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아아! 이것이 음식이라는 것이다(2)
바얀은 돼지처럼 인스턴트 카레밥을 먹어 치우는 동생 토야를 보며 한마디 했다.
“시스템 가이드를 이식한 게 아니라 시스템 거지를 이식받았냐? 그만 좀 먹어라!”
“응? 맘껏 먹어도 된다며?”
“이렇게 많이 처먹을 줄 몰랐지.”
“근데 오빠, 이거 안식처에서 나오는 음식 맞아? 나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시스템 가이드 같은 건 정말 없어도 돼. 어떻게 음식이 이럴 수 있지?”
바얀은 토야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자신도 그게 수수께끼다. 이 음식들은 대체 어디서 났을까.
독특한 향신료에 이 풍부한 단맛이라니!
물장수 경험이 있어서 안다. 소금은 채취가 가능하다. 바닷물이 언 얼음을 가져오는 경로가 있으니까.
하지만 설탕은 다르다. 설탕은 코헨 시의 공업 생산품. 가격도 매우 비싸고.
하지만 그 단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이런 깔끔한 단맛을 내지?
‘평범한 아저씨는 아니야.’
호기심은 접어 두기로 했다. 꼬치꼬치 캐물으면 그분이 귀찮아할지도 모르니까.
그저 열심히 그가 베푼 은혜에 보답하면 된다.
“다 먹고 청소하자.”
“또? 깨끗하기만 한데…….”
“우린 관리인이라고.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야지. 밥 먹은 값은 치러야지!”
“알았어.”
“그리고 방금 아저씨한테서 연락이 왔어. 손님이 오실지도 모른대.”
“헤, 청소는 내가 또 전문이지.”
띠리링.
순간 울리는 초인종 소리.
“오! 아저씨 오셨나… 음? 아니네.”
현관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난 두 사람.
‘아! 저 누님, 코퍼레이션 재무 이사셨지? 그런데 저 할아버지는 누구……? 헉!’
익히 알고 있던 얼굴이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처음 본다.
드라쿠스 미스틸, 저 사람이 손님이라고?
살면서 한번 보기도 힘든 사람이 이 집에 나타나다니!
‘역시 대단한 아저씨야.’
그런 아저씨의 집을 관리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바얀은 재빠르게 문을 열어 주며 꾸벅 인사했다.
“어, 어서 오세요.”
“안녕? 또 만났네. 동생은 이제 건강하… 어머?”
“네가 바얀이라는 아이구나. 난 드라쿠… 허!”
갑자기 탄성을 터뜨리는 일리나와 드라쿠스 미스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통해 스며드는 낯선 냄새 때문이었다.
“음…….”
“흠흠.”
일리나는 당혹스러웠다.
달큰한 향기에 저도 모르게 입안에 고이는 침.
대체 왜?
전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했던 생경한 경험.
밥을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드라쿠스 미스틸도 마찬가지 틀림없다. 이건 ‘음식’의 냄새였다. 진짜 음식 말이다.
꼬르륵.
위장이 저절로 움직인다.
꾸르륵, 꾸르륵!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식탐의 유전자가 활동을 시작했다. 어서 빨리 음식을 먹어 달라는 뱃속의 아우성.
바얀은 황당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입에 침이 고이다 못해 입가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또 한 명의 나이 지긋한 신사에게선 뱃속 꼬르륵 소리가 부끄럼도 없이 흘러나온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슬쩍 물었다.
“저 혹시 식사는 하셨어요?”
“하고 왔… 아니, 안 한 것 같군.”
“나도…….”
동생이 많이 먹긴 했지만 어차피 우노 아저씨에게서 받은 인스턴트 조리 음식들은 많이 남아 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손님이 오면 음식부터 먼저 대접하는 거라고 배웠다. 그것이 바얀의 조상인 초원 민족의 기본적인 예절.
‘아저씨도 이해하실 거야.’
손님들을 거실로 안내한 후 바얀은 인스턴트 음식 팩 상자의 끈을 잡아당겼다.
‘이건 제육 덮밥이라고 했지?’
슈우우욱.
그러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수증기.
상자 안에서 데워진 음식 봉지를 꺼내 밥과 잘 섞어 준 다음 스푼을 꽂아 주니.
푹!
일리나와 드라쿠스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허겁지겁 한입 후후, 불어 먹었다.
“음!”
“으흐흐!”
이 맛은 뭐지? 혀끝이 아려 온다. 혹시 매운맛이라는 그거? 혹시 기록된 역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그 잊힌 맛 같다.
매운맛만 있나? 뒤를 이어 따라오는 감칠맛과 단짠의 조화.
게다가 이 기막힌 식감의 재료는…….
“…고기?”
“고, 고기요? 그럼 사, 사람?”
“아니, 인육이 아니야. 곡류로 만든 인조 고기도 아니고.”
“그럼 진짜 고기란 말씀이세요? 어, 어떻게?”
드라쿠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시간이 어디 있나? 지금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입에 넣어야지.
미스틸 코퍼레이션의 수장, 중앙 도시의 지배자, 공식 석상에서도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물 중의 거물, 드라쿠스 미스틸이 맹렬한 기세로 제육 덮밥을 퍼먹고 있다.
방해하면 뭐라고 할 것 같다.
바얀과 토야는 그 이질적인 모습에 눈만 동그랗게 떴다.
하긴, 맛있는 음식 앞에서 지위고 나이고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한편,
쇼핑을 마친 운호는 지상에서 운행하는 자기 부상 레일 버스에 올랐다.
아직 제트 드론을 인수하지 못했다. 하늘을 나는 그 탈것은 보안 등급이 최상급에 다다른 일부 인사들만이 타고 다니는 것.
평범한 시민들은 이렇게 버스를 통해 움직인다.
대도시라고는 하지만 좁아서 금방 도착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소유로 등록된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운호.
‘이게 무슨 펜트하우스야?’
고작해야 60평이란다. 위아래층을 터서 2층으로 만들어 그렇단다.
나름 지구 최고의 부자였던 운호다. 물론 에론 대륙에서도 그랬고. 그래서 양 차원의 있는 그의 집은 꽤 넓고 좋은 편, 하지만 이곳 안식처는 조금 실망이다.
‘뭐, 오래오래 살 것도 아니고 잠깐 묶다 가기엔 쓸 만한 편이지.’
운호는 ID워치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이 벌써 와 있네?’
음식 냄새가 풍겨 온다.
아마도 바얀이 손님 대접을 하고 있겠지.
역시 영민한 놈이다. 알아서 착착하지 않나.
거실로 들어가자 보이는 광경.
운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겹겹이 쌓여 있는 인스턴트 발열 음식팩.
누가 빼앗아 먹을까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며 숟가락을 놀리는 두 사람.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며 구경하는 바얀과 토야.
한 사람은 코퍼레이션의 재무이사 일리나 미스틸이고, 한 사람은?
“아! 아저씨 오셨어요?”
“응, 그, 그래. 벌써 손님이 오셨네.”
우걱우걱,
“아, 음음, 죄, 죄송행용, 우리강 조금 잉찍 왔죵?”
“…….”
입에 든 건 다 먹고 말을 하지.
먹을 것에 환장한 모양, 그럼 다른 것도 대접해 줄까?
“식사 다 하시면 차라도. 스틱 커피 있는데 드실 분?”
커피? 커피라고!
드라쿠스 미스틸은 체면도 잊은 채 손을 번쩍 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일리나도 그를 따라 손을 들었다.
물부터 끓이자.
안식처에선 철저하게 물을 재활용한다.
물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미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용한 물은 건물 지하의 물 순환 시설로 들어가 정수 과정을 거친 후 바싹 마른 오물만이 밖으로 보내진다.
워낙 비싼 아파트라 그런지 수도꼭지에서 정수된 물이 콸콸 잘 나왔다.
그 물을 끓여 컵 다섯 개에 각각 따른 후 봉지 커피를 하나씩 넣어 준다.
스푼으로 잘 저으니 거실 안을 가득 채우는 인스턴트 스틱 커피의 구수한 향기.
모두 기대감으로 가득 찬 눈빛.
한 잔씩 나눠 주니,
후후, 호르륵!
“아!”
“허어!”
“와! 달다!”
“오빠, 맛있어요.”
“나 아저씨라고!”
감탄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특히 드라쿠스 미스틸이라는 코퍼레이션 수장의 반응은 남달랐다.
주르륵,
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방울. 이게 진짜 커피다.
“하… 죄송하오. 내가 추태를 부렸소이다.”
왠지 측은한 마음.
음식 맛은 알고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그럼에도 끔찍한 음식만 먹고 살았으니.
바얀과 토야는 2층으로 보내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 후 운호는 나머지 마나 골드 금괴 아홉 개를 모두 꺼냈다.
“원래는 팔려고 했지만 이것들은 제가 기증하는 걸로 하죠.”
“…네?”
“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운호의 행동에 놀랐다는 표정.
금괴 아홉 개가 돈이 얼만가? 시스템 가이드를 무려 18,000개 만들 수 있는 양.
그런데 이걸 그냥 기증한다고?
드라쿠스의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향해 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염치 불고하고 여쭙겠습니다. 혹시 이 마나 골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신지?”
“기간은 정할 순 없지만 이것보다는 훨씬 많은 양을 가져올 순 있죠.”
가져와?
드라쿠스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혹시 차원을 넘나드시는 거래자십니까?”
“음?”
이번엔 운호가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음, 그렇다고 해 두죠. …아니, 맞습니다.”
“허허허, 그랬군요. 역시 그랬어!”
지구나 에론 대륙이라면 모를까, 이 좁은 안식처에서 가능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캐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숨겨진 걸 찾았다고 하는 것도 우습고,
그럼 그냥 속 시원하게 밝혀 버리는 것이 낫지.
“이 음식과 커피도 ‘가지고’ 오신 겁니까?”
“네.”
순간!
갑자기 드라쿠스 미스틸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운호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도와주십시오.”
“어…….”
“그리해 주시면 지금까지 제가 이룩한 모든 것들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뭐든 말씀만 해 주시길.”
백발의 노신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후우.’
운호는 이 노신사의 부탁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 준 행동만 봐도 알지.
그 절절한 소망이 전해졌다.
글리제 멸망은 이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들도 인간,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 작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도와드리죠. 제 힘이 닿는 한…….”
운호는 믿음직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하여 글리제 안식처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식량 원조 계획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에론 대륙으로 돌아가서.’
망한 차원의 글리제의 원조 계획은 에론 대륙에서 시작한다.
글리제와 에론은 관세가 적용되지 않으니까.
* * *
지금은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로산트 제국 원로원 의장 트루시에 공작은 반제국 동맹의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광휘의 허락이 떨어졌소. 천둥 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기를 내리실 것이오.”
“오! 드디어!”
“본격적인 응징을 내릴 시간입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귀족들.
그들에게 롤랑 황제는 그야말로 철천지원수다.
귀족이라는 계급을 없애고 평민들의 세상을 만든다?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발상인가!
긍지 높은 귀족의 상징인 기사단을 궁지로 몰아넣고 평민들로만 구성한 무력 부대를 양성할 때 이미 눈치챘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고.
“이제 혁명이오.”
“자유? 비루한 무지렁이들이 그걸 어떻게 감당한다고, 쯧쯧.”
“전쟁이 끝나면 고결한 신분이 지배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다시 살아날 것이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후 귀족들은 변방에 숨어 혹시라도 황제의 보복이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말로는 보복을 천명했지만 황제가 직접 양성한 천둥 무기 부대는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황제의 보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저 이상한 탈것이 오고 가는 철길을 건설하는 데 열중할 뿐.
이건 명백한 무시였다.
네깟 놈들은 언제라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황제의 자신감.
귀족들은 그것이 더 치욕이었다.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판금으로 전신을 무장하고 기마에 올라탄 후 랜스 돌격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기사들의 시대는 끝났다.
그럼 천둥엔 천둥으로 맞서야지.
더 강한 천둥으로 말이다.
* * *
마침내 기다리던 최신형 제트 드론 세 대가 배달되었다.
운전 교본을 슬롯에 끼우니 10분 만에 베테랑 운전사의 경지에 오른 운호, 드론을 타고 자신이 이곳으로 올 때 왔던 차원 게이트에 도착했다.
땅속에 숨겨져 있어 아무도 모르는 곳, 설령 안다고 해도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운호 말고는 없다.
‘그래도 숨겨야지.’
환영 마법과 왜곡 마법을 펼쳐 입구를 숨긴 후 운호는 마침내 에론 대륙으로 통하는 이중 던전의 게이트를 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리는 차원 기여도 메시지.
[마침내 로산트 제국의 수도 리들쓰론과 베일 왕국의 수도 바인 시를 연결하는 철도 구간이 완공되었습니다.] [차원 기여도 1,000,000pt을 획득하셨습니다.] [에론 대륙 역사상 첫 열차의 상업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차원 기여도 1,000,000pt을 획득하셨습니다.] [리들쓰론에서 세 번째 찜질방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차원 기여도 30,000pt을 획득하셨습니다.]…….
‘정말 추진력 하나는…….’
마법과 드워프 기술력의 결합은 얼마나 놀라운가!
묵히고 묵혔던 메시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머리가 아플 지경.
그래도 기분은 좋다.
기여도 점수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