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good RAW novel - Chapter 85
85
제85화: 뒤통수(2)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 특공대를 실은 트럭과 지휘부가 탑승한 선도 차량이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인근에서 순찰 활동 중이던 경찰차들은 무전을 받고 곧장 병원 앞에 도착하여 대기했다.
맥보란의 눈빛은 형형했다.
링거에 수면제가 약간 들어가 있어 졸릴 법도 한데 졸음에 겨워하는 빛은 전혀 없었다.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눈살을 찌푸리던 맥보란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왼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화악!
맥보란의 눈이 커졌다.
이미 두 대의 경찰차가 건물 아래 있었고 연이어 병원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맙소사!”
한눈에 경찰 특공대를 실은 트럭임을 알아본 맥보란은 곧바로 손에 꽂힌 링거 바늘을 빼 버리고 벗어뒀던 바지와 윗도리를 걸쳤다.
“뒷문 어디 있소? 비상구!”
간호사와 맞은편 방에 갇혀 있던 의사가 나왔다.
“이쪽으로.”
맥보란은 이동할 수 있는 받침대에 링거를 달고 의사를 따라갔다.
복도 끝에 도착하여 문을 열자 건물 외벽으로 난 쇠로 된 계단이 있었다.
더 이상 링거와 동행은 불가능하다.
팍!
거칠게 뽑아 버렸다.
맥보란은 뼈를 갉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20여 초도 안 걸릴 3층 높이의 계단을 무려 1분이 넘도록 걸려 내려왔다.
차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차는 건물 앞쪽으로 주차해 있는데 거기에는 경찰들이 깔렸다.
곧장 건물 뒤를 이용해 3층 높이의 빌라가 세워진 민가로 향하려는데 누군가 정지하라고 외쳤다.
고개를 돌리자 제복 차림의 경관이다.
푸슉!
손을 드는 척하며 방아쇠를 당겼고 경관은 쓰러졌다.
“저기 간다!”
탕!
외침과 함께 총소리가 들려왔다.
경관 한 명이 맥보란을 발견하고 사격을 한 것이다.
총소리는 사격 개시를 알리는 신호였다.
엄청난 경찰들이 나타났고 무자비하게 갈겨대기 시작했다.
“후훅!”
허리가 불에 덴 것 같다.
맞은 것이다.
푸푸푹!
연거푸 총알이 몸을 뚫었고 맥보란은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절명할 만한 급소를 맞지는 않았다.
경찰은 총을 버리라면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맥보란은 권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피아의 황혼은 그다지 화려하지 못하다.
거의가 교도소에서 인생의 70, 80퍼센트를 보내거나 아니면 상대 세력이나 동료의 배신으로 숨을 거둔다.
뉴욕 5대 패밀리에서 인생의 황혼을 안락하고 행복하게 보내다 저승길로 떠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젊어서 지은 업보는 늙어 찾아온다.
어느 보스는 50년 전 우연히 죽였던 한 어린 소녀의 오빠가 노인이 되어 찾아온 적도 있었다.
노인은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무려 50년을 기다리며 기회를 노린 것이다.
자신 역시 완전하리라 여기지는 않았지만 미국 땅이 아닌 곳에서 삶을 정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소한 객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캐서린!”
유일한 혈육이자 자신의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는 캐서린이 보고 싶다.
조금씩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건 생기였다.
죽음이 몸을 점령하면서 생기가 소멸되는 것이다.
맥보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조태수는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총 두목 존 스테판과 통화중이었다.
한참 통화 중인데 전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팟!
조태수의 눈이 빛났는데 맥보란이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맥보란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보스, 그럼 또 전화 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고맙네, 조. 항상 신의 자비가 있기를 비네.]조태수는 서둘러 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위원장님!”
[날세, 캐서린을 부탁하네.]“어딥니까?”
[불쌍한 녀석일세. 버릇이 없고 철딱서니가 없지만 자네가 넉넉하게 안아주길 바라네. 다시는 뉴욕 땅을 밟지 못할 것 같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감비노를 반드시 지배하기를 바라네. 배신을 주의하게. 배신은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오지. 저기 알렉산드르가 오는군.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네.]“위원장님!”
[사랑하네, 조.]푸슉!
소음기 소리가 들리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위원장님! 위원장님!”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불길한 느낌에 다그치듯 계속 불렀다.
[여보세요.]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맥을 바꾸시오.”
[죽었소. 스스로 목숨을 끊었소.]조태수는 두 눈을 감아 버렸다.
맥보란다운 행동이다.
지상 최고의 프로페셔널이 타인에게 목숨을 맡길 리 없다.
남의 손에 죽는다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치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기 목숨이므로 알아서 정리하고 책임지는 것이 은발의 사자인 것이다.
“당신은 누구요?”
[토론토로 향하는 직항이 두 시간 후에 있소. 캐나다 시간으로 오늘 저녁 7시면 도착할 것이오. 시신 인수자 이름을 누구로 쓰면 좋겠소?]상대는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했다.
“조태수로 쓰시오.”
[알겠소. 그렇게 하지요.]전화가 끊어졌다.
조태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일인가?”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맥그리거가 다가왔다.
“당장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야겠습니다.”
조태수는 곧장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여 맥그리거를 비롯해 행동대장 에릭을 포함한 세 장을 예매했다.
“왜 그러나? 갑자기 토론토는 왜 가자는 건가?”
조태수는 얼른 입을 열지 못했다.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힌 것이다.
“커다란 비극입니다. 위원장님의 시신을 인수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 시신이라니!”
사무실에 있는 단원들이 소스라친다.
조태수는 조금 전 맥보란과의 통화를 전해주었다.
사람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맥보란은 불사신이었다.
감비노의 전설이고 살아 있는 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면이 없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캐서린이었다.
캐서린에게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할지가 걱정이었다.
고민에 시달리면서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아에로플로트 사 소속의 여객기가 착륙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신 인수기 때문에 이미 공항 관계자에게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고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두 명의 공항 직원이 일반 수화물과 따로 실린, 시신이 넣어진 관을 꺼냈다.
관은 곧장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로 옮겨졌고 일행은 비행기에 동승했다.
뉴욕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이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앰뷸런스에 실려 관은 맥보란이 다니던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관계자들은 앰뷸런스에 실린 관을 내리더니 맥보란의 시신 상태를 살폈다.
총알로 인해 몸은 벌집이 되었다.
관계자들은 성호경을 그으며 시신의 옷을 벗기더니 피를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조태수가 가져다 준 검정색 양복으로 갈아입힌 뒤 붉은색의 얇은 요를 깔고 그 위에 단정하게 눕혔다.
다행히 얼굴은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아 살아 있는 듯 깨끗한 얼굴이었다.
***
아침 일찍 찾아온 조태수를 보며 경호원 로이가 눈을 크게 떴다.
“조,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인가?”
조태수는 대문을 들어섰다.
동쪽 초소를 치키는 경호원 두 명이 조태수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마당의 수영장에는 물이 있었는데 캐서린이 어제 수영을 즐긴 것 같았다.
조태수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조태수의 행동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낀 듯 로이의 표정도 굳어졌다.
“후우!”
말보로 레드의 짙푸른 연기가 수영장 위로 흩어졌다.
“로이!”
“말하게. 좋지 않은 일인가 본데 난 절대 흔들리는 사람이 아닐세.”
“그 정도가 아닙니다.”
로이는 조태수의 동료 중 누군가가 사고로 죽거나 실종된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마피아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
“캐서린은 아직 자나 보군요?”
“어제 낮에는 수영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더니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네. 지금쯤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곯아떨어졌을걸.”
“큰일이군요.”
“왜 그러는데? 말해 보게.”
“위원장님께서 타계하셨습니다.”
“뭐라고 했는가? 조, 다시 말해 보게. 위원장님께서 어찌됐다고?”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맬로딘 성당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오 마이 갓! 정말인가? 농담 아니지?”
담배만 피워대는 조태수를 보며 로이는 사건의 중대함을 깨달은 듯 완전히 창백해졌다.
“보스께서는 아시나?”
조태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지금쯤 맥그리거가 갔을 것이었다.
마가디노를 찾아간 맥그리거는 거실 소파에 앉아 가정부가 가져다 준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절반쯤 마셨을 때 이층에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으므로 맥그리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가디노가 나이트가운이 아닌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걸치고 나타났다.
아침 일찍 찾아온 맥그리거에게서 뭔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듯 입고 있는 바지도 검정색이었다.
“앉지!”
“감사합니다.”
“고생 많았어. 난 우리 돈 5억 달러만 날아갔다고 여겼지. 아직까지 우리 감비노 사상 피해액과 정신적 보상금까지 회수한 일은 없었네.”
빅토르로부터 7억 달러를 받았다.
“그동안 자네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간부들이 몇 있었는데, 이제는 왜 자네가 언더보스가 되었는지 깨달았을 거야.”
“위원장님께서 운명하셨습니다.”
“맥이 죽었다고 그랬나?”
“예, 보스.”
마가디노는 한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석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숨도 안 쉬는 듯 가슴도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툭!
시가 케이스를 열더니 시가를 한 개비 물고 불을 붙였다.
“맥이 죽다니, 어디서 말인가? 러시아인가?”
“그렇습니다.”
“7억 달러와 맥의 목숨이 교환된 것이로군.”
마가디노는 단번에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 버렸다.
“시신은 어디 있나?”
“다행히 그쪽에서 시신은 보내주었습니다.”
“양심은 있는 게로군.”
마가디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하며 시가만 계속 피웠다.
부하이면서도 친구이고 선배인 맥보란의 죽음은 마가디노에게 상당한 충격인 건 분명해 보였다.
***
캐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아빠는 절대 자기 혼자만 내버려두고 죽을 사람이 아니라면서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죽었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따졌다.
차라리 통곡하며 쥐어짜는 것이 보기 좋을 것 같았다.
캐서린답지 않게, 울지도 않고 피식 웃기까지 하면서 장난치지 말라는 식으로 행동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해보였다.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충격에 의한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고 갑작스런 호흡 곤란 증세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흔히 울혈이라고도 부른다.
“캐서린, 진정해!”
“조! 알았어. 진정할게. 조금만 기다려. 이런 차림새로 가면 아빠가 화낼지도 몰라. 금방 내려올게.”
캐서린은 2층으로 올라갔다.
조태수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로이가 맞은편으로 앉으며 물었다.
“누군가?”
“알렉산드르요. 돌아가시기 직전 내게 전화로 말해주었습니다.”
“알렉산드르.”
이제 맥보란에 의해 오타리아가 죽었으므로 자동적으로 총두목이 되었다.
“비밀이 두려웠겠지.”
로이는 한눈에 상황을 짚어냈다.
“자칫하면 위원장님에 의해 휘둘릴 위험도 크고.”
맞다.
맥보란이 살아 있는 한 알렉산드르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맥보란의 입을 통해 퍼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이다.
제아무리 단단한 위치라고 해도 보스를 암살한 자를 최고 우두머리에 앉히는 집단은 없다.
확실한 살인멸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