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60
60화 피의 불벼락을 내리자!
운호의 상봉동 저택을 습격한 헌터들은 일본 자위대 소속이었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에 대한 공세를 최고 수위로 격상시켰고, 일본도 자작극이라며 맞받아쳤다. 정말이지 탄로 날 때마다 꺼내 드는 일본의 자작극 주장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
운호와 대영 길드는 공개적으로 복수를 천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로널드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 보좌관에게 말했다.
“결국 일본이 일을 저질렀군.”
“예상했던 일입니다.”
“단속은 하고 있겠지?”
“네, 어차피 우리 미국의 허락 없이는 둘이 전쟁 못합니다. 결국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고요.”
“그거야 당연하지만 자네 생각은 어떤가? 복수를 선언했지 않나. 미스터 정이 움직일까?”
“무슨 수로요? 대영 길드 헌터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쳐들어갈 것도 아니고.”
안보 보좌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본 결정석 무기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일개 헌터가… 글쎄요. 일본 땅에 발을 들인 순간 죽었다고 봐야죠.”
“몰래 숨어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이번 자위대 헌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딱 그 정도죠. 미스터 정도 자위대 헌터들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가면 죽습니다. 아니면 잡혀서 고문당하든지.”
“그래? 뭐, 그럼 그때 우리가 나서면 되겠군.”
로널드 대통령도 동의했다. 설사 정운호가 세계 최강의 헌터라 하더라도 개인은 국가를 이길 수 없다. 절대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상시적인 감시는 계속하도록 해. 도움을 요청하면 아낌없이 지원하고.”
“네.”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정운호는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이가 좋다고 해야지.
서둘러 그를 미국인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아쉬운 티를 먼저 내면 그에게 줘야 할 조건이 많으니까, 스스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1년 안에 미스터 정이 미국의 품으로 와 줬으면 좋겠군.”
“그렇게 될 겁니다.”
그래야 죽을 때까지 반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경험하면 할수록 신기한 반지야. 이런 게 보물이지.’
로널드 대통령은 자신의 손가락에 낀 활력 반지를 흐뭇한 미소로 연신 쓰다듬었고, 안보 보좌관은 그저 부러운 마음뿐이다.
“참! 조금 후에 기자 회견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뉴욕 경매장에서 말이야. 미스터 정이 만든 재단에서 주최한다고 들었는데.”
“UH 재단입니다. 아마도 고농도 결정석 추가 경매에 관한 기자 회견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TV를 틀어 보지.”
미국 뉴욕 경매장에서 열린 기자 회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사들이 모여들었다.
대영 인터내셔널에서 UH 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정나정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UH 재단 홍보이사 정나정입니다.”
대영 인터내셔널의 팀장이었다가 이번에 운호 재단, 즉 UH 재단의 홍보이사가 된 정나정, 단상에서 미국식 농담으로 긴장을 푼 후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미국 전역에 20개 이상의 병원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국 시민들을 위한 병원입니다. 부지 매입은 모두 끝났습니다.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설과 인력 확보를 위해 1차적으로 3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차차차착! 착! 착!
기자들의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30억 달러라니! 한국 돈 3조다. UH 재단이 고농도 결정석을 판매한 돈으로 미국에서 복지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규모가 다르다. 그것도 1차 집행 금액.
“앞으로 몇 달 후면 미국 시민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미국 현지 언론이 속보로 이 소식을 전했다. 미국 보험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 더 남았다. 메인 이벤트가 말이다.
정나정은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바로 자신일 터.
“마지막으로 신(新) 던전 금속을 여러분들에게 최초로 소개해 드리고 기자 회견을 마치겠습니다.”
술렁대기 시작하는 사람들.
“새로운 던전 금속?”
“마나 강철이 아니라 다른 종류가 있었다고?”
“철도 있는데 다른 금속이 왜 없을라고. 문제는 그게 뭐냐는 거지.”
“구리? 주석? 아니면… 금이라든가.”
“큭, 골드? 마나 골드? 농담이지?”
정나정이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툭, 툭, 툭, 조명이 하나둘씩 꺼진다. 그러자 깜깜해진 기자 회견장, 어둠이 단상 위에 내려앉았다.
“소개드립니다.”
자신에게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을 만끽하며 정나정은 단상 앞으로 걸어가 탁자 위에 덮어놓은 검정 천을 걷었다.
“마나의 기운이 포함된 황금, 마나 골드입니다.”
조명도 하나 없는 테이블 위에서 은은한 빛을 뿌리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는 마나 골드 금괴 10개.
“오!”
“아…….”
“마, 맙소사! 마, 마나 골드?”
기자들이 한꺼번에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빛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황금과 욕망은 동격이다. 하물며 마나 골드라면야…….
동시에 서울에선 홍&장의 대표 변호사 홍민기가 중단되었던 한국의 복지 사업 재개를 발표하고 있었다.
“고농도 결정석 판매에 따른 이익금은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액 복지 사업에 쓰일 예정이며 이를 위해 3조 원을 긴급 투입할 계획입니다. 차후 예산을 늘려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1년간 기초 수당 지급, 쾌적한 환경의 노인 요양 병원…….”
국민들은 열광했다.
원래 헌터라는 직업이 일반인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은 주지 못한다. 하는 일 자체가 폭력적이고 항상 죽음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터라 이기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운호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나쁘게 말하면 호구, 하지만 착하고 위대한 호구, 강한 힘과 돈을 가졌지만 스스로 호구를 자처한 성인(聖人).
한미 양국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때문에 운호를 어떻게 해 보려던 중국과 유럽은 한발 물러났다.
운호로서는 가장 바랐던 계획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재단이 진행하는 복지 사업,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서면 차원 기여도 포인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 * *
싸울아비 길드는 전라도 지역에서 가장 큰 헌터 길드다.
한국에 존재하는 도시 던전은 14개, 마탑이 존재하는 도시 던전은 9개, 그중에 두 개를 전라도 싸울아비 길드가 소유하고 있었다.
길드장 박화수가 화들짝 놀라며 민기철에게 물었다.
“뭐여? 기철이, 시방 나 놀리는 거제?”
“내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냐?”
“도, 도시 던전 하루만 빌려주면 스킬북을 3권이나 준다고라?”
“옜다. 미리 주마!”
툭.
민기철은 스킬북 세 개를 꺼내 박화수에게 던져 줬다.
“아따! 화끈하고마잉, 그라면 내가 할 말이 없제. 언제든 이용하라고!”
“고맙다.”
박화수는 뜻하지 않는 수확에 희희낙락. 하기야 스킬북이 어디 흔한 물건인가? 자신도 익힌 스킬이 고작 하나.
“근디 속셈이 뭐여? 니들 대영이 전국적으로다가 도시 던전 출입권을 확보하고 있다들었는디… 혹시 그분이 지시한 거여?”
여기서 그분이란 정운호를 의미한다.
알게 모르게 정운호의 활약과 명성은 한국 헌터들에게 전설처럼 알려져 있었다.
혼자서 일본 헌터 여섯 명을 발밑에 굴복시켰다든지, 손짓 한 번에 던전 언데드 100마리를 한 번에 쓸어버렸다든지.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고양이 한 마리가 다했지만.
“깊게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아, 아니, 난 그저… 혹시라도 그분 보면 말이여, 나 박화수 얘기 좀 잘해 줘.”
“알았다.”
“낄낄낄, 고맙네, 우리 기철이 많이 커부렀어. 부럽네. 부러워!”
이런 식으로 민기철은 한국 도시 던전 다섯 곳의 출입권을 확보했다. 스킬북을 대가로 제시하니 거절당하는 법은 없었다.
모두 다 운호가 지시한 일.
일본 자위대 헌터들의 상봉동 저택 습격 사건이 있은 지 20여 일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운호는 대영 길드원들과 함께 던전 파밍에 몰두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마탑 공략 중.
“전처럼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10분 늦게 출발하세요.”
“네!”
대영 길드원들은 짐꾼의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고, 주제도 모르고 도운다고 나서봐야 방해꾼이지.
파바박!
마탑까지 가는 길을 뚫고 있는 운호와 짬타.
‘도쿄 자유 던전의 이동 포인트는 찍어 뒀고.’
열흘 전, 운호는 일본 헌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일본에 숨어들어 갔다. 그리고 도쿄 근교의 자유 던전에 입장해 포인트 찍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번 출입한 던전은 언제나 게이트를 열어 다시 갈 수 있는 그의 능력.
운호가 던전을 통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이번에 일본이 추가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도쿄에 간다.
아무 때나 가서 일본 자위대를 뒤집어 놓고 던전을 통해 유유히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만.
푸욱!
“케에에엑!”
마탑 꼭대기로 거침없이 직진한 운호는 마탑의 탑주로 보이는 언데드 마법사의 머리통을 단번에 부숴 버렸다.
후두두둑!
아이템이 쏟아진다. 그중엔 스킬북도 있다. 하지만 목표로 잡았던 스킬북이 드랍되지 않는 게 문제.
“진짜 확률 엿같네.”
“냥…….”
짬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보스 몹인데도 불구하고 5클래스 이상의 마법서는 좀처럼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래서 공략 끝내고 리젠이 될 때까지 다른 던전 입장, 파밍, 입장, 파밍… 돌아가며 도시 던전 마탑을 공략해 왔다.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5클래스 마법은 이미 익혔고.”
파이어 레인, 이펙트는 화려하지만 물만 부어도 꺼지는 불이다. 7클래스가 되어야 익힐 수 있는 마법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래서 5클래스.
하지만 또 다른 광역 마법인 도 확보했다.
“냐아아앙.”
마법사의 책장 앞에서 짬타가 운호를 불렀다.
“그래, 그것도 챙겨야지.”
마법사의 서재, 그곳에서 책을 뽑으면 모조리 다 스킬북이 된다. 그런 식으로 뽑아낸 스킬북만 900권, 거의 천 권에 육박한다.
“어디 보자. 있어야 할 텐데… 오!”
“냥!”
“드디어!”
기어코 원하던 스킬북이 나왔다.
5클래스 마법서, !
블링크와 실드 마법을 동반하면 마나 EMP탄의 위협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날 맞추기나 하겠어? 그렇지, 돼지야?”
“냐아앙.”
짬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자!”
“냥!”
[5클래스 블링크 마법을 가이드 슬롯에 장착하였습니다.] [블링크 마법서의 룬 문자 일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이동 거리가 감소하고 쿨타임 간격이 증가합니다.] […룬 문자를 복원하시겠습니까?]“복원!”
굳이 에론 대륙으로 넘어가 마법서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던전산이라 부족한 룬 문자는 신어 체계가 채워 주니까 말이다.
* * *
일본의 자위대 헌터 특수 부대는 도쿄의 일본 수상 관저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특수 부대의 총 책임자는 오자키 일등 육좌. 한국 계급으로 따지면 대령 정도지만 그의 권력은 장군보다 막강하다. 왜냐하면 그도 헌터이기 때문이다.
오자키가 부관에게 물었다.
“정운호는 현재 어디에 있지?”
“한국에 있습니다.”
“확실해?”
“틀림없습니다. 30분 전에 확인했습니다.”
“쯧, 일본으로 와 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좀팽이 같은 놈, 복수한다고 해 놓고 어째 움직이질 않아!”
“배짱도, 기개도 없는 조센징 놈입니다. 허세를 부리는 겁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러나 오자키는 정말 운호가 일본으로 와 주길 희망했다. 그럼 얼마나 일이 편할까?
하룻강아지 같은 놈, 바로 붙잡아서 자근자근 만져 주면 고농도 결정석과 반지의 비밀을 술술 털어놓을 터. 그러면 작전 실패에 대한 불명예도 씻을 수 있고, 군부에서 자신의 영향력도 강화될 것이고.
‘와라! 제발, 복수해야지? 그럼 정말 좋겠는데…….’
바로 그때!
후둑, 후둑, 후둑.
건물 밖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낙비가 내리나?’
콰앙!
순간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자위대 헌터!
“큰일 났습니다.”
“음?”
“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제군! 정신 차려라! 비가 오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그, 그게 아니라 불… 지, 지금 하늘에서 부, 불덩어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슨?”
급하게 창문 밖을 내다보는 오자키 일등 육좌.
“아…….”
정말이었다. 매캐한 연기, 그리고 이제야 뜨거워지는 건물 내부의 온도.
불비였다.
시뻘건 불의 비가 자위대 헌터 특수 부대 건물에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