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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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31화>031 1차전
“사장님! 이것 좀 봐요!”
“대리님, 또 무슨 일이에요!”
요즘 너무 순탄해서 그런지, 누가 나를 부르기만 하면 무슨 일이 터진 건가 하고 놀라 1초 정도 심정지가 온다. 놀랄 법도 하지. 솔직히 창업 이후 지금까지를 차트로 만든다면 백 프로 작전주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 뉴스에 사장님 나왔어요!”
황미연 대리가 내가 나온 기사를 보며 연예인 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뿌듯하다.
“신문 말고 TV 뉴스도 있을 겁니다. 잘 찾아보세요.”
“오호, 우리 사장님 이렇게 차려입으니까 영 딴사람 같네? 평소에도 좀 차려입고 다녀요! 인물도 좋고 허우대도 좋구만, 꾸미고 다녀야 연애를 하지!”
“전 일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하.”
다들 나주 내려갈 생각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들뜸과 걱정이 함께하겠지?
“그런데 밖에 왜케 시끄러워요? 누가 싸우나?”
“글쎄요. 누구 온 것 같은데요? 내가 내려가 볼게요.”
“아니에요. 제가 내려가죠. 현장 좀 가 볼 겸.”
누구지?
오호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오냐, 잘 왔다! 흥분하지 말자.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려 자근자근 밟아 주마.
“한 과장아. 그 연놈들 왔다. 내려가자.”
“그 연놈들이라니?”
“태양전기 진상들. 너도 한번 어떤 애들인지 겪어 봐.”
“우와 재밌겠다! 사장님아, 밀린다 싶으면 나한테 신호 보내. 알지? 우리 그동안 연습 꽤 했잖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덕준이와 시나리오를 구상해 왔다.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한 것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다니!
“내가 신명 나게 지랄해 줄라니까 걱정 말어. 넌 옆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가, 타이밍 잘 재서 들어와.”
“우리 사장님 화이팅!”
사무실 계단을 타고 소란함이 일고 있는 1층 현장으로 내려갔다. 태연한 척하자.
최현아 성격에 그냥 얌전히 얘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으니 처음에는 예의 차리는 척하겠지. 그것이 얼마나 갈지가 오늘의 관전 포인트!
부디 소리 지르고 난리 피워 주세요. 유리창 몇 장 깨뜨려 주시면 더욱 좋지요!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손님이니 환한 얼굴로 맞이해야지. 암, 그게 동방예의지국의 참 모습이지.
“어쩐 일이냐고? 지 과장 이건 아니지 않아요?”
“하하. 언제 적 지 과장입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하, 나 참. 여기서 이러지 말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경우가 아닌 것 같은데요? 상무님? 공장장님? 여기 계시네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예상보다 빨리 흥분한 것 같다. 단둘이 있을 땐 온갖 지랄을 다 하다가도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척하기 좋아했던 최현아 씨, 벌써부터 가면을 벗을랑 말랑 하면 재미없잖아?
“사장님. 일단 들어가시죠. 지 과장! 저기야?”
태양전기 부사장이자 남편 우진택이 최현아 팔을 잡고 검사과 사무실로 안내한다.
이놈들이 끝까지 지 과장 소리를 놓지 않네? 그래, 맘대로 불러라. 호칭에 예민할 필요가 있나. 시나리오대로 가자.
“한 과장! 차 좀 준비해 줘. 차는 커피밖에 없는데 괜찮으시죠?”
손님에게는 능글맞은 미소를 잊지 말아야 하는 법이지. 난 토종 동방예의지국민이니까.
“지 과장, 지금 사장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어. 왜 그런지는 알고 있지?”
“모르겠는데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공장 견학하시려구요? 그럴 거면 나주 공장 완공하면 그때 오시지 그랬어요.”
일단 잽 한 방 날렸다. 팔짱 끼고 눈에서 독기를 내품던 최현아가 심기가 몹시 불편한 표정을 추가했다. 우진택이 썩소를 날리면서 잽을 받아 냈다.
“구질구질하게 이런저런 말 할 필요 없고. 자네 우리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우리가 편의 다 봐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면 되겠어?”
“지 과장! 난 그래도 당신이 양심이 있으면 우리 회사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사과라도 할 줄 알았어. 어쩌나 보자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없네? 이건 경우가 아니지. 싸가지가 없는 것이라고!”
심기가 몹시 불편했던지 최현아도 입을 연다. 오호라. 최현아 씨. 꽤 참으시는데? 여기 사람들 좀 있다고 체면 차리는 것이야? 너 사무실에서 툭 하면 소리 고래고래 지르자나? 본모습을 보이라고 어서!
“여기 싸우자고 오신 겁니까? 다들 바쁜 사람들인데,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본론만 얘기하세요.”
긴말도 필요 없다. 홈그라운드인데 구질구질 말 섞을 필요가 뭐 있나. 최현아 소리만 지르게 하면 그만이지.
절묘한 타이밍에 덕준이가 가래 한 사발 담은 것이 분명한 차를 들고 등장했다. 그거 프로폴리스 들어간 귀한 커피야. 남기지 말고 마셔.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드세요.”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내가 지금 최현아였다면 저 깐족거리는 덕준이에게 커피를 뿌렸을 것이다. 분위기 좋다!
“하아. 싸우자고 왔냐고? 자네,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사람이 너무 경우가 없네. 허허.”
최현아를 데리고 사는 우진택답게 능수능란하게 드리블 한다. 우진택 저놈이 무서운 사람 같지만, 흥분하면 한 방에 허물어질 사람이다. 꽤 노련한 사람이라 쉽게 흥분하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흥분하게 만들어 드려야지.
“지금 남의 회사 와서 그러면 되니 안 되니 그러고만 있지 않습니까? 난 또 공장 견학이라도 온 줄 알았습니다.”
“이봐, 지 과장. 말귀가 어두운 거야? 아니면 원래 사람이 경우가 없어?”
“제가 말귀가 어두우니까 알아먹게 말씀을 해 주세요.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현아랑 남편 우진택이 바이브레이터라도 달고 있는지 부들부들한다. 뭐야? 둘이 지금 느끼고 있는 거야? 어이 진택이. 전립선이 찌릿찌릿해?
지금 마구 끓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동안 지 과장, 지 과장 하면서 몸종 부리듯 얼마나 부려 먹었나! 그런 것이 회사 생활이라면서 말이다.
몸종 같았던 놈이 따박따박 말대꾸하니까 아주 미치겠지? 이런 것이 사회생활이야 인마!
그나마 우진택은 표정 관리가 되는 편이군. 최현아는 당장이라도 소리 지를 준비를 마친 듯했다. 창문이 몇 장이나 깨지려나 궁금하다.
“내가 봤을 때는 자네가 오히려 싸우자고 이러는 것 같은데? 자네 회사 그만두면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놓고,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지.”
우진택이 슬슬 끓어오르는 모양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자. 손님이니까 여전히 웃음을 잃지 말고.
“아! 그렇습니까? 제가 피해를 입혔습니까? 그것참 궁금하네요. 제가 무슨 피해를 입혔을까요?”
최현아 입이 오물조물한다. 터진다. 터진다. 터져라. 옳지!
“야! 이 새끼 이거 진짜 싸가지없는 새끼네! 새파란 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
만세! 최현아가 터졌다. 어우야, 이 독기는 뭐야?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니 전기라도 감전된 듯이 짜릿짜릿하다.
최현아 씨! 이제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이야? 그래, 제발 벗어 버려. 너는 너 스스로 착하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모두가 너 성질 더러운 것 알고 있다고. 제발 그 착한 사람 콤플렉스 버리라고! 그게 얼마나 사람 미치게 하는지 모르지?
최현아가 터져 주셨으니, 웃음기 만연한 표정으로 화를 더 돋우자.
“아휴, 깜짝이야. 귀청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네. 최현아 씨 여전하시네요.”
“뭐? 최현아 씨? 너 이따위로 해 놓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것 같어? 니 따위가! 네가 뭔데! 아무것도 없는 놈 데려다가 먹고살게 해 줬더니, 뭐? 이 은혜도 모르는 새끼가. 이 새끼가 말이면 단 줄 알아! 아주 세상이 쉬워 보이지? 너 이 새끼 내가 가만 안 둬! 가만 안 둔다고오오!”
“남의 회사 와서 소리 지르면서 폭언하시 마시죠.”
살짝 흥분할 뻔했다. 자재 빼돌릴까 봐 의심하다 의심이 쌓이면 불러다가 소리 고래고래 지르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주 피 말리게 했었지. 휴우. 진정하자. 시나리오대로! 차분하게!
“사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마저 얘기하겠습니다.”
최현아의 아치 에너미 버금가는 그로울링에 우진택이 다시 나섰다. 이제 너가 흥분할 차례군. 어디 해 보자!
“이거 놔! 저 새끼 말하는 싸가지 듣고도 이래? 야! 지정수! 네가 사람 새끼야! 사람 새끼냐고! 내가 너 가만히 안 둬! 너 이 새끼 상대 잘못 골랐어! 내가 누군 줄 알고오오!”
남편 말이면 꿈쩍을 못하던 최현아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이거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최현아! 조용히 앉아 있어!”
오호! 우진택이 카리스마 좀 있는데? 부사장이 아닌 남편으로서 우진택이 최현아를 일거에 제압했다. 역시 옛말이 진리이다. 성질 더러운 애들은 자기보다 더 성질 더러운 애를 만나야 행복하다는 말 말이다. 역시 우진택! 내 상대가 될 만해.
“이봐 지 과장. 내가 좀 화가 나거든?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좋게 얘기하자?”
“또 피해 입혔다는 그 소리입니까? 그러니까 무슨 피해인지 얘기를 해 달라니까요. 자꾸 똑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구요.”
“저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사장님, 이따 3시에 투자자분들과 미팅 있으십니다. 알고 계시죠?”
윽, 갑자기 훅 들어오다니! 이빨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허벅지도 심하게 꼬집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덕준이 이놈 시끼 왜 갑자기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을 쳐!
“많이 바쁜 모양이구만. 오래 얘기할 것 없고, 우리 기술과 인력 빼 간 것 어떻게 할 것인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했더니, 그 말씀이었군요.”
“뭐 돈 달라는 소리였어? 난 또 뭐라고.”
적당한 위치에 서 있던 덕준이가 시크하게 한마디 날렸다. 그래 인마! 이렇게 대본대로 하라고!
“너 인마! 넌 뭐 하는 놈인데 어른 얘기하는 데 껴들어!”
어휴, 이 꼰대 냄새. 나이 차이 얼마나 난다고 어른 타령이야. 하긴 미취학 아동들도 서로 만나면 ‘너 몇 살이니’부터 묻는 동방예의지국이니, 나이 중요하지.
어디 오늘 나이도 어린 것들한테 신 나게 당해 보셔.
“우리 회사 찾아와서는 밑도 끝도 없이 기술과 인력 빼 갔다느니, 뭐 손해 배상이라도 하라는 얘기입니까? 남의 회사 왔으면 예의를 차려 주세요. 이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자식이 진짜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여기 있는 사람들 면면 좀 볼까? 이거 죄다 우리 회사에서 빼돌린 사람이네? 저 밖에 있는 변압기들은 뭘로 만들었을까? 어이 정수. 적당히 하자고.”
우진택 이놈 끈질기네. 흥분할 것 같다가도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다니……. 아직도 화가 덜 난 것이야?
“하하. 사람이 무슨 물건입니까? 빼돌리게? 그리고 영 못 믿겠으면 변압기 다 뜯어 보세요. 나 참. 날이 추워서 그런가. 별일을 다 겪네요.”
“난 자네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줄 몰랐네. 우리 기술로 물건 팔고 다니는 것 다 아는데, 이렇게 발뺌한다고 사실이 달라지나? 자네 뭐 믿고 이러는 것이야?”
“천주교요.”
덕준이를 슬쩍 봤다. 이 자식 아무 반응이 없네? 이거 졸라게 참신한 애드립이었는데 재미없었어? 에잇, 실패!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자꾸 아가리 나불댈 거야?”
“같은 말 또 하게 하지 맙시다. 못 믿겠으면 변압기 뜯어 보라구요. 그리고 뭐 말 나온 김에 나도 몇 마디 합시다. 구차하지만, 저도 좀 따져 보자구요.”
아가리 나불댄다는 말에 살짝 온기가 들어왔다. 이 정도로 흥분해서는 안 돼! 침착하게 자근자근 씹어 주자.
“근로계약서 교부했습니까? 근로 시간 준수했습니까? 연장 근로 합의됐습니까? 취업 규칙 바꿀 때 직원들 동의 받았습니까? 공민권 보장했습니까? 휴게 시간 자유롭게 이용하게 했습니까? 아이고. 이거 너무 많네. 증거 자료라도 보여 드릴까요?”
뭐라도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흔들었다. 뭐 있기는 개뿔. 아무것도 없지만, 뻥카 칠 때는 상대방 눈을 보지마라.
“사장님, 그거 근로기준법 위반 아닙니까? 17조 2항, 50조, 53조. 아이고 이건 너무 많은데요. 건당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이네요.”
한덕준, 나이스 어시스트! 우진택이 부들거리고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넌 뭐 하는 새끼야! 싸가지없는 새끼가 어디 앞이라고 아가리를 나불대! 나가! 나가라고오!”
최현아가 다시 터졌다. 우진택 효과가 벌써 다한 것이야?
“뭐요? 당신 뭐 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소리를 지릅니까? 나 참 어이가 없네.”
최현아 괴성에 덕준이가 살짝 흥분한 듯하다. 덕준아! 대본대로 가자. 너 인마 흥분하면 안 돼!
나비효과인가? 최현아와 덕준이의 1대1 빨무 대결이 펼쳐지려고 하자, 우진택이 혈압이 터진 모양이다. 꼴에 와이프라고 뭐 기사도 정신 그런 건가?
“이 새끼가 진짜! 어른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진택아, 꼰대 냄새 가득한 말 좀 어떻게 해 봐. 어른 타령 웃지기도 않네. 영감이라고 불러 주랴?
“진짜 가지가지하시네요. 저기, 누군지 모르겠지만. 점잖으신 분들 같은데 점잖게 행동해 주시죠. 남의 회사에 와서 이게 뭡니까?”
“이 새끼가 뒤질라고. 야! 너 일루 와 봐. 내가 아가리 나불대지 말라고 했지? 이 하꼬방 망하게 해 줘? 그래야 정신을 차리겠어?”
우진택이 시계를 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덕준이에게 삿대질을 하며 컴온을 외친다. 뭐 그러면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냐? 덕준이도 그냥 당할 놈은 아니지.
“뭐요? 이 새끼요? 지금 말 다 했습니까? 그래, 일루 왔수다. 뭐 할라고요? 한 대 때리실라고? 어디 때려 보세요. 나 참, 진짜 어이가 없네.”
짜악!
우진택 손이 매섭게 덕준이의 뺨을 갈랐다.
“이 싸가지없는 새끼가 뒤질라고 진짜.”
우진택이 덕준이 싸다구 날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사무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건 태풍 눈 속에 들어갔을 때의 고요함이다. 이건 예상 못한 시나리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