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그때 죽였어야 했나.’
…아니. 과연 왕이 안 보고 있었을까? 단순 본인의 후계를 그렇게 놔두진 않았을 거라고 본다. 아니면 또 다른 후계를 만들었겠지.
‘그래서 처음 봤을 땐 말 정도는 통할 줄 알았는데.’
애석한 희망 사항이었나.
‘임하늘의 능력은 최대 10분까지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고.
‘대략 3분 정도 지났으니.’
7분. 그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가진 능력을 전부 나에게 투자했다. 보호. 공격력 상승 등.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한쪽을 잃어도 만만한가 보지.’
내가 온갖 버프를 걸어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아니면 뭐, 변신 중에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걸 지키기라도 하나?
쿵!
먼저 공격하려고 들어가자마자 한쪽 어깨가 검은 창에 꿰뚫렸다. 아야야. 봐주긴 했나 보다.
캉!
검을 이용해 왕의 팔을 잘라냈다. 동시에 창을 뽑아내고 나 자신에게 힐을 했다. 그리고 다시 낫을 들고 공격했다.
키기긱.
날이 튀며 팽팽하게 싸움이 이어졌다.
“하나 옛날얘기나 해줄까.”
―…….
“능력을 아예 못 썼을 때 얘기야. 신체 능력만 뛰어난 반쪽짜리 헌터로서, 내가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아?”
낫으로 한창 왕과 싸우다가, 반대 손에 검을 쥐고 왕을 공격했다. 왕이 검을 받아치는 순간 낫을 버리고 단검을 쥐어 왕의 눈을 노렸다. 이번에도 왕이 피해, 떨어지는 낫을 잡고 목을 노렸다. 왕이 머리를 숙이며 피한 순간, 다리를 이용해 왕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다음으로 창을 꺼내 들어 배를 관통시키려 하였으나, 손쉽게 막혔다.
“모든 무기를 이용했어. 인벤토리는 늘 무기로 가득했지. 낫이 잡히면 왼손에 검을. 검이 잡히면 단검을. 단검이 튕겨 나가면 다시 낫을 잡고 휘두르고. 그러다가 발밑에 떨군 칼을 튕겨 상대를 공격했고.”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군.
“이 짓을 얼마나 했을까?”
콱! 발밑에 떨어져 있던 낫의 자루를 밟아 단숨에 튀어 오르게 했다. 왕이 가려 했던 곳의 퇴로가 막히고, 왕이 돌진해 왔다. 그걸 예상하고 창을 들어 왕에게 겨누었다. 왕은 한심한 듯 바라보며 창을 피해 달려들었고, 나는 그 틈을 노려 장대처럼 창을 바닥에 꽂고 몸을 날렸다. 왕의 뒤로 온 순간 와이어를 이용해 왕의 목을 쥐고 가까이 들러붙어 단검으로 한쪽 눈을 찌르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또 막혔다.
“눈 한쪽은 스스로에게 주는 페널티였나 보지? 우리가 그만큼 만만했나 봐.”
―너희도 결국. 나의 세상. 나의 백성의 능력을 사용하니. 그들의 위를 군림하는 나에겐 당연한 거지. 결국 그 능력도, 우리의 세상 것이었으니.
“아아.”
이거 어쩐담. 눈 한쪽은 정말 나름의 배려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도저히 틈이 안 나잖아.
‘내가 열심히 안 하고 있나?’
나도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대로 하고 있는 거지. 온 힘을 다해 하고 있던가?
분명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닿질 않으니. 영 싸우는 기분이 아니었다. 뭔가, 좀 더 이렇게…….
휙! 뭘 하든 닿지 않았던 왕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 뭐야. 나 어떻게 한 거지? 방금 나 뭐 했어? 기억이 안 나는데?
―건방지게.
왕이 격분한 듯 공격해 왔다. 아까보다 빠른 속도인 건 분명한데, 막을 수 있었다.
‘설마 이거.’
개화도 시간이 필요한 거야?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더 강해진 거고?
‘미치겠네.’
그러면 진즉 주지. 싸울 때 주는 건 뭐야.
‘잠깐만. 그렇다는 건.’
쾅! 결계 한쪽에 큰 타격을 느껴 보니, 겹겹이 쌓았던 결계가 부서지고 있었다. 부수는 쪽은… 형이었다. 저 미친 인간이.
전부 부수고 달려와, 무작정 왕에게 공격했다가 뒤로 퉁겨졌다. 왕을 상대할 능력도 없으면서 여길 왜 온 거야. 내 결계를 부술 정도로 강해졌다고 해도. 왕은 무리일 텐데.
“형 돌아가.”
“돌아갈 바에 죽을 거야. 혼자 싸우게 둘 바에 싸우다 죽을 거야.”
“…….”
왕에게 여전히 겁을 먹었으면서 두 다리로 어정쩡하게 서 검을 쥐었다. 던질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둘이니까. 그나마 싸울 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되뇌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알아서 해.”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형 하나니까 생각할 건 그나마 적겠지. 형 정도면 죽지 않도록 피할 능력이 있으니까. 그래. 보호보단 공격을 우선 위로…….
“한지언 씨. 생각보다 빠르진 않으신 것 같네요.”
팔락. 두 어깨에 손이 닿았다. 곧이어 하얀 천이 보이고, 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았다.
“…지화연 씨는 왜 또.”
“이곳에 오고 싶은 사람은 꽤 있어요. 아마 결계에 가로막혀 느껴지지 않는 왕의 기척 때문이겠죠. 본인이 이겨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지만요.”
“익숙한 얼굴만 보이는데요.”
“결계를 뚫고 와야 하다 보니 개화가 된 사람들만 올 수 있었죠. 다른 개화 헌터도 있긴 했는데, 소수이고. 저희가 부탁해서 결계 바깥을 지키기로 했어요. 개화 헌터들은 왕의 기척을 느낄 수 있어서 안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지화연 씨는 언제 또 개화하셨어요.”
“유아한 씨의 말을 듣고, 고민을 조금 했죠. 그러다가 떠오른 생각은 문양이 내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면, 얼굴을 뜯어버릴 마음을 가졌죠. 그리고 얼굴에 칼을 가져가니, 문양이 다급하게 나오던걸요? 그 뒤론 대화 좀 하다가 갔어요.”
“참 어이없게 하셨네요.”
“그쵸? 조금 멋지면 좋겠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리고…….”
고개를 슬쩍 돌리자, 그곳엔 류천화 씨가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아한 씨, 유주한은 덤으로.
“그냥 다 오셨네요. 승현 헌터도 데리고 오시지 그러셨습니까.”
내 말에 유아한 씨가 답했다.
“아아. 기절했어요.”
“예?”
“싸우다가 기절한 건 아니고. 갑자기 픽 쓰러지던데요?”
“…….”
“그래서 그냥 두고 왔어요. 아마 문양과 관련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유아한 씨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류천화 씨를 바라봤다. 가만히 바라보자, 류천화 씨가 말했다.
“왕이 생각보다 얌전하군.”
“그쪽은 왜.”
“내 마음이지.”
“개화는 얌전하다가 어쩌다 되셨어요.”
“뭐. 높은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그런 거 아니겠나.”
뭔 소리람.
“아무튼… 돌아가실 거면 지금 돌아가세요. 저는 남을 지킬 만큼의 여유가 없어요.”
“형! 걱정 마요! 저 강해요! 지금도, 조금 무섭긴 하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여기서 지면 다 끝이잖아요.”
류천화 씨가 말을 덧붙였다.
“한지언 헌터 혼자서는 무리일 것같고 말이지.”
“…그건 아닙니다. 얼마 안 남았었는데.”
―뭐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거지?
쾅! 왕이 내 말에 빈정이 상하기라도 했는지 대뜸 달려들었다. 애초에 왜 가만히 있던 거야. 우리 세상이 목표였던 거 아니었어? 그냥 싸우러 온 거야? 아니잖아.
‘관찰인가?’
얼핏 봤을 때 분명.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설마 저 눈으로, 능력을 간파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거기라도 하는 건가?
그 생각에 흠칫. 공격하던 손을 멈췄다. 쿵! 튕겨져 나가며 그 앞으로 형이 나서 왕을 공격했다. 그 옆으로 유주한과 류천화 씨가 공격했고, 위와 뒤에선 지화연 씨가 추가 공격을 했다.
왕은 형의 공격을 한 손으로 막은 후, 양옆에 오는 두 사람을 다리로 걷어차고 검은 손으로 내려쳤다. 그러다가 위에 있던 지화연 씨를 발견하곤,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했다.
그러니 단숨에 바닥을 검게 물들이던 유아한 씨의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발목이 썩어 무너졌는지, 단숨에 아래로 쓰러졌다가 팔로 본인 몸을 던지고 검은 손으로 이끌어 제 발목을 재생시켰다.
‘…아무래도.’
저 눈이 문제인 것 같은데.
나는 형 옆으로 슬쩍 가 중얼거렸다.
“시야 차단.”
형은 내 말에 곧장 결계 안 전체를 안개로 뒤덮었다. 나 역시 시야가 뒤덮여 아무것도 안 보일 각오를 했으나. 예상외로 다른 사람들이 파란 외곽선의 형태로 보였다. 형의 개화한 능력인가. 쓸모 있네.
쿠당탕! 쾅! 다른 사람들이 기척만으로 들키기라도 했는지 계속 나가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기척을 최대한 지워서 다가가야겠네.’
형의 능력 자체가 기척을 지워주는 듯하지만. 왕에게 형 능력은 시야 차단 말곤 별다른 피해가 없는 듯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기척을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그나마 비슷한 내가 기척을 숨기고 다가가면.
기척 지우기. 존재감 지우기. 투명 같은 온갖 능력을 사용하고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척을 지우고 나서 다가갔다. 그리고 형이 검을 휘둘러 왕을 공격하는 타이밍에. 나는 바로 그 위로 낫을 휘둘렀다.
꾸드득.
―…….
낫은 왕의 목에 반 정도 파이고 나서야 멈추었다. 곧이어 왕의 팔짓에 안개가 걷히고. 왕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