나. 화웅이라 했던가? 그대 말처럼 되지는 않아.”
“그렇게 보였나? 그럼 내기를 하지. 내가 이기면 너는 내 부하가 되는 것이다.”
“웃기는 수작이군. 좋아! 네가 이기면 부하가 아니라 하인이라도 되어주지. 대신에 너도 한 가지를 약속해라.”
“무슨?”
“난 원해서 이 자리에 선 게 아니야. 북해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관해의 말을 모두 믿지도 않아.”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내가 이기면 정말 돌아갈 것인지? 그리고 관우도 풀어줄 것인지 말이다.”
“그건…”
“화웅 내가 보증해라. 그럼, 이 승부에 내 명예를 건다.”
“흥!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받아들이지. 그리고 하인이 되겠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내가 너의 주인이 될 사람을 골라줄 테니 기대하고.”
그 말에 태사자가 웃었다. 하늘을 향해 광천대소 하며 웃었다.
“하하하하!!! 좋아. 나를 이기면 얼마든지 해보라.”
두 사람은 말조차 타지 않고 창과 미첨도를 늘어뜨렸다. 그러다가 먼저 움직인 건 조금이라도 체력이 있을 때 끝내고 싶은 태사자.
휘릭- “합!”
짧은 기합과 함께 창을 비틀어 찔렀다.
탕! 타당!
막혔다. 화웅은 미첨도를 가볍게 흔들어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그리고 화웅의 입에서 코웃음이 나왔다.
“명성만큼 세지는 않군.”
그 말에 태사자도 가볍게 웃을 뿐. 대답 없이 창날의 속도를 높였다.
휘릭- 휙! 휙! 휙! 휙!
연속으로 찌르는 공격을 막은 화웅은
미첨도를 땅 아래 박고 흙을 푸듯 자갈을 날렸다.
푸욱, 퍼버버버벅!
태사자는 눈을 지그시 뜨고 맨몸으로 자갈을 맞았다. 그리고 퍼 올린 자갈이 아니라 진짜 공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걸 바라본 화웅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에 태사자는 하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전부인가? 잔재주만 부릴 뿐. 진짜 공격이 없어.
그런 네가 어떻게 운장을 잡았지?”
“운장이라면…”
“관우 말이다. 어쩌면 장비의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네놈들은 비겁한 짓거리만 일삼는다며.”
그 말을 끝낸 태사자의 입꼬리가 진하게 올라갔다. 분명 비꼬는 표정. 그것에 더해 화웅이 흔들리기를 원했다.
하지만 화웅의 얼굴은 덤덤하기만 할 뿐. 태사자가 원한대로 흥분하지도, 그런다고 비굴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저 가벼운 코웃음이 전부.
화웅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다 지껄였나. 자의.”
“네놈이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니지.”
“그럼, 뭐라고 부를까? 아, 하인이지. 네놈은 종이 될 놈이었어?”
“이노오옴!”
“비겁하다고 했나? 내게 그 말을 하고도 살아남은 자는 없었어.”
그 이후는 치열하게 싸웠다.
몸으로 싸웠고, 입으로 싸웠다.
분명, 약간의 우위는 태사자에게 있었다. 하지만 실제 대결은 박빙.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태사자가 주춤거리는 모습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마비산 효과가 조금씩 퍼지기 시작.
그 때문일까?
대결 내내 냉정하던 태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이자 흔들린다. 비틀비틀, 그걸 이겨내려고 기합을 지르고 머리를 흔들지만, 약효는 이미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태사자가 고함을 질렀다.
“화웅! 약을 탔어?!”
그 말에 화웅도 차갑게 응수했다.
“네놈과 나눠마신 걸 잊었더냐?!”
“그, 그건…”
“네놈이 불리하니 다른 생각이 들겠지. 이해한다. 내게 졌던 놈들도 비슷한 소리를 지껄이곤 했어.”
“뭐라?!”
“혹시 아는가? 정말 사과신이 있고, 그 신이 응답하는 소리일지도.”
“허튼소리. 그럴 일은 없어!”
태사자는 마비산을 이겨보려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느려진다. 몸의 반응이 둔하고 마치 술독에 빠진 기분이었다.
물론 태사자 뿐만 아니라 화웅도 비슷했다. 어찌보면 정신력 차이.
시간이 지났다.
싸움은 계속이고, 태사자의 정신은 점점 어두워지려고 했다. 그 조급함에 숨겨둔 비장의 수를 노렸다.
기력이 모은다. 기회를 살핀다.
연속으로 찔러넣는 창질.
휘릭- 휙! 휙! 휙! 휙! 휙! 휙!
날카롭게 바람을 가른다. 짧고 기파가 허공을 찢고 화웅을 때렸다.
하지만 잘도 받아친다. 화웅의 방어는 단단하고 가벼운 상처는 무시하기 일쑤. 그럼에도 가슴 위 빈틈이 보이고 창날을 휘둘려 찔렀다.
“윽!”
화웅의 입에서 헛바람이 나왔다. 무리하게 내리쳤던 미첨도를 회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 당혹감에 태사자가 말했다.
“어림없지. 이번은 못 막는다.”
간신히 미첨도를 올려쳤다. 막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태사자의 창날이 뱀처럼 타고 흐르며 도신을 넘어섰다.
“으윽!”
화웅의 입에서 나온 건 비음. 이대로 두면 심장이 뚫린다.
순간, 다급했던 화웅은 완성도 안 된 무공을 뽑아썼다.
여포에게 배웠던 무예.
마대에게 받았던 초패왕의 무예서.
흡자결.
여포에게 배운 것 그대로 미첨도를 끌어당겨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미력하지만 통했다. 태사자의 창날을 붙잡고 힘으로 눌렀다.
기력 싸움처럼 밀고 밀었다.
그것에 태사자의 두 눈에 의지가 담겼다.
“흥! 어디서 잡기를. 이딴 짓이 통할 것 같은가?!”
그 말과 함께 창대를 붙잡고 비틀었다.
“나선螺線!”
그러자 힘 싸움으로 멈춘, 창날이 움직였다. 미첨도를 타고 오르며 소음을 만들었다. 쇠긋는 소리. 멈췄던 창두가 회전하며 파고 들었다.
화웅은 그것에 맞서 미첨도를 찍어눌렀다.
하지만 한번 돌기 시작한 창두는 미친 듯 돌아가고 통제에서 벗어났다.
“큭!”
화웅의 신음.
히쭉 웃는 태사자.
“포기하지. 화웅! 졌다고 말하면 죽이지는 않아. 나는 네놈의 보증이 필요하거든.”
“이놈! 포기하는 것보다 죽는 게 옳다.”
“아쉽군. 그런다고 네놈을 살려두지는 않아. 나는 도적놈의 말에 끌려다닐 사람은 아니거든.”
그 말을 끝으로 힘을 썼다. 태사자는 이겼다고 여겼다. 창날은 휘리릭 돌아가고 화웅의 심장을 노렸다.
그 순간, 화웅의 입에서 기합이 나왔다.
또 다른 무예.
초패왕의 무예 중 탄자결.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태사자의 창날을 튕겨냈다. 아니 조금 비켜나가게 진로를 틀었다.
심장이 아닌 가슴과 팔 사이의 공간.
허공으로 비켜 가는 창날과 허탈하게 눈을 뜬 태사자의 실망. 그리고 재빠르게 비켜 간 창대를 움켜쥔 화웅이 팔꿈치.
창대를 어깨 사이로 고정하고 한쪽 팔로 태사자의 목덜미를 붙잡아 온 체중으로 밀었다.
넘어간다.
밀어서 넘어트린다.
쿵! 울렸다.
지면이 크게 울렸다.
두 거한의 체중이 한곳으로 쏠리며 타격을 받았다.
“큭!”
바닥으로 넘어간 태사자의 머리가 땅에 닿고 신음을 뱉었다. 그리고 위에서 짓누르는 화웅을 밀고자 안간힘을 썼다.
“비켜!”
하지만 한번 휘감은 목덜미는 풀리지 않고 화웅은 더 힘줘서 짓눌렀다.
태사자는 벗어나려고 주먹질을 했다.
퍽! 퍼벅!
화웅의 옆구리를 죽일 듯 때리고 다른 손을 버둥거려 화웅의 얼굴을 긋고. 하지만 버틴다. 미친 듯 버틴다. 태사자의 숨통을 붙잡고 꾹, 누른다.
그 모습이 달라붙은 문어 같았다.
“헤에엑!”
숨통이 조여진다. 태사자는 숨쉬기가 힘들어 마른기침을 뱉듯, 그럴수록 화웅의 압력은 더해지고, 나긋나긋하게 들리는 음성에 포기를 종용했다.
“포기하지.”
“비, 켜. 저리… 가… 케엑. 헤엑.”
말조차 힘들다. 쉰 호흡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걸 들은 화웅도 비슷하게 숨 쉰다.
“태사자 힘들지. 나도 힘들다. 그만 쓰러져라.”
그 말에 답하듯 태사자가 툭툭 두들겼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주먹에 힘이 없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 화웅의 얼굴을 그어내며 벗어나려고 했다.
툭, 투둑.
화웅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태사자의 손톱에 긋힌 상처. 하지만 화웅은 개의치 않았다.
절대 놓아줄 순 없고 태사자의 거친 숨결을 들으며 참았다.
정말 인내력 싸움.
그렇게 가까이 붙어 열기를 뿜어내자 마비산 효과가 미친 듯 치솟았다.
졸립다.
마치 술에 취한 듯 졸립다.
그걸 알아차린 화웅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졸립지? 그 마음 알아. 이번 대결은 내가 이겼다.”
그 말이 끝이었다. 화웅의 움켜쥔 팔뚝은 태사자의 목덜미를 깜싸고,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태사자는 눈을 감았다. 천근만근보다 무거운 눈꺼풀은 스르륵. 그럼에도 마지막 숨결에 음성을 토했다.
“난, 지지 않았….어.”
그 말이 끝이었다.
화웅은 태사자의 숨결을 느꼈다. 혼절. 깊게 잠든 태사자를 붙잡고 일어났다.
태사자는 축 늘어져 화웅의 손아귀에 있었고 그걸 바라본 병사들은 소리쳤다.
-와아아아! 이겼다.
-와아아아! 사과신이 응답했어!
미친 듯 함성이 터졌다. 반대로 공융의 병사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쳤다.
나는 그 모습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말 손에 땀을 쥔 승리.
화웅의 의지가 만들어낸 승리에 손뼉을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