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왜 여기가…….”
무의식적으로 열린 입을 닫으며 주변을 살피려던 차,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두 번째인가요?
거미가 인간이 된다면 저 모습이리라 생각이 드는 여덟 개의 팔과 붉은 눈. 이곳의 사서였다. 나는 주춤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무슨 뜻인가요?
“왜 없어지지 않았냐고.”
―흠? 무슨 말인지 정확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덟 개의 팔이 으쓱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꿈의 주인이 죽었는데, 대리인인 너도, 이 공간도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거 참……. 우선 답은 ‘아니’라고 하고 싶군요.
“왜?”
―첫 번째. 저는 대리인이 아닌 관리인입니다. 두 번째. 이곳은 지식이 오가는 공간입니다. 꿈의 영역에 위치하고 있어 잠시 협력한 것뿐이지, 꿈의 영역 그 자체는 아닙니다.
“관리인이랑 대리인의 차이가 뭔데?”
―관리인은 어느 공간을 담당하는 자들을 뜻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싸움을 싫어하거나 하지 못하죠.
“그럼 군주랑 다름없는 거 아냐?”
―그건 아닙니다. 음……. 예시를 들도록 하죠. 어느 게임이 있습니다. 그 게임을 만든 이가 군주라 치면, 관리인은 그 게임의 플레이어 중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을 만든 방장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네가 군주보다 떨어진다는 뜻이지?”
―…뭐, 그렇게 해석하실 수도 있고요.
그 공간이 여기로 이어진다는 건, 아마도 그 공간이 이 사서의 영역이라는 것일 터. 그럼 여길 탈출할 방법은…….
나는 낫을 들어, 사서를 겨누었다.
“그럼 널 죽이면 여기서 나갈 수 있겠네.”
―이거 참. 아까도 말했지만 관리인은 싸움을 싫어하거나, 하지 못하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화악! 갑작스레 다리가 들리며, 그대로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발목에 무언가가 엮여 있는 것을 단숨에 눈치채고 낫을 휘둘러 자르려 하였으나, 그 전에 무언가가 내 손목을 낚아채는 것이 더 빨랐다.
퉁. 투둥. 낫이 바닥에 떨구어졌다. 대롱대롱 매달린 상황에서 눈만 굴려 발목 쪽을 바라보자, 하얀 실이 엮여 있었다.
‘거미줄인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지금 날 보면 꽤 웃긴 꼴이겠네.
잠시 사서를 바라보자, 사서는 두 팔로만 팔짱을 낀 채 붉은 눈을 휘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방비한 모습에 곧장 능력을 사용하려 하였으나.
―저는 싸움을 싫어합니다.
주룩. 어느새 다가온 단검의 날에 목이 베여, 피가 얼굴 쪽으로 흘러내렸다. 눈가를 스치는 피를 무시한 채 사서를 바라보자 사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쓸데없는 희생은 원치 않으니, 공격 의사가 없으실 때만 내려 드리도록 하죠.
“…….”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렇다면 내가 능력을 사용하기도 전에 목이 썰려 나갈 터.
‘군주보다 약하다며.’
그러다 문득, 사서가 약하다고 확실하게 인정 대답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은 자유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인 건가.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말이다.
“…공격 안 해.”
―그러실 건가요?
스르륵. 나를 묶었던 실들이 허공에 흩어지며 몸이 살풋 바닥에 내려왔다. 몸을 일으키며 앞을 바라보자, 사서는 어느새 생긴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앉으시죠.
“뭘 하려는 건데.”
―궁금한 게 많으실 텐데, 해결하시려면 앉으시는 걸 추천하죠.
그 말에 나는 떨떠름히 자리에 앉았다. 사서는 태연하게 차를 우려내 내게 건넸다. 나는 건네받은 찻잔을 뒤집어 찻물을 바닥에 버리며 물었다.
“난 왜 여기로 온 거지?”
―그곳이 이곳과 이어져 있으니까요. 또 왜냐고 묻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이어져 있다는 건 원래 그런 것인지라.
“그곳도 네가 관리하는 곳인가?”
―그렇게 볼 수 있죠.
“그럼, 게이트가 생긴 건 네 고의겠네.”
―예. 정확합니다.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일행들에게 보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하나 미리 말씀해 드리면, 당신이나 평범한 사람이 그곳에 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탑의 힘입니다. 제가 한 게 아니죠.
본인 탓 아니라는 것을 참 길게도 말한다.
일행이라면… 승현 헌터, 지화연 씨 등을 말하는 건가.
…왜.
“왜 도와준 거야?”
―죄를 짓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 것은 제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요.
“마음 같은 소리 하네.”
―뭐라 하셨나요?
다 들어 놓고 모른 척하고 앉아 있네.
“아무것도.”
사서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분명, 두 번째 탑에서 이곳으로 왔을 때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미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눈앞에 그 관리인이 있으니 가볍게 물어봤다.
“방금 내가 있던 곳은, 그럼 죄를 짓는 자들이 가는 미로인가?”
―맞습니다. 편하게 쓰레기장이라 부르죠.
그 대답과 함께, 이전에 유아한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벽과 천장, 바닥이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고, 끈적하고……. 어… 그냥 괴물의 배 속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가 보면 아실걸요?」
왜 이제야 생각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특별히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거니 싶었다.
이 공간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그러나 딱 하나, 풀리지 않은 의문, 아니, 새로 생긴 의문이 있었다.
틱, 틱. 나는 찻잔을 손톱으로 두드리며 물었다.
“왜 굳이 날 죽이지 않고, 묻는 말에 고분고분 답해 주는 거지?”
사서가 여상하게 답했다.
―이곳은 지식이 오가는 곳이니까요. 탑이 열리며, 당신들이 이곳에 오며 정말 다양한 지식이 이곳에 쌓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은 지식이 ‘오가는’ 곳. 지식이 왔으니, 당신들에게 가는 것도 있어야 하지요. 그러니 제가 당신의 의문에 답해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애당초 그다지 큰 질문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럼 너는 군주보다 강한 건가?”
―글쎄요.
“모른다는 거야?”
―그에 가깝죠. 겨룬 적이 없으니까요. 또한 힘이 얼마나 강하건, 약한 이가 이길 수도 있으니까요.
“강하긴 강하다는 거네.”
우리에게 오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서는 ‘이것’도 말해 줄까.
나는 잠시 입을 달싹이다 물었다.
“왕에 대한―”
―아, 참고로 왕에 대한 것, 저희 세상에 대한 것은 금기이니 말해 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즉 말하라고.
“되게 겁쟁이 왕인가 보네.”
―하하.
“네 왕이야.”
―맞는 말이니 웃는 것뿐입니다.
“다른 것들이었으면 왕을 비하했다며 달려들었을 텐데, 넌 왕을 섬기지 않는 거야?”
―섬기죠. 다만 저 같은 관리인들은 왕을 맹신하기보다는 당연한 순리로 받아들입니다.
“왕을 섬기는 걸?”
사서가 말없이 웃었다.
‘어쨌거나 왕에 대해 물을 수 없으면 딱히 궁금한 게 없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저절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는 좀 그렇고……. 아.
“…어떤 애가 내 능력이 특별하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
―글쎄요. 당신의 기록된 정보라곤 당신 형의 이름과 당신이 죽인 동족의 수 같은 것들뿐입니다.
“내가 적은 거잖아.”
―그러니 이곳에 있지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뭘 물어보라는 거야. 우리 세상에 대한 건 사람들이 적은 것밖에 없어, 던전이나 왕에 대한 얘기는 금기야. 뭘 어쩌라는 건지.
나는 적당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이곳을, 탑을 없앨 수 있어?”
내 말에 사서가 잠시 나를 응시하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건조한 투로 답했다.
―당신들로는 턱도 없죠.
“…그래.”
어쩌면, 당연했다.
이 탑은 왕이 존재하는 곳. 왕은 곧 던전. 그간 내가 회귀를 반복하는 동안 계속 승리를 거머쥐었던 상대이니, 어쩌면 우리가 탑을 없앨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여기까지 온 것에 흠뻑 취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굳이 남에게서 답을 듣고 나서야 그 사실을 인정하다니.
왜 물어봤을까. 내가 조금 후회하며 앞머리를 살짝 헝클자, 사서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너무 흘렀네요.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당신의 일행들이 쓰레기장과 싸우고 있거든요.
“…쓰레기장이랑 싸운다니? 아까 그곳?”
―네. 쓰레기장은 하나의 생물체이니까요. 당신들의 말로는 몬스터이죠.
“왜 싸우고 있는데?”
―간단합니다. 영역을 침범당했기 때문이죠. 다만 쓰레기장은 하나의 공간이고 표피는 그 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이니, 당신의 일행들이 많이 고전 중이지요.
“…너, 싸움을 싫어한다고 했지.”
―그렇지요.
“그럼 용건이 끝나면 나를 돌려보내겠다는 거고.”
사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작게 끌어 올려 웃으며 물었다.
“그럼, 그 쓰레기장의 약점을 알려 줘.”
―…약점 말입니까.
“어찌 됐건 네 거잖아. 그럼 약점 같은 것도 알 거 아냐.”
사서가 잠시 침묵하다,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쓰레기장을 다시 키워야겠네.
“어?”
―아닙니다. 알려 드리죠. 간단합니다. 내부에 있는 쓰레기장의 진짜 신체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단단한 표피가 물러질 겁니다.
“신체 부위라면?”
―팔, 다리, 심장, 뭐 그런 것들이죠.
“눈도 포함인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미 불탔네요.
“아.”
유주한이 내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통로란 통로는 전부 불로 뒤덮었었다. 그 길 중에 눈알이 달려 있던 통로가 있었으니… 그 바람에 눈알이 다 타 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걸렸다. 그럼 그 넓은 공간 가운데에 있던, 사람 형태의 그것은 무엇인가. 그저 이곳으로 오기 위한 통로? 아니, 그렇다기엔 그것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그것이 몬스터들의 본체인 것처럼.
나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그럼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봤던 거는 뭐였지?”
―정확히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우리랑 비슷하게 생긴 거.”
―…아아.
사서가 웃자, 입 안에 있는 큰 송곳니가 드러났다. 그는 눈을 접어 웃으며 말했다.
―전에 말해 드렸던, 꿈을 먹는 자들을 기억하시나요?
“어, 미로에 있는 것들인가.”
미로가 쓰레기장일 테고.
―네, 맞습니다. 당신이 지겹도록 보았던 몬스터이지요. 그들이 꿈을 먹는 자들입니다. 꿈이 있는 자들을 물어 꿈을 빼앗은 후 차곡차곡 모아 자신들의 꿈을 크게 키우죠.
난 내가 보았던 사람 형태의 몬스터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날 집어삼켜 이리로 오게 한 게 꿈을 먹는 자라는 건가?”
―정확합니다. 그들이 모으는 것은 허무(虛無)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꿈을 먹는 자들은 그걸 동경하죠. 그것이, 자신들의 꿈이라 생각하고요.
“왜 이름이 꿈을 먹는 자야? 넌 꿈의 군주랑은 딱히 상관없다며?”
―저도 그런 것들을 키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꿈의 군주가 선물이라며 준 거예요.
“그냥 쓰레기통에 쓰레기 던진 거 같은데.”
―뭐든 가치가 있는 법이죠.
“그래, 뭐.”
툭. 툭. 나는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렸다. 내가 입을 다물자 조용해진 주변에, 나는 사서에게 더 이상 용건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했다.
“이제 돌려보내 줘.”
―정말 더 물어볼 것이 없으신가요?
“어. 궁금한 것도 없는데 뭘 물어봐.”
―신기하군요. 이곳에 도달한 이들은 본인들의 지식을 바치고 강해지는 법을, 부자가 되는 법을, 평화로워지는 법을, 자신이 바라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제 바지 자락을 붙잡고 물었었는데 말이죠.
“하.”
헛웃음이 나왔다. 강해지는 법? 내가 해 본 게 몇인데 뭘 모를까. 어차피 지금 강해져 봤자 돌아가면 초기화된다. 부자? 돈 욕심 없다. 명예도 마찬가지. 평화로워지는 법? 글쎄. 던전에 대해선 말도 못 하는데 과연 사서가 그에 대해 알려 줄 수 있을까.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러신가요? 그럼 제 축복이라도 내려 드리죠.
“네 축복도 필요 없는데.”
―말치레입니다.
“돌려보내 주기나 해.”
―흠. 그러죠.
사서가 깔끔하게 답하고 두 팔만 들며 말했다.
―그럼 당신의 길에 지혜와 지식이 따르길 빌겠습니다.
짝. 사서의 손뼉이 쳐지며, 나는 살덩이가 가득한 곳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