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언제나 그렇듯 커다란 업적엔 반드시 보상이 뒤따른다.
[사라진 세계수를 복원하셨습니다. 잊힌 정령들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가속화됩니다.] [세계수와 정령 덕분에 엘프들은 멸족의 위기에서 벗어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이뤄 낼 것입니다.] [보상으로 차원 기여도 100,000,000pt를 획득하셨습니다.]‘역시.’
1억 포인트라는 어마어마한 차원 기여도 점수를 받았음에도 무덤덤한 운호.
소멸될 뻔한 종족을 구원했다.
이게 보통 일인가? 받을 자격 충분하지.
‘이걸 가지고 뭐하나?’
그런 운호에게 침을 질질 흘리며 정령들을 관찰하는 블랙 드래곤 퍼미셀카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도 세계수 재현에 공이 있었다.
‘1억 포인트면 드래곤에게도 차원 이동 자격을 부여할 수 있겠네. 하지만…….’
드래곤을 사절단으로 선정하기 위해 1억 포인트나 쓴다고?
안될 말이다.
‘이득도 없고.’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사절단 선정, 드래곤에게 1억이나 책정된 이유가 뭘까? 정지훈은 1만 포인트면 가능한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위험도 수치를 산정한 거겠지.’
지훈이 정도야 타 차원에서 사고를 친들 얼마나 치겠나? 쳐 봐야 영향도 없고.
그러나 드래곤이라면?
날갯짓 한 번으로도 차원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만한 힘을 가진 존재, 그런 그를 지구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일단 보류하자.’
기여도 점수는 쓸데가 많다.
1억 포인트지만 보따리 몇 번 싸다 보면 금방 사라질 점수.
그래서 당분간 숨기기로 했다.
아무튼 운호가 일으킨 이적은 에론 대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새로운 숲.
세계수의 영향으로 인해 땅 밑에 잠들어 있던 온갖 종류의 식물 씨앗이 한꺼번에 발아를 시작했다.
동시에 점점 넓어지는 숲, 아직 대수림보다야 못하지만 언젠간 그 못지않은 울창한 숲으로 변모할 것이다.
블랙 드래곤 퍼미셀카사는 거의 까무러칠 지경, 설마설마했다.
왜냐고?
정령들이 돌아왔지 않나!
그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신탁자… 이전의 그들과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냥 다른 수준을 뛰어넘었구나.’
그로 말미암아 결국 에론 대륙에 정령이 다시 출현했다.
대체 얼마 만이지? 7백 년? 아마도 그 정도 되었을 것이다. 정체의 저주가 시작된 시점이 그즈음이었으니까.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다시 찾으려면 매우 어렵다. 세계수와 정령이 바로 그렇다.
정령의 차원은 일반적인 시공간이 적용되지 않는 인외의 세상, 정령이 아닌 타 생명체가 그곳을 방문하게 되면 기존에 걸려 있던 시공간의 법칙이 뒤죽박죽되어 버린다.
그래서 아무리 이계를 넘나드는 신탁자라고 한들 그곳에 방문하는 것은 말도 못하게 위험하다. 방문이 안 되니 연결도 안 되지.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
세계수의 나뭇가지에서 열매가 열린다. 정령의 열매. 가장 기본적인 4대 원소의 정령들이 먼저 엘프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에론 대륙에 방문했다.
클라벤은 아직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퍼미셀카사에게서 세계수가 재현된 일련의 상황을 듣고 난 후 그와 엘프들은 운호에게 머리 숙여 감사했다.
“당신은 구원자십니다. 앞으로 우리 일족은 당신이 하는 일이라면 목숨이라도 바쳐서 돕겠나이다. 이건 절대 변하지 않을 저희의 언약일지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꺼번에 운호 앞에서 무릎을 꿇는 클라벤과 엘프들.
조금 머쓱하다.
하긴, 고작 접붙이기 세 번으로 정령이 나타날 줄 그 또한 몰랐다.
운호도 정령들이 신기하긴 마찬가지.
유령인가? 혼령? 별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이름에 영(靈)자가 붙었으니 어찌 보면 같이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터.
그러나 이들은 귀기(鬼氣)나 음기(陰氣) 대신 정기와 영기를 가득 품은 존재들.
바람의 정령 실프, 물의 정령 운디네, 불의 정령 샐러맨더, 땅의 정령 노움.
엘프들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정령들과 계약을 맺으며 서로 소통하며 치유 받고 있었다.
생기 넘치는 그들의 미소.
운호마저도 정령들에게 절로 호감이 간다. 계약할 수만 있다면 계약하고 싶다.
“나도 계약이 가능할까?”
그러자.
“…….”
계약은커녕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
클라벤이 정말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운호를 위로했다.
“워, 원래 정령 친화력이라는 것이 거의 엘프들 위주로…….”
“됐어요.”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구원자님도 그리 못생긴 외모는 아니십…….”
“그만요.”
못생겼다는 말을 연타로 들은 운호, 솔직히 빠지는 얼굴이 아니라고 자부해 왔는데.
그러나 그도 알고 있다. 엘프들과 옆에 있는 순간 말린 오징어로 전락해 버린 자신의 면상을 말이다.
물론 설마 정령들이 외모로 계약의 가부를 결정하겠냐만은…….
‘후우.’
이제야 한숨 돌린 운호는 저 멀리 대수림 지역과 이쪽에 새로 생겨나는 숲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제국 전체로 보면 남부의 끝자락에 있는 지역.
광휘가 지배하는 대수림의 지형은 아주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산맥을 넘으면 바로 바다고, 더군다나 딱 한쪽 뚫려 있는 방향은 운호가 새로 조성한 세계수의 숲으로 막혀 있어 고립된 지역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새로운 세계수의 영역은 제국의 남부 대평원과 맞닿아 있다.
‘엄청난 땅이야. 농사짓기 그저 그만인데?’
제국이 잠시 빼앗겼던 남부 대평원, 저 거대한 풍요의 벌판을 바라보니 살짝 욕심이 생긴다.
‘특수 던전 유전을 둘러싸고 새로운 공업 도시를 건설할까 했는데…….’
여기도 괜찮은 입지다.
사실 식량 때문에 문제였다. 이곳이 아니라 글리제 차원에서.
여전히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안식처, 운호는 에론에서 식량을 가져다가 그곳에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 에론 대륙도 식량이 남아돌진 않는다. 게다가 흉년이라도 닥치게 되면 큰일, 안식처 사람들 먹이자고 에론 대륙의 것을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
‘지구의 농업 기술을 접목시켜 농업 혁명을 이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포인트도 남아돌고, 또 투자한 만큼 배가되어 돌아오는 것이 차원 기여도 점수.
청사진을 그려 보자.
데지온 왕국엔 공업 도시, 제국 남부엔 농업 도시.
‘미오 론티아가 공업 도시를 맡아 주면 되겠고.’
이곳은 지구에서 선진화된 농업 기술과 기계들을 들여와 곡창 지대를 건설한다.
더구나 정령들도 다시 돌아왔지 않나!
엘프들의 협조를 얻어 정령의 힘을 이용한다면?
4대 원소의 정령, 이건 마치 단군 신화와 닮았다.
환웅이 농업을 상징하는 신하인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의 인간을 다스렸다.
물의 정령 운디네와 바람의 정령 실프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줄 터, 게다가 땅의 정령 노움도 농토를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을 줄 테고.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있던 생각이 말로 튀어나왔다.
“그냥 도시를 두 개 건설해 버릴까?”
“제발 그렇게 해 주게.”
“그럴까요? 그럼… 아씨, 깜짝이야!”
뒤돌아보니 간절한 표정으로 운호를 바라보고 있는 롤랑 황제와 그림워커.
“여긴 어떻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서 왔지. 동시에 보고가 올라왔어. 하루아침에 못 보던 나무가 솟아났다고. 하도 높아서 남부 지역 세 개 영지에서 동시에 관측이 가능하다더군.”
“아하.”
“아무튼 하던 얘기 계속하지. 여기다 도시를 건설하고 싶다고?”
“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얼마나 필요한가? 남부 지역 대평원 전체를 넘겨줄 용의도 있네.”
“아뇨,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리제 안식처에 식량을 공급할 정도면 충분하다.
“노동력도 문제없어. 알다시피 남부 지역 토벌전으로 유민들이 많이 발생해서 그들을 정착시킬 곳이…….”
“잘됐네요. 사실 공업 도시가 아니라 농업을 위주로 한 도시를 건설할 예정이거든요.”
“응?”
“그리고 도시는 제국이 관리해 주세요.”
살짝 실망한 듯한 롤랑 황제.
공업이 아니라 농업이라. 이왕이면 공업 도시가 좋지.
“대신 제가 최대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시는지 모르지만 농업도 알고 보면 공업 못지않게 최첨단 과학 산업입니다.”
“최, 최첨단 과학?”
솔깃한 롤랑 황제의 표정.
“제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죠. 농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합니다.”
“오!”
결정했다.
발전된 농업 기술로 생산력을 극대화해서 증산된 식량으로 글리제를 지원한다.
그곳이 정상화될 때까지 말이다.
‘사절단 몇 명 데리고 가서 농업 기술을 배우게 해야겠네. 누가 좋을까?’
포인트도 넘친다.
뭐든 들어갈 수 있는 아공간도 있다.
즉, 트랙터나 경운기 수백 대를 넣어 가지고 와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
또한 에론 대륙의 석유 화학 공업이 본격화되면 화학 비료도 생산할 수 있을 테고.
“그럼 그렇게 결정한 걸로 하고 일단 철도부터 깔죠.”
“즉시 시행하지.”
“이미 거의 건설이 완료된 상태요. 조금 더 깔고 역을 만들면 될 것이오.”
“도시 부지부터 선정해야죠. 수원지가 있는 곳을.”
“평원 중앙에 큰 강도 흐르고 제법 큰 지류도 많으니 장소 선정엔 무리가 없을 것 같소.”
안건이 제시되니 한바탕 토의가 불같이 일어났다.
“좋네요. 그럼 전 일단 지구에 가서 준비부터 해 두고…….”
그러자 퍼미셀카사가 말했다.
“조심해서 갔다 오시게. 난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거네. 어차피 따라가지도 못하는데.”
“…언젠가는 같이 갈 날이 오겠죠?”
“신경 쓰지 말게. 내 본분을 지켜야 하니 지금으로선 이곳이 내겐 가장 중요한 곳이야.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세계수지만 아직 영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 나무라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네.”
“그럼 갔다 오면 연락할게요. ID 워치 사용법은 아시죠?”
“껄껄껄, 당연히 알지.”
그러면서 손목에 찬 메탈 재질의 워치를 들어 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걸 본 롤랑 황제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ID 워치? 저, 저건?”
“으흠, 시계죠. 신분증 역할도 하고 전화도 되고.”
“전화? 전화라니?”
“일종의 통신수정구 같은 건데… 보여드리죠.”
운호를 워치를 조작해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띠링, 띠링, 띠링.
“전화 왔다!”
반색하며 손목을 들고 워치를 터치하는 퍼미셀카사.
“흠흠, 날세! 자넨 어딘가?”
“여기 있잖아요.”
“헐헐, 그렇군.”
운호는 계속 설명했다.
“여길 누르면 화상 통화도 가능하고.”
스르릇!
팟!
“전화를 받지 못하면 메시지도 남길 수 있어요.”
“오오오!”
“좋군. 쌍으로 연결한 통신 수정구를 작게 축소했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림워커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저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폐하, 제가 만들어 드릴까요?”
“됐네. 신기하긴 해도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도 아닌 듯하니 가까이 있으면 그냥 직접 대화로 하면 되고.”
“…흠. 맞는 말씀이옵니다.”
반응이 신통찮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워치를 통한다 해도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하는 데야…….
그러나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바로잡아 줘야 한다. 지구에도 없는 귀한 물건이다. 오해받으면 ID 워치가 기분이 나쁘지.
“만약 거리 제한이 없다면요?”
“응?”
“이걸 가지고 대륙 반대편, 즉 바리안 왕국에서 로산트 제국의 황성까지 대화가 가능하다면요? 물론 화상 통화까지 포함해서요.”
첨엔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있다가 곧 웃음을 터뜨리는 롤랑과 그림워커.
“껄껄껄, 농담도 지나치시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무리 마법 아티팩트라도 한계가 있지. 기껏해야 도시 안에서도…….”
순간!
그림워커는 말을 멈췄다. 정색하는 운호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진심이시군.”
“네.”
“허!”
“마, 맙소사!”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은 에론 대륙에 뜬 위성이 하나뿐이지만 글리제 차원에서 통신용 위성 드론 몇 개만 더 가지고 오면 전 대륙을 커버하고도 남을 터.
과거 광휘 또한 태블릿으로 그와 비슷한 일들을 해 왔었다.
‘가만! …이거 이럴 게 아니라.’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교통 혁명은 완수, 농업 혁명은 곧 예정, 거기에 통신 혁명을 추가한다?
‘ID 워치는 안식처에서 만들어 가져올 테니 관세도 들지 않고.’
안식처에서도 좋은 일이지.
식량을 그냥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서 정당하게 거래하는 것.
에론은 식량을, 안식처는 ID 워치와 위성을.
‘그럼 폰팔이나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