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81
81화 둘 다 박살 내버려!
운호가 마굴을 궤멸시켰던 그다음 날.
황궁 근위 기사단이 리들쓰론 빈민가에 총출동했다.
거의 1시간 동안 수도를 뒤흔들었던 의문의 폭음, 황궁은 마탑과 함께 조사단을 파견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성들을 안심시킨다는 목적도 있지만 신탁자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필요했다.
마굴, 존재한다는 건 알았지만 장소가 어디인지, 얼마나 많은 놈이 있는지 모든 것이 비밀이었던 장소.
다행히 제이미라는 놈을 사로잡아 실마리를 찾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소탕할 수도 없었다.
길드 정예 중 마스터도 여럿이란다. 마법사도 개입하고 있는 것 같고, 토벌에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까.
그런데 정말 우습게도 하룻밤 새 상황 종료라니.
팍! 팍!
기사들이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폐하, 꼭 직접 보아야겠습니까? 이런 위험한 곳에 왜 굳이 나와서…….”
“그럼 어쩌겠나? 그림워커, 자네 옆에 꼭 붙어 있어야 안전한데.”
롤랑 황제가 직접 나섰다.
그림워커의 보고를 듣고 나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구멍을 뚫었사옵니다.”
“그래? 그런 들어가 보자꾸나.”
그림워커가 먼저 내려갔다.
“라이트!”
마굴의 미로를 환하게 비추는 광구 하나.
그런 다음 기사들이 앞장섰다.
“우욱, 욱! 대, 대체……?”
헛구역질하는 롤랑.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괴이한 형체들, 모두 시체였다.
그러나 온전한 건 하나도 없었다. 살점, 내장 조각, 벽에 묻은 선혈.
물론 죽어 마땅한 놈들이다. 그러나 잔인한 장면은 롤랑도 그냥 넘기기 힘들다.
“…이걸 신탁자 혼자?”
“네, 그렇습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생긴 것 순둥이처럼 보이던데.”
“원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폐하만 봐도…….”
“내가 뭐?”
조사단 일행은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
“허어.”
“이, 이게……?”
깊이 들어갈수록 현장은 참혹했다.
일행은 마굴 끝에 도착했다.
아직 남아 있는 매캐한 화약 냄새.
게다가 통로 바닥이 크고 깊게, 그리고 둥그렇게 파여 있었다. 운석이라도 떨어졌나? 지하에 말이다.
‘생각이 맞았어.’
이로써 그림워커는 확신했다.
바인성 전쟁에 개입했던 자는 분명 신탁자다.
“여기가 끝인가?”
“그런가 봅니다. 암살 길드는 전멸이 확실합니다.”
“쯧쯧, 한 사람이라도 살려 두지. 물어볼 것이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야.”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자. 시체 빼곤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런데 그림워커? 자넨 왜?”
황제의 말을 듣지도 못한 듯 그림워커는 석실 벽 이곳저곳을 손으로 콩콩 두드리고 있었다.
“뭐라도 있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림워커는 벽면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위이잉.
확실하다. 기관 장치다.
“해체!”
그림워커의 의지가 발현되자 벽면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드르륵, 드르륵.
쿠구구구궁.
벽면 한쪽이 열리더니 극적으로 드러나는 숨겨진 빈 공간.
“허!”
“오!”
번쩍번쩍 휘황찬란하다.
드래곤 레어인가? 황금은 물론이고, 각종 보석, 클래스 마법서, 무기와 갑옷까지.
“보물 창고구만.”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귀중한 보물은 따로 있었다.
“이건… 청부 의뢰서군. 더구나 마법 계약으로 작성되었어.”
청부 계약 양피지 두루마리가 무려 셀 수도 없을 만큼 쌓여 있었다.
그동안 로산트 제국 전역에서 일어났던 살인과 납치, 파괴의 기록들이 빠짐없이 적혀 있는 양피지.
롤랑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이게 진짜 보물이군.”
드러난 적은 무섭지 않다. 대비를 하면 되니까.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적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 양피지 계약서만 있으면 정리가 가능해진다. 제국에 적대하는 세력들의 정체가 더 선명해질 것이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눈을 돌려 그림워커를 바라보는 롤랑.
“으음, 먼저 이 청부 계약서를 제외한 모든 물건을 신탁자에게 넘겨주는 게 어떻습니까.”
“그럴까?”
“그리고 영지도 내리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드워프들이 제국 외곽의 철광석 광맥지대를 불하해 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드워프들이? 그렇겠지. 앞으로 공사를 하려면 강철이 많이 들어갈 테니.”
“그 철광석 지대를 신탁자에게 영지로 내리심이…….”
“땅이라, 별거 아니지만 귀족 새끼들이 난리를 치겠군.”
“그건 제가 해결하겠사옵니다.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도 있어서 신탁자에게 잘 보여야 하거든요.”
롤랑 황제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개인적 부탁? 뭔가?”
“강철 정령의 둥지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그건 공략 불가능으로 판정 난 던전이 아니었나?”
“신탁자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그럼 그렇게 하자고.”
이제 보물들을 챙길 때다.
그림워커가 직접 나서서 석실 안의 보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즐거운 암살자 길드 본부, 마굴은 궤멸되었지만 잔존 세력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천민, 평민, 상인, 귀족가, 심지어 황궁에도 있다. 그리고 황궁 근위 기사단에도.
황제와 그림워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근위 기사 한 명이 내용을 곱씹었다.
‘강철 정령의 둥지라…….’
쓸 만한 정보 하나가 나왔다.
‘다음 신탁자의 행보는 강철 정령의 둥지겠군.’
보고 체계가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전할 곳은 있다.
이것이 가치 있는 정보일지 판단하는 건 자신의 임무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윗선에 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 *
광휘의 마탑 본부는 수도 리들쓰론에 있지 않다.
로산트 제국의 최남단, 국경 지역의 맨리빌이라는 교역 도시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
9클래스 광휘의 마법사 가브리엘 패튼은 시뮬레이션 화면에서 쉴 새 없이 점멸하는 빨간 점을 발견했다.
“응? 갑자기 왜…….”
원래는 붉은 점이 아니었다. 검은색 점이었다.
“허어, 색깔이 변했구나. 대체 무슨 일이기에.”
붉은 점은 리들쓰론 지역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검은색이 붉은색으로 변했다는 것은 분쟁이 일어났다는 의미.
쿡! 찍어 눌러 보니.
“어?”
암살 길드가?
한참 동안 눈을 끔벅거리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브리엘.
“이, 이게…….”
그때!
파박, 파바바박!
갑자기 사방에서 켜지는 붉은 점들. 분쟁, 갈등, 욕망, 분란의 씨앗들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났다. 심지어 검은색으로 안정화되었던 점들까지 모조리 붉은색으로 변했다.
다 끝났던 일들이 다시 문제가 되어 되살아난 것.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문득 가브리엘은 암살 길드에서 마지막으로 날아왔던 보고서가 기억났다.
‘신탁자 제거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지.’
하지만 암살 길드가 파괴되었다는 의미는…….
‘실패했구나.’
암살 길드의 모든 청부가 다 성공하나? 아니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 왔다. 실패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될 리 없다.
그런데 실패의 대가가 본부 궤멸?
“링글릿! 이년! 이 멍청한 년!”
일단 수습해야 한다.
그러면 원인 파악부터.
가브리엘은 허공에 떠올라 있는 시뮬레이션 화면의 점들을 미친 듯이 누르기 시작했다.
쿡쿡쿡! 쿡! 쿡!
“허허허.”
헛웃음만 나온다.
여기도 신탁자, 저기도 신탁자, 신탁자, 신탁자…….
“단단히 얽혔구나.”
전체적인 갈등이 너무 단단히 부풀어 올랐다. 곧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할지도 모른다.
“놈을 제거해야 해.”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가브리엘은 시뮬레이션 화면에서 입력창을 불러냈다.
스웅.
쿡쿡쿡, 쿡쿡.
그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키워드를 입력했다.
이 영상을 보여 주는 마도구는 광휘께서 내려 주신 것이다. 본체는 따로 있다. 마탑 지하에 철저한 방비로 보관된 본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시 원인과 결과, 가능한 대책을 전부 검색해 최적의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수만 가지의 가정이 모의 실행되고 분석된다.
다만 이 작업을 수행할 때 가용 자원들이 총동원되기 때문에 마탑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는 것이 단점.
…….
화면은 탐색중이란 단어만 보여 줬다.
계속.
변함없이.
한참 동안이나.
‘이런…….’
어떤 질문이든 입력하자마자 결과를 보여 주던 마도구였는데.
‘하아, 설마 방법이 없나?’
가브리엘이 탄식했다.
“광휘시여!!”
그러자
우우우우우웅.
시뮬레이션 화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 역시…….”
그리고 답이 떠올랐다.
* * *
운호는 야마다와 함께 지구로 와 있었다. 정신 건강에 해로운 일을 치렀으니 휴식은 해야지.
그래서 푹 쉬는 중.
야마다는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한 상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재봉틀을 사러 갔다.
발로 구르는 구식 재봉틀, 그것이 필요하다나? 이계에서 미싱을 돌릴 생각인가 보다.
옷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인 기계가 맞지. 사용 방법은 야마다가 배울 것이다.
물건 구해 오면 관세 계산해서 반입 가능한 개수 파악하면 되겠고.
아직 큰일이 하나 더 남았다. 그림워커가 직접 부탁한 일이다.
‘강철 정령의 둥지라…….’
정령.
에론 대륙에서 3년 동안 살았지만 운호도 몇 번 들어 보지 못했던 낯선 단어.
엘프가 거의 멸망하면서 사라진 정령들. 그래서 옛날, 마법사만큼이나 두려운 존재였던 정령사들도 지금은 사라졌다.
‘일단 진짜 정령은 아니야.’
에론 대륙에 있는 동안 던전의 정체에 대해 미리 조사를 했다. 그림워커와 황궁 마탑의 서클 마법사, 그리고 경험이 있는 기사들에게 물어봤다.
정령이 하늘을 나르고 천둥 무기처럼 탄환을 발사한다. 크기도 거대하다. 일반 탄환보다 10배는 훨씬 넘는 크기의 것들이 한순간에 수백 발이 쏟아진단다.
그리고 결정적인 단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정령의 몸체가 금속이라는 것.
‘거의 확실해. 전투기… 아니면 헬리콥터?’
그래서 강철 정령이겠지. 거대한 금속 탄환은 30mm 이상의 체인 건(Chaingun)일 가능성이 높다.
무기도 무기지만 날아다닌다는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
공군이나 기계화 부대 던전? 사실 이상하지도 않다.
‘이건 오러 마스터도 힘들어.’
마법도 버거울 터. 9클래스, 9서클이라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호에겐 방법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닌가?
‘장비를 보충해야겠네.’
지대공 미사일은 필수다.
그렇다면 어딜 털지?
중국과 일본은 이미 털었다. 남은 곳이 있다면…….
‘한국밖에 없어.’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인접 국가들이 모두 다 털렸는데 한국만 멀쩡하다면? 의심의 화살이 어디로 날아올지 분명하니까.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고농도 결정석이 많이 팔린 국가는 바로 한국. 국방부에서 꽤 많은 양을 사들였다.
한국 군대, 장병들에게 주는 일반 보급은 허접하지만 무기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조금만 털자, 조금만.’
중국, 일본과는 다르다.
에론 대륙으로 갈 때 짬타도 반드시 데리고 가고, 옆에 없으니 매우 아쉽다.
그런데 저놈들 진짜 뭘 하고 있지?
“헛! 헛헛!”
“냥! 냥냥냥!”
채챙! 챙챙챙!
“이 악랄한 괴물 고양이야! 냉큼 배를 보이고 누워라!”
“냥!”
팍!
스피릿!
‘이 황당한 새끼들.’
냥냥 펀치! 그걸 방패로 막고 반격하는 정지훈.
짬타의 무위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지훈도 놀랍다. 에고 가이드를 가슴에 삽입한 지가 엊그제인데…….
빨라진 몸놀림, 검에 어리는 희미한 오러, 방패로 막고 치는 공방술의 조화.
‘돼지가 애썼네.’
그런데 두 사람이 더 있다. 둘 다 여자!
“돼지야 힘내!”
응원하듯 소리치는 저 여자는 운호도 안다. 옛날 짬타가 언론에 대해 매도당했을 때 너튜브 방송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정지훈이 영입한 연예인.
‘황예나라고 했나?’
또 한 명은 정지훈의 옆에서 짬타를 협공하고 있었다.
범상치 않다. 최소한 A급은 되는 헌터.
“얍! 지훈 씨, 조심하세요!”
“예령 씨도요.”
“뭐야! 비겁하게, 2 대 1이잖아. 우리 돼지 불쌍하게.”
“이년아! 돼지가 보통 고양인 줄 알아? 헌터 10명이 붙어도 안 돼!”
예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헌터. 얼굴을 보니 황예나와 비슷하다. 그럼 자매인가?
‘쌍놈의 새끼, 꽃밭에서 놀고 있었네. 난 토끼 굴에서 뺑이 칠 동안.’
그래서 운호도 소리쳤다.
“돼지야! 둘 다 박살 내버려!”
“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