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감녕과 한판 승부
감녕은 쉽지 않은 상황을 인식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하지만 눈앞에 태사자도 그렇고, 예전 마초란 자도 상대해 보았기에 이들이 아닌 다른 곳을 노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본 화웅은 감녕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나는 쉬워 보였던가?”
그 말에 감녕이 화웅을 쳐다보았다.
만만치가 않다. 툭 불거진 두 눈에 살기가 가득하다. 이런 녀석과 붙는다면…
감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뒷걸음을 쳤다.
“쳇, 오늘은 일진이 사나워. 오늘을 끝으로 강하를 떠나고자 했는데. 이게 무슨 변고인가?!”
감녕은 혼잣말로 푸념을 뱉었다. 그러자 그 푸념을 들은 한 젊은 문사가 화웅의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을 받았다.
“이보시오. 저는 이적이라는 사람입니다. 보아하니 우리를 수적으로 오해한 협객인가 봅니다. 어쩜 이대로 싸우기보다 대화로서 풀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화웅이 한걸음 물러서고 감녕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와 함께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대화 좋지. 나도 처음부터 당신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단지 대화가 필요했고 서량의 감옥이 싫었을 뿐이지.”
그 후로 이적과 감녕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 대화에 일행의 날카로움은 잠시 수그러들었다. 상대가 원수인 위연도 아니고 마초가 등용시키고자 했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 감녕를 설득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런저런 부드러운 대화.
어째서 형주에 왔는지.
어째서 강하 태수를(황조) 거부하고 동오로 가고자 하는지.
이적은 그 말을 들었고 감녕을 설득했다. 감녕은 이적의 말에 만족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다면 아무일도 없었단 표정이 지금이었다.
이적은 설득이 되어감에 만족했고 이적을 지킨 화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휘리릭- 수극이 날았다.
감녕이 들고 있던 짧은 수극이 화웅에게 향했다. 화웅은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틈이 벌어졌다. 감녕이 도망칠 수 있는 배가 보인다. 감녕이 건너온 금범적의 함선.
감녕이 한 발짝 옮겼다.
하지만 감녕에게 선수를 빼앗기고도 화웅은 놓치지 않았다. 암습을 당했지만,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 화웅이 길을 막아섰다.
“이노오옴! 나를 피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그 말처럼 던진 수극은 허공으로 튕겨지고 길은 막혔다. 감녕이 도망치고자 내달리던 금범적의 함선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잡았다.
완전히 붙잡힌 도주로.
화웅은 씨익 웃었고 감녕은 낭패감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감녕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감녕은 화웅의 예상과 다르게 함선으로 뛰지 않았다. 화웅이 금범적의 함선으로 옮겨가자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이적에게 달렸다. 그것에 놀란 화웅이 감녕에게 소리쳤다.
“이놈! 허약한 유생을 헤치려고.”
“그건 내 마음이지.”
그 말과 동시에 이적의 목덜미를 휘감으며 남은 하나의 수극이 날카로움을 발한다. 섬뜩한 예기가 이적의 턱밑에서 멈췄다.
“움직이지 마. 너희가 움직이면 이자의 목덜미가 베어진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황당 그 자체였다. 지금껏 이적의 활약상을 지켜보던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뻔히 보고도 막지 못했다.
마초, 태사자가 있었으며 화웅의 생각처럼 금범적 함선으로 도망친다고 여겼다. 그리고 놈이 함선으로 건너간다면 아군도 그곳을 점령하면 된다고 여겼다.
모조리 죽이고 감녕만 끌고 가면 끝이라고 방심했다.
하지만 감녕의 의도는 처음부터 이적이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이적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일행들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파악한 이후에 행동한 것이다.
여우 같은 놈.
힘만 쓰는 무부와 달리 도적 감녕은 영악한 자였다.
“이거 놓으시오. 이러고도 당신이 협객입니까?!”
이적이 버둥거렸다. 그럼에도 감녕이 덥석 움켜잡자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적은 그 손길에 애를 쓰며 말했다.
“우리 말로 합시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감녕이 쓰게 웃고는 답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네놈들은 버겁다고.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야. 그것도 떼로 덤비는데 내가 어떻게 이겨. 일단 내가 자유로워진 다음에 생각하자.”
그 말과 동시에 이적을 질질 끌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
이적이 질질 끌리자 일행은 감녕의 주위를 포위하며 언제든 창칼을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포위해! 놈이 도망칠 길을 잡아!”
“이적을 놓아줘!”
“감녕! 네가 이러고도 살 줄 알았어?!”
그 말에 감녕이 쓰게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라고 이러고 싶었겠나. 나도 좀 살자.”
화웅이 막아섰다. 질질 끌리는 이적을 풀어내고자 화웅이 길을 막았다. 자기가 죽더라도 이적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 이 모든 게 화웅의 실수이니 책임지겠다는 생각.
그걸 바라본 감녕이 이적의 목덜미를 꽉 잡고는 말했다.
“나 좀 보내줘. 다시는 서량 감옥에는 안 갈 테야. 가까이 오지 마! 너희가 한 발짝만 움직이면 이자의 목구멍에 핏물이 쏟아질 테니.”
감녕은 수극을 가져가 되었다. 이적의 목덜미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질질 끌자 화웅은 막지 못했다.
감녕이 물러서는 길을 내주고 말았다.
물러선다. 금범적의 함선으로 돌아간다.
천천히 움직이며 도망치고자 했다.
나는 그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치졸하다. 감녕이 이런 인물이라니?
치졸한 녀석. 삼국지 영웅이라는 놈들은 이처럼 비슷했다.
그 마음으로 감녕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함부로 소리치지 못했다. 이적이 다칠까봐. 진진처럼 마음에 쏙 들어온 이적이 죽을까 봐 걱정했다.
그럼에도 감녕을 놓아줄 수는 없는 노릇.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마초가 내게 손짓하고 입을 열었다.
“평안아, 감녕은 나와 엮인 자다. 내가 해결하마.”
그 말과 동시에 감녕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를 놓아줄 수는 없어.”
그 말에 감녕이 눈썹을 치켜떴다.
“끝까지 날 잡아갈 생각인가?”
“그게 아니라. 네가 하나만 약속한다면 무사히 보내줄 수도 있다.”
“약속?”
“그래. 대장부로서 약속이다.”
“흥.”
“듣지 않으면 죽일 테다. 그건 나도 약속하마.”
“할 수 있을까?! 날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물론. 한 번 잡아본 녀석을 두 번을 못 잡을까?! 그러니 이적에게 상처입힐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그 말을 하는 마초의 눈동자는 맹렬했다. 포효하는 사자처럼. 상대를 씹고, 뜯고, 잡아먹겠다는 각오가 감녕에게 향했다.
감녕도 마초에게 지지 않겠다고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좋다. 들어는 보자. 네놈의 약속이 무엇인지?”
“후우-”
마초는 숨을 골랐다. 감녕이 고개를 끄덕이자 손에 쥔 창대에 힘을 풀었다. 여차하면 창을 던지려던 숨은 수가 사라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해제된 것이다. 그건 감녕도 알았고 마초도 각오했었다. 거기다가 마대가 부하를 아끼는 마음을 알기에,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다.
마초는 긴 숨을 삼킨 후에 대답했다.
“네가 붙잡고 있는 이적만 살려서 보내라. 그리하면 지금 당장 네놈을 죽이진 않겠다.”
그 말에 감녕이 웃었다. 입꼬리를 말아 올려 짓굳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이제야 말이 통했어.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말했어야지.”
“함부로 도발하지 마라. 네놈 목숨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 되겠지.”
“죽고 사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리고 네놈 약속 하나로는 부족해. 난 말이지 무위에서 당했던 고통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그 보상을 받아야겠어. 너희가 얻은 재물을 가져야겠어.”
“재물을.”
“아까 보니 비단이 가득하더만. 상단과 수적 떼의 재물이었겠지. 그걸 좀 나눠 쓰자.”
“나눠 쓴다고?”
“전부 가져가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감녕을 그 말을 하면서 금범적의 함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 배 안의 잔당을 모았다.
“이봐! 어디에 숨었어?! 이제 나오라고. 급한 상황은 해결했어. 그러니 숨어서 상황을 살피지 말고 나와.”
그 말에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무도 없을 것 같던 함선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두목! 괜찮은 거요?!
-저들이 넘어오면 우린 죽은 목숨인데?
그 말에 감녕이 짓궂게 웃고는 소리쳤다.
“배포를 가지라고. 그래서야 내 부하들이라고 소개라도 하겠나?!”
-두목 미안하게 되었쑤다. 저들이 워낙에 강하잖아.
-맞아요. 동료들이 썰리는 모습을 두목도 보았다면 두려워서 이건 나서지도 못해.
“걱정하지 마라. 어쭙잖은 약속을 받아냈지. 이적만 살려주면 이들은 아무 짓도 안 할 테야.”
-정말입니까? 이들이 덤벼들지 않겠습니까?
-이거, 이거, 무서워서 넘어갈 수나 있나?
“어서 오라고. 배 안에 값진 물건을 챙겨야지. 비단과 수적 떼가 가졌던 금자를 꺼내오라고.”
감녕의 명령으로 금범적이 움직였다. 마초가 무섭게 쳐다보지만, 이들은 쭈삑거리며 발을 떼었다.
챙긴다. 비단을 옮겨가고,
예전 수적 떼가 가졌던 금은보화를 옮겨간다.
비단의 원래 주인인 상인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적을 살려야 했고, 빼앗긴 비단은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음이 쓰렸다. 그럼에도 이적을 살리고 싶었다.
재물이야 벌면 된다.
나는,
우리 마가장은,
그만큼 부자가 아닌가. 돈이야 얼마든지 있어. 사람이 중요하지 재물은 아무것도 아니야.
금범적은 두려운 눈으로 비단을 옮겨갔고, 금자도 훔쳐갔다. 물론, 노잣돈을 주듯 일부 금자와 비단을 남겨주기도 했다.
그걸 바라보고 감녕이 말했다.
“다 가져가지는 않겠어. 알지. 너희도 가져야지. 이만큼 고생했는데 챙길 건 챙겨야지.”
선심 쓰듯 말하는 감녕. 역시 도적 떼 두목이었다. 감녕은 삼국지 영웅이 아니라 도적이었다. 생각이 저러니 저런 자를 어떻게 쓸까?
차라리 신의가 있던 청빈단 수장이(서서) 낫지. 감녕은 골칫거리가 분명했다.
시간이 흘러.
감녕은 옮겨진 물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판 밑을 뒤지던 금범적이 환호했다. 그 환호는 비단과 또 달랐다.
그것과 함께 이어지는 비명.
-까아아악!
-까아아악 놓아줘요. 이거 놓아요!
뾰족한 여성의 비명. 그건 일행과 감녕의 얼굴에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놔! 끌려갈 수 없어. 이 도적놈들!”
“따라와! 우리랑 가는거야.”
“싫어! 우리를 놓아줘!”
“그냥 가자는 게 아니야. 우리가 집으로 보내주마.”
“싫어! 수적놈들! 더는 능욕 당할 수 없다고.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감녕은 금범적이 찾아낸 여자들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과 반대로 금범적은 환호성을 쳤다. 그리고 대장인 감녕을 향해 이정도는 괜찮지 않겠냐고 말했다. 데려가고 싶다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야 한다고 말이다.
“……!”
마초의 눈빛이 변했다. 붉어진 눈에서 광선이 나오듯 쏘아보았고. 죽이겠다고 더는 참지 않겠다고 나서려고 했다.
그런 마초의 손을 잡았다. 나는 마초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
“형님. 감녕의 심성을 보고 싶습니다.”
“심성?”
“사람을 쓰고자 그러시는 게 아닙니까? 인재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 말은.”
“지켜보시지요. 저자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시지요.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이든 감녕의 결정을 지켜보고 행동하시지요.”
“이적을 약속하고도 더럽게 행동한다면 죽여야지. 아암 찢어죽일 테다.”
“형님.”
“네게 맡겨라. 이적도 살리고 여인네들도 살릴 테니.”
마초는 끝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내가 나설게 아니라 자기가 끝장을 보겠다고.
그 말에 물러섰다. 그리고 감녕의 심성도 보고 싶었다. 저자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다.
개차반인가?
아니면 작은 양심이라도 있는 사람인가?
개과천선할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초는 묵묵히 지켜봤다. 끌려가는 여성들을 보고도 외면했다. 치욕적이고 분노가 삼켜지지만 참고 있었다.
기회를 살피는 것인지?
놈들을 방심시키는 것인지?
나는 마초의 눈을 보며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