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
24화
【완벽히 틀어진 것】
픽. 데구루루.
옥상 구석으로 날아간 하얀 몬스터가 아직 살아 있는 듯 바들바들 떨며 겨우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쾅! 하얀 몬스터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짓밟혔다. 바들바들 떨며 겨우 고개를 돌린 하얀 몬스터는 나에게 손을 뻗다가 푹. 또다시 검에 찔렸다. 곧이어 축 힘없이 처졌다.
“뭐…….”
의문에 나간 정신을 내가 미처 되찾기도 전에, 하얀 몬스터가 반딧불이가 뭉쳐 있던 것처럼 하나하나 분해되며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본래 몬스터였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하는 듯 소리 없이, 하얀 마석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쯧. 어쩐지 질이 바뀐 것 같더라니.”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는 사람이 말한 것도 아니었다.
찰그락. 쇠사슬로 이어진 두 단검이, 아까 전 하얀 몬스터를 찌른 정체였다.
하얀 몬스터를 찌른 누군가는 새하얀 마석을 집어 들었다.
“…….”
나는 천천히 시선을 이동했다. 단검의 끝부터 손, 상체, 그리고 얼굴. 평범한 민소매에 여유 있는 바지 차림. 짙은 갈색의 쇼트커트. 얼굴이 보이지 않은 흰 가면. 생전 처음 보는 헌터였다. 그러나 그걸 생각하기도 전에.
카가강!
“뭐야. □□□들이 왜 여기…….”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를 무어라 표현한지는 생전 처음 듣는 언어였기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굳이 그런 쓸모없는 것에 신경 쓸 시간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쿵. 단숨에 날아가 반대편 건물 벽에 박힌 흰 가면이 잠시 몸을 움츠리다가 곧이어 건물을 박차고 빠르게 다시 옥상으로 올라왔다.
“와. 아직은 나서지 말라고 해서 안 나섰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
“넌 뭐야.”
“나? 나, 음……. 비밀! 아직 때가 아니거든.”
“때?”
“싫어도 곧 알게 될걸?”
절그럭. 쇠사슬 소리가 들려오며 단검이 나에게 겨누어졌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이변은 왜 이렇게 한 번에 몰아서 오는 것을 좋아하는 거지.
‘생각할 시간이라도 좀 주지.’
나는 입술을 꾹 물고 흰 가면을 쓴 여자를 바라보았다. 나보다 덩치가 두 배 가까이 되는 몸집. S급은 되는 것 같은 힘.
훙. 낫을 한 번 가볍게 돌리자 흰 가면이 따라서 쇠사슬을 잡고 검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리고 바로, 카아앙! 검과 낫이 맞붙어 쇠를 가는 듯한 소리를 내뱉으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몇 번을 부딪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역시나 내가 밀린다는 것. 본래 세상에서도 약한데 여기서 강할 리가 없는 건 당연했다.
“뭐야. 그리 강하진 않잖아?”
흰 가면 아래 보이는 눈이 반달처럼 접히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젠 적이 아닌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변했다.
펑! 빠르게 터진 내 공격에 흰 가면이 밀려 나갔다. 힘이 얼마나 억센 것인지, 밀려 나가며 바닥에 끌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아, 맞아. 이런 것도 가능하다 했지?”
나는 다시 천천히 일어서려는 흰 가면에게 곧장 달려 나가 공격을 했다.
일단 아군은 아니다. 높은 확률로 적일 테고, 적이 아니라고 해도 확실히 제거가 필요한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게 던전의 입구는 하나이며, 들어온 사람은 나와 일행뿐. 들어올 수가 없는 헌터가 들어왔다는 것은 던전과 관련이 있다는 거겠지. 하물며 질이 바뀌었다는 것은, 던전을 관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거겠고.
쿵! 흰 가면의 발길질에 나는 무너지기 직전의 옥상에서 날아가 어느 건물에 처박혔다. 잠시 움츠리는 사이 빠르게 달려오는 흰 가면에 나는 곧장 건물에서 몸을 빼내 옆으로 피했다. 흰 가면의 검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건물에 처박혔다.
꽈득.
건물이 갈라져 기울어지고, 그대로 앞 건물과 부딪쳤다.
“여기가 가장 많이 나왔는데. 왜 망치고 그래.”
“무엇이?”
“흐름!”
무슨 흐름, 이라고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또다시 검과 맞붙었다.
캉! 공중에서 몇 번이고 맞붙은 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해 바로 다시 맞붙었다. 질문할 틈도, 말을 꺼낼 틈도 없었다.
말 그대로 사냥감의 흔적을 쫓는 것처럼, 흰 가면은 나를 지독하게 쫓아왔다.
“윽―”
재빠른 공격을 미처 막지 못해 단검이 그대로 내 어깨에 깊숙이 처박혔다. 단검은 잠시 꾸욱 눌렸다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울컥 피가 빠져나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약한 것치고는 잘 피했는데 말이야. 이제 여기까지일걸?”
“뭐, 검에 독이라도 발랐나 보지?”
“오.”
진짜인가 보네.
훙, 훙. 쇠사슬을 붙잡고 검을 휘두르던 흰 가면이 이내 빙빙 돌리던 사슬을 멈추곤 푹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뭐야. 표정 변화가 왜 이리 적어? 재미없게시리.”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 걸 보니 독을 믿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너진 건물과 갈라진 바닥. 도망치거나 주춤거리며 구경하는 검은 주민.
‘배에 공격을 처박았으니 저쪽도 힘든 건 마찬가지일 터.’
도망을 쳐도 일행과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을 수도 있고. 그럼 차라리.
“내가 뭐 하나 알려 줄까?”
“뭘?”
“우리 쪽 헌터들은 말이지.”
달칵. 손아귀에 무언가 잡히는 게 느껴졌다. 작은 병이었다. 나는 곧장 병의 뚜껑을 열어 입에 액체를 부어 넣었다.
“지금 뭐―”
캉! 아무렇게나 던진 유리병이 바닥에 닿는 순간 깨졌다.
“해독제는 필수라서 말이야. 유감이네.”
“해독제……?”
곧이어 손바닥에 또 다른 병이 잡혔다. 역시나 곧장 뚜껑을 열어 입에 가져가려 하자.
콰장창! 단숨에 다가온 흰 가면이 병을 깨뜨렸다. 병의 내용물이 내 어깨를 적셨다.
“이건 꼭 마실 필요 없는 건데.”
“뭐?”
나는 뒤로 물러서 어깨를 살폈다. 어깨에 묻었던 액체가 빠르게 스며들며 욱신거렸던 어깨의 상처가 아물고 약간의 뻐근함만이 맴돌았다.
사라진 내 상처를 본 흰 가면의 눈이 휘어지며 그녀가 약간 화난 투로 입을 열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음… 그러니까……. 아. 여우 새끼였나?”
“내 몸 치료하겠다는데 여우 새끼는 너무하네.”
나는 팔을 털며 다시 낫을 강하게 쥐었다.
일행이 있건 없건 도망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비행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순간 이동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이.
‘그러니까 차라리.’
나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이미 큰 소란이 지나간 무너진 건물과 옅게 피어오르는 연기, 자동차가 폭발해 생긴 불. 차라리 일행이 이쪽으로 오길 바라야 했다. 다른 스테이지로 갔다면 유감이고.
‘…최종 보스도 남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모르겠다. 아마 몇 시간은 지났겠지.
나는 흰 가면에게 물었다.
“너 말고 다른 것들도 있나?”
“다른 것? 아! 있지! 안 그래도 불렀거든!”
“…쯧.”
만약 다른 놈들이 일행에게 갔다면 도움을 바라기는 그른 것 같았다.
♧♣♧
“…….”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검어, 류천화는 생각했다.
‘다음 스테이지…는 아닌 것 같은데.’
뒤에서 함께 나오던 한지언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장난인지 모를 상황에 류천화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일단 이동해야겠지.”
전과는 달리 길가도 보이지 않았다. 미로와도 같은 골목. 왜 굳이 떨어뜨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찾으면 그만이라 생각한 류천화는 일단 길을 거닐었다.
“한지언 헌터 혼자 다음 스테이지로 간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저벅. 모퉁이를 돌아도 같은 방향인 것처럼 같은 풍경. 정말 미로 그 자체였다.
“높이만 쓸데없이 높아서는…….”
류천화는 까마득한 건물을 올려다보다 이내 쾅! 높게 뜀과 동시에 벽에 손을 박아 벽에 붙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
짤그락.
“…….”
쇠와 쇠가 맞붙는 소리, 더 정확히는 액세서리와 같은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S급 헌터들 중에 저런 소리를 낼 만한 헌터는 없었다. 그러면 사람이 아닌 몬스터일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한 류천화는 툭, 손을 빼내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동시에 짤그락거리는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코너 직전. 류천화는 멈춰 섰다. 아까까지만 해도 들려왔던 쇳소리가 어느 순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처음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듯, 침묵만이 이어졌다.
“먼저 안 나오겠다는 거면…….”
류천화가 가볍게 주먹을 들어 올려 벽을 툭, 두드렸다. 그러자.
쾅!
벽이 무너져 내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
투둑. 툭. 류천화는 바닥에 구르는 건물의 잔해들을 발로 치우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흠?”
부서진 주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도, 몬스터도.
“정확히는 아마…….”
우웅,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류천화는 곧장 팔을 들어 올렸다.
쾅! 무언가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이 불며 주변에 피해를 일으켰다.
“뭐지?”
금색의 눈. 하얀 피부와 하얀 머리칼. 찰랑거리는 짧은 머리 사이에서 짤그락거리는 금색의 귀걸이.
“헌터…일 리는 없겠지.”
저런 화려한 차림이면 금세 유명해졌을 터이나, 류천화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흥미를 느낀 류천화가 물었다.
“누구지?”
“…….”
우웅. 하얀 두 손 사이에서 금색의 선이 만들어지며 이내 어떤 도형을 이루었다. 핑그르르 돌아가는 금색 도형을 잠시 바라보던 금안이 이윽고 류천화를 쳐다보았다. 어두운 골목 안, 유독 밝게 빛나는 두 눈은 공격을 대비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류천화가 물었다.
“다시 한번 묻지.”
팟. 그는 순식간에 생겨난 붉은 망토를 짓이겨 잡고 말을 이었다.
“누구지?”
“…….”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얀 사람의 입이 벌어졌다. 입 안 역시 금색이었다.
벌어진 금색의 입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단 해야□.”
파아앗. 새하얀 피부 위로 금빛의 기이한 문양이 생겨났다.
하얀 사람은 이윽고 한 손 위에 떠 있는 금빛 도형을 움직이며 툭, 류천화에게 던지는 듯 손짓하였다. 두둥실 류천화에게 천천히 다가오던 금색 도형이 두웅, 단숨에 거대해지며 류천화를 먹어 치웠다.
“신기는 하다만.”
똑똑. 류천화는 가볍게 금색 벽을 두드리다가 이내 쾅! 주먹을 휘둘렀다. 금색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뿐이지.”
산산조각이 나 허공에 흩어지는 금색의 조각들을 손으로 휘휘 저으며 류천화가 다시 하얀 사람을 보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
“누구지?”
“□□□는, 알 것 없다.”
“그 이상한 언어 좀 그만 쓰지. 예의라는 것도 모르는 건가?”
“…….”
류천화는 금색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눈빛이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폭군이 신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아니, 그보다 더 아래, 한참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눈빛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가 내려다보는 것이면 모를까.
“자꾸 나 혼자 떠드는 것 같은데. 사람이 묻는데 대답하지 않는 나쁜 버릇은 고치는 것이 어떤지.”
류천화가 하얀 사람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작게 올려 웃었다. 하얀 사람이 흠칫하더니 이내 전투태세를 취했다.
“대화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
“그놈의 이상한 언어는 대체 무슨 말인지.”
탁. 류천화가 한 발을 앞으로 내민 채 하얀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상관없지. 죽기 직전에는 전부들 실토하기 마련이니까.”
쾅! 바닥이 갈라지며 둘은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