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30
30화 백작 부인의 유혹 (2)
다른 세력들이 신탁자 운호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미오 론티아의 불안은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움직이고 있었고.
-아직 안 나왔어?
-그래, 납치 대상자 현 위치 앙트 마탑, 일단 기다려.
-어떻게 할까? 거리에서? 아님 집에서?
-거리는 안 되지. 조심해야 해. 납치할 대상이 마검사라는 소문이 있어.
-마검사? 어정쩡한 능력 가지고 뭘 한다고. 수면 마법 스크롤도 준비되어 있고 마약, 독약, 다양하게 준비해 왔으니 걱정 말라고. 아무튼 집에서 실행해?
-응, 오늘 끝내야 해. 왕궁에서도 근위 기사단 출발했다고 첩보가 들어왔어. 엘리아 공주와 함께. 이때 아니면 기회가 없어. 지원조 10명은 지금 바로 준비 작업 들어가고 납치 실행 조 5명은 잠이나 푹 자 두라고 일러.
-하여간 마탑 새끼들,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원하는 게 있으면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든지 할 것이지 왜 우리를 끌어들여 가지고.
-뭐, 그 덕에 우리는 돈도 벌고, 그런 거지.
* * *
새로 온 샤파이어 마탑 지탑주 미오 론티아를 끝으로 가지고 왔던 백작 부인의 유혹 상(上) 세 권은 다 뿌렸다. 남은 건 하(下) 세 권.
하지만 운호는 아직 마탑에 볼일이 남았다.
“아공간 가방이요?”
“네, 되도록이면 장신구 형태로 된 거.”
그러자 또다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아 대며 딴청을 피우는 미오.
“그거 비싼데…….”
“저 돈 많습니다.”
“아무나 못 사는데…….”
“제가 아무나인가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대체 뭐가 문젭니까?”
신임 지탑주 미오 론티아가 이렇게 밍기적대는 이유를 운호도 안다.
용던에 가서 하나 가져와 달라는 거겠지. 생각해 보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뭐 힘든 일이라고.
게다가 예전부터 쭉 존재해 왔던 던전, 신탁자도 운호가 처음이 아니니 그전에도 아이템을 가져와 연구해 왔을 것이다.
용던 같은 던전이 왜 있을까?
차원의 성장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마법사들인데.
하지만 마법사들도 존재 이유가 있다. 그들이 만약 해악만 끼치는 말종이었다면 신도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을 터. 에론 대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나름 역할을 가진 자들.
만약 지구에서 미친 과학자들이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라! 그들을 깡그리 죽여 버리나? ‘과학을 해체하겠습니다.’ 이렇게 해?
아니다. 나쁜 놈만 골라 처리하면 그만이다.
“스승님께서 신탁자님에게 서운함 없이 잘 대접하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오고 가는 게 있어야…….”
“본체, 가져다 드리죠.”
“어머! 저, 정말요?”
반짝반짝 빛나는 미오 론티아의 눈빛.
“당장은 그렇고, 따로 약속을 잡죠.”
“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참! 뭐가 필요하시다고 했죠? 어디 보자, 마검사가 되실 거라고 했죠?”
“네.”
희희낙락한 미오의 표정. 그야말로 간이라도 빼 줄 기세.
“그럼 3클래스까지 마법서가 필요하시겠네요. 좋아요. 싸게 넘겨 드리죠. 일루 오세요. 제가 지탑주 권한으로 앙트 시 사파이어 마탑 보물 창고를 개방해 드릴게요.”
“오! 보물 창고! 좋죠.”
가려운 곳을 긁어 주니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이참에 쇼핑이나 하자. 무려 마탑의 물건들이다. 돈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막사는 그런 물건들이 아니다.
‘마법서도 사고, 아공간 가방에다가 아티팩트도 사야지.’
* * *
카렌은 지금 급해서 미칠 지경. 오줌이 마려운 건 아니다. 단지 다음 내용이 미치도록 마렵다.
급기야 운호가 기거하는 저택 내실 문을 무지막지하게 열어젖히는 카렌.
쾅!
“우노니임!!”
없다. 어디 갔지?
“다음 편! 다음 편 어디 갔냐고요?”
저택을 샅샅이 뒤져 운호가 없다는 걸 확인한 카렌은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눈썹이 휘날리게 달렸다.
광기 어린 그녀의 다음 목적지는 골드리안 상단 본부. 역시 상단주 집무실을 힘차게 박차고 들어가는 카렌.
쾅!
“까, 깜짝이야! 카렌? 왜 갑자기…….”
흠칫 놀라는 윌리엄, 카렌의 눈빛이 변했다. 그가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크처럼 돌진해서 윌리엄의 손에 든 책을 빼앗았다.
“어이쿠!”
카렌은 책의 겉표지를 확인하더니 이내 실망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이것도 상권이네.”
“카렌! 지금 뭐하는 짓인가? 노크도 하지 않고 뛰어들어와서!”
“사, 상단주님! 우노, 우노 님은?”
“무슨……?”
“다음 편을 찾아야 해요. 그거 찾지 못하면 저 말라 죽어요.”
“아!”
이제야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겠다는 윌리엄. 그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던 무례한 짓을 저지른 카렌이지만 윌리엄은 이해가 간다. 그럴 만하다.
사실 그도 찾고 있던 참이다. 왜냐하면 읽고 있던 백작 부인의 유혹 상권이 이제 몇 장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이슨에게 듣기론 상업 지구 쪽으로 갔다던데…….”
“상업 지구!!”
휘리릭!
스팟!
순식간에 사라지는 카렌, 물론 간다는 인사도 없었다.
“허참! 쯧쯧쯧.”
윌리엄은 이상하게도 화는 나지 않았다.
무례한 그녀였지만 그것 때문에 더 큰 확신이 생겼다. 평소 똑똑하고 눈치도 있고 그래서 선을 지킬 줄 아는 카렌. 그런데 고작 책 한 권 때문에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건 되는 물건이야.’
윌리엄은 조용히 용병 대장 메이슨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저택에 있다가 우노 님 돌아오시면 바로 내게 연락해 주게.”
“알겠습니다.”
* * *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보람차게 오전 일과를 마친 운호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쇼핑한 물건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아공간 아티팩트. 팔찌 형태로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골드리안 상단주 윌리엄에게 받은 아공간 가방보다 공간 확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원래 지구로 가져가는 아공간 가방의 관세는 1,500pt, 그러나 이 팔찌는 그보다 더 비싸다.
[아공간 팔찌 2,570pt]하긴, 가격이 얼만데. 무려 12만골드, 지구 돈으로 굳이 따지면 백억이 넘는 물건.
만년필과 본도자기 판매 이익으로 받은 돈 절반을 아공간 아티팩트 구매 비용으로 썼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만큼 굉장한 물건이니까.
한 번 관세 결제해 놓으면 중복 결제하지 않아도 되고.
[현재 사용 가능 점수 11,303pt.]이곳에 올 때 6천여 점 정도였던 차원 기여도 점수가 1만 점을 훌쩍 넘어 버렸다. 본도자기로 인해 쌓여 있던 차원 기여도 점수가 보태져 그렇다.
무서운 사실은 아직 한지 제작 레시피도 전달해 주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전파하기 시작하면 또 얼마나 많은 차원 기여도 점수가 들어올까?
‘이 정도면 아공간 팔찌 결제해도 한참 남는구나.’
하지만 아껴야 한다. 1만 점이라도 금방 나갈 것이다
장비도 가져가야 하고, 활력 반지 광맥 탐색 스크롤에, 여러 가지 아티팩트에…….
‘한참 모자라.’
포인트가 좀 남으면 4클래스로 레벨 업하고 싶었지만.
[4클래스 돌파까지 차원 기여도 점수 5,000pt가 필요합니다.]‘이건 아니지.’
당분간 4클래스 돌파는 무리겠다.
아무리 포인트가 넘쳐 나도 아낄 건 아껴야 한다.
‘현 상태는?’
[사용자 정운호] [홀리 마인드 오러: 16/20] [디바인 소울스피어: 12/20] [트윙클 체술: 13/20] [마법: 3클래스]마법을 제외하고 제법 올랐다. 밤마다 심상 수련은 계속되어도 실력이 나날이 높아져 전처럼 괴롭지는 않다. 오러가 20등급에 도달하면 마스터가 되레 나?
자, 이제 쇼핑해 온 물건을 정리해 보자.
제일 먼저 스펠 세이브!
경험해 보니 전투 상황에서 즉시 시전 마법은 승패를 좌우하는 막강한 에이스 카드였다.
실드 하나가 총알 몇 발 막아 준다.
운호가 가지고 있던 스펠 세이브는 하급 수정구 형태, 메모라이즈 가능한 주문의 개수도 겨우 다섯 개. 휴대도 어렵고 메모라이즈로 저장하는 마법도 매우 적다.
하지만 새로 사 온 최고급 스펠 세이브는 팔뚝에 착용하는 완갑 형태로 되어 있어 휴대도 편리할뿐더러 무려 30개의 마법 주문을 메모라이즈 할 수 있었다.
원래 전투 마법사들을 위해 만든 스펠 세이브란다.
오른팔엔 스펠 세이브, 왼팔엔 아공간 팔찌.
‘실드 주문만 한 20개 저장해 두자. 그러면 적어도 죽을 일은 없겠지?’
현질의 끝판왕, 정운호.
그다음으로 지구에 가져갈 보따리.
기간 한정 활력의 반지는 마탑에 주문해 놓았고, 무기와 장비는 앙트 시에서 가장 큰 대장간에 의뢰를 해 두었으니 다 완성되면 사람을 시켜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참! 광맥 탐색 스크롤도 사가야지.’
철 광맥 밖에 탐지 못하는 하급은 제외, 구리와 주석을 찾을 수 있는 중급 스크롤만 사서 가자.
마지막으로 마법서.
1클래스에서 3클래스까지 마법서를 모아 놓으니 20권에 육박한다.
‘이걸 다 실제로 읽는다고 하면 아마 미쳐 버리겠지?’
차라리 마법사 안 하고 만다.
[3클래스 파이어 볼 마법을 가이드 슬롯에 장착하시겠습니까?]“장착!”
[3클래스 파이어 볼 마법이 가이드 슬롯에 장착됩니다.]이렇게 간편한데!
마법사 생활, 너무 편하게 하는 거 아니야?
뭐, 에론 대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에서 파견 나오신 귀한 사람인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
하나씩 슬롯에 장착할 때마다 마법서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슬롯은 100개나 되고, 꼽기만 하면 된다.
환상적인 가이드 기능. 뿐인가? 상황에 적절한 마법을 지정해 주고, 자동 발동하기도 한다.
든든하다.
현질과 레벨업으로 강해졌다 싶으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행동을 할까?
컴퓨터, 모바일 게임과 똑같다.
‘시간 내서 필드 사냥이나 가 보자. 맨날 꿈에서 싸우는 건 별 재미가 없잖아. 가서 결정석도 몇 개 모아 오고.’
이참에 결정석도 지구에 가져가 보는 게 좋겠다. 지구에서 채취되는 던전 결정석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진짜 결정석’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벌컥.
노크도 없이 열리는 문.
“우노 님!”
“어? 상단주님, 갑자기 무슨 일로……. 사고라도 났습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만……. 염치 불고하고 바로 여쭙겠습니다. 이 책! 대량으로 찍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아하! 뭔지 알겠다.
한 손엔 백작 부인의 유혹을 들고 있는 윌리엄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
책을 읽어 보긴 했나 보다. 하긴! 음유 시인의 고리타분한 신화, 또는 서사시가 자극적인 막장 소설과 비교가 되나?
운호는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네? 어, 어떻게…….”
“종이만 생산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대량으로, 생산 단가도 매우 싸게.”
“아! 그, 그렇죠.”
“그리고 목판으로 인쇄해서 찍어 대면… 아! 물론 전체적인 품질은 떨어지겠죠.”
“괜찮습니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거니까요.”
역시 일가를 이룬 상인답게 똑똑하네.
윌리엄은 현재 매우 흥분했다.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그럼 조, 종이 제작하는 바, 바, 방법을 아, 알려 주시겠습니까?”
“준비는 해 왔습니다.”
“오! 오오오오!”
“사람이 더 필요하겠네요.”
“지금 당장 모집 공고를 내겠습니다.”
“그런데 잘 팔릴까요?”
그 순간!
쾅!
윌리엄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방으로 밀고 들어오는 카렌.
“우, 우노 님!! 헉, 헉!”
“아니, 카렌 누님은 왜 또……?”
“다음 편!”
“네?”
“제발, 다음 편 달라고요. 우노 님! 백작 부인의 유혹 다음 편!!”
눈에 핏발이 서 있다. 주지 않으면 큰일 날 거 같다.
그래서 아공간에서 백작 부인의 유혹 하권을 꺼냈다.
그러자.
휙!
덥석.
파바밧!
나비처럼 날아와 벌처럼 책을 낚아채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카렌.
“…잘 팔릴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윌리엄도 주뼛거리며 말했다.
“저.”
“네?”
“저도 다음 편을…….”
“아, 네. 여기.”
출판 라인만 완성되면 판매 부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