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6화
“……!”
에단이 누구보다 빠르게 쓰러지는 사라의 몸을 받아 내었다.
사라가 흘리는 피가 손수건을 다 적시고도 모자라 에단의 옷에 점차 붉은 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유, 유모. 유모!”
클로드는 조막만 한 손으로 차갑게 식어 가고 있는 사라의 몸을 흔들었다.
왈칵하고 멈췄던 눈물이 다시 클로드의 뽀얀 뺨을 타고 흘렀다.
클로드는 이 모든 것이 그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자신이 행복을 느끼면 곧 뒤이어 찾아오는 게 불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스스로가 싫어졌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유모가 죽을 거야.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다 죽을 거야, 엄마처럼.’
그때 클로드의 두 눈에서 검은 기운이 희미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클로드?”
그것을 눈치챈 에단이 클로드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이의 온 신경은 쓰러진 사라에게 쏠려 있었다.
아이의 녹색 눈동자에 스민 어둠이 두 눈을 좀먹어 가는 것을 본 에단이 클로드에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눈을 감고 있던 사라에게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아아……. 아파요, 클로드 님.”
목소리엔 힘이 없었지만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사라는 손을 들어 클로드의 뺨을 어루만지며 눈을 떴다.
그러자 아이의 두 눈에 피어오르던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에단의 어깨에 그제야 조금 힘이 빠졌다.
“괘, 괜찮아? 괜찮은 거야 유모?”
“그럼요. 정말 잊으신 거예요? 저는 정말 위대하고 강한 마법사라니까요?”
“그치마안…….”
클로드가 울먹이며 더듬더듬 사라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금방이라도 사라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아주 있는 힘껏 힘을 주는 아이의 심정을 알았을까.
사라는 에단의 품에 몸을 맡긴 채 손을 들어 클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힘이 빠졌을 뿐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까……, 너무 오랫동안 달려서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 정도예요.”
“많이 힘들어?”
“음, 클로드 님이 뽀뽀해 주시면 싹 나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사라는 키득키득 웃었다.
마치 장난을 치는 것처럼 투정을 부리는 그녀의 말만 들어 본다면 꾀병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너무나 창백했고, 몸은 축 늘어져 있었으며, 머리에선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퍼 경, 마차를 준비해. 밀런 소백작을 공작가로 모셔야겠다.”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오죽하면 지쳐서 주저앉았던 제이드마저도 에단의 명에 그녀의 안색을 확인하더니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렸을 정도였다.
에단은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사라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암브로시아의 힘을 단숨에 제어할 수 있는 여자의 몸이 어째서 이토록 가볍냔 말이다.
에단은 사라가 클로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더욱 무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에단의 시선을 느꼈을까. 사라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암브로시아 공작가라면 보는 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상처부터 치료해야겠습니다.”
“상처는 치료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공작님. 많은 사람들이 제 상처를 보았으니 빠르게 치료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거예요.”
“그런 것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니 상처부터…….”
“그렇지만, 겨우 이깟 일로 공작님을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제 상처에 대해서 무심하게 말하는 사라를 보며 에단은 미간을 좁혔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어째서…….’
에단이 심각해지려 하자 사라가 곤란해하며 입을 열었다.
“클로드 님이 뽀뽀만 해 주면 낫는다니까요? 공작님이 어서 클로드 님한테 뽀뽀해 주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
사라는 애써 웃으며 농을 건넸지만, 오히려 에단의 심정은 복잡해졌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 힘들어진 에단은 아까부터 끅끅거리며 울음을 삼키는 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클로드 님? 괜찮으세요?”
에단을 따라 시선을 돌린 사라가 클로드의 얼굴을 보며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 에단의 앞에서 곧잘 얼굴을 붉히곤 했던 아이인지라, 그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클로드의 얼굴에 미묘하게 붉은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걸 눈치챈 사라가 손을 들어 클로드의 이마를 만져 보았다.
“가슴이 답답해. 더워. 흐윽…….”
클로드는 서늘한 사라의 손에 이마와 뺨을 문지르며 울먹였다.
사라가 웃으며 말하는 소리를 듣고 안심한 이후부터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아팠다.
그걸 사라가 알아주자 절로 클로드의 입에서 투정이 튀어나왔다.
“나 아파, 아파…….”
“저런, 오늘 너무 많이 놀라셨는지 열이 좀 있네요. 마차는 아직인가요?”
클로드를 안아 들기 위해 사라는 공작에게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윽.”
하지만 힘이 빠진 몸이 이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에단이 다시 한번 그런 그녀의 몸을 받아 내었다.
아이를 끌어안고 다독여야 조금 진정을 할 수 있을 텐데.
사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에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힘이 없어서 안 되겠어요. 저 대신 클로드 님을 좀 안아 주실래요?”
사라가 에단에게 클로드를 안겨 주려 했다.
서둘러 클로드를 받아 안아 들려고 했던 에단이 제 손에 끼워진 반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멈칫, 몸을 굳혔다.
부서진 아티팩트 덕에 일시적으로 제어 가능했던 힘이 다시 통제를 잃고 날뛰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금 전 클로드의 두 눈을 감싸던 검은 기운이 만약 암브로시아의 힘이라면 또 그의 힘이 폭주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분명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
클로드는 아버지가 잠시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를 향해 뻗으려고 했던 두 팔을, 클로드는 서서히 내렸다.
그러곤 품 안에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던 것을 에단에게 내밀었다.
“이건?”
“황궁 출입증이에요, 놓고 가셨어요.”
“…….”
“이거 없으면……, 아버지가 곤란하니까. 이거 주려고 왔어요.”
클로드는 망설임 끝에 제게 닿으려다 멈춰 버린 에단의 손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열이 오른 눈물 젖은 얼굴을 하고선, 안아 달라고 투정이라도 부려 볼 만한데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사라에게는 울며 스스로 안기기까지 하였던 클로드는 에단에겐 다가오지 못했다.
겨우 6살 난 아이가 그의 눈치를 봤다.
‘이까짓 게 뭐라고. 겨우 이런 것 때문에…….’
에단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지금 당장 아이를 끌어안고 진정 괜찮은 것인지 살펴보고 싶은데 그는 그럴 수 없었다.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전부 다 죽을 것이다. 그 피를 타고났으니 전부 다 죽을 거야! 암브로시아는 저주받았으니까, 네가 암브로시아의 저주니까!’
저주처럼 울리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표현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겁이 나 그럴 수 없었다.
부서질까 봐. 내가 망가뜨려 버릴까 봐.
하지만 에단에게 있어서 클로드는 너무나 소중한 아이였다.
가문의 평안을 위해 떠나 버린 동생이 남기고 간 하나뿐인 혈육이었다.
소중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고맙다, 클로드. 네 덕에 내가…….”
에단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열이 오르는 클로드를 안아 주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고맙다는 말에 아이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겨우 고맙다는 말에. 겨우. 그런 것 하나에.
“아아, 정말…….”
그때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에단의 길고 섬세한 손가락에서 마력의 고리가 뱅글뱅글 돌며 푸르게 빛났다.
“밀런 소백작!”
에단이 경악하여 사라를 불렀다.
몸을 지탱할 힘도 없으면서, 사라가 다시 마력을 일으켜 에단의 힘을 제어해 주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라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면 공작님께서 클로드 님을 안아 주어도 힘이 공명하지 않을 거예요.”
대체 왜?
클로드가 디엘린의 아이라서?
클로드를 대신 돌봐 달라던 디엘린의 부탁 때문에?
자신은 어찌 되어도 좋다는 태도로 오직 클로드와 암브로시아를 생각하는 사라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사라가 암브로시아를 도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있는 힘껏 안아 보고 싶은 그런 순간.”
답지 않게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에단을 보며 사라는 사르르 눈을 접어 웃었다.
지금 당장 아이를 끌어안고 싶어 하는 에단의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져서 사라는 조금 무리를 해 본 것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
사라의 말에 흔들리는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던 에단이 조심스럽게 클로드의 얼굴을 매만졌다.
커다란 손바닥 가득히 뜨끈한 아이의 체온이 느껴졌다.
클로드는 그토록 원했던 아버지의 손길을 받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에단은 그만 아이의 작은 몸을 힘껏 끌어안고야 말았다.
‘정말 다행이야…….’
사라는 두 부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몸 내부가 진탕이 되어 가는 느낌을 참아 넘겼다.
적지 않은 피를 토하게 될 것 같아서, 사라는 끊임없이 마력을 순환시키려 노력하며 눈을 감았다.
지금 여기서 피를 토할 순 없었다.
그때였다.
에단이 한 팔엔 클로드를 다른 한 팔에는 사라를 감싸 안고 번쩍 들어 올린 것은.
“어머!”
어엿한 성인 여성인 사라를 무슨 곰 인형 안는 것처럼 가볍게 들어 올린 그의 힘에 놀랄 틈도 없었다.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앞까지 다가온 에단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