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병주에서 알게 된 인연, 여포
시작합니다.
무맹종사 장양의 보기 좋은 미소와 여포의 무표정한 얼굴.
고순은 그들에게 인사했다.
“두 분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딜 다녀오시는지요?”
고순은 장양에게 인사하고 여포가 가진 포대 자루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말에 여포가 답했다.
“이것 말인가?”
“꽤 묵직해 보입니다.”
“크크크. 포대에 곡식이라도 들었을까 봐?”
“혈향이 풍겨옵니다. 피 냄새가 나는 곡식이 있을 수 없겠지요.”
“냄새 하나는 기막히게 느끼는군.”
그 말과 동시에 포대 자루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헝크러진 검은 머리. 그 머리털을 움켜쥔 여포의 손아귀.
흉노였다.
어디서 잡아 왔는지 흉노족의 수급이 가득했다.
“양아버지의 명령으로 작은 반란을 진압했네. 그리고 이건 반항하던 자들의 수급이지.”
“굳이 모아오신 이유가 있겠습니까?”
“나라고 가져오고 싶겠나? 양아버지가 원하시니 따를 뿐이지.”
“자사께서?”
“족장과 토호들의 수급이니 쓸모가 있다더군.”
“본보기군요.”
“저항하는 자들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지. 그래야 저항할 생각을 못 할 테야.”
그 말을 하는 여포는 자부심이 있었다. 병주를 지키고 이민족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게 있는지 다른 말도 했다.
“자네 휘하의 군병들 말이지.”
“휘하라면 함진영 말이지요?”
“그래, 저들과 나는 궁합이 안 맞아.”
“무슨 말씀이신지?”
“빠른 돌파에 나를 쫓아오지를 못해. 진을 부수는 능력은 훌륭하나, 걸음이 느려서 지휘하기가 불편했네.”
“그 정도였습니까?”
“나랑 안 맞아도, 위속은 그런대로 운영하더군. 한동안 위속에게 지휘를 위임했지. 하지만 자네가 돌아왔으니 돌려줘야지. 가져 가게.
그런데, 저 장한은 누구인가?”
여포는 말하는 중에 화웅을 보았다. 지금껏 눈에 들지 않았다가 이제야 보았다는 표정. 거기다가 화웅도 피하지 않고 마주 쳐다보자 여포가 히쭉 웃는다.
“재미난 장한을 데려왔어. 내 눈을 보고도 피하지 않아.”
호승심. 대번에 호승심을 드러냈다. 고순은 그것에 손사래 치며 말했다.
“대번에 아셨습니다. 이분들은 농서의 상단과 그 호위입니다. 특히 화웅은 훈련교관으로 무예가 상당하지요.”
“자네가 인정할 정도인가?”
“말도 마십시오. 아끼던 애마가 화웅의 손에 죽었습니다.”
“허허허. 고순이 당할 때도 있었어? 내가 자네의 실력을 알거늘. 그 정도로 당했단 말이지.”
“손님으로 찾아갔으니 양보했을 뿐이지요.”
“하하하. 그랬겠지. 하지만 애마를 잃고도 가만히 있을 고순이 아닌데?”
여포는 화웅을 바라봤다. 화웅은 당당히 어깨를 폈다. 여포가 쏘아보는 눈빛에 기죽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여포의 흉성이 진해진다. 히쭉 웃는 입꼬리에 송곳니가 드러나고 흥미롭게 화웅을 쏘아보았다.
“아무래도 대련이 필요하겠어. 건방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기를 죽여나야지.”
그 말을 들은 화웅이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함부로 싸우지 않소이다.”
“싫다고?”
“나, 화웅은 함부로 무예를 뽐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뽐내기 싫다. 그럼 나는 뽐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은가?”
“그거야 알 수 없지요. 그리고 필요치 않은 불화는 사절이니, 대련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흣, 웃기는 소리군.”
여포의 표정은 진득해졌다.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스쳤다. 그것에도 화웅은 지지 않았다.
“흣, 네놈의 목숨줄은 두 개인가 보지?”
여포의 차가운 미소. 처음 장난스러운 표정에서 이제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말하고 있었다.
고순도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자 중재하고 나섰다.
“화웅은 함부로 대련하는 자가 아니니 그건 제가 잘 압니다. 그리고 멀쩡해 보여도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다쳤어?”
“화타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화타라면 신의神醫라고 이름난 사람이 아닌가? 그 정도로 중한 상처라면 내가 양보해야겠군.”
여포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상대가 다쳤다니 그냥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말은 조금 달랐다.
“다쳤으니 양보하지. 화웅과 그 옆의 마른 녀석(성의) 두 사람 다 덤비게. 또한, 고순에게 듣자니 저렴한 가격으로 병주마를 원한다고? 그걸 내가 도와주지. 고순과 함께 자네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야.”
그 말에도 화웅은 고개를 흔들었다.
거절. 명백한 거절.
그것에 여포의 눈초리가 치켜 떠진다. 누그러졌던 표정에 흉성이 다시금 돌아왔다. 그리고 화웅을 비롯한 마가장 전체를 쓱 훑어보고 말했다.
“병주의 산천은 험한 곳이지. 상단이 지나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게 이곳이야. 도적과 이민족의 약탈에 꽤 많은 자가 죽어 나간다. 그런 이곳에 상행을 원한다고? 그게 말처럼 쉽겠나. 나의 도움 없이 말이야.”
“지금 겁박하시는 겁니까?”
“겁박이 아니지. 돕겠다고 말했네. 그리고 한 번 더 양보하지. 나와 대련으로 10합을 버티면 마시장에서 큰 수익을 낼 것이고, 5합을 버티면 조금의 도움을 줄 테야. 하지만 단 1합도 버티지 못하고 진다면 병주에서 장사할 생각일랑 버려야겠지.”
여포의 엄포. 병주 자사의 양아들이자 천하 맹장의 으름장이니
큰 사건과 같았다. 그것에 고순도 입을 다물었고, 화웅은 미간을 잠시 굳혔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예전의 나라면 단번에 허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요. 지킬 게 많은 지금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소가주께 허락을 구하는 게 다음이지요.”
“소가주?”
“이 몸의 작은 주인이지요. 그가 싸우라면 싸울 것이고, 죽으라면 죽을 마음입니다. 그러니 모든 결정은 작은 주인이 하실 겁니다.”
화웅은 한걸음 물러섰다. 여포를 상대로 버티다가 결정을 돌렸다. 다른 말로 마가장의 수익과 관련된 일이기에 양보했다.
화웅의 발언 뒤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이들 앞에 나섰다. 생각 같아서는 대련을 말리고 싶었지만, 여포는 화웅을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거기다가 여포가 원한 것은 마상 대련. 그것도 화웅과 성의 두 사람을 상대로 대련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이길 수도?? 그리고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님은 분명했다.
우리는 병주라는 호랑이 굴에 왔고,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안전하게 돌아간다. 그것이 스승께서 매번 해주던 말이 아닌가.
나는 가슴을 펴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포와 무맹종사 장양에게 읍하며 인사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여포가 피식 웃는다. 화웅의 주인이란 자가 누굴까? 흥미를 가졌다가 어린 꼬마가 나오자 대번에 웃는 얼굴. 하지만 여포가 웃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흉성이 흉흉하다가 이제야 웃는 맑은 웃음.
저렇게 웃고 있다면 죽이지는 않으리라. 그저 대련으로 시작해 대련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마가장의 마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련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화기애애하게 지낼 수 있다면 이렇게 좋은 경우가 없겠지요. 그리고 저희는 화타 선생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것을 아시니. 대련은, 대련으로, 끝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시면 대련을 승낙하겠습니다.”
그 말에 여포가 웃는다. 어린 꼬마가 말도 잘한다고 웃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다친 자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리고 대련으로 그 능력을 보고 싶은 거지 다른 뜻은 없었다. 화웅과 저 마른 녀석도(성의) 대련에 함께해라.”
여포는 한결 부드러운 얼굴로 지목했다. 화웅은 나를 한번 보았고 내가 끄덕이자 앞으로 나섰다.
친목 대련.
이기면 상행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다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상 훈련장으로 옮겨갔다.
황량한 모래 먼지가 날린 훈련장 한편에 여포가 섰다. 그리고 손가락을 지목하며 화웅과 성의를 불러들였고, 화웅은 성의와 함께 고삐를 내리쳤다.
빙글빙글.
여포를 가운데 두고 돌아가는 두 마리의 군마.
여포는 그 가운데에서 웃었다. 크게 웃고는 소리쳤다.
“오라! 서량의 무예를 보자꾸나. 고순의 애마를 쳐 죽였다니 기대가 크다. 또한, 내가 이곳의 주인이니 3합을 양보하마. 얼마든지 들어와!”
여포의 웃음과 손가락질.
그걸 바라본 성의는 평정심이 깨져버렸다.
2 대 1의 승부는 이긴다고 여겼는지 대번에 들이쳤다.
“훈련 교관! 내가 오른쪽으로 치고 갈 테요.”
“풍류대 대장(성의) 섣부르게 움직이지 마라! 아직이다. 아직 더 상대를 살펴야 한다.”
“충분합니다. 내가 먼저….!”
성의가 대도를 후려쳤다. 여포는 가만히 막아냈다.
탕! 타당! 탕! 3합을 양보한다고 했으니 굳은 듯 방어만 했다. 그것도 크게 막아낸 것도 아니고, 슬쩍슬쩍 병장기를 부딪친 수준.
그럴수록 성의의 표정은 굳어갔다.
붉어진 얼굴.
분노. 치욕. 당혹감.
이런 상대라니. 이 정도 수준이라니.
그 감정이 성의의 얼굴에 고스란히 있었다. 그리고 화웅이 거듭 성의를 불러들이자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제야 상대를 알아보았다는 깨달음. 그리고 작은 주인이 거듭 지시했지 않던가.
참으라고.
참아서 5합을 넘기라고.
그것이 상행에서 성공하는 길이고, 여포가 부상당한 자를 배려하며 친목으로 끝나는 대련이라고.
기다렸다. 이제부터 인내의 순간의 시작이었다.
기회를 잡는다. 여포가 움직이면 허점도 드러날 것이다.
처음 공격과 다르게, 잔뜩 방비한 채 매섭게 노려보는 두 사람과
여유로운 표정의 여포. 마치 마실 나온 사람처럼 가볍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화웅은 주변을 돌수록 놀라워했다.
상당하다.
기세를 숨기고 있구나.
그걸 알아차리자 성의에게 외쳤다.
“방심하지 말라. 상대의 다음 수가 나온다.”
그 말에 여포가 답했다.
“다리는 다쳤지만, 눈은 썩지 않았어. 좋아, 알아차렸으니 보여주지.”
고삐를 내리쳤다. 그리고 군마가 튕겨감과 동시에 화극을 후려쳤다.
성의는 대번에 잡혔다. 빙글빙글 돌다가 덫에 걸려든 기분. 그리고 대도로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대번에 나가떨어졌다.
단 한 차례의 공격.
쿵!!! 크게 낙마해버린 성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대로 기절. 단 한 차례의 공격도 막지 못했다. 너무도 빨랐다. 번쩍 섬광이 일고 막았다고 여겼던 성의가 튕겨가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화웅이 더 신중히 움직였다.
빙글빙글.
여포와 화웅이 기마술을 뽑낸다. 꼬리를 잡기 위해 서로가 돌아가고 여포가 후려친 방천화극을 화웅이 잘도 피해냈다.
성의와 다르게 잘도 싸웠다.
역시나 화웅. 그것에 여포가 호오-! 하는 호성을 질렀다. 화웅을 인정했다는 표정과 호성이었다.
그 이후에 두 사람이 붙었다가 떨어지며 대련을 이어갔다. 잔뜩 긴장한 채 수비에 집중한 화웅과 그걸 뚫고자 덤벼든 여포.
쾅! 콰쾅!
불꽃이 튀고 밀고 밀어낸다. 힘이라면 화웅도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리하지 않으니 승부가 팽팽했다.
여포는 그런 화웅에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인정한다는 미소.
그 미소에 화답하듯 나오는 화웅의 연속기.
짧은 북이 터지는 듯한 격타음.
그걸 맞은 여포는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반격했다. 방금 받은 공격에 몇 배에 달하는 공격을 연속으로 두들겼다.
화웅은 그걸 묵묵히 막아내며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소리쳤다.
“이제 8합이지요. 이제 단 두 번이면 약속한 10합입니다.”
그 말에 여포가 웃는다.
“하하하. 그걸 셈하고 있었나? 좋아. 도와주지. 마가장은 내가 돕겠다. 너희 상행은 크게 성공할 것이다. 병주마를 싸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주마. 그리고 더 시원하게 덤벼봐라. 나를 감동하게 만들어라.”
화사하게 웃는 여포와 얼굴이 벌게진 화웅의 투지. 손에 쥔 미첨도에 힘을 주었다.
“방금 한 말 믿겠소이다. 이제부터 다른 걸 신경 쓰지 않고 싸우겠소.”
“좋아. 바라던 바이다.”
화웅은 결심했고 여포는 받아줬다. 두 사람의 승부는 격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승부는 분명했다. 누가 이기고 진 것인지 알아보았다.
여포는 역시 여포였다. 그리고 다행인 건 화웅을 인정했다는 사실.
여포는 시원하게 몸을 풀었다는 얼굴로 화웅의 공격을 마지막까지 받아줬다. 그리고 그걸 아는 화웅은 여포를 인정했다.
그리고 화웅의 마지막 비기까지 모두 막아낸 여포가 크게 웃었고 화웅은 고삐를 움켜잡아 싸움을 끝냈다.
마상에서 포권을 취한 화웅이 예의를 갖췄고, 여포가 끄덕였다. 처음 싸울 때 험한 말을 주고받던 이들이 이제는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여포 장군께 많이 배웠습니다.”
“배웠다니 다행이야. 자네 같은 인재가 이곳에 없는데 아무튼, 재미있었어. 종종 나와 대련하겠나? 내가 아는 것 몇 가지를 전수해줄 테니.”
“아,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아까 보여준 기술 중 흡자결이란 비기는 옛 초나라의 무예 중 한 가지네.”
“그걸 저에게?”
“능력이 있으면 배울 테고, 아니면 못 배우겠지.”
화웅은 기쁜 얼굴을 했고 여포는 끄덕였다.
대련은 끝났다. 처음 우려와 달리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여포는 기분이 좋은지 훈련장에 모인 자들을 한차례 바라보고 소리쳤다.
“오늘은 간만에 즐거웠다. 또, 너희가 마음에 든다. 그러니 마시러 가자. 바닥에 누운 성의를 깨워라. 그자도 술자리에 함께할 테다. 오늘은 코가 비틀어질 때까지 마셔봐야지.”
여포가 사람들을 이끌었다. 처음 심각했던 상황과 전혀 다른 분위기. 어쩜 역사 속 화웅과 여포의 관계가 좋았는지? 여포는 화웅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날 술자리에서 마가장과 여포의 부하들은 코가 비틀어졌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마셨다. 그렇게 병주에서 인연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여포라니…
천하제일 강자와 인연을 쌓았다니.
변해간다. 나로 인해 역사가 달라져 간다.
어린 꼬마의 몸이지만, 내가 해낼 수 있는 건 해낼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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