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31)
제231화
231화. 마족의 피가 흐르지만 악마는 아닙니다(1)
늦은 밤. 빅토리아의 기숙사.
“하암~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
“그러거라. 판타지 소설은 그만 좀 읽고.”
“어머! 이래 봬도 제왕학이 가득 담겨 있는 훌륭한 소설이거든요? 아도니스 님도 이걸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라고요! 아니다, 제가 추천해 드릴게요. 입문용으로는 역시……!”
“……정중히 거절하마. 황제가 될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일단 가져가 보세요. 후기는 내일 듣도록 하죠. 오~ 호호호호호!”
덜컹-.
빅토리아의 방에서 빠져나온 아도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품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가문의 열세 번째 후계자인 내가 북부 대공을 함락시키고 말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이.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로군.’
과거였다면 불온서적으로 분류, 즉각 불태워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제목이었다.
이런 게 바로 세대 차이라는 걸까?
다시 한번 제목을 살피던 아도니스가 생각에 잠겼다.
‘북부 대공은 아니지만…… 북부를 지키는 사자가 있긴 하지.’
루시드 가문.
수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딱 한 번만 패배한 전설적인 가문이었다.
자신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루시드 가문의 가주는 20년 전쯤 병사.
그 뒤를 이은 게 바로 루크 후작이다.
‘루크 후작도 대단하지만…… 자식들도 대단한 가문이지.’
루시아를 필두로, 사남매 모두가 여기저기서 활약 중이었다.
로델린이라는 아이는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처음 봤지만…….
“사자의 새끼는 결국 사자라는 거겠지.”
수십 명의 아이를 단번에 제압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자,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떠올린 아도니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반성문은 써 놨으니…… 이제 다음 일을 해야겠군.”
아도니스가 복도를 거닐었다.
성국의 아이들을 위해 앤우드 아카데미 측에서 특별히 제공한 기숙사였다.
여자들이 머무는 층이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어머, 오늘은 일찍 돌아가네?”
“밤늦게까지 호위 업무야? 우리 아도니스는 착하기도 하지.”
“졌다고 상심하지 마. 다음에 갚아 주면 되니까.”
“사탕 먹을래?”
오히려 귀여워해 주기까지 했다.
성국의 아이들은 아도니스를 ‘천재 미소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도니스가 입안의 사탕을 도로록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제로, 그 아이는 대체 뭐지?’
불길한 외모도 외모지만,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속에 악마를 품고 있다는 걸.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로와의 마지막 교전 당시.
아도니스는 순간적으로 9성의 힘을 사용했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곳에 바람구멍을 낸 뒤, 반응을 살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걸 막을 줄이야…….’
현재 자신은 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태다.
9성의 힘을 사용했지만, 그 힘을 100% 발휘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개 아카데미생이 막을 수 있는 공격은 아니다.’
누구나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허용하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막는다?
이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뿐이다.
‘실력을 숨기고 있다.’
원래는 무난하게 패배할 생각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강력한 공격이 들어오자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만 거다.
막았을 당시 제로의 당황한 표정을 똑똑히 목격한 아도니스였다.
‘적당히 강한 척하며 의심에서 벗어나려 한 거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저런 놈을 내버려 두다니. 카론, 그동안 대체 뭘 한 거냐?’
당장이라도 카론을 찾아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아이가, 그것도 성국에서 온 아이가 카론을 찾아간다면 이목을 끄는 건 당연지사.
그런 아마추어 같은 짓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
‘시궁쥐를 불러 카론이 직접 찾아오게끔 할까?’
하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시궁쥐에게 자신의 정보가 누출되는 꼴이니까.
시궁쥐의 접선 방법을 아는 것도 놀라운데, 카론을 자유자재로 부를 수 있는 아이가 있다?
시궁쥐들 사이에 큰 혼란이 들이닥칠 것이다.
‘칼로스에서 살아남은 시궁쥐들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으니…….’
지금 이곳에 있는 시궁쥐 중, 아도니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내가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마침 제로에게 자정에 만나자는 협박…… 아니, 부탁(?)을 한 상태다.
단둘뿐인데다 시간에 쫓길 일도 없는 늦은 밤.
의심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해겠지. 그럴 거야.’
최대한 중립적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사실 아도니스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의심이 풀린다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
하지만 만약, 제로라는 아이가 자신의 의심을 풀어 주지 못한다면.
‘처리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 자신의 선에서 정리할 것이다.
제로라는 그 아이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 * *
오후 11시 30분.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
짤깍-.
회중시계를 품에 갈무리한 후 망토를 둘렀다.
아도니스를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후후, 쌀쌀하군요.”
기숙사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선생님 없고, 시궁쥐 없고, 스토커도 없고.
통통 뛰며 인기척을 내봤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살짝 안심할 수 있었다.
‘스토리의 일부라는 뜻이니까.’
‘아카데미의 영웅’이라는 게임은 오전 두 번, 오후 두 번 플레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열린다.
자정이나 새벽에는 행동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잠자리에 든 이후 일어나면 아침이니,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늦은 오후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기숙사 사감이 출입문을 지키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가 존재했다.
‘지금처럼 특수한 스토리가 진행될 때지.’
이런 경우에는 밤이나 새벽에도 활동이 가능해진다.
기숙사에서 나오는 즉시, 갈 수 있는 곳이 말풍선과 함께 표시되며 선택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주연 캐릭터들로 예를 들자면.
‘도서관의 유령 스토리, 총장 추적 스토리, 아르바이트 스토리 등등.’
여러 서브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아무튼, 인기척을 냈는데도 기숙사 사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서브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와 아도니스의 서브 스토리가.
대련장은 기숙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넉넉히 걸어도 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 하지만 나는 망토를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먼저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도니스와 1:1로 마주해야 할 뿐만 아니라, 5분을 버텨야 하는데 밑 준비는 당연히 해 둬야지.’
9성 기사, 그것도 9성의 최정점인 아도니스다.
그런 아도니스와 싸우려면 ‘당당함’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다. 아도니스 전용 첫 번째 비책, 당당하게…….
‘……무릎을 꿇고 있어야지.’
당당한 무릎 꿇기.
천하의 아도니스라도 마음이 누그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머지않아 대련장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교류회가 열렸던 대련장이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던 곳.
그런 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으스스하네.’
아카데미라 불리지만, 내가 있던 세계로 따지면 결국 학교.
학교 건물을 늦은 밤에 들르게 되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두컴컴한 외관, 빛 하나 안 보이는 창문, 출입을 막기 위해 쳐 둔 테이프까지.
테이프 뒤에 박혀 있는 나무 팻말로 시선을 옮겼다.
‘공사 중, 출입 금지, 특히 1학년!’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로델린의 감정이 듬뿍 담겨 있는 거친 필체였다.
‘음, 아도니스가 이걸 보고 돌아가 준다면 좋을 텐데.’
워낙 선한 사람이니 그럴지도 모른다.
대련장으로 들어선 내가 무릎을 꿇기 좋은 위치를 찾아 헤매던 때였다.
어디에서 꿇어야 아도니스가 방긋 웃어 줄까?
“도망치지는 않았구나. 칭찬해 주마.”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둠 속에서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거렸다.
아도니스였다.
‘음, 먼저 도착해서 무릎 꿇고 있으려고 했는데.’
첫 번째 비책부터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 비책이 있으니까!
“후후,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시다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군요.”
두 번째 비책, 아부 떨기.
천하의 아도니스라도 좋게 봐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아첨이로구나. 그렇군! 그 간악한 혀로 아이들을 현혹해 왔던 게야!”
“예?”
“어쩐지 세뇌 마법의 흔적이 안 보인다 했더니…… 간악한 놈! 악마에게 혀를 선사 받은 게로구나! 당장 혀를 내밀어라!”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어이, 아 씨 왔어?’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내 몸은 정직했다. 혀를 길게 내빼며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과감하게 가자, 과감하게.’
사실 앞의 두 비책은 세 번째 비책에 비하면 굉장히 사소한 것이었다.
세 번째 비책이자, 아도니스가 나를 아군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증명 수단’.
그걸 갖고 있다는 걸 교류회 이후 깨달은 나였다.
‘과감함과 살짝 도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이곳으로 온 거다.
까치발을 한 채 힐끗거리던 아도니스가 내 곁으로 다가오자,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아도니스와 1:1로 만나 대화하기(1/1)
적이 아님을 증명하기(0/1)
5분 동안 살아남기(5:00)
[4:59]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켰다. 동시에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과연, 악마의 표식은 보이지 않는구나.”
“후후, 악마와 거래를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다른 건 했다는 말처럼 들린다만?”
“그렇습니다. 저주에 당했죠.”
“악마의 저주라…… 반강제로 당했을 경우, 또는 제국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지. 문제는.”
아도니스의 황금빛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났다.
“제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저주인지, 아닌지. 그게 문제겠구나.”
“그게 애매합니다.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어서요.”
[3:53]대련장을 이리저리 거닐며 최대한 느릿하게 말했다.
남은 시간, 앞으로 약 4분.
“말이 아주 매끄럽구나. 네가 그럴수록 내 의심이 점점 심해진다는 거 알고는 있느냐?”
“후후, 그렇습니까? 저는 평범한 학생일 뿐인데요.”
“이 세상 그 누구도 너를 평범하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9성의 힘을 막는 아카데미생?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호오, 설마 당신의 경지가 9성이라는 건가요? 오히려 그쪽이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3:15]살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즐거울 때 빨리 간다.
힘들 때는 더럽게 안 가고.
“내가 널 의심하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악마에게 당한 이후, 수련을 시작했지. 그리고 성공했다. 마족의 피를 느낄 수 있게 된 거지.”
……그게 가능해?
하지만 실제로 내 몸에는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마족의 피S]라는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사람에게는 누구나 밝힐 수 없는 개인사가 있는 법이죠.”
“그 개인사를 안 밝히다가 죽을 수도 있을 텐데?”
“후후, 상대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먼저 본인의 정체부터 밝히는 세 우선 아닐까요? 아도니스 군…….”
아니.
“더글라스 님.”
“……!!”
챙!
아도니스의 창날이 내 목 바로 옆에 놓였다.
어찌나 빠른지, 움직이는 게 보이지도 않았다.
[2:33]“어떻게 안 거냐?”
“후후, 이래 봬도 카론 선생과 거래를 하는 입장이거든요.”
“거짓말하지 마라. 학생인 네놈이 카론과 거래를 한다니!”
“뭐, 카론 선생을 통해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입니다. 참고로 사천왕에 대한 정보도 제가 제공했었죠.”
[1:57]“……카론이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리 없을 텐데?”
“맞습니다. 더글라스 님이 토벌대에 포함됐다고 전해 들었을 뿐이죠. 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더글라스 님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도 저 스스로 알아낸 거니까요.”
“…….”
“교류회 때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조금 전 아도니스 님이 ‘9성의 힘’을 사용하셨다고 말씀하셨기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1:22]“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보시다시피…… 평범한 학생입니다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슬쩍 [눈 뜨기] 스킬을 사용했다.
뻔뻔한 변명,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검붉은 머리칼, 실눈 사이로 불길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아도니스가 전투태세를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쿵!
아도니스가 창을 회수하더니 바닥에 꽂았다.
그러더니 품에서 낡은 검을 꺼내 들었다.
검날도 3cm 정도만 남은 부러진 검이었다.
“……성검의 전설을 알고 있느냐?”
“전설이요?”
“그래, 성검은 악인이 쥘 수 없지. 동시에…….”
빠지지지직-!!
검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2대 성검, 듀란달이 그 모습을 드러낸 거다.
[0:48]“선한 사람은 베이지 않는다는 전설을 갖고 있기도 하다.”
특급 기밀이나 마찬가지인 성검이다.
그걸 내 앞에서 꺼내 들었다는 건, 여기서 끝을 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전설은 전설에 불과한 것을…….’
성검 이전에 날붙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도니스다.
그런데 그걸 내게 겨누다니.
그만큼 나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했다는 뜻이리라.
[0:25]“……놀라지 않는구나?”
“후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허!”
[0:18]“……그런가. 성검을 쥔 나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거로군?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구나.”
“후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됐다, 말장난은 여기까지다. 어디 증명해 보거라. 나를 꺾을 수 있다는 걸!”
[0:08]이럴 수가. 퀘스트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아직도 8초를 더 버텨야 했다.
‘그리고 아도니스의 공격은 1초도 채 걸리지 않겠지.’
하지만 괜찮다.
여섯 번째 퀘스트를 깨기 위한 세 번째 비책이 있으니까.
내가 아군임을 증명하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
지금이 바로 그 ‘증거’를 제시할 차례였다.
품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손잡이 부분만 남은 볼품없는 검.
화륵!
오색 불꽃이 검을 따라, 내 몸을 따라 피어올랐다.
“……!!”
카각-!
아도니스가 휘두른 검과 내 검이 교차했다.
2대 성검 듀란달과 9대 성검 아르테나.
두 성검이 맞부딪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