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64)
064 방역 판결봉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이 바쁜 와중에 난 또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날파리. 완벽한 방역을 위해서는 증인 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해야 했다.
송사라는 것이 정말 사람 귀찮게 하는 일이다. 만에 하나 나올 수 있는 억울한 사람을 위한 장치겠지만, 이거 원 경찰서부터 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지.
행동대장 최철민 그 자식은 특수 협박, 업무 방해, 배임수증재로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구형이 징역 7년이었던 것에 비해 죗값이 가벼워졌다. 죄를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는 것이 판사의 목소리였다. 구속되고 나서 사건의 전모를 술술 불었으니, 죄를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천운인 줄 알아라.
최철민 1심 선고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항소했으니 죗값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덕분에 최현아와 우진택이 유죄도 확정적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두 연놈은 최철민을 시켜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피해자 진술 조서에 동의하지 않으니 증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징글징글한 방역. 왔다 갔다 이동 시간에 오전 오후 증인석에 서면 뭐 이틀 그냥 날아가네. 못된 날파리 같으니라고.
증인 보호 절차가 어쩌고 하면서 이런저런 서류 작성하며 대기하다 법정에 들어섰다.
최현아의 표독한 안광부터 눈에 들어왔다. 에잇, 아침부터 재수없게시리. 나주까지 내려와서 자기 남편 좀 살려 달라고 질질 짜더니, 여기서는 눈에서 옵틱 블래스트라도 나올 지경이네. 사이클롭스라도 되셨나요?
우진택 저놈은 콩밥이 입에 맞는지 태연하네. 변호사가 집행 유예로 풀려날 것이라고 확신이라도 준 것이냐? 여전히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구만. 이거 반성하는 낌새가 전혀 안 보여!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검찰 신문하세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내가 뭐 숨기고 말 것도 없으니.
“증인은 태양전기 재직 시절 피고 최현아의 계속된 폭언에 대해 항의한 적이 있죠?”
“네.”
“항의에 대해 피고인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항의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말대꾸한다고 생각했는지 저에게 고성을 질렀습니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보나 마나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뒤통수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겠지.
“피고 최현아가 증인의 사업체를 방문해 폭언을 한 일이 있지요?”
“네, 남편 우진택과 함께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폭언을 했으며, 우진택은 저희 직원을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판사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너도 관심이 있지? 이거 진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얘기라고. 우리 덕준이가 싸다구 맞은 얘기라고!
“증인. 피고인이 회사를 방문한 이유는 뭔가요?”
“손해에 대해 보상하라고 주장했는데, 제가 기술과 인력을 훔쳐 갔다고 오해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도 믿질 않았습니다.”
공판검사는 최현아와 우진택이 나에게 얼마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했다.
두 연놈 심보가 본디 그래. 노비처럼 일하는 것들이 고개 치켜드는 것 자체를 이해를 못하니, 나를 볼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났겠어? 나 때문에 전과까지 생겼다고 생각했을 테니 뭐 말 다 했지.
“피고 최현아는 증인에게 찾아가 피고 우진택의 석방 혹은 죄 경감을 위해 검찰 진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적 있죠?”
“네. 저한테 오해로 빚어진 일이니 사건을 무마할 수 있도록 진술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요구가 증인의 검찰 진술에 영향을 주었습니까?”
“검찰에서는 있는 그대로 진술했지만,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뻥카를 좀 칠까 고민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솔직히 최현아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흔들렸을 수도 있으니까.
“야 이 새끼야!”
어머 시발. 깜짝이야. 최현아 고유의 스웨덴 데스메탈 보컬 같은 그로울링에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역시나.
내 착각이었다. 성질 더러운 놈치고 분노조절장애 없다는 생각 말이다. 최현아는 분노조절장애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신성한 법정에서까지 어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 줄 용기를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여러모로 참 대단한 사람이다. 프로이트가 환생했더라면 훌륭한 연구 대상이라며 기뻐했을 것 같다. 최현아 씨, 당신 정말 미친 것 아니야?
소시오패스에 분노조절장애까지, 어이쿠야. 내가 저런 사람 밑에서 일을 했었다니, 내가 이리 대견스러울 수가.
“너 이 새끼! 네가 사람 새끼야! 사람 새끼냐고오!”
꽝꽝꽝.
“피고! 소란을 피우면 법정 모욕으로 감치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재판장님! 저 새끼 지금 거짓말하고 있다구요! 너 이 새끼야! 그따위로 살지 마! 내가 가만 안 있는다고오!”
“피고! 분명 경고했습니다. 한 번만 더 소란 피우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재판장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하아.”
다시 보니 분노조절장애는 아닌 듯싶다.
판사가 서열상으로 자신보다 위라고 생각했겠지. 그러고 보면 흡사 짐승 같다.
서열을 정해 놓고 높은 사람에게는 살가운 척 예의 바른 척 온갖 여우 짓을 다 하고, 낮은 사람에게는 피를 말려 버릴 정도로 지랄질을 하시니 말이다. 그런데 그 서열을 왜 니 맘대로 정하는 거니?
저런 짐승과 부부 생활을 하는 우진택은 대체 얼마나 무지막지한 놈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알고 보면 우진택 저놈이 더한 놈이다. 최현아야 멍청해서 그저 감정의 표출이지만, 저놈은 육체적 물질적 피해를 주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놈 아닌가! 내가 저놈과 몇 년 더 같이 일했다면 강냉이 몇 개 빠져 젊은 나이에 임플란트 했을 수도 있다.
“검찰 측, 더 신문할 것 없습니까? 그럼 정회하고 오후 2시에 속개하겠습니다.”
재판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쫄깃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날짜, 시간까지 세세하게 따져 가며 질문하는 통에 예전 일이 떠올라 내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요동친 것 말고는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니 흘러갈 뻔했다.
잔잔할 뻔했던 재판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준 것은 최현아의 그로울링이었다.
여기까지 와서도 정신 못 차리고 저러는 것을 보니 행여나 오장육부 어딘가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를 동정심이 소변을 타고 말끔히 다 빠져나갔을 듯싶다. 대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기에 저런 괴물이 됐을까?
검사는 유죄를 확신하는 표정이었고, 판사는 빨리 선고 때리고 마무리하고 싶다는 표정이 확연해 보였다. 우리 민중의 지팡이 경찰과 대한민국 검사께서 수사를 확실히 해 주셨으니 길게 끌 일도 아니지.
“재판을 속개하겠습니다. 변호인 측 증인 신문하세요.”
흥분할 뻔했다. 내가 태양전기 재직 시절 회사가 얼마나 잘해 줬는지를 강조하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카스트라토가 되어 괴성을 지를 뻔했다. 내가 흥분해서 소리 지르길 바랐던 것이냐? 개새끼들.
“증인이 퇴사할 때 일반적으로 1달의 인수인계 기간을 두는데, 빠른 퇴사를 위해 2주로 줄여 줬습니다. 맞습니까?”
“아닙니다. 최현아 씨가 석 달을 얘기했습니다. 2주는 이후에 서로 협의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증인이 태양전기 재직 시절 규정된 휴게 시간 외에 자의적으로 쉬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여기 두 피고가 묵인해 줬습니다. 맞습니까?”
아! 내가 질 것 같다. 담배 피우는 것까지 들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회사가 잘해 줬다는 증거가 얼마나 없으면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나오냔 말이다. 정말 최고의 변호인을 고용했네. 신안 앞바다에서 염전 일 하는 사람도 이리 짠내가 나지 않을 것이야.
이렇게까지 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저 연놈을 보니 있지도 않을 동정심이 생길 것 같았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하며 속죄해도 부족할 판인데도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 말이다.
판사가 ‘아이쿠. 피고는 증인과 아주 원만한 관계였으니 사주할 이유가 하나도 없군요!’라면서 무죄라도 때려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원. 멍청한 것들이 변호사까지 멍청한 사람을 고용했으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안쓰러움을 담아 증인석에서 퇴장하며 두 연놈에서 썩소를 보냈다. 이 신성한 법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이다. 안경이라도 썼으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렸을 텐데, 시력은 좋단 말이지.
재판은 한 차례 공판을 열고 나서 선고 공판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선고를 끝으로 이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이 악취 풍기는 날파리들과는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다. 태양전기 문 닫는 일이 남아 있지만, 굳이 상종할 필요는 없잖아?
검찰이 구형을 날렸다. 우진택은 징역 10년!
최철민이 받은 것에 업무상 횡령ㆍ배임과 배임 중재가 추가됐다. 최철민이 공무원이었으면 특가법으로 징역 10년 이상이 확정이었는데! 구형이 저 정도면 집행 유예 따위는 없을 것이기에 기필코 콩밥 먹이겠다는 다짐이 이뤄질 것이다.
최현아는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우진택이 다 끌어안아 버렸으니 업무상 횡령ㆍ배임으로만 기소돼 많이 때릴 것도 없었다. 아쉽지만, 검찰이 최현아를 아주 좆같이 봤는지 구형을 세게 때린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최현아 너는 내가 멍석말이 신명 나게 해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대한전력 물량전에서 고전분투하고 있는 ‘태양전기 도망친’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직도 우진택을 잘근잘근 씹어 드시는 덕준이도 명예 멤버이지.
“자, 자, 판결문을 보십시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여기 있네. 자, 천 원 결제하고 기대하시라.”
세상 좋아졌다. 인터넷으로도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다니 말이다. 선고 당시의 두 연놈의 절망하는 표정을 못 본 것이 아쉽지만, 내가 고작 그거 보려고 수고로움을 행할 수는 없지.
“양이 엄청 많네요. 다 쭉쭉 내리고, 어디 보자. 우진택! 직접적인 가해로 피해를 입혀 처벌을 받은 점, 죄를 뉘우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며 징역 7년! 우진택이 징역 7년 선고받았어요!”
7년 선고 소식에 덕준이가 광분했다.
“하하하. 이제야 좀 내 싸다구가 안 아프네. 내가 그 새끼 왜 안 팼을까 엄청 후회했는데, 7년짜리 무상급식 받게 된 거 보니까 이것도 쏠쏠하네. 우하하.”
난데없이 싸다구 휘둘러 맞았던 덕준이. 이제 좀 한이 풀리냐?
“인과응보네. 그 자식이 아닌 척해도 엄청 악질인 놈이여. 나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네.”
태양전기에서 무슨 봉변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장장님도 이제 한이 풀리지요?
“최현아는? 걔는 어떻게 됐어?”
“자, 봅시다. 여기 있네. 피고 역시 죄를 뉘우치지 않고, 사적인 감정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점 등을 들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우와! 3년!”
“밑에 더 있어. 다만, 회사 경영을 하지 못해 생기는 피해가 우려되고, 피고 우진택의 법정 구속으로 미취학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형의 집행을 5년간 유예한다. 집행 유예래.”
“최현아가 집행 유예라고? 그 표독스러운 년 잘도 빠져나가네.”
우진택의 실형과 법정 구속으로 분위기가 최고로 업 된 도망 멤버들이 최현아 집행 유예로 실망한 눈치가 가득하다.
예상했던 일이니 잘됐다. 나대로 최후의 성전을 치르면 된다. 직접 폐업 신고서를 제출해야 그 고통이 값지지 않겠어?
“실망하지 마세요. 제가 태양전기는 꼭 망하게 만들 테니까요. 감정을 떠나서라도, 태양전기는 저대로 가면 안 됩니다. 저 멍청하고 악랄한 사장 밑에서는 직원들만 죽어 나갑니다. 회사를 저따구로 경영하면 안 된다는 것을 꼭 보여 주겠습니다.”
도망 멤버들의 눈에 다시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이 맛이야!
“이 와중에 또 전화네. 잠시만요. 전화 좀 받구요. 네, 프라임일렉트릭 지정수입니다.”
“사장님, 대한전력 이춘배입니다.”
“본부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태양전기 판결 났던데 보셨습니까?”
“네, 방금 막 봤습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하느라 욕보셨습니다. 판결 난 이상 우리도 가만있을 수가 없네요. 양심 없는 회사는 대한전력과 거래할 수 없죠. 납품 자격 박탈을 검토하고 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한 푼이라도 더 줄 생각이 없으니 바로 처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대한전력이 태양전기 납품 자격 박탈하겠답니다!”
“진짜야? 우하하하. 이거 만세다, 만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