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서서와 싸우다.
내가 서서를 상대하고자 한 의도는,
정당한 관직을 부여받고 설득으로 도적 떼를 감화시키는 그런 경우를 생각했다.
예를 들어,
‘여봐라. 네놈들의 죄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러니 항복하고 용서를 구하라. 내가 너희를 정상 참작해서… 이러쿵, 저러쿵.’
딱, 그 말처럼 설득하고 싶었다. 격렬한 싸움이 없는 설득. 1천 병력으로 압박하고 작은 도적 떼인 청빈단은 죄를 청하는 그런 결과를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서영은 전혀 다른 걸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격파해야지요. 모조리 참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효기 교위는 나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도와달라니?
나보고 청빈단이 뒈지는 걸 지켜보라는 말인가?
걱정이 들었다. 거기다가 서영의 1천 병력을 쳐다보니 8백은 그냥 잡병이고(농민병) 나머지 2백은 서영의 직속 부하(서량병) 내가 부릴 수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말로 꼼짝없이 전투는 서영이 치를 것이고, 나는 들러리처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서영과 말을 섞을수록, 예의는 어딘가로 날아가고 말투도 조금 거칠어졌다.
서영이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말했다.
“효기 교위. 그대 나이가 어떻게 되지? 내가 보기에 군문에 들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병적에 오를 나이인 열다섯은 되었지요.”
“첫 만남부터 거짓인가? 내가 알기로 14살이 아닌가.”
“그, 그건…”
“주군께서(동탁) 그리 말하라고 했겠지. 그래야 대신들의 입방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걸 어떻게?”
“이미 주군께 들었어. 자네를 도와주라고 당부를 들었지. 그러니 이번 토벌에서 빠져있게. 괜히 나서서 다치지 말고.”
“아닙니다. 할 수 있어요. 저도 서영 장군을 도우며 한 팔 거들지요.”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면서. 검조차 휘두르지 못할 팔로, 무슨 도움이 된다고. 또한, 자네에게 부여된 병력은 농민병이네. 도적 떼가 나타나면, 모조리 도망칠 그런 자들이야.”
“저도 보았습니다.”
“알았다니 다행이군. 아무튼, 두 번 말하지 않겠네. 전투에는 빠져있어.”
강권.
절대 나보다 아래 사람이지 않은 서영이 말하고 있었다. 물론 관직은 내가 더 그럴듯했지만, 동탁이 마음만 먹으면 서영의 직위는 하늘 끝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다른 말로 동탁 마음대로.
‘그냥, 너 오늘부터 좌장군 해라.’ 하면 좌장군인 것이다.
그리고 서영의 말처럼 큰 전쟁을 지휘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다고 전혀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청빈단이란 도적 쯤은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겼다.
나는 서영과 말하다가 부하들에게 물었다.
풍류대는 언제 올지?
금성에서 출발한 그들이 언제나 낙양으로 내려올지?
그들이 내려오면 그때야 청빈단을 압박할 생각인데, 지금 토벌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거기다가 여기서 고집을 부려봤자 운영할 수 있는 건 소수의 농민병. 그들을 가지고 청빈단과 싸울 순 없겠지.
아무튼, 우스운 꼴을 당하지 말자. 그냥 서영이 말한 대로 지켜나 보고 결정적일 때 서서만 잡아내면 끝날 일이다.
그 후는 떠밀리듯 치중대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것도 맨 후방.
가장 안전한 노무자들의 부대.
서영은 병력을 장악한 후 소리쳤다.
“출발하자. 북망산으로 청빈단을 잡으러 간다.”
서영은 1천 잡병을 이끌고 청빈단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과 귀가 있었다.
이들은 낙양에서 따라붙은 청빈단의 눈과 귀.
이미 토벌대의 존재를 알았고 그에 따른 대비를 했다.
*
3일이나 행군과 노숙을 반복했다.
그 시간은 정예한 병사에게 일반적인 이동이지만, 내가 속한 치중대에게는 곤욕과 같은 경험이었다.
무거운 짐마차에 잔뜩 얹은 식량.
덜컹거리는 장구류와 포장되지 않은 길을 지나며 어느새 몸은 땀으로 젖었다.
그해 더해 백 명의 치중대는 말이 좋아 병사지, 그들이 군복을 입지 않았다면 부랑자 집단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아무튼, 고행의 연속.
선두의 서영은 몇 번이나 전령을 보내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서 따라붙으라고.’ 재촉하는 것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였다.
“어서 가자! 힘을 내자고.”
“주군, 노무자들이 지쳤습니다. 말로서 어떻게 해볼 자들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소가주님. 치중대는 병사가 아닙니다.”
성의, 정은의 푸념. 이 둘은 피곤에 절어 한탄을 뱉었다.
나는 이들의 한탄을 들어주다가 어느덧 행군의 속도가 줄고 부대가 완전히 멈추는 걸 보았다.
“휴식인가 봅니다. 저 멀리 북망산이 보입니다.”
그 말에 따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성의의 말처럼 먼 곳에 북망산이 보였다.
상당한 거리.
그만큼 안전한 곳이 여기였다.
서영은 영리한 장수답게 안전거리에서 휴식을 취했다.
주변에 야트막한 산지도 없고 흐르는 개울도 없는.
한눈에 봐도 훤히 보이는 평탄한 지형으로 손빈병법에서 말하는 무책의 지대가 이곳이었다.
다시 말해 기습을 당하지 않고,
반대로 지형지물의 이점을 살려 방어가 훌륭하지도 않은.
아무래도 도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기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조심성의 결과가 이곳인 것 같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으로 향했다.
다른 말로 치중대 막사도 완성되는 시점.
이제 고된 행군도 끝나고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낼 시간이었다.
*
병사보다 늦은 저녁을 먹고 순찰을 돌았다. 정예한 풍류대라면 이처럼 신경을 쓸 필요도 없겠지만, 이들은 그저 그런 노무자.
순찰을 도는 과정 중 정은에게 물었다.
“풍류대가 언제쯤 온다고 했지?”
“장횡이 서두른다고 했으니 못해도 3일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정은의 대답. 그 말에 끄덕였다. 내가 전투에 참가할 시간은 3일 뒤여야 했다. 풍류대가 도착하고, 그들로 청빈단을 압박할 시간.
하지만 서영은 어떻게 할까?
그가 가진 정예병으로(2백) 청빈단을 소탕할까? 아니면 포위만 한 채 항복을 유도할까?
생각을 정리하며 어두운 숙영지를 순찰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노무자들. 피곤에 절어 잠든 모습. 경비병을 세우고, 주변을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꾸뻑꾸뻑 조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들을 혼쭐내고 순찰하다가 보니 숙영지의 밤은 깊어갔다.
별빛은 구름에 갇히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노무자들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깊게.
아주 어둡고 깊게.
그러다가 숙면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쾅!
천지를 흔드는 충격음. 그리고 번쩍이는 화광이 충천했다. 이어서 비명이 온 사방에 퍼졌다.
싸움이다. 치중대와 별개로 본대에서 싸움이 터졌다. 우리와 거리가 있지만, 잠시의 시간이면 전투가 가능한 거리였다. 거기다가 두려움에 떤 노무자들이 설레발을 쳤다.
“으아아악! 적이다! 적이야!”
“피해! 도망쳐야 한다고.”
“도적이다. 도적 떼가 몰려온다고.”
웅성웅성. 두려움에 부들거린 비명. 정말 형편없는 군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노무자들을 진정시키며 본대에서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쪽으로 다가서는 소수의 적병을 가리켜 명령했다.
“적이 온다. 방진을 꾸려!”
하지만 내 명령에도 불구하고 노무자들은 듣지 않았다. 그 결과 적들은 순식간에 다가오고
-서걱!
“크으악!”
-푹!
“으윽.”
한 번의 부딪침으로 불꽃이 튀고 노무자들의 머리는 하늘로 치솟고, 숫자도 많지 않은 적병이지만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아주 없이 없는.
열 명도 되지 않는 적병을 두고 백 명의 병사가 허둥거리는.
그걸 바라본 성의가 소리쳤다.
“그냥 도적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무예가 같습니다.”
“무예가?”
“말만 협객이 아니라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들입니다.”
성의의 말에 상대를 알았다.
그리고 성의, 정은을 내보내자 협객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결과 노무자의 혼란이 진정되고 그제야 통솔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살고 싶으면 방진을 꾸려! 수레와 마차로 벽을 세운다. 적을 상대할 방법은 그것뿐이야.”
노무자들이 움직였다. 적병에, 순식간에 당하는 걸 본 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명령에 따랐다.
짐 마차로 벽을 세우고, 수레를 교묘하게 배치해 미로처럼 함정을 팠다. 마치 성벽처럼, 수레는 옹성처럼 사용해 방어를 효과적으로 했다.
나는 짐마차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전황을 살폈다.
-콰아아앙!
커다란 화광이 충천한다. 서영의 본대는 포위된 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서영이 저렇게나 말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서영하면 동탁의 지장. 쉽게 질 사람이 아닌데, 상대와 상성이 좋지 못했다.
역시 서서란 말인가?
무예가를 이용한 공격은 효과적이고, 서영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특히나 어둠을 이용한 기습은 상당했다.
지휘도 없고, 방진도 부서지고,
무책의 지대라고 마음을 놓은 게 실책인지?
서영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거기다가 협객들의 싸움은 난전에 특화되어 서영이 버티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어렵겠어. 적병의 숫자도 많지 않은데.”
그 말에 성의가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숙영지 위치를 예상한 게 아니겠습니까?”
“미리 파악했다고?”
“홍등가 주인도 그렇고, 저잣거리 상인도 비슷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세작이 된 것 같습니다.”
“서서의 눈과 귀가 있었단 말이지.”
“이미 알았다면 준비했겠지요.”
“아무튼, 어렵게 됐어. 날이 밝아야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 같아.”
고개를 흔들었다. 어두운 밤을 이용한 기습은 효과적이고, 토벌대는 곤란에 빠졌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협객무리가 달려드는 게 보였다.
그것도 처음 몇몇이 아니라 20명에 가까운 숫자. 저들이 검을 뽑고 바람처럼 달렸다. 그에 반해 막아야 할 우리는 백여 명의 노무자.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 소리쳤다.
“준비해! 적병이 다가온다.”
“저들이 횃불을 들었어. 화공을 대비해!”
“창을 들어! 마차와 수레 사이의 빈 곳으로 파고든다.”
“그곳을 막아! 그곳만 막으면 절대 못 들어온다.”
효과적인 지시.
성벽을 쌓은 후 효율적으로 싸웠다.
이런 전투는 도적 떼와 수없이 했다.
-막아! 할 수 있어!
-와아아! 내가 한 놈 잡았다고.
-나도, 나도, 잡았다.
-마차와 수레 사이로 비집고 온 놈을 찔렀다고.
좋다. 되었다. 사기가 오른다. 막을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밀리는 곳은 성의, 정은을 보내 막았다.
푹! 푸북!
협객은 날랜 발로 덤볐고,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창촉은 저들의 폐부를 찔렀다.
하지만 그들 중 상급 무예가는 수레를 지려 밟고 안으로 난입.
그리고 학살을 자행했다.
“이놈들! 내 형제들을 죽이고도 살 줄 알았더냐!”
사자후가 터졌다. 이자는 다른 자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어쩌면 성의를 능가할 정도의 실력자.
나는 그를 지목했고, 성의가 붙었다. 하지만 밀린다. 그리고 정은까지 돕자 겨우 상대가 되었다.
나는 마차 위에서 맥궁을 꺼냈다.
잡아야 해.
여기서 밀리면 끝도 없어.
시위를 당겼다. 어깨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지금은 이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쏘자.
성의, 정은에게 붙잡혔던 녀석이 무너진다. 허리춤에 화살을 박고 성의가 휘두른 대도에 머리가 떨어졌다.
그렇게 수레를 넘어오는 상급 무예가를 잡아냈다.
하나 둘, 다섯,
높은 곳에서 쏜 화살과 성의, 정은의 포위 공격.
그리고 어두운 밤은 협객들의 연계를 끊었고 우리는 그들을 각개격파하듯 잡아냈다.
그러자 이들이 물러난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전황을 살폈다.
본진.
화공에 의해 활활활 타오르는 본진.
서영의 영채는 대낮같이 밝았고
낭패한 서영은 소리쳤다.
“방진! 방진! 그냥 버텨라!”
“날이 밝아야 반격이 가능하다.”
그 말에 살아남은 병졸은 방진을 꾸렸다.
서영이 방심했어.
하찮은 도적이란 생각에 방심하고 말았어.
안타까웠다. 그를 도울 수도 없고 그저 응원하는 것으로 힘을 보탰다.
“북을 쳐라! 우리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야 해!”
내 명령에 노무자들이 북을 쳤다.
둥! 둥! 두둥!
둥! 둥! 두둥!
그리고 이어진 함성.
-와아아아! 효기 교위의 군병은 건재하다!
-와아아아! 효기 교위는 적병을 물리쳤다!
-버텨라! 날이 밝으면 아군이 이길 것이다!
내 명령대로 노무자들은 서영을 응원했다. 그가 낙담하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