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2
42화
“흠.”
헨젤과 그레텔처럼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몬스터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수를 잘못 셌나? 혹시 몰라 30마리 더 죽였는데.’
몬스터를 100마리 넘게 죽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면 몬스터는 그냥 방해 공작용으로 있는 건가?
“큰일 났네.”
몬스터를 많이 죽인 만큼 꽤 멀리 왔지만, 탈출구는 없었다.
나는 벽 위로 올라가 내가 지나온 길이 어느 정도인지 봤다. 그러나 거대한 미로 안에서 내가 지나온 길은 작은 줄이 찍 그어진 정도였다.
‘뭘까.’
푹. 나는 벽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제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내려가서 볼 것도 없으니까. 일단 중요한 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인데.
“능력도 안 써지고. 몬스터를 많이 죽여도 별일 없고. 미로는 끝이 안 보이고.”
답이 없네.
‘이럴 거면 왜 기여도에 따라 다른 곳으로 가게 한 거지.’
아니, 애초에 그렇다고 확정도 안 났지만.
‘1층에서는 숨겨진 거 찾기. 2층에서는 몬스터 상대하기.’
정말 단순히 게임을 즐기려는 건가. 이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잠만.’
1층에서의 미션은 분명 숨겨진 보물을 찾는 거였다. 그래. 그리고 2층에서의 미션은 단순히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였지만, 유리 공예품들의 등장으로 인해 그것들을 처치하는 공략법을 알아내야 했고. 결과적으로 층을 클리어하려면 둘 다 무언갈 찾아내야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짧게 침음을 내뱉고 생각을 이었다. 내가 미로에서 찾아야 할 것. 그게 무얼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
미로에 들어오자 뜬 홀로그램 창은 분명 내게 탈출구를 찾으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 엄청난 행운이 있기를 빌었고. 그 뒤로 벽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와 몬스터를 죽이고…….
‘처음부터 다시.’
나는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을 되새겼다. 몇 번이고, 무언갈 깨달을 때까지.
그렇게 몇 번을 되새겼을까. 문득, 하나의 문장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탈출구를 찾아라.’
미로 안에서 탈출구를 찾으라는 말이 없었다. 즉 그렇다는 건 미로 바깥에 탈출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하물며 행운을 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는 뜻.
‘그러면.’
휙 고개를 들어 검은 천장을 바라봤다.
검은 천장.
‘분명…….’
계단에서 오를 때도 검은 천장을 부수고 들어왔다.
곧장 든 생각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천장의 높이를 가늠했다. 대략 내 키의 열 배 정도 되는 길이였다. 상당히 높은 천장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래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건가?’
능력을 사용하면 간단히 천장에 닿을 테고, 그래서 천장이 무너지면 너무 쉽게 탈출구를 찾을 테니까.
‘능력은 사용 못 하니…….’
지익. 나는 높이 점프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곧이어, 터엉! 몸이 높이 떠오르며 천장과의 거리가 좁아졌다. 나는 천장에 닿기 전 핑그르 돌아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콰장창!
손쉽게 부서지는 천장에, 곧장 무너지지 않은 부분을 잡아 천장 위로 올라갔다.
“…….”
진짜였냐고.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선이 찍 그어진 것 같은 몬스터들의 핏자국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동안 내가 했던 짓은 다 뭐였던 거지.
‘괜한 힘만 뺐네.’
스륵, 다시 메꾸어지는 바닥을 뒤로하고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무성한 나무와 꽃, 그리고 버섯. 하나 이상한 점은, 모든 것이 지나치게 채도가 낮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엔 또 뭘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와 달리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보이는 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나무, 그리고 퍼석하게 밟히는 썩은 풀뿐이었다.
“흠.”
아까와 같이 뺑뺑 도는 기분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번에도 올라가서 볼까. 아니, 어차피 아까와 똑같이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잠만. 방금 답을 찾은 것 같은데.
아까와 같다. 그렇다면 설명이 안 뜬 것도 이해가 갔다. 그야 이곳 역시 미로의 연장선상에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번에도.’
휙.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성한 나무로 인해 보이진 않았지만 저기가 답일 확률이 높을 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하늘로 뛰려 몸을 낮췄다. 그리고 땅을 박차려는 순간, 쿠르릉! 땅이 울리며 갈라졌다.
무언가가 땅 아래에서 움직이는 기척에 어정쩡하게 뛰어오른 나를 향해, 쾅! 흡사 칠성장어 같은 외형의 몬스터가 튀어나와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나는 곧장 낫을 휘둘렀다. 몬스터가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 나가며 사방으로 검은 피가 흩뿌려졌다.
‘하나 더.’
숲 안쪽, 희미하지만 분명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도 전 달려드는 공격에 나는 반사적으로 방어했다.
카강!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맞닿은 단검에 나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와락 찌푸렸다. 단검의 주인이 가면 아래로 강렬한 웃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텅! 내가 뒤로 물러서자 마찬가지로 물러선 흰 가면이 단검이 이어진 사슬을 휙휙 돌리며 말했다.
“오래간만이지?”
“뭐,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저번 던전에서 만났던 헌터였다. 아니, 헌터라 부르기도 애매한 무언가였다.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거든. 그래서 얼른 달려왔어. 잘했지?”
틱. 손을 작게 굴려 능력을 사용하자 아까와 달리 멀쩡하게 사용됐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나는 곧장 흰 가면을 공격했다. 하지만 내 기습을 눈치챈 흰 가면이 공격을 피한 후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다시 한번 무기가 서로 맞닿았다. 나는 그 틈을 노려 하늘에 별을 만들어 내 쏘았다. 충격으로 인해 잠시 바닥이 갈라졌다가 이내 복구되었다. 흰 가면의 귀가 찢어져 피가 새어 나왔다.
‘지금이면.’
쾅! 땅을 박차 이번엔 내 쪽에서 달려들었다. 나는 낫을 휘두르는 척 흰 가면의 머리를 부여잡아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쿠웅! 땅이 울릴 정도의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손을 떼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자 흰 가면의 두 단검이 팔에 꽂혔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퍼버벙! 능력이 무수히 터져 나갔다. 흰 가면이 단검으로 내 팔을 짓이겼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욱 흰 가면을 억죄어 막대한 힘을 쏟아부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능력을 끊어 내고 잠시 누르고 있자 흰 가면이 툭, 단검을 쥐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나는 억죄었던 손의 힘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팔에서 단검을 뽑아냈다.
‘팔이 멀쩡할 날이 없네.’
나는 포션을 꺼내 적당히 뿌렸다. 몸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해독제도 마셨다. 그리고 흰 가면을 잠시 바라보다, 목을 발로 밟았다.
“컥!”
“너희 목적이 뭐냐?”
“…….”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금이 가 곧 부서질 것 같은 흰 가면 너머의 눈이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흰 가면의 목을 더욱 억죄어 누르며 물었다.
“대답.”
“…….”
후드득, 가면의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입을 열지 않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왜 대화를 싫어할까. 대화가 얼마나 평화로운 수단인데.
내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흰 가면이 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어떻게 이리 강해졌지?”
“글쎄? 네가 약한 거 아닐까.”
“이―”
“화 좀 가라앉히고.”
꽈드득. 나는 의외로 단단한 흰 가면의 목을 한층 더 강하게 눌렀다. 흰 가면은 내 발목을 부여잡고 제게서 떼려 하는 듯 보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아까와 같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되물었다.
“목적이 뭐냐고.”
“말…했을, 텐데? 기억력이, 안, 좋나 봐?”
후드득. 흰 가면이 말을 할 때마다 가면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말했다라……. 아, 그럼.
“왕의 세상이 도래한다. 그거?”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럼 맞는 말이라는 건데.
“그래. 그렇다 치자. 근데 지금 하는 짓거리는 그거랑 다른 것 같은데.”
“…….”
“안 죽은 거 아니까 대답.”
흰 가면은 입은 죽어라 안 열면서 눈만큼은 희번덕거리며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엔 도와줄 사람이 없나 봐?”
나는 비웃듯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목적으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다만, 목적이 어찌 됐건 네가 쓸모없다는 건 잘 알겠네.”
“너…….”
시비는 잘 통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잖아? 우릴 공격하는 걸 보면 대강 목적이 우리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가로막는 게 목적이라고 쳐도 이렇게 드러누워 있을 뿐이고. 그리고 정보 누설도 했었지?”
말을 하면 할수록 흰 가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듯, 가면 조각이 후드득 떨어졌다.
“진짜 쓸모없다. 하는 게 뭐야? 기승부리기? 싸움 걸고 패하기?”
콰득. 흰 가면의 손톱이 내 발목을 파고들었다.
“맞는 말이라 반박도 못 하는 모양이지? 내가 그런 사람을 몇 겪어 봐서 아는데, 반박할 말이 없으면 꼭 욕하거나 몸이 먼저 나가더라.”
“닥쳐!”
“봐 봐.”
나는 미세하게 발에서 힘을 풀었다. 그야 말을 못 할 정도로 죄면 말을 내뱉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고, 그사이 내뱉으려는 말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 그 전에 내뱉게 하는 게 좋다.
“네가 뭘 어찌했든! 승리의 잔은 우리에게 쥐여 있다! 애초에 우리의 것들이 너희 세상이 생겨난 시점부터 너희는 이미 진 거야!”
“글쎄? 그렇다기엔 죽은 사람도 별로 없고, 잘 클리어하고 있는데.”
“하, 멍청한 것.”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흰 가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흰 가면이 꼴좋다는 듯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넌 이미 함정에 걸려든 거야! 그야 이것도 우리의, 왕님의 작전이니까! 군주들이 너희를―”
챙그랑! 뒤편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뒤로 돌자 그 틈을 노려 흰 가면이 내 발밑에서 빠져나와 뒤로 물러났다.
“…또 너야?”
그곳에는 익숙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색 머리에 축 처진 토끼 귀. 흰 가면과 달리 나와 말을 나눌 생각조차 없는 놈이었다. 흰 가면이 슬슬 좋은 정보를 내뱉으려는 때였는데 타이밍 좋게 등장하다니, 인생 참.
아니, 어쩌면 알고 왔을 수도 있지.
토끼 귀 남자가 흘긋 나를 쳐다보았다가 흰 가면을 향해 입을 열었다.
“…□.”
“뭐! 난, 나는 제대로 했어!”
“돌아가.”
“이제 막 나왔다고!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는데―”
“그럼 그 꼴로, 쓸모를 다하지 못한 채 죽고 싶은 건가?”
“…….”
후드득, 몸을 일으켜서인지 가면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흰 가면을 바라보자 가면 아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뚝뚝 흐르는 검은 액체, 그리고 아득한 어둠으로 둘러싸인 외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게 본모습인가 봐?”
“……!”
흰 가면은 재빨리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조각난 가면은 무너질 대로 무너져 되돌릴 수 없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음, 그래. 그러니까, 폰…이었나?”
“…….”
폰이라고 부르자 흰 가면은 놀람과 동시에 살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무슨 잘못을 할 때마다 계속 폰이라고 하길래 이름인가 했는데, 맞나 보지? 발음이 약간 다른 듯한데, 뭐. 대충 그렇게 들리니까.
“얘 말대로 쓸모를 다하기 전에 죽을 거면 돌아가는 게―”
“시끄러워! 입 다물라고!”
주르륵. 검은 액체가 흰 가면의 팔을 타고 흐르더니 이내 검은 단검을 만들어 냈다. 지화연 씨와 비슷한 능력인가.
자제력을 잃은 폰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이성을 잃었네.’
내가 가뿐히 휙 공격을 피하자, 푸욱, 뒤에서 날아온 발 차기에 폰이 휘둘렀던 칼이 내 명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