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118화. 새로운 동료(5)
“제, 제로의 여자 친구라고? 아니, 그 전에…… 갑자기 걔 얘기가 왜 나와?”
루시아는 제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외모도 외모지만, 유모와 함께 자신을 놀리지 않았던가.
다소 허당한 면모를 모이지만, 명색이 제국 십검인 루시아다.
‘그런 나를 놀려?’
아주 건방진 놈이다.
그때는 당황해서 당하기만 했지만, 다음번에 만난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 주리라.
‘우리 델린이의 곁에 그런 애가 있었을 줄이야…….’
막내의 여린 마음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그놈이 손을 대기 전에 혼꾸멍을 내 줄 생각이었다.
“이상하군요. 아가씨의 이상형 아니었습니까?”
“그놈이? 유모! 내가 이래 봬도 보는 눈이 엄청 높거든?”
“언제는 눈 피하는 패기 없는 남자는 싫다면서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걔는 좀 다르지 않아? 눈을 안 피한 게 아니라, 앞이 안 보여서 안 피한 거 아닐까?”
“흐음……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실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 정도였다.
루시아의 말에 일일이 딴지를 거는 유모가 동의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내가 걔 여자 친구랑 왜 싸워야 하는데?”
“그야 제로 군을 얻기 위해서죠.”
“아니, 그러니까 걔를 왜 얻어야 하는데?”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그에 대한 유모의 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결혼하셔야죠.”
루시아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저번부터 지금까지, 유모가 했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유, 유모! 미쳤어? 나이 차이가 몇인데!”
“조금 전에 무조건 이기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 줍시다!”
“그건 결투인 줄 알았을 때고! 진짜 미쳤어, 미쳤어! 어린애를 꼬시는 것도 모자라서 잘 사귀고 있는 아이들을 갈라놓자니! 그게 어른이 할 짓이야?”
허당인 루시아치고 굉장히 논리적이었던 발언.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유모가 중얼거렸다.
“……하는 거니까.”
“응? 뭐라고?”
“사랑은 쟁취하는 거니까! 그러니 최선을 다합시다! 끝이 안 좋을지 몰라도,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유모의 눈이 뒤집어졌다.
결혼에 미친 악마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다.
“제로 군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그쪽으로 공략을 해야겠어요. 그러니…….”
그러니?
루시아가 본능적으로 과자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살부터 빼도록 하겠습니다. 식사량 50% 감소, 과자는 중단입니다.”
“안 돼애애애!!”
루시아의 절규가 기숙사에 울려 퍼졌다.
* * *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방.
찌리릿-!
방에 들어서자마자 [초감각]이 발동하며 선객이 있음을 알렸다.
“후후, 너무 늦게 찾아오신 것 아닙니까?”
“……시끄럽다, 건방진 놈.”
카론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의 습격 이후, 카론과 못 만난 건 아니다.
그가 조사관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접촉을 할 수는 없었다. 보는 눈이 워낙 많았으니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단 말이지.’
유모에게 응급처치를 받은 이후, 향한 의무실.
소식을 듣고 번개처럼 달려온 카론의 눈길이 향한 곳은 루나가 있는 곳이었다.
다친 루나를 바라보던 카론의 눈빛.
워낙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기에 뭐라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루나를 걱정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한 가지만 묻지.”
카론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악마의 습격, 네놈과 관련된 일이냐?”
여기서 그렇다고 말한다면 나를 죽일 수도 있다.
악마의 습격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건 루나가 위험해진다는 뜻.
그러니, 반대로 루나를 이용한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관련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루나 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뜻이지?”
“악마의 편린. 그놈이 관련되어 있거든요.”
“그건 나도 들었다. 악마의 편린과 자신이 형제라고 말한 것. 그걸 말하는 거겠지?”
카론이 이 정보를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비네스가 하는 말을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비네스를 마주한 건 2페이즈부터다.
그 전에 했던 말을 들은 건 오직 나뿐이라는 얘기다. 즉…….
‘정보의 조작이 가능하다.’
이 기회를 이용해 사천왕에 대한 정보를 넘길 생각이었다.
거짓말이 들킬 경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카론과 작게나마 신뢰가 쌓인 상태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정보를 풀 거니까.’
즉,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100% 검증된 사실이라는 거다.
“후후, 맞긴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놈이 말하더군요. ‘리즈벨트 님’이라고.”
“리즈벨트……! 역시 실존하는 거였나.”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조했다.
“현재 남부에 있는 것 같더군요.”
“자세한 위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네스가 한 달을 꼬박 날아왔다는 정보가 있긴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군.”
그렇다, 광범위하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듯 말하더군요. 이곳의 일을 마치고 난 뒤, ‘갈톤 지방’을 수호해야 한다고.”
3장부터 갈톤 지방으로 진입하려고 할 시, 비네스가 나타나며 플레이어를 막아선다.
현재 우리는 2장의 초입에 막 들어선 상태다.
3장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은 상태.
그곳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갈톤이라…….”
그곳에 병력을 상주시킨다면, 남부를 멸망시키려는 리즈벨트의 계획에 큰 자질이 생길 것이다.
‘적어도 낌새를 알아차릴 수는 있겠지.’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사천왕의 전력을 또 한 번 약화할 수 있을 거다.
어떻게 정보를 넘겨줘야 고민했는데, 비네스의 습격 덕분에 자연스럽게 정보를 넘겨줄 수 있게 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칼로스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틀 전, 근방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 연락이 올 거다. 그보다, 루시아에게는 들키지 않았겠지?”
레스터 가문에 대한 걸 말하는 걸 거다.
[일섬]을 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전투였다는 걸, 카론 또한 알고 있을 테니까.“후후, 그런 낌새는 아니었습니다. 유리디아 양의 마법으로 흔적이 지워진 상태였거든요.”
“다행이군. 함부로 쓰지 말도록 해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까.”
하지만 안 그랬다면 난 이미 이 자리에 없었을걸?
루나의 목숨도 구해 줬는데. 진짜 너무하다.
‘확 볼을 부풀려 버려?’
카론의 눈을 썩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카론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뿐이라 대가를 줄 수는 없겠군. 받아라.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카론이 내게 건네준 건 레스토랑 티켓이었다. 최대 네 명까지 입장 가능한.
하지만 이름이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광장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니,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을 거다.”
오호, 그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레스토랑 티켓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런 부탁도 했었지.’
‘초토화’ 사건 이후 루나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던 나.
카론에게 레스토랑 좀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뭐, 루나는 까먹은 듯하지만.’
상급 악마의 습격이라는 대형 사건 때문에 까먹은 듯하지만, 한 번쯤 데리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루나에게 충분히 도움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으니까.
“참,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말해라.”
“레스터 가문이 반역자 가문으로 몰렸을 당시, 루시드 가문의 반응은 어땠죠?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말입니다.”
표면적으로 표하는 의견 말고, 관계자들만이 알 수 있는 내적 의견.
카론의 입은 곧바로 열렸다.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정확히는, 레스터 가문이 반역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애썼지.”
이미 반역을 꾀했다는 증거가 나온 상태에서, 그것을 뒤집기 위한 증거를 찾아 나섰다?
“어째서죠? 루시드 가문은 황제에게 충성하는 가문. 황제의 명령을 거부할 리 없었을 텐데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그 당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보니…….”
카론이 말끝을 흐렸다.
카론이 모르는 정보도 있다니. 이거 놀라운걸?
“뭐, 그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거겠지. 누구보다 충성을 다해 온 두 가문 아니냐. 서로 통하는 게 있었을 거다.”
“그렇군요. 통하는 게 있다라…….”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냐?”
“후후, 갑자기 궁금해졌거든요. 뭐, 루시드 가문이 레스터 가문을 그렇게 만들었다…… 라는 가능성도 없진 않고 말이죠.”
뒷말은 카론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냈기에 덧붙인 말이었다.
루시드 가문이 범인이 아니라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니까.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면 이만 끝내도록 하지.”
카론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 * *
다음 날, 훈련장.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 훈련을 지켜보던 루나가 물었다.
“근데 저번부터 뭐 하는 거야? 기본 훈련만 하는 것 같던데.”
음, 루나야. 그게 무슨 소리니.
나는 훈련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비기만 사용하고 있었단 말이다.
훙-.
하지만 루나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분명 플뢰르 가문의 비기를 사용하고 있건만, 비기가 비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굉장히 정적이란 말이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평범하게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사람들이 무시했을 만하군.’
르앵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런 걸 가문의 비기라고 한다면, 누구나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나도 시스템창이 아니었다면, 이딴 게 무슨 비기냐며 당장 검을 집어던졌을 정도.
‘이거…… 생각처럼 쉽지 않겠는걸?’
[플뢰르 가문류C]를 S등급까지 올리고, ‘진짜’가 되겠다는 꿈.이대로 가다간 다른 의미의 꿈으로 끝날지 모른다.
‘대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이 검술을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다.
“아, 맞아. 앵무는 어때?”
앵무. 성검을 말하는 것일 거다.
성검 아르테나의 손잡이를 꺼냈다.
볼품없는 손잡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상태다.
“잠들었습니다.”
“흠…… 내가 키스라도 해 줘야 하려나? 공주님의 키스로 깨운다, 뭐 그런 거 있잖아.”
착각일까. 성검이 살짝 떠는 것처럼 느껴졌다.
루나가 성검을 쥔 채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168시간. 일주일이라는 쿨타임.
아직도 사흘을 더 기다려야 했다.
‘실험할 내용은 다 생각해 둔 상태야. 성검은 걱정할 게 없고…….’
새로운 동료. 이놈이 문제였다.
‘좀 튼튼한 탱커면 좋겠는데……. 적당한 매물도 없고, 나를 피하기 바쁘단 말이지.’
빌어먹을 실눈.
매직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을지 말지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던 때였다.
찌리릿-.
나에게 위협을 가할 의도를 가졌거나, 은신한 상태에서 접근할 경우.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때 발동하곤 했다.
즉, 지금 훈련장 입구에 있는 자는 나에게 위협을 가할 생각을 품었다는 것.
팔을 들어 올리며 루나를 살짝 뒤로 보낸 후, 검집에 손을 얹은 채 대기했다.
수상한 인물이라면 곧장 베어야 하니까.
“…….”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깐, 그렇다면 설마?
‘위협을 가할 의도가 아니라, 은신한 상태로 왔다는 건가?’
해가 쨍쨍한 대낮.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여기에 부합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대낮은 물론, 평상시에도 은신을 한 채 살아가는 아이.
드르륵-.
“히, 히익!”
바로 레제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