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97
97화. 군웅할거의 시작
감옥으로 내려가는 내내 주절거리는 마초의 말에 귀를 닫고 싶었다. 그럼에도 안 들을 수가 있나. 가끔 눈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했다.
다혈질.
모조리 갈아 마셔버리는 성격.
개쌍 마이웨이가 있다면 그건 이 형일 것이다. 지금은 기분이 좋아 허허거리지만, 전장에 나서면 한 마리 호랑이가 따로 없었다.
“형님, 왕방울은 그만 흔들고 조용히 내려가죠.”
“왜, 시끄러워?”
“네. 많이 거슬리네요.”
“그래? 평안이가 싫으면 그만해야지.”
왕방울을 흔들던 마초가
방울을 한쪽 구석에 툭 던져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지하 감옥은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깜깜함.
이런 곳에 대자로 누워 잠을 청하는 괴한.
놈은 쿨쿨거리며 잘도 잔다.
분명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시끄러운 방울 소리가 감옥 안에 퍼졌을 텐데?
괴한은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일부로 자는척하는 것인지?
작은 감옥 안에 누워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걸 바라본 마초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소리쳤다.
“야! 일어나!!”
그 말에도 꿈쩍 않는다. 마초의 목소리를 못 들을 게 아닐 텐데. 놈은 그대로였다.
“날 보라고. 너를 잡아온 사람이 나라고.”
분명 무시였다. 어쩌면 감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버티는 건지도 몰랐다. 도적이면 도적답게 죄를 청하고 살려달라고 빌어야 할 텐데. 이자는 그것이 없었다.
마초는 그 모습에 쇠창살을 탕탕 두들기며 소리쳤지만, 놈은 아무 말 없이 무시로 일관했다.
“아직 덜 힘든가 보지. 감옥 생활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맹기 형님.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봅니다. 돌아가시지요.”
“아니야. 놈이 고개만 돌리면 대화가 가능할 테야. 반란을 주도한 도적 주제에 얼마나 버티겠어.”
“형님. 임관을 원한다면 정중히 예의를 갖추는 게 옳습니다. 이런 식의 방문보다 다른 식으로 접근하시지요.”
“왜? 내가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걸 제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숙부님이나 부간 형님이 더 나을 겁니다. 그러니 상대를 모욕하지 마시고 정중히 청하시지요.”
“모욕은 무슨. 말도 섞지 못했는데.”
“그러니까요. 시작이 나쁘지 않을 때 망치지 말자고요.”
“장임 때문에 그래?!”
그 말에 상대가 움직였다. 그도 장임을 아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뿐.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초와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보다가 김이 빠졌다.
무시로 일관하는 상대와 무슨 말을 할까?
지금은 기다리는 게 답이었다.
놈이 익주에서 반란을 일으켰단 말이 있고, 실제로 그 정황이 수집되고 있어 무난하게 등용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내가 생각한 그가, 그가 맞는다면 말이다.
마초의 인재 등용(납치) 중에 이 사람만은 가능하다고 여겼다.
우리가 등을 돌렸을 때 상대가 부스럭거렸고, 그 소리를 듣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익주에서… 형주로 도망치는 것보다 서량에 터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잘 생각하시고 서량 자사 밑으로 들어오세요.”
“……”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분명 인기척을 느꼈는데 상대는 말하지 않았다.
분명 감녕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통성명을 못해 추측할 뿐.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익주로 떠나보낸 수하가(세작으로 이용하는 마가장 상인들) 서신을 보내올 테니 기다리면 되었다.
우리는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 자사 관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숙부의 큰 웃음을 들었다.
“하하하. 좋아. 아주 잘했어. 부간. 훌륭해! 아주 훌륭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손뼉을 두들기는 숙부가 칭찬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정청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숙부의 미소와 그 앞의 부간. 또한 처음 보는 자가 숙부께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문사복을 걸친 유생.
그리고 그 옆으로 마휴도 있어, 이들이 형주와 장강 이남을 다녀왔음을 알았다.
나는 마초를 쳐다보았고, 마초는 아쉬운 얼굴을 했다. 인재 등용에 성공한 부간과 아무것도 못 하고 돌아온 마휴, 그리고 사고만 친 마초와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부간은 멋들어지게 읍을 해 보이며 말했다. 그것에 숙부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잘했어. 언재(부간의 자) 자네가 해낼 줄 알았다니깐.”
“아버님.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사람을 소개하자면 능력 좋은 유생으로…”
부간은 젊은 유생을 앞으로 툭 밀며 말했다.
“감택, 인사하게. 내가 주군으로 모시는 서량 자사님이야.”
그 말에 후덕한 인상의 사내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처음 인사 올립니다. 감택闞澤이라 하옵고 자는 덕윤德潤이며 양주揚州 회계군會稽郡 출신입니다. 저 같은 미천한 자도 중용해주신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법도에 맞는 정중한 인사. 숙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딱, 언재(부간의 자) 같은 사람을 데려왔어.”
“고생했습니다. 장강 너머를 오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 그 먼 길을 다녀왔으니… 그래도 성과가 있어 다행이야.”
“근 두 달간 동고동락하며 어렵게 설득했습니다.”
“허어! 그렇게나 고생했어? 재주가 얼마나 좋기에?”
“재주는 다음이고, 진심이 중요하지요. 그걸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함께하겠습니까? 저는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맞는 말이야. 내가 언재에게 배우게 되네.”
숙부의 인정과 웃음.
칭찬을 받은 부간은 밝게 웃었고, 그 모습을 바라본 감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감택은 제대로 찾아왔구나.
이곳에서 청운의 꿈을 풀어보리란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나도 손뼉을 쳤다.
짝짝짝!
저거지. 저게 인재 등용이지.
부족한 맹기 형과 비교하면…
맹기 형, 제대로 좀 합시다.
힘으로 하려고 말고.
제발. 쫌. 알지요.
나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마초를 보았고, 마초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자기도 등용 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얼굴.
그리고 감택의 소개가 이어졌다.
“길가에 널린 게 촌부요. 그게 접니다. 그럼에도 학문을 배우기를 포기하지 않았지요.
집안이 가난해 책을 배서背書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배서한 책은 한 권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말에 숙부가 되물었다.
“배서한 책을 다 기억한다고?”
“작은 재주일 뿐입니다. 아무튼, 작은 재주가 소문이 되고 결국에 이 먼 서량에서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고생은 부간이 했지.”
“부간 공의 인품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의 재주 또한 남달라서 서량 자사님을 꼭 뵙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나를 보고 싶었다? 그래, 어떤가? 나란 사람이.”
“생각한 대로입니다. 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을 숭상하는 서량에, 제 삶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나는 말을 들을수록 이상하다고 여겼다.
학문을 숭상해? 숙부가 인자하고, 서량이 그런 곳인가?
오해다.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서량은 거친 곳인데. 감택은 학문을 숭상하는 그런 곳에 찾아온 줄 알았다.
물론, 무위와 금성이 눈부시게 발전하기는 했다. 우리의 힘은 한수를 찍어누를 정도가 되었고, 동탁과 맞상대는 어렵지만, 작은 군웅쯤은 상대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아무튼, 장강 이남에서 서량까지 천리길이니 아무것도 모른 채 감택은 찾아왔다. 그리고 그 과정도 훌륭했고.
숙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
숙부도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어서 부간이 눈으로 말하고 있자 미소로 응대했다.
“흠. 그렇지. 우리도 학문을 갈고닦는 걸 멈추지 않아.”
숙부는 헛기침했다. 그리고 감택의 눈을 피했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난 게 있는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감택. 그대와 학문을 겨룰 자가 많아. 우선 그대의 상관인 장기를 만나보라.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테야.”
“아, 그렇습니까? 부간 공이 몇 번 이야기했습니다. 기대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감택이 물러났다. 그리고 숙부도 헛기침을 멈추고 마휴를 바라보았다.
마휴는 그런 숙부의 표정에 예의를 갖추고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저도 부간 형님처럼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관, 병영, 이름난 사람들, 나름 명성이 출중한 사람이면 함께하기를 권하면 초정했습니다.”
“그랬는데?”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럼에도 기분 좋게 끄덕여주는 자도 있었습니다. 먼저 서성徐盛이란 자를 만났고, 다음이 능조淩操라는 자였습니다. 이들을 말로써 설득하려고 노력했고, 말이 안 되자 무예 대련으로 임관을 청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졌습니다. 모두에게 패배했습니다.”
마휴는 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축처진 어깨 너머로 마휴의 옆모습이 보였다.
퍼렇다. 퍼런 멍 자국이 남았다. 그 모습에 마초가 웃었다.
“하하하. 맞았구나. 우리 둘째가 두들겨 맞았어.”
마치 놀리듯 웃는 마초와 입술을 질끈 깨문 마휴의 표정.
“쯧쯧쯧. 나이가 몇 개데? 아직까지 맞고 다니냐. 이 형이 복수해줄까? 그놈들 거처가 어디냐? 내가 찾아가서 뭉개주마.”
“형님. 찾아가도 소용없습니다. 지나치다가 만난 자들이라 두 번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 그거 아쉽게 되었네. 거처를 알았다면 멱살을 붙잡았을 텐데. 그리고 마휴야. 이 형이 등용한 놈들을 만나볼래? 그들이 어디에 있냐면….”
미주알 고주알.
자랑하듯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걸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가관이 되었다.
특히나 숙부님은 혀를 찼고, 부간 형님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난국. 총체적 난국.
숙부는 크게 꾸짖고, 장임에 관해 조용히 해결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 형의 대답이라는 게. 나를 슬쩍 보고는 답했다.
“죄가 있는 놈입니다. 그냥 관원이 아니고요. 그러니 개과천선 시켜서 일하게 만들면 됩니다.”
와, 그 말을 이렇게 붙이나?
뻔뻔한 맹기 형이 웃으며 나를 보았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습니다.
형이 알아서 하십시오.
그리고 장임의 일은 마초와 부간, 그리고 장기의 일이 되어 조용히 처리되었다.
다른 말로 협상.
한미한 집안인 장임을 크게 중용한다는 보증과
유언과 협상.
하급 관료에 불과한 장임을 내달라는 사신이 몇 번이나 오가고
장임은 한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
그렇게 마등이 인재 영입을 위해 힘쓸 때, 장안에서 변고가 터졌다.
동탁의 양아들 여포가 왕윤과 결탁하여 동탁을 죽이고 장안을 점거했다. 그로 인해 현재 장안은 여포의 세력인 병주의 병사와 황실 구세력인 왕윤의 결집.
천자의 권위가 살아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천수를 지배하는 동탁의 사위 우보와 안정의 이각, 곽사가 분노해 장안으로 출병했다.
이에 한 번 더 천하는 요동쳤다.
동탁이라는 거대한 산이 무너지고 조용했던 천하가 다시금 피바다가 되었다.
제후들은 혼란한 틈에 군웅할거를 시작했다.
약한 상대로 보이면 먹고,
강하다고 싶으면 연합을 맺고,
눈치껏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힌다.
군웅 간의 전투는 끊임없었다.
그 피바람 속에 마등도 한 몫 거들었다.
동탁이 살아있을 때 불가침 조약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정을 장악한 왕윤의 토벌령이 연일 이어지고, 그걸 기회 삼아 남부 서량에 전쟁의 기운이 몰아쳤다.
-우보를 잡아, 천수를 장악할 수 있다.
-이각, 곽사를 잡아, 안정 땅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
북부 서량의 강자 마등의 군대가 움직였다. 조정에서 떨어진 토벌령을 붙잡고 기회라고 외쳤다.
첫 번째 목표는 천수.
한수 놈이 빼앗기 전에 먼저 차지해야 한다.
우보가 빠져나간 자리를 노려, 천수로 진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