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장제의 도움, 나의 뒷배가 되어라.
시작합니다.
대규모 말 떼를 이끌고 마가장을 나섰다.
천수까지 가는 길에 걱정은 오직 도적 떼뿐. 지금처럼 천 단위의 말 떼를 본다면 누구든 욕심을 낼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순 없었다.
모 아니면 도라고 마가장이 망하던지, 아니면 숙부에게 무전취식 하는 식객으로 삶을 살던지, 운명의 변곡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난 과거를 살았던 마대가 아니다.
나는 현생의 삶을 품은 마영찬이다.
솔직히 나를 이 길로 이끈 건 내 옆을 바치고선 풍류대의 도움이 컸다. 거기다 풍류대 대장 성의는 변기라는 도적을 두 쪽으로 가르지 않았던가.
역시나 삼국지 무장 성의는 일반인은 아니다. 그만큼 실력이 있으니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겼겠지. 그런 성의가 수많은 마필과 사람들 사이의 선봉에 서서 길을 열고, 난 그 성의에게 명령하며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걷고.
이틀을 걷고.
대규모 말 떼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천수를 향해 이동. 생각 같아서는 느린 속도에 속 터지고 불안한 발걸음. 그럼에도 운이 좋은 건지, 대규모 말 떼에 그만한 인원이 있다고 여긴 건지, 운 좋게 도적 떼가 들러붙는 소동은 없었다.
말 그대로 기적. 초심자의 행운처럼 내가 이끈 첫 번째 상행은 천수까지 무사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정말 천수의 관문과 그 앞을 지킨 병졸들을 보자 온몸이 힘이 풀리고 입가에 긴 탄성이 삐져나온 건 사실이었다.
후우- 얼마나 긴장하고 마음고생을 했던가.
잠을 잘 때도, 한적한 오솔길에 휴식을 취할 때도, 그 어느 곳에서도 도적은 출몰할 수 있었다. 그것도 천 필이라는 대규모의 말 떼와 소수의 호위병. 그것만으로 우리는 좋은 먹잇감.
이곳은, 스승께서 말씀하시던 매복지.
아, 이곳은… 스승께서 군진을 꾸리면 안 된다는 사지死地.
그런 곳곳의 지형이 어찌나 확연하게 보이는지. 하지만 그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병법을 배운 나만의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모르는 풍류대와 성의는 그저 잘 자고, 잘 먹고, 꿀같은 휴식을 취해가며 천수에 도착했다.
어쨌든 그 아픔을 뒤로하고. 드디어 천수의 대문을 통과하고자 길게 늘어선 줄 앞에 섰다.
난 그 길에서 수많은 상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주변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중 귀에 들린 말이란 우리가 내려온 길목에 도적이 없었던 까닭.
웅성웅성. 관문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목소리.
“태수께서(동탁) 도적 떼를 섬멸했다지.”
[자네도 그 이야기를 들었는가. 관미산과 수미산 도적 말일세.]“알지, 알다마다. 동탁의 수하 이각이 관미산을 토벌, 수미산은 곽사란 장군이 섬멸했다지.”
[정말 다행이야, 천수 태수의 선정으로 우리네 상인들은 살판이 났네.]“아무렴, 예전부터 강족들과도 친분이 깊다고 하지 않았나. 천수 지역을 약탈하는 이민족이 줄었다고 하던데…”
웅성거리는 목소리. 나는 상인들의 이야기에 깜짝놀랐다.
‘동탁의 도움이라니.’
‘선정을 베푸는 동탁의 정치라니…’
나는 귀를 열고 몇 번이나 다시 들었다. 하지만 도적 떼가 사라진 이유가 치안을 담당하던 곽사, 이각의 활약으로 확인하였고, 천수의 상업 발전도 이유가 추진한 정책 덕이란 사실에 놀라웠다.
원래 동탁이 이런 인물인가?
그럴 일 없는데… 그 돼지가. 어떻게.
영화 속 한 장면이 지나치는 듯싶었다. 거대한 몸짓과 3겹으로 겹친 턱살. 그리고 야리야리한 초선을 떡 주무르듯 움직인 손길.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또한, 지금 같아서는 떠오르는 이미지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동탁은 어떤 인물인가. 정말 스승의 말처럼 대단할까?
그 생각과 함께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성문을 지키고선 병졸의 검문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 멈춰. 보아하니, 규모가 큰 상단이구나. 온종일 너희 같은 상인을 상대하느라, 몸과 입이 지쳤다. 그러니 이리로….”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그의 손끝에 금전이 가득한 주머니가 있었다. 얼핏 보아도 은자와 금자가 섞여, 이자는 동전 따위는 받지도 않는 나쁜 놈 중에 상 나쁜 놈인 건 분명했다.
나는 그자의 행동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물론 웬만해서 이런 관행쯤은 이해했다. 또한, 숙부가 계신 무위에서도 보아오던 행태가 아닌가.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인 피로와 초조함이 한 번에 터진 기분이었다.
“뭐라고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그 말에 관문을 지킨 문지기가 노려본다. 얼굴은 붉게 변했고 허리춤의 검까지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어린 나를 확인한 후 욕설을 뱉었다.
“미쳤구나. 어린 게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 어디서 온 상단인 줄 모르겠지만, 오늘 온전히 집에 갈 생각을 말아라.”
그 말에 나도 지지 않았다.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하는 겁니까.”
“누구? 네가 누군데….”
끝말은 삼켜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그의 눈가에 스쳤다. 그리고 말투조차 변했다.
“누, 누구십니까. 혹여… 상관 중… 아! 혹시 장제 장군의 조카분이 아니십니까.”
더듬는 말투. 관문의 병사는 나와 장제 장군의 조카와 혼동했다. 어쩜 그와 내가 비슷한 연배인지 그는 고압적인 자세에서 대번에 흔들리고 말았다.
“장제 장군의 부탁으로 먼 농서에서 군마를 끌고 왔습니다. 그런 내게 돈을 요구하다니…”
“앗,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병사는 지리짐작을 했다. 나는 상대가 오해한다는 걸 알았지만 고쳐줄 의향은 없었다. 그저 오해도 그 혼자 했고, 장제와 나눈 대화도 거짓이 아니기에 그랬다.
그리고 병사는 하얗게 굳은 얼굴로 그 뒤에 물러선 상관을 보았고, 상관은 그 병사의 눈짓을 외면했다.
그 후, 문지기 병사의 사과와 안내까지 받으며 관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말이 좋아 안내지 감시와 비슷했다. 정말 조카가 맞는지? 장제 장군과 연고 없이 말로서 덤벼든 건 아닌지.
그게 아니고 거짓이면, 병사는 돌변할 것이다. 관문에 있던 상관까지 나서 큰 고초를 주겠지.
바로 그런 매의 눈빛을 등 뒤에 달고 관청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내가 원한 장제가 나서고 환하게 웃는 그 얼굴에 병사는 사색이 되었다.
나는 장제가 웃자 나까지 웃으며 병사에게 말했다.
“일 보셨으면 돌아가시죠. 그리고 떠날 때 나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병사가 굽신거렸다. 그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뜀박질을 뛰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장제가 물었다.
“허허허, 문화의 꼬마 제자. 어서 오게. 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 말에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관문 앞에서 이야기가 아닌 마가장이 처한 상황.
그러자 장제는 끄덕이며 들어주었고, 종국에는 날 다독이기까지 했다.
좋은 사람. 아니 스승 때문에 그러는 건가.
그리고 이어진 장제의 말이란.
“걱정하지 말아라. 태수께 이야기를 전하마. 우리도 금성 반란으로 군마가 부족하던 차였다.”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풀리다니. 지금까지 걸어오는 길에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던가. 장제는 내게 은인. 거기다 동탁도 내게 은인이 맞았다. 어쩜 이 모든 걸 만들어주신 분은 스승님.
그 후, 그렇게 태수의 집무실로 사라진 장제의 뒷모습을 보았다.
*
널따란 태수의 집무실.
그 안에 화려한 장식물은 없었다. 그저 보이는 건 호랑이와 늑대, 곰, 등 이빨을 드러낸 가죽만이 진열되었고, 장제는 동탁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군마의 숫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금성의 변란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하기에…”
“알아, 농서에서 품질 좋은 마필이 왔다지.”
“농서 마가장이라고 동향분이 아니십니까.”
그 말에 동탁은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과거를 생각하듯 이마를 툭툭 두들기며 답했다.
“마가장, 알지. 기억해. 규모는 작지만 좋은 마방으로 기억한다. 거기다가 자네와 친분이 깊다니 알아서 하게.”
“감사합니다, 주군.”
“고맙기는. 나는 자네를 믿어, 이각, 곽사가 못하는 일을 자네가 봐주는데 이만한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 중앙조정에서 명령이 떨어졌어. 나를 노식을 대신해 전장으로 오라는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출병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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