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겔탄은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 물어봤자 소용없을 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어 겔탄의 행색을 살피자, 딱히 계획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아니, 왕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온 것이니 계획이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겔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못 돌아간다고 했지.”
“응? 응.”
“그럼 지낼 곳은?”
“지낼 곳?”
“그러니까… 탑에 들어가기 전에 있을 곳 말이야. 아니, 애초에 너 스스로 탑에 들어갈 순 있어? 바다를 건너서?”
“아니? 둘 다 없어.”
“…….”
그냥 죽여 버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려 둔 내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아니야.’
정말 개미 똥만큼의 정보라도 더 얻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제 안대를 만지는 겔탄을 바라보다, 뒤에 있는 유주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거리고 있던 유주한에게 물었다.
“주한아. 혹시 승현 헌터 지금 길드에 있어?”
“네? 어… 아마도요? 아, 있을 거예요! 오늘 무슨 회의가 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거든요.”
“그래…….”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건 리플 길드. 승현 헌터의 길드였다.
저것을 일반인들에게 노출할 수는 없었다. 이미 저것의 정보가 협회에 등록되어 있어 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터. 지능이 있고 말하는 S급 이상의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노출되면 일반인들의 불안이 증폭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최대한 가까운 길드에 찾아가 안전하게 가둬 두는 게 최선일 터.
협회에 가두는 건… 소용없을 것이었다. 협회에는 S급 헌터가 없어서 최소한의 제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나마 S급 헌터가 있는 길드가 더 나을 테지.
생각을 끝낸 나는 유주한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너희 길드로 가야겠다.”
“네? 저희 길드에는 왜……. 설마 저 사람 저희 길드로 데려가게요?!”
“사람 아니야.”
“아. 어쨌거나 데려가시게요?!”
“리플 길드가 여기서 가장 가까워.”
“아니, 그래도… 위험하니까 협회에…….”
“협회에 각종 아이템이 있다고 한들 얘한테 통할지 의문이야. 차라리 S급 헌터가 있는 길드에 가둬 두는 게 나아. 그리고 리플 길드는 S급 헌터가 가장 많은 길드이고.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지.”
“…그렇긴 하네요.”
“문제는…….”
나는 겔탄의 차림새를 살폈다. 풍성한 꼬리와 밝은 머리카락 색, 검은 안대. 옷차림새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치고… 그래, 머리카락 색깔까지도 그냥 보아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꼬리와 안대였다.
“안대 벗어.”
“앗. 안 돼.”
“왜.”
“싫어!”
“…그럼 꼬리라도 숨겨.”
“내 신체라 못 숨기는데?”
“…….”
“폭력 반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낫 세게 쥐었잖아!”
“…….”
이걸 어떻게 숨겨 가냐.
‘천으로 덮어서……. 아니, 그게 더 수상하지. 인식 저하 아이템? 있을 리가. 팀원 중에 소지하고 있을 만한 사람은… 없고. 환각 관련 능력이 있는 사람도 없고.’
생각이 깊어지던 찰나, 팀원들이 다가왔다.
“지언 형! 다 처리했……. 어.”
강희민이 다가오다가 겔탄을 보더니 곧장 공격을 퍼부었다.
“강희민, 잠만……!”
자라나는 나무를 휙휙 피하는 겔탄을 보니 걱정은 안 됐다만, 소란을 피워서 이목을 집중시키면 안 됐다. 내 목적은 일반인들에게 겔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니까.
“강희민, 멈춰!”
“네? 하지만 저건…….”
“멈춰.”
“…네.”
강희민이 지팡이를 없앴다. 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다가온 팀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인식 저하 아이템 있으신 분 계신가요? 아니면 이걸 숨길 수 있는 거 아무거나 있으신 분 계신가요?”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럼 다른 대책을 내야 할 텐데……. 어쩐다.
그러던 중, 박주완이 입을 열었다.
“혹시 숨겨서 이동하시려는 거라면… 근처에 렌터카 업체가 있어요.”
“…아.”
그래.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트렁크에 집어넣고 리플 길드로 가면 되겠구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박주완 헌터.”
“아뇨, 별로……. 큰 정보도 아니고요.”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네. 상관없습니다.”
“이곳 상황 정리를 대신 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런 거라면…….”
박주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정리가 끝나면 먼저 다음 던전으로 가 계세요. 금방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주완에게 일을 넘긴 후, 나는 겔탄에게 말했다.
“너, 내가 돌아올 때까지 건물 안 어딘가에 숨어 있어.”
사람들이 다 대피해 건물 안에 아무도 없을 테고, 주변이 정리될 때까지 사람들이 건물 안에 들어올 일도 없으니, 현재 이 주변의 건물이 겔탄을 숨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겔탄이 알겠다는 듯 어디론가 걸어가려던 찰나, 유주한이 나서서 말했다.
“형!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어? 네가?”
“네! 혹시 도망칠 수도 있잖아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윤시아 헌터, 같이 계셔 주실 수 있나요.”
“네, 상관없어요~”
“형! 저 혼자서도 충분한데…….”
“혹시 모르잖아.”
“…네.”
저 혀 긴 것이 유주한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윤시아를 옆에 두는 게 낫겠지.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던 업체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가게 주인이 대피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어 겔탄이 있는 건물로 간 나는 겔탄을 트렁크에 태웠다. 그리고 서둘러 리플 길드로 가려는데, 유주한이 돌연 따라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왜?’
의아했으나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유주한까지 차에 태우곤 여기저기 부서져 난잡한 도로를 겨우 지나 리플 길드로 향했다. 그러고는 짐을 옮기듯 겔탄을 옮겨, 겨우 응접실에 도달했다.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내가 소파에 늘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현 헌터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저 사람은 누구…….”
황급히 온 승현 헌터가 겔탄을 알아보지 못하다, 차림새와 꼬리 등 특징으로 겔탄의 정체를 유추해 낸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저것이 왜 여기 있는 거죠.”
“그러게요.”
나는 승현 헌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탑으로 가야 겔탄을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과, 목적을 알 수 없다는 것 등. 세세한 정보를 전부 들은 승현 헌터가 낸 답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승현 헌터에게서 나왔다기엔 조금 의외의 답변이었다.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헌터들의 눈에 겔탄은, 그저 몬스터에 불과하니까. 내 눈에도 역시 그렇지만… 아직은 뽑을 게 남아 있어 좀 아까웠다.
내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자, 겔탄이 스스로 대응했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로 오기 전에 봤는데, 너희 세상의 건물은 참 높더라고. 무너지면 큰일 나겠어.”
“…협박입니까?”
“아마도?”
겔탄의 말은 아마, 죽기 전에 난동을 피우고 가겠다는 말일 터.
‘아니, 애초에 자기를 죽이려는 세상에 제 발로 온 게 누군데.’
승현 헌터가 잠시 겔탄을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처리는 보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길드에 묶어 두고 있겠습니다만… 이곳에 온 목적을 정확히 알고 싶군요.”
“싫어!”
“…장난이 아닙니다.”
“나도 알거든~”
승현 헌터의 표정이 계속해서 구겨졌다.
‘…리플 길드에 데려온 게 다행인가.’
지화연 씨나 류천화 씨 같았으면 이미 싸우고도 남았을 터.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최고의 선택이었을지도.
연신 표정을 구기던 승현 헌터가 겔탄의 처분을 이야기했다.
“가장 단단한 훈련장에 넣어 두고, 이것과 관련된 일들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유주한이 물었다.
“관련된 일이라뇨?”
“이것을 탑에 들어가게 하려면 협회에 말해 두어야 하니… 협회에 다녀와야 합니다.”
“몰래 데려가는 건 못 해요? 협회에서 처리하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아마 이것이 당장 큰일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처리하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아마 대다수가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겠죠. 말이 통하니, 정보를 빼낼 수 있을 걸로 생각하고 말입니다.”
“아……. 확실히 그렇네요.”
그리고 큰일이 나고 나서야 처리하라고 하겠지.
“한지언 헌터. 고생하셨습니다.”
“아뇨……. 승현 헌터가 더 고생하실 텐데.”
“…괜찮습니다. 아직 일정이 남아 계실 터이니 발을 더 묶지는 않겠습니다.”
“승현 헌터, 정말 죄송해요. 믿을 사람이 그나마 승현 헌터뿐이라서요.”
승현 헌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리플 길드에서 나왔다. 함께 밖으로 나온 유주한이 물었다.
“괜찮을까요? 건물이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아마… 가장 단단한 곳에 가둬 둔다 했으니 괜찮을 거야.”
“단단한 훈련장이라고 해도… 다 부서지던데.”
“괜찮을걸.”
그래. 괜찮을 것이었다. 토끼 귀나 폰이 아닌 겔탄이니까. 적어도 나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 내가 싫어할 만한 짓을 덜 할 터.
그리고 그 생각은, 던전을 마저 클리어하고 나오자마자 산산이 조각났다.
가뜩이나 까다로웠던 S급 던전을 공략했다. 팀원들의 합동 실력이 나날이 느는 것을 확인하고, 힘들게 던전을 공략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보인 것은…….
“…왜 여기에…….”
“안녕!”
겔탄과, 기가 잔뜩 빨린 듯 보이는 승현 헌터였다. 꼬리를 살랑이는 겔탄의 모습에 나는 승현 헌터에게 물었다.
“…일반인들에게 보여도 되는 건가요?”
“인식 저하 아이템을 착용시켰습니다. 아마 문양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평범히 보이겠지요.”
그 말에 겔탄을 확인하니, 아까는 없었던 검은 모자가 머리에 쓰여 있었다. 그럼 다행인데…….
“왜 여기에 있는 거죠?”
“…….”
승현 헌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지언 헌터를 보겠다며 나가려 해… 제가 동행했습니다.”
“예?”
그 말에 유주한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길드 건물은 괜찮아요?!”
건물이 문제가 아닐 텐데.
승현 헌터가 답했다.
“건물은 괜찮습니다. 이것이 공격한 건, 앞을 막으려던 헌터였으니까요.”
그 말에 나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물었다.
“…헌터들은 괜찮나요.”
“다행히 상황이 빠르게 전달되어 큰 피해는 막았습니다. 다만 이것이 목적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지라, 위험하다 느껴 우선 제가 동행하였습니다.”
“…뭔가 죄송하네요.”
“아뇨, 제가 할 일입니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내가 겔탄을 안 맡겼으면 승현 헌터의 일이 늘어나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는 겔탄을 바라봤다. 여전히 목적을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나랑 같이 있으려 한다는 건데……. 여기서 또다시 길드로 돌려보내면, 승현 헌터만 피곤하겠지.
나는 큰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그건 위험합니다.”
“딱히 공격할 의사도 안 보이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몬스터입니다. 언제 돌변할지 몰라요.”
“왜 아까부터 자꾸 나를 몬스터랑 같은 존재인 것처럼 말하는 거야? 나는 그거랑 엄연히 다른데.”
“…….”
승현 헌터가 낮게 깔린 눈으로 겔탄을 바라봤다. 딱히 노려보는 건 아니었지만, 묘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저것이 원하는 건 저니까, 해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도심으로 가세요.”
“그럼 일반인들이 위험해지는데요?”
“도심에 헌터가 가장 많습니다.”
“저도 S급 헌터예요, 승현 헌터.”
“압니다. 하지만 S급 헌터도 사람입니다.”
“…네. 조심할게요.”
남은 던전 공략은 글렀구만.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