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형주에서 만나게 된 인연
마초의 기마대와 백이병이 돌아왔다.
그들은 도적 떼를 쪼개고, 흩어놓고, 벨 수 있는 자들은 모조리 베었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자들이기에 모래알처럼 흩어놓고도 모조리 없애지는 못했다. 해서 저들이 다시 모이기 힘들게 본진을 토벌하기로 마음먹고 병사들을 이동시켰다.
놈들의 영채는 깊은 야산도 아니고 야트막한 구릉에 당당히 본진을 세웠다. 그만큼 관군을 두려워하지 않고 백성을 수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러나 이번 전투 후 살아 돌아온 도적 수가 많지 않고 아군이 본진까지 공격할 줄 몰랐는지? 토벌이 시작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백기를 걸고 항복했다.
나는 막돼먹은 이들을 섬멸하고 싶었다. 하지만 항복하는 자들까지 죽이기는 무리가 있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포박해 신야로 압송하는 결정을 보았다.
그리고 산채 이곳저곳을 돌며 그들이 가진 재물을 살펴보았다.
“주군, 도적 떼가 가진 재물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재물을 옮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효될 겁니다.”
진도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소를 짓거나 좋아할 수가 없었다. 도적 떼가 모은 재물은 인근 백성의 피와 땀인 걸 알기에 저절로 인상을 굳혀야 했다.
그리고 재물을 내려다보며 한동안 고민했지만, 결정은 금방 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옮겨야 해. 재물을 가져다가 피난 온 난민에게 나눠줘야지.”
그 결정에 진도는 기쁘게 미소지으며 명령을 받았고
도적 떼가 가졌던 갑주와 무기, 장구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이는 신야에서 모집한 신병들이 착용할 무구.
전장 정리를 끝내고 포로들을 대동한 채 신야로 출발.
전리품을 가득 싣고 신야로 돌아오기까지 3일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
신야에 도착했을 때, 성문 밖에는 수많은 인파가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임 태수가 도적을 토벌했으며 그 결과로 수많은 전리품을 얻어 온 것을 알았다.
나는 백성의 속내를 알아보고 환호하는 저들의 기대를 채워주고자 도적에게 빼앗은 식량을 나눠주었다. 일련의 행사로 백성들의 곤란함은 잠시 해소되었다. 또한,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 백성들은 나를 믿고 병사가 되겠다고 자원하는 장정이 늘었다.
어쩌면 세상은 혼란했고, 어디에도 전란을 끊이지 않아 능력 있는 태수에게 일생을 의탁하겠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양질의 병사를 모병했다. 그렇게 신병을 모집하고 훈련과 함께 병사를 재편하니, 어느새 신야 병력은 5천이 넘었다. 이것에 더해 여남에서 올라오는 병력까지 합하면 총 3만이 넘어가는 병력을 가지게 된다.
며칠 후.
형주에서 서신이 하나 도착했다.
서신을 가져온 자는 위연의 쫓던 백이병으로 그가 가져온 소식에 위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인즉 강하 인근을 노략질하는 도적 떼가 있다. 놈들의 차림새는 위연의 수하와 비슷했고, 어쩌면 그들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추포하려고도 했지만, 두목이 가진 무예가 뛰어나 섣불리 덤벼들지도 못하고, 멀리서 쫓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서신을 와락 구겨내며 이맛살을 좁혔다. 그리고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찾았다. 꽁꽁 숨었지만, 결국에 드러날 줄 알았어.”
그 말에 태사자, 화웅, 주창이 동시에 답했다.
“효기의 복수를 해야지요. 동행을 허락해주십시오.”
“소장이 가겠습니다. 관해 동생을 죽인 놈이니 절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주군, 호위장인 저를 빼놓으시면 안 됩니다.”
열망에 찬 태사자, 화웅, 주창의 얼굴. 그것과 달리 진도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고 있었다.
“저는 신야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곳 백성을 다독이는 것도 관료가 해야 하는 일. 복수는 필요하지만, 백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요.”
현실적인 말이다. 진도는 태사자, 화웅, 주창처럼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다. 물론 효기와 친분이 깊던 그였지만 지금은 태사자에게 양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는 진도가 남겠다고 말하자 조금은 편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좋아. 금방 다녀오겠네. 여남에서 사람이 몰려오거든 떠날 채비를 준비하게. 아니! 그대로 올려보내. 그러잖아도 지체된 여정이야. 태평교도의 최종 목적지는 채옹이 점령한 안정이니 그곳으로 보내는 게 우선이지.”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군마를 꺼내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뒤따라 붙은 태사자, 화웅, 주창을 바라봤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 이적이 보이고
그는 손을 휘저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주군, 형주는 처음이지 않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어차피 강하로 내려가려면 양양도 지나쳐야 하고, 모르는 곳에서 노숙하기보다 제가 아는 장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끄덕였다. 이적이 안내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적과 함께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마초가 따라붙었다. 그도 군마를 꺼내와 내 옆에 섰다.
“형주를 유람하는 일이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
“형님이 함께하면 든든하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뭘, 그런 말을. 아무튼, 걱정하지마. 위연을 잡아서 혼쭐을 낼 테니깐.”
“말씀만으로 고맙습니다.”
“하하하, 내게 기회가 올까 몰라? 지금 보니 태사자나 화웅까지 안달이 났어. 위연은 저들을 만나도 크게 당할 테야.”
그 말에 태사자와 화웅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입술을 꽉 깨물고 형주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각오를 다진 게 분명.
잡는다. 반드시 잡아서 심판한다.
위연은 절대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놈이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마초, 태사자, 화웅을 상대로 이겨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
3일 밤낮을 달려, 형주荊州의 주도인 양양襄陽에 도달했다.
양양은 거대한 도시. 낙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란이 끊이지 않는 한나라에서 이곳처럼 안전하고 조용한 도시가 없었다. 그것도 강남의 부富가 이곳에 집중되었는지 수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며 생동감 있게 움직였다.
그만큼 형주는 발전했다. 장강 이남의 물류는 모두 양양으로 통했다.
일행은 시내 한복판을 돌아보며 양양의 발전상에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유표는 참 복이 많아 서량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게 몰려드니.”
그 말에 화웅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 돈과 사람뿐이겠습니까? 이곳으로 도망친 도적이 몇몇입니까?”
“그렇지. 위연뿐만이 아니라 청빈단 수장도 있으니깐.”
그 말을 끝내고 이적을 쳐다보았다.
“백기(이적의 자) 이 근방에 사는 사마휘司馬徽라는 분을 아는가?”
“사마휘라면 유명하지요. 호호선생好好先生이란 걸명으로 이름난 분입니다.”
“호호선생? 그분이 수경 선생인가?”
“맞습니다. 그분이 수경 선생이지요. 그분이라면 제가 가는 의성현宜城縣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학당을 차려두고 있습니다.”
“좋아. 바로 만날 수 있겠어.”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빨리 달려도 늦은 저녁에 도착하니 오늘은 제가 아는 장원에서 하루를 묵으시고, 내일 찾아뵙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말에 잠시 고민이 들었다. 서서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입을 꾹 다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갔다가 서서를 놓칠까? 일단은 이적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가는 중간 화웅을 불러 말했다.
“내일 수경 선생에게 찾아가면, 서복이 있을 수 있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서복은 우리를 본다면 도망치려고 할 게 분명해. 그러니 조용히 숨었다가 일시에 들이쳐야 해.”
“무슨 말씀인 줄 알겠습니다. 저와 작은 주인을, 놈이 알고 있으니 당연한 말씀입니다.”
“우선 이적을 들여보내 확인하고 다음에 잡아내야지. 빼앗긴 금자와 칠성검까지 반드시 되찾을 테야.”
“그렇지요. 꼭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모의를 끝낸 우리는 오랜만에 묘한 설렘을 가졌다. 그것도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이니 더했다.
*
이적의 안내로 장원에 도착.
장원이 크지는 않았지만 단아한 운치가 있고, 쳐다만 보고 있어도 이름난 학사가 살겠구나. 하는 정감이 넘치는 장원이었다.
이적은 대문 앞에서 문을 두들겼다. 한밤에 찾아온 일이니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똑똑똑.
“여보시오, 마씨 장원의 손님으로 찾아왔습니다.”
단 한 번의 두들김으로 음성이 들렸다.
드르륵 대문이 열리고 노인 하나가 고개를 쑥 내밀고 대답했다.
“누구십니까?”
“날세. 알아보겠는가.”
그 말에 늙은 총관이 미소지었다. 대번에 이적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적 도련님이 아닙니까? 정말 오랜만에 찾으셨습니다. 그간 별고가 없으셨지요.”
그 말에 이적도 웃으며 답했다.
“허허허. 자네도 많이 연로하였어. 건강은 좀 어떤가?”
“도련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번에 약재도 보내주시고 소인은 크게 감격했습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두 사람은 서로를 아는지 일행을 두고도 정신없이 친분을 과시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길어지자 헛기침을 연발하여 주변을 환기시켰다. 그러자 이제야 정신을 차린 이적이 총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날은 저물고 갈 곳이 없네. 하룻밤 머물고 싶은데 가주께서 안에 계시는가? 가주께 이야기를 여쭙고 허락하신다면 자리를 마련해 주게.”
이적이 말하자 총관은 일행들을 쭉 훑어보고는 대문을 크게 열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적 도련님은 가주께서 언제나 환영이라고 했습니다.”
총관의 안내로 장원에 들어섰다. 고즈넉한 풍경을 따라 장원 안을 거닐었다.
그리고 배정된 전각에 머무르며 여독을 풀었다.
하지만 나는
내일 만날, 수경 선생과 서서, 위연을 생각하며 편히 쉬지를 못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숙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물가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를 보았다.
하나는 내 어깨 정도의 키를 가진 꼬마였고, 그 옆의 아이는 그보다 작은 키의 아이.
나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정겹게 바라보았다.
큰아이가 작은 꼬마를 붙잡고 말하고 있었다.
“유상幼常, 이리 와! 우물에 돌을 던지면 안 된다고 했잖아?!”
큰아이가 작은 애를 꾸짖었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입가의 볼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싫어! 나는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큰아이는, 작은 애의 손에 들린 돌멩이를 뺏으려고 하고 작은 아이는 안 뺏기려고 뒷걸음쳤다.
어린아이의 장난질. 그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어릴 적 마초와 하던 놀이가 생각나서 웃었다. 하지만 서량에서 하던 놀이랑은 그 차이가 컸다. 우리는 목검을 내리치며 상처를 달고 살았는데, 아무튼 분위기는 비슷했다.
아무튼, 작은 아이의 발걸음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들을 불러 세우며 말했다.
“애들아, 이리 오렴.”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 전대를 찾았다. 용돈을 주려고 허리춤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큰아이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보폭을 넓혀 거리를 멀리했다. 하지만 반대로 작은 아이는 내게 다가와 호기심을 보였다.
“누구세요. 못 보던 분인데?”
귀엽게 보조개를 만드는 꼬마. 절로 미소가 나오고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볼을 잡아당기며 답했다.
“형이라고 불러라. 너희와 나이 차가 크지 않아.”
“….”
꼬마는 붙잡힌 볼의 영향으로 입을 열지 못했다. 단지 인상을 굳힌 게 전부. 대신에 큰아이가 붙잡은 볼살을 뜯어내고는 대답했다.
“뭐 하는 겁입니까?! 어째서 동생의 볼을 붙잡고 그러십니까?”
화난 얼굴로 당당히 답하는 어투. 하지만 이 아이도 귀여운 꼬마로밖에 안 보였다. 그러나 소싯적 나와 겹쳐 보여 고개를 흔들어 대답은 해주었다.
“소싯적에 나도 그랬다. 많이 무시 당했지.”
나는 혼잣말하듯 대답하다가 당당하게 서 있는 꼬마를 보았다.
팔짱을 낀 채 제법 강단 있게 서 있다.
그 얼굴을 천천히 보니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입술은 다부지게 앙다물었으며
눈썹은 남들과 다르게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다. 어쩜 그 회색빛 뿌리에 흰색 털이 자라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내가 되물었다.
“어릴 적에 약을 잘못 먹었어. 뭐든지 과하면 안 되는 것인데.”
그 말에 꼬마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답했다.
“눈썹이 그런 건 돌림병을 이겨내려는 약재 때문에 그런 것이고. 아무튼,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