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팔짱을 낀 채 철썩이는 파도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갑판 위에서 대기했다. 저 멀리 외딴섬이 보였다.
“…….”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한 섬의 유난히 눈부신 빛이 여기까지 보여, 꼭 작은 마을의 야경처럼 보였다.
‘왜 자꾸…….’
속 깊은 곳이 울렁거렸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뱃멀미인가. 눈을 꾹 감은 채 요동치는 속을 가라앉히려 노력하자, 누군가가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지언아.”
“어?”
“도착했는데.”
“…그래.”
“어디 안 좋은 거면―”
“아냐.”
그래. 그냥 이유 없는 불안감이다. 강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곁에 있는데 뭐가 불안한 건지. 그 생각이 들자마자 울렁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언아. 네 뒤에 내가 있으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나 말고 다른 사람들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주한이라던가. 서포터인 유아한 씨나.”
“네가 최우선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털끝 하나 다칠 일도 없게 할 거니까.”
“너무 과보호 아니야?”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알아서 해. 안 말려.”
지금까지도 제멋대로 과보호해 왔으면서 이제 와서 허락 맡는 척은.
배에서 내리자 화려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꼭 이전 사이비들의 저택과 같아 보였지만, 그것 외에는 연관점을 찾을 수 없어 그냥 취향이 같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따로 누가 보이진 않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덩달아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풀벌레 소리가 날 법한데도 아무 소리 없이 고요했다. 새가 날아다니거나 하지도 않았다. 꼭 이곳만 다른 세상인 것처럼, 파도 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직. 직. 가로등 하나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그 가로등을 향해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고, 곧이어 저 앞의 가로등이 끔뻑이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것 같네요.”
지화연 씨의 말에 모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길이 없는 섬 한가운데 저택과 가로등만이 덩그러니 있었으니, 굳이 이렇게 안내할 필요도 없이 목적지는 저택이었겠지만 말이다.
끔뻑끔뻑. 가로등을 따라 이동하니 역시나. 그 끝은 저택의 입구였다. 거대한 저택치고는 크지 않은, 사람 두 명이 나란히 서면 가로막힐 정도 크기의 문이 우리를 맞이했다.
승현 헌터가 문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창문도 전부 판자로 막혀 있고요.”
“쓰다 버린 세트장 같네요.”
유아한 씨의 말 이후로 잠깐의 침묵이 돌았다. 무언가라도 느껴져야 하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들어가기에는 여러 위험 요소들이 떠올라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가만히 서 있자, 류천화 씨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문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고민해 봤자 답은 안 나오지.”
끼이이익. 류천화 씨가 문을 밀어내자 낡은 소리를 내며 가볍게 문이 열렸다.
“뭐, 죽기밖에 더 하겠나?”
딱히 무어라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틀린 말도 아녔기에 나무랄 수도 없었다.
본래였다면 최선의 계획이라도 세우고 들어가자고 했겠지만, 저택이 너무나 고요했다. 차라리 몬스터가 많았다면, 시체가 한가득이었다면 무작정 싸워야 하겠거니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이런 고요함에는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단숨에 목이 그어질 것 같은 서늘함이 잠재되어 있었다. 혹은 함정일 수도 있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건 직진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네요.”
화려한 샹들리에와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대리석 바닥, 그 위로 깔린 새하얀 카펫, 위층으로 가는 계단. 그뿐이다. 전형적인 저택의 모습만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쾅!
작은 문이 거세게 닫혀, 가장 뒤에 있던 형의 손에도 열리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유아한 씨가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으나, 벽은 흠집 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를 유지했다.
“함정이었네요.”
“글쎄. 그건 지켜봐야지. 단순히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 둔 걸 수도 있으니까.”
깔깔깔깔! 목을 찢는 것 같은 웃음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틀었다.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이가 뮤지컬처럼 계단을 내려왔다.
“함정일 리가 없잖아!”
철퍽. 그가 화려한 모습 뒤로 질질 끌고 온 것을 계단 아래로 내동댕이쳤다. 사람이었다. 피부가 뜯어져 붉은 건지, 피에 담가 둬 온 피부 위로 피가 묻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간 사람.
찢어지는 목소리를 가진 이가 우렁차게 말했다.
“어서 와! 내 저택에!”
촤악.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이의 몸에서 피가 투두둑 떨어졌다. 지금까지 단순히 옷이 붉은색이라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전부 피로 물든 거였다. 툭툭 떨어지는 핏방울에 겨우 눈치챘다.
쿵! 류천화 씨가 말릴 새도 없이 몸을 던지듯 달려가, 화려한 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주먹이 닿기 직전, 지화연 씨가 능력을 이용해 류천화 씨의 앞을 가로막았다.
“망할. 노안 왔어요?”
“지화연 헌터. 무슨 말을……. 아.”
지익. 바닥으로 내려온 류천화 씨의 바지가 무언가에 갈라졌다. 앞을 자세히 보니, 얇은 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바지가 저렇게 쉽게 갈라지는 거면 사람 피부는…….
“으음. 눈치도 빠르지. 아깝네.”
꾸드득. 사방에 퍼져 있던 실들이 화려한 이의 입으로 들어가, 목구멍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진 않았다.
화려한 이가 제 얼굴을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듯 건드리다가 두서없이 말했다.
“고통에 울부짖어 줘.”
이어 긴 옷자락을 제 앞으로 펄럭였다. 그러자 천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천만이 펄럭이며, 그 뒤에 있던 화려한 이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자가 던진 사람을 유아한 씨가 다가가 확인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됐지?”
“…저희가 오기 직전쯤에 숨이 멎은 것 같네요.”
그러며 유아한 씨가 죽은 이에게 능력을 사용해 얼굴만 치료했다. 멀쩡해진 얼굴을 보며 승현 헌터가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에 실종된 이 중 한 명입니다.”
“실종된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건 확실하네요. …멀쩡하진 않은 것 같지만.”
유아한 씨가 실종자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피부를 뜯었어요. 아마 산 채로.”
“이러려고 납치한 건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진작에 유주한의 시야를 가리길 잘했다. 소리는 다 듣고 있었을 테지만.
유아한 씨가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저 자식 죽이러 가죠.”
“어디 있는 줄 알고.”
“글쎄요. 다만.”
유아한 씨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저게 몬스터라면, 꼭대기에 있겠죠. 얘네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작은 탑일 것이다, 라고 하는 건가?”
유아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 4층이거든요. 이 층 포함해서.”
4층. 이전에 생긴 탑이 네 개라고 치면 들어맞는 숫자지만… 너무 끼워 맞추기 아니야?
“일단 올라가죠? 계속 서 있어 봤자인―”
쾅! 유아한 씨의 머리 위로 거대한 추가 떨어졌다. 단숨에 피해 냈지만,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야!”
유주한이 무언가에 긁힌 듯,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방해가 계속됐다. 막자니 보이지 않고, 어쩌다 하나를 막으면 반드시 다른 공격이 온다.
나는 너덜너덜해진 옷을 보다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전부 마찬가지였다. S급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옷들이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문양 개방 할 때에 옷이 변형을 안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중 누가 봐도 화난 것 같은 유아한 씨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꼭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는 살기 가득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반격도 못 하고 공격만 당하는 것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쿵. 쿵.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유아한 씨를 따라 모두 마지막 층에 올라섰다.
쾅! 계단 바로 앞에 있던 문을 부술 듯이 열자, 그 너머에는 유아한 씨의 예상대로 그자가 서 있었다. 그자는 새하얀 카펫이 깔린 방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맞이하였다.
“왜 우리를 불러들인 거지?”
류천화 씨의 질문에 화려한 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꼭 살아 있는 마네킹처럼 우리를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죽이죠.”
유아한 씨가 앞으로 나서려던 차, 승현 헌터가 유아한 씨를 붙잡았다. 꺼림칙하다며 일단 가만히 있어 달라 부탁해, 유아한 씨는 혀를 차고 조용히 화려한 이를 바라보았다.
비단 같은 그자의 머리카락이 바닥을 쓸었다. 화려한 이가 한 걸음 움직여 옆을 보고 있던 몸을 우리와 마주 보게 하였다. 그러곤 양팔을 하늘 높이 뻗으며 말했다.
“멍청하고, 비루한 이들아.”
그 말에 유아한 씨가 튀어 나갔다. 동시에 류천화 씨도 달려 나가 주먹과 발을 휘두르려는 순간, 화려한 이의 눈이 나와 맞닿았다. 시간이 느려진 듯, 화려한 눈이 생그레 접혀 드는 게 자세히 보였다.
그것도 잠시.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눈앞에서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며, 새하얀 카펫을 짙게 물들였다.
툭. 뒤에 있었던 형이 내 바로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