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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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51화>051 냄새가 난다
“사장님, 저 최봉숙입니다.”
백지원 원장 최봉숙? 이름 진짜 어쩌냐. 트리거가 사라지지 않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를 했을까?
“네! 원장님.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잘 지내셨지요?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죠?”
“그럼요. 다들 씩씩하게, 열심히 일 잘하고 있습니다. 뭐 가끔 지들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그 나이 때는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하.”
“사장님,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저번 주에 애들이 찾아왔는데, 다들 잘 적응하고 있다고는 하더라구요.”
“일 끝나고 놀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안타깝긴 하죠. 그 나이면 한참 놀아야 할 때인데 말입니다.”
“우리 사장님은 이리 직원들을 생각하십니다. 아주 크게 되실 분이에요. 호호.”
인사 이 정도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안 그래도 제가 인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어서 부탁 전화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어제 모임 갔다가 최 사장님한테 얘기를 들었어요.”
이 동네 네트워크 장난 아니네. 벌써 소문이 났단 말이야?
“세상에나. 어떻게 그런 야비한 짓을 한답니까? 아무리 그래도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죠. 제가 너무 마음이 쓰이네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사장님. 제가요, 나주경찰서에 친분 있는 형사한테 전화라도 한 통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확실한 방역을 위해 최대근 사장에게 요청한 것으로는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알아서 신문고를 두둥 두들겨 주겠단다. 이거 더할 나위가 없네. 지역에서 좋은 일 하며 활동하는 사람이 힘써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아이고, 이거 괜히 신경 쓰시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우리 애들 키워 주는 아버지 같은 분인데, 제가 그 정도밖에 도움드릴 일이 없어서 오히려 죄송하네요.”
“걱정해 주시고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숙 원장은 내 말이라면 ‘필라이트’를 리얼 맥주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신뢰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법 때문에 성인이 되면 내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내가 고용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발포주를 마시고도 ‘그래, 이 맛이 맥주야!’라고 하지 않겠나! 나주 바닥에서 확실한 내 편이다.
이제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고 고소인 진술하러 오라는 연락만 기다리면 된다.
이 똥파리 방역과 별도로 조합 날파리들도 잡아 줘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크롬창을 열었다. 조합 놈들 집회한 것이 혹시나 기사로 나왔나 확인하고 싶었다. 역시나 변변찮은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나주 지역 언론에서는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이기주의 운운하며 비판적인 기사를 써 냈다. 남의 나와바리에 와서 함부로 엠프 트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나는 이 지역 소외 계층을 우선 채용하는 지역 밀착형 기업을 이끄는 사장이란 말이야!
기사 하나가 눈에 거슬리긴 했다.
“한 과장님아, 이것 좀 봐 볼래?”
“왜? 뭔데?”
“조합 놈들 집회 관련해서 기사 있나 해서 검색해 봤는데,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네? 한 회사에 물량 몰아주는 대한전력, 비판 목소리 높아. 이거 거슬리지 않냐? 비판 목소리 컸냐?”
“어디 보자. 이거 뭐 처음 들어 보는 경제지에 지역 주재기자면 말 다 했지. 말이 기자지, 그냥 동네 어슬렁 돌아다니면서 삥 뜯고 다니는 사람이잖아? 뭘 신경 써?”
덕준이 말이 맞지만, 괜스레 거슬린다.
듣보 경제지에 지역 주재기자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 월급도 없이 지역 회사 찾아다니면서 거마비 받는 사람을 기자라고 하면 안 되지. 그래서 무시하고 싶지만, 거슬려 이거.
“아니, 저번에 기공식 할 때 말이야. 기자들 몰려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기자 하나가 내가 무슨 특혜라도 받는 것처럼 이상한 질문 한 적이 있었거든? 어째 이름이 낯익다 싶은데, 그놈 같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그때 욱하게 만든 놈 하나 있다고 했었지? 뭐 있는 것 아니냐?”
“그러게, 최대근 사장이 공천 때문에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라고 하더니, 혹시 그쪽이랑 뭐 연결된 것 아닐까 싶은데? 이거 진짜 날파리들이 왜 이렇게 많이 꼬이냐?”
“사장님아. 내가 혹시나 해서 저번에 상무님이랑 같이 백지원 가서 사진 찍은 것 있잖아? 그걸로 보도 자료랍시고 하나 만들어 둔 것 있거든? 그거라도 일단 좀 뿌릴까? 우리도 자꾸 회사를 알려야 날파리들이 함부로 못하지 않겠어?”
하아. 이 자식 진짜! 못하는 게 없구만! 덕준이 너 인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쉬엄쉬엄 일해!
“좋다. 그거 좋네. 뉴스와이어? 보도 자료 뿌려 주는 데 있잖아? 거기다 보내면 되려나? 굳이 돈 내 가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긴 한데…….”
“돈 들일 일이 뭐 있어. 내가 혁신산단 직원한테 물어서 괜찮은 지역 언론에 보도 자료 보내면 되지. 이건 나한테 맡기고, 사장님 너는 우진택 그 새끼 확실하게 콩밥 먹일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래야 있지도 않은 불면증이 치료될 것 같아.”
“덕준아. 너 일 쉬엄쉬엄 해. 쓰러질까 걱정된다.”
회사 내부로는 더없이 만족하지만, 자꾸 외부 일이 내 신경을 건든다. 맘 편히 회사 일에만 매진하며 살게 해 주면 안 되나?
띠링.
문자다!
[Web발신] [나주경찰서] 귀하의 사건을 경제범죄수사팀 홍성규 수사관이 접수하였습니다.문자님이 아니라 서운할 뻔했지만, 이것도 고마운 문자로구나! 고소장 제출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접수가 됐다. 덕준이는 기본이 일주일이지 2~3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더니, 이거 진행이 좋군.
“사장님아. 이제 곧 고소인 소환할 테니까 긴장하지 말고! 어? 긴장하지 말라고!”
“이 자식은 아직도 나를 모르네. 니 말대로 약 빨았으니까 걱정 말라니까.”
“내가 봤을 땐 최철민 그 자식 백 퍼 분다. 안 불고는 배길 수 없을 거야.”
“너 뭐 경찰서에 끌려 간 적이라도 있냐?”
“이 시대 지식인이라면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지!”
나는 이 시대 지식인이 아니었던가. 확신에 차 재잘거리는 저놈 아무래도 감방 한 번 갔다 온 것 같은데?
“사장님아, 잘 들어 봐 봐. 수사 받잖아? 그럼 이게 사람을 죽여 아주.”
“멀쩡한 사람도 넋이 나간다고는 하더만.”
“그래, 우리나라가 괜히 형사 사건 유죄율이 97프로인 것이 아니야. 경찰은 윽박지르지, 그러다 검찰 넘어가 봐. 아주 사람 붙잡고 똑같은 질문 또 하고 또 하고, 사람 죽인다니까.”
“너 이거 아무래도 뭐 있는 것 같은데? 너도 전과 있냐?”
“흐흐. 내 아픈 가정사를 건드리지 말아라.”
응? 그건 또 무슨 소리람? 내가 모르는 덕준이의 아픈 가정사가 있었나?
“아픈 가정사라면서 웃는 건 또 뭐냐? 뭔데 그래?”
“아니 뭐. 우리 사촌형 알지? 예전에 잘나갔잖아. 암튼 뭐 그때 황 박사 사건 터지면서 검찰 불려 갔다고 하더라고. 얘기해 주는데, 아침부터 가서 밤늦게까지 사람 피를 말리더래.”
난 또 덕준이 이 자식이 검찰 끌려가서 설렁탕이라도 먹고 온 줄 알았네. 이 자식, 들은 얘기 가지고 아주 잘 아는 것처럼 포장도 잘하네. 넌 소설가가 딱이다야.
“경찰서 가서 술술 잘 얘기할 테니까 걱정 말고 있어. 내가 방역 확실히 끝내 줄게.”
시어머니 잔소리를 물리치고 나니 여지없이 전화기가 울린다.
설마?
“네, 프라임일렉트릭 지정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나주서 경제범죄수사팀 홍성규 형사입니다. 고소 관련하여 진술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빠르다! 고소장 접수된 지 하루 만에 고소인 진술 받겠다고 연락이 왔다. 밭 갈아 주는 황소와 깨진 항아리 막아 주는 두꺼비의 전화 한 통이 이리 큰 힘을 발휘하는구나! 역시 콩쥐는 착한 사람이야!
메르스가 창궐하는 이 엄중한 시기에 미쳐 날뛰는 날파리들 방역을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졌으니 시간 조율한답시고 잴 필요 없다. 바로 달려가자.
태어나서 한 번도 안 가 봤던 경찰서를 회사 세우고 나서 벌써 두 번째나 방문했다. 제발 이번 방문으로 경찰서 가는 일은 없었으면 싶다. 뭐 좋은 곳이라고…….
* * *
“홍성규 형사님?”
“아! 지정수 사장님이십니까? 여기 앉으시죠. 커피는 맥심 괜찮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냥 물 주십시오.”
악마의 속삭임일 정도로 맛있긴 하지만, 하루에 맥심 2잔 이상 마시는 것은 무리다. ‘아가리똥내’가 너무 극심해! 손님 접대에 애로가 생긴다고.
“고소장 잘 봤구요. 아주 뭐 여기저기서 전화 오고 난리도 아니네요.”
형사가 은근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을 건넨다.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윗분들 전화로 신경 쓰이게 한다는 것인가? 자존심 좀 상했나 보구만. 도지사 전화라도 받았으면 아주 까무러쳤겠네.
“회사 명운이 달린 일이라 절박한 마음에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혹시나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보다는 회사 직원들 생계가 걸린 문제라…… 양해 바랍니다.”
포대기에 애기 둘러메고 우리 애가 굶주리고 있다는 듯이 연기를 했더니, 형사 표정이 그새 풀려 버렸다. 회사 옷 입고 오길 잘했네. 누가 봐도 부도난 어음 받아서 회사 망하기 직전의 사장 냄새가 물씬 난다.
“아니 뭐, 죄송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하하. 나주에서 경제 범죄가 흔치 않아서 이건 확실히 신경 써야지요. 근데 뭐 고소장 보니까 신경 쓸 것도 없네요.”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왜 이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단 신공을 좋아하는지 원. 꼭 끝까지 듣게 만든다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소장을 워낙 잘 쓰셨어요. 증거 자료까지 꼼꼼하게 담아 주시고.”
하하. 한덕준이가 우리 회사 직원입니다! 제가 월급 주고 있는 직원이란 말입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신원 불상의 공범이 있다는 것은 뭡니까? 여기 고소장에도 잘 써 주시긴 했는데…….”
그건 우진택이야! 내가 우진택이라고 꼬집을 수 없으니까 당신이 그걸 밝혀내야 한단 말이야!
“첨부한 증거 사진에서 보셨겠지만, 이건 피고소인 혼자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변압기를 저희 것과 똑같이 만들어 낸 것도 그렇고, 명판, 봉인납, 로고까지 만들어 내려면 공범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저는 변압기업체로 추정하는데, 확실치가 않아서 특정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거 냄새가 납니다.”
형사 특유의 후각이 발동하시는 것이냐? 그래, 냄새 잘 맡아 봐. 이거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사장님 말씀대로면 사건이 꽤 커질 수도 있어요. 회사 간 부당한 거래면 업무상 횡령, 배임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죠. 뭐 아직 수사 착수도 안 한 상황이라 단정하긴 이르죠? 하하. 일단 최철민 이 사람을 잡아넣어야 할 것 같네요.”
“구속 수사를 해야 할 정도입니까?”
“소환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 얼개면 구속은 기본으로 가겠다 싶은데요?”
그래, 잘 생각했어! 이번 기회에 이걸로 실적 좀 올리라고! 우진택도 구속시키고! 그 정도는 해 줘야 인사고과 좀 받지 않겠어?
“아무쪼록 저희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람들을 엄벌에 처해 주세요.”
“사장님께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위에서 압박이 장난 아니라니까요. 하하. 고소인 진술은 이 정도면 될 것 같구요. 수사 진행 사항은 그때그때 알려 드리죠.”
경찰서를 나와 담배를 하나 꺼내 무는데, 이렇게 맛있었던 담배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이건 뭐 미친 듯이 쌓이는 눈을 치우다 당카 내던지고 쭈그리고 앉아서 피웠던 군 시절 그 담배 맛에 버금갈 정도이다. 담배의 순기능!
이제 방역은 내 손을 떠났다. 의자 최대한 뒤로 젖히고 책상에 발 올려 유유자적하다가 수사 사항 전해 받으며 희희덕거리는 일만 남았다.
이 날파리 새끼들아! 홈키파를 흡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