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81)
181 담배 한 대
중전기조합 사무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돈 아낀다고 에어컨 약하게 튼 것 아니야?
이 방 온난화 원인은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이다. 우리의 따거! 우리 조합 이사장 말이다.
조합 방침인 중전기조합 밟아주자는 취지에 맞춰 아주 화끈한 공격을 날리고 있다. 그저 참관인일 뿐이라 별 얘기 안 하는 내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달래 준다.
그간 쌓인 원한이라는 개인적인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저렇게 강공 일변도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강 사장과 한편이라는 것이 이리 든든할 수 없다.
“아니, 형님! 왜 자꾸 그러십니까? 조합이 뭡니까? 서로 사이좋게 나눠 먹자는 게 조합 아니요? 서로 오해가 있어서 조합이 나뉘긴 했어도 늘 하던 대로 해야지요.”
중전기조합 이사장인 광진변압기 최웅민 사장이 급기야 형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대일 맞다이로 안 통하니 친분을 활용하자는 전략인가? 거기에 응할 강 사장이 아닐 텐데.
“형님은 무슨. 최 이사장님. 난 조합 이사장 자격으로 여기 온 것이오. 뭐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다고 했으니, 이 정도로 합시다. 난 우리 조합의 뜻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형님, 우리 그러지 맙시다. 우리가 이렇게 싸워 봐야 대한전력만 재미 보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도 보십쇼. 새 품목이 나왔으면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지 않습니까? 딸랑 반년도 안 되는 기간 주고 개발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이거 할 짓입니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야지요.”
“이사장님. 우리 조합은 회원사들이 다 개발 끝냈습니다. 그게 뭐 어려운 것이라고. 나는 대한전력한테서 혜택 많이 받고 있으니까 불만 없습니다.”
“아니, 그거야 뭐 빤하지요. 설계 돌렸겠지요. 나 참.”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설계를 돌렸다구요? 진짜 아무 말이나 막 할 겁니까! 지금 뭐 싸우자고 시비 거는 겁니까?”
최 사장의 도발에 나는 살짝 찔렸지만, 강 사장은 꽤 화가 난 것 같다. 딴 건 몰라도 기술력에 자부심을 가진 강 사장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분명하다.
생각하면 웃긴 것이 우리 조합 보고 설계 돌렸을 것이라고 의심해 놓고, 정작 자신들은 절반 가까이 개발도 못한 것이다. 우리가 그랬을 것이라면, 너네도 그렇게 하지 그랬냐? 욕심쟁이들아.
진짜 아무 말이나 막 내뱉네. 입이 근질근질한데, 참관인이라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누가 나한테 도발 안 걸어 주나? 자근자근 씹어 줄 자신 있는데!
“이사장님! 왜 아무 말이 없습니까! 시비 거는 것이냐고 묻지 않습니까!”
“허허. 아니 뭐, 그런 얘기도 있다 그 말이지요. 이 바닥 소문 무성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강 사장의 높은 데시벨에 최 사장이 금세 꼬리를 내렸다. 줏대 없는 놈.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척이로구나.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거만하게 하지 그랬냐?
“말조심하십시다. 나를 욕하는 거는 내가 참고 넘기겠지만, 고생한 우리 직원들 욕하는 거는 못 참습니다.”
“뭐 계속 얘기하시죠. 그래서 변압기혁신조합은 경쟁 입찰하겠다 이 말이지요? 하나도 못 가져갈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 이 말이지요?”
“똑같은 얘기 자꾸 반복해서 뭐 합니까? 그게 싫으면 우리한테 물량을 양보하든지요. 그건 안 되겠지요? 그럼 경쟁 입찰로 능력껏 가져가는 수밖에요.”
잠자코 듣고 있던 동서변압기 김익환 사장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 자식, 저번 신년회 때 나한테 제일 지랄하던 놈이지? 어디 뭐라 지껄이는지 들어나 보자.
“이사장님, 그만둡시다. 뭐 말이 통해야 얘기를 하지.”
“김 사장, 얘기 중이니까 진정해.”
최 사장이 달래는 척하지만, 더 부추기는 느낌이다. 김 사장은 당연히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지껄인다.
“요새 젊은 것들이 설치더니 아주 가관입니다. 강 사장님, 예전엔 안 그러시더니 좀 실망입니다. 사장님께서 중심을 잡아 주셔야지, 젊은 것들한테 휘둘리면 되겠습니까? 이게 뭡니까? 진짜 못해 먹겠네.”
역시나 뚫린 것이 주둥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구나. 이건 회의 종료를 선언하는 알림이로다. 얌전히 앉아 있는 나한테 총구를 겨눴으니 가만있을 수 없지. 이제야 발언 기회가 생기는구나.
한발 늦었다. 박 사장이 먼저 치고 나와 버렸다.
“김 사장님! 지금 저희보고 하는 말씀입니까? 저나 지 사장님은 물론이고, 우리 조합을 모욕하는 말씀입니다. 발언 취소하고 사과해 주세요.”
“이봐, 박 사장. 뭐라도 된 양 그러는데, 예의를 지켜.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큰소리야!”
“뭐라구요?”
“김익환 사장님, 당신은 뭐라도 된 것인 양 그러십니까? 이사장님끼리 얘기하시는 것 안 보입니까? 다들 할 말 많아도 예의 지킨다고 꾹 참고 있는데, 나이 먹고도 그렇게 무례하면서 무슨 어른 대접을 받으려고 합니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박 사장의 흥분을 뒤로하고 내가 전면에 나섰다. 나이도 많은 것이 말을 싸가지 있게 해야지 말이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나이 타령하면서 꼰대질 하는 것인 걸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뭐? 이 자식이. 저번에도 그 난리를 치더니.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야! 요새 돈 좀 번다더니만 이젠 위아래도 없어? 하, 나 참. 이사장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여기랑 얘기한들 시간만 낭비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사장이 야비하게 치고 빠지기를 시도했다.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말 머리를 돌리려고 해! 말 넘어가기 전에 다시 잡아와야지.
“김 사장님, 환갑이 훌쩍 넘었으면 그에 걸맞은 품위와 체통을 가지셔야지요. 그 나이 먹도록 내세울 것이 나이밖에 없으시면 되겠습니까? 사업을 나이로 하시는 줄 아시는 모양인데, 그래요, 사업 아주 잘하시겠습니다.”
“뭐? 너 이 새끼. 말 다 했어? 어디 보자 보자 하니까. 하, 나 참. 젊은 놈이 사업한다고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주 눈에 뵈는 것 없네?”
“아직 말 다 못했습니다. 더 얘기해 봐야 내 입만 더러워질 것 같으니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사업한다는 젊은 놈 걱정 그만하시고, 거기 조합 회원사나 잘 아우르시지요? 조합 이탈하네 어쩌네 말들이 많아서 귀가 아플 지경입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그만들 해!”
제일 나이가 많은 강 사장이 상황을 정리했다. 좀 늦은 감이 있다. 진즉 나서서 한마디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나나 박 사장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려는 의도였을까?
뭐가 됐건 중전기조합은 상종할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명확해졌다. 특히 동서변압기 김익환 저놈.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계속 그렇게 지랄하면서 사세요. 나와 우리 조합은 제 갈 길을 갈 테니.
강 사장의 일갈에 최 사장도 상황 정리에 동참했다. 악랄한 사람이긴 해도 막돼먹은 사람은 아니랬으니, 김 사장의 난동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아시잖아요? 김 사장이 욱하는 성격인 거. 이해해 주시죠.”
“사과할 것은 최 사장님이 아니라 김 사장님인 것 같습니다만.”
일상의 상황이었다면, 나와 김 사장 둘 다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 만만한 것이 양비론이니까. 그런데 강 사장은 그러지 않았다. 역시 정확한 판단력, 아주 좋다.
“김 사장, 뭐 하나? 강 사장님께 사과드려. 그리고 지 사장님, 말은 좀 가려서 합시다. 이거 뭐…… 아니다. 말을 말지.”
“허허, 나 참. 허.”
반항기 가득하던 중2도 아니고, 김 사장이 궁시렁거리며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저 녀석, 성질머리하고는. 나도 사과할 일 없다. 상대방이 지랄하는데 나이 따지고 있을 너그러움 따위는 없다.
가벼운 소란을 뒤로하고 대화가 재개됐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중전기조합은 끝끝내 위장회사 세웠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직하지 못한 상대와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지.
“그만합시다. 더 얘기한들 결론이 날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 알아서 입찰에 응할 테니 중전기조합도 전략 잘 짜서 좋은 성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출혈은 최대한 막도록 하시죠.”
협상 결렬. 대한전력 올해 입찰은 두 조합이 제대로 한판 붙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제 전략과 정보가 성패를 가린다. 두고 보라지, 누가 이기나.
“지 사장, 담배 하나만 주게.”
우리 일행이 사무실을 벗어나자마자 강 사장이 담배를 찾는다. 담배 안 피우던 사람이 왜 그러나? 열 좀 받았나 보지?
“담배 안 태우지 않으셨습니까?”
“저것들이 생각나게 만들지 않나? 끝까지 피해자인 척하는 것이 어찌나 가증스러운지 원. 뭐? 출혈을 막자고? 지금까지 편하게 사업해 놓고 이제 와서 출혈을 막자고? 나 참.”
“어차피 대화가 안 될 사람들인데 괜히 시간만 뺏긴 것 같습니다.”
나한테 담배 한 대 건네받아 불을 붙인 강 사장이 입담배로 한 모금 내뱉고는 말을 이어 갔다.
“지 사장, 이런 과정들을 생생히 기억해 둬. 사업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 다 있네. 자꾸 경험해 봐야 성장하는 법이야. 박 사장, 너도 잘 새겨들어.”
“네. 어휴, 저도 한 대 피우고 싶네요. 김 사장 그 사람은 항상 그런 식이에요. 무슨 사람이 그렇게 예의가 없는지 원.”
박 사장이 담배를 물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내 손을 멀뚱히 쳐다본다. 다 같이 한 대씩 피울까? 그러고 싶다.
“그놈이야 최 사장 밑에서 거저먹는 거야. 그러니 눈에 뵈는 것이 없지. 올해 입찰 끝나면 동서변압기가 제일 먼저 망할 거니까 두고 보라고.”
망할 회사가 태양전기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수두룩하다. 이 진상들, 빨리 처리하고 싶다.
“좀 이르긴 하지만, 어디 가서 저녁이나 먹자고. 오늘 기름진 것 좀 먹어야겠어.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배 속에 기름기가 좀 들어가야 해.”
“사장님께서 사 주시는 거예요?”
강 사장의 저녁 제안에 박 사장이 아양을 떤다. 방금 전까지 김 사장 운운하며 열 내던 사람이 저리 금세 바뀔 수 있나? 고기의 힘인가! 이쯤 되면 나도 보조를 맞춰서 같이 아양 떨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기 값 얼마나 한다고! 이것만 피우고 가자고. 허허. 오랜만에 피우니까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구만. 어, 지 사장. 자네도 눈치 보지 말고 한 대 시원하게 피워.”
“사장님, 아까 사무실에서 본의 아니게 버르장머리 없이 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김 사장과 악연이라 저도 모르게 흥분했습니다.”
나도 상대가 덤비면 앞뒤 안 가리고 맞짱 까는 것이 문제다. 내가 존경하는 어른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인 것은 잘못한 일이지.
“아니야. 잘했어. 김익환이 그놈은 그런 대접 받아도 싸. 쥐뿔도 아닌 놈이 지가 뭐라고 큰소리야? 신경 쓰지 마.”
“사장님이 안 그랬으면 제가 날뛰었을 거예요. 전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 가만 안 두거든요. 아주 잘하셨어요.”
“허허. 준희 큰소리치는 거 못 봐서 아쉽구만. 지 사장. 자네 마름이라고 아나? 김익확이 그놈이 마름 같은 놈이야. 최 사장 밑에서 알랑방귀 뀌면서 콩고물 받아먹던 놈이라고. 그런 놈들이 사장이랍시고 앉아 있으니 원.”
강 사장에 이어 박 사장까지 잘했다고 칭찬이다. 이게 우리 편이란 확실한 증거로다. 든든하다, 든든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제가 고기를 사야 할 것 같은데요?”
“거참. 자네는 내가 밥 좀 사겠다고 하면 그렇게 와서 방해인가! 사긴 뭘 사! 담배 다 피웠으면 가세. 가서 원 없이 함 먹어 보라고.”
고기 집으로 향하는 세 사장의 발걸음이 새 신을 신고 뛰어다니는 아이처럼 가볍다.
앞으로 이겨 내야 할 일이 많지만, 이들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될 것 같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아 윌 레이미 다우우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