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형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당황한 표정을 집어넣고 고개를 휙 돌렸다.
―꺄하하하하! 아깝다! 조금만 더 하면 다 삼키는 거였는데!
“지언이한테 뭔 짓을 한 거지?”
―뭐긴 뭐야? 내가 내 몸을 지키려는 거뿐인데.
“지언이 몸은 네 것이 아니야.”
―하지만 너희는 기억을 토대로 사람이 갖추어지잖아? 그리고 난 저 녀석의 기억 대부분을 삼켰어. 아. 아쉽다. 텅 빈 그릇이면 삼키기 수월해서 기억을 삼키던 건데. 이렇게 되면 내 계획이 틀어지잖아.
“기억을 돌려줘.”
―어머 순진하다. 돌려줘, 하면 내가 그래 하고 순순히 돌려줄 것 같아?
“설마.”
쿵! 형이 민첩한 속도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널 죽이면 돌아오겠지.”
쿵! 쿵! 지붕이 무너질까 두려웠지만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꼭 엉덩이가 딱 붙은 것처럼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뭔 난리야 이게?’
보아하니 헌터들이 싸움 난 것 같은데.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영문도 모를 길드가 날 또 납치하려 했나? 아니 애초에 내 기억을 먹었다니?
눈을 끔뻑이며 내 두 손을 보자, 옷소매가 헐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복?’
촬영이라도 하나 싶어 소매를 만지작거리자, 오른쪽 손목에 하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문양이잖아아아악!”
헙. 무심코 소리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세 사람의 시선은 내게 닿아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터엉! 형이 검을 크게 휘둘러 화려한 여성을 뒤로 물린 채 나에게 달려와 물었다.
“지언아. 헌터가 나타난 지 얼마나 됐지?”
“뭐? 뭔 그딴 걸 물어. 형이 첫 S급 헌터면서. 1년 좀 넘었잖아.”
“1년…….”
형이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가 내 귀에 무언가를 꽂기 직전 외국인에게 무언가 말했다.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어렴풋이 소리가 들렸다.
“지언이한테 상황 설명해 주시죠.”
“엥? 왜 내가? 네가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저 때 지언이랑은 사이가 그다지 안 좋았습니다.”
“가족끼리 사이 안 좋은 게 얼마나 안 좋다고.”
“저 때가 가장 안 좋았습니다.”
“…뭘 한 거야.”
“묻지 마십쇼.
“아니. 나 얘 과거도 잘 모르는데. 회귀한 거 말고 모른다니까? 어. 이봐! 어이! 아이 참… 사람 곤란하게 하네.”
형은 내 귀에 무언가를 꽂고 휙 사라졌다.
화려한 외형의 외국인이 나를 쳐다보다 성큼 다가와 무심코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외국인은 개의치 않고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팔을 잡고 위로 주욱 당겼다.
“뭐. 일어나는 법도 까먹은 거 아니지?”
아까부터 못 알아먹겠던 영어가 한국어로 멀쩡히 들려왔다. 귀에 꽂은 게 통역기인가?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신식물이 있다고?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앞에 서 있던 외국인이 찌뿌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말하는 법도 잊은 거야? 아닐 텐데.”
“예? 아. 아뇨…….”
“어디까지 알고 있어?”
“어디까지라뇨?”
“헌터나 몬스터나 던전 같은 거.”
“…관심도 없는데요.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럼 그거 다루는 법은?”
“그거라뇨?”
“네 손목에 있잖아.”
그 말에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손목에는 아까와 같이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차라리 꿈이면 좋겠는데.
“뭐. 지금 변한 게 그럼 그 개방이라는 거예요? 근데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차이가 얼마나 큰데.”
“뭐 문양 발현자들은 하늘 높이 뛰고 건물 하나를 과자마냥 부수는데. 지금 저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휘익! 옆으로 건물 파편이 날아와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파편 부서지는 소리에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거봐. 신체 능력은 잘 적용됐네. 능력도 멀쩡하지 그럼? 한 번 써봐.”
그 말에 무심코 기대감이 차올랐다. 왜 그. 내 세상이 아니라 관심도 흥미도 없었지만, 막상 다가오면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그런 거 말이다.
외국인의 말에 무작정 손을 뻗었다가 아. 하며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데. 능력은 어떻게 쓰는 거예요?”
“뭐? 뭔 소리야. 문양이 생기면 절로 알잖아?”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뭐?”
외국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아니, 모르는걸 뭐 어쩌라고. 그런 눈으로 봐도 모른다고! 뭔데 그게 대체.
“아니 애초에. 그쪽은 누구신데 이러는 건데요!”
“나 데이비드! 네……. 아는 친구!”
“아는 친구는 뭡니까! 애초에 당신 같은 친구를 둔 적이 없어요!”
“너 이제 친구라고 해야지 친구야? 아니잖아!”
“그건 아니지만… 애초에 당신 몇 살입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저보다 많으면서 그렇게 소리나 치고 우기십니까!”
“…네가! 도와줬는데. 정작 기억을 잃어서 내 도움이 도움인지 모르게 됐으니까…….”
“전 당장 상황 설명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런 문양 사용법이 아니라!”
“아 그렇― 우왁.”
“커헉.”
데이비드라는 인간이 내 목에 팔을 걸치고 잡아당겨 절로 목이 죄어왔다. 그리곤 땅으로 착지하고 쿨럭이는 나를 뒤로한 채 위를 쳐다봤다.
“뭐 저렇게 과격하게 싸워.”
저걸 그렇게 가볍게 표현해도 되는 상황인가? 큰 자택으로 추정되는 곳은 다 무너져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고. 사방은 불난리에 꼭 지구가 멸망하는 것만 같은데.
‘잠깐만. 내가 문양 발현자라면…….’
나도 이걸 보고 그냥 저렇게 얘기했을 수도 있었던 거야? 오히려 무서운데? 나 이거 꼭 해야 하나. 큰일이 큰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건 그냥 안전 불감증이잖아.
“이봐요! 빨리 상황 설명부터 해줘요!”
“어 응? 으음. 뭐부터 설명해야 하지.”
“여기가 어디고. 왜 여기 있는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아 그래그래. 일단 여기는 우리 집이야.”
“…예?”
이건 또 뭔 나라 팔아먹는 소리야. 댁 집이라고? 댁 집 지금 다 무너졌는데?
“그리고 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내가 납치해서고. 아 여긴 영국이야.”
“납 뭐. 영. 예?”
내가 들은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소리에 귀를 몇 번 두드렸다.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아니 나도 문양 발현자라면서. 뭐 C급이라 또 형을 꾀려 납치라도 한 건가?
“형이 목적입니까?”
“응? 아니? 네가 목적이니까 널 납치했겠지?”
“예? 등급 낮은 저를 왜…….”
“뭔 소리야? 네 등급이 왜 낮아.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는데 넌 일단 S급이고. 내가 몬스터랑 손을 잡아서 납치가 가능했던 거야. 그리고 너는 그 몬스터를 여기로 끌고 올 그릇이 되어서 데려온 거고. 그 몬스터는 쟤야.”
눈만 끔뻑이며 바라보자 데이비드가 긴 침음과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헝클었다.
“그러니까! …하. 배경지식이 이래서 중요하다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뭘 설명하고. 아무튼 너는 중요한 인물이니까. 쟤한테 잡히면 큰일 나!”
“무슨 큰일이요?”
“쟤가 마음 편히 날뛸 수 있게 돼.”
“지금도 잘 날뛰는 것 같은데요.”
“으음. 그니까. 아마 저게 봉인이 덜 풀렸다고 해야 하나. 최종적으로 널 먹어야지 더 자유로워진다고 했어.”
“절… 먹어요? 은유적인 표현인 거죠?”
“아니? 진짜 목구멍으로 삼킬걸?”
“…아니 제가 뭐라고 대체.”
“지금 너랑 쟤는 연결되어 있다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 윽!”
갑자기 뇌가 지독하게 저려왔다. 무언가 압축해 쪼그라드는 기분에 머리를 붙잡고 간신히 버텨내자, 무언가 강렬한 기억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니까. 지금 난 기억을 잃었고. 너는 납치범이고. 저 녀석은 주범이라는 거지.”
“응? 맞아. 갑자기 이해했어?”
“주범은, 어떤 녀석이지?”
“아아 그걸 설명 안 했네. 새로운 꿈의 군주야.”
“허.”
“응?”
“…하나만 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기억과 다른 꿈의 군주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아직 안 망한 건가?”
“뭔 소리야? 네가 탑의 주인들을 죽였잖아. 내가 알기로는 두 마리는 네가 죽이고. 한 마리는 죽이는 걸 서포터 해줬다며. 그리고 왕도 죽이고 나왔잖아. 망할 수가… 잠깐만. 문양 발현 전 기억 아니었어? 네가 세상이 망하고는 어떻게 알아?”
“…왕.”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겨우 정리해나갔다. 분명 나는 또 실패했다. 혼자이기를 자처해 그 누구도 곁에 두지 않은 채 끝을 갔음에도. 결국 운명은 이 행성 모든 생명체를 삼켰다.
하지만 지금 보아라. 주변이 난장판이긴 하지만, 저 너머는 아니다. 높은 건물들이 무너지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기회가 있는 거야.’
세상을 구할 기회가 있다.
회귀를 끝낼 기회가 있다.
세상을. 회귀를. 세상을. 회귀를. 세상을.
“데이비드였습니까.”
“어? 어. 내 이름이지?”
“납치범이라고 하셨죠. 주범은 저쪽이긴 해도 당신도 저쪽 편이었을 테고.”
“그으…렇긴 한데. 아까 혼나고 와서 정신 차렸어.”
“글쎄요.”
“응?”
사람은 안 변한다. 변하지 않기에 나쁜 짓을 저지른 인간은 또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이 자라고. 다를 건 없어.
손아귀에 별 무리가 생겨나며 손을 뻗자 그 앞으로 쏟아져. 무언가와 부딪친 순간 곧바로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