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
『 거장, 류성수 감독 차기작 ‘할머니···’에 무명 아역 배우(강주혁군) 캐스팅 』
나는 시작부터 주연이었다. 내 나이 11살에 주연을 맡은 영화는 상영관에 걸리자마자.
『영화 ‘할머니···’ 관객 400만 명 돌파, 촬영현장 마을서 ‘대박 잔치’』
『네티즌 선정 올해의 최고영화 ‘할머니···’ 』
세상은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 `할머니···’의 아역 배우 강주혁 군, `가문의 희망’에 캐스팅』
『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동원 “가문의 희망!”』
『 흥행 보증수표 강주혁 군, ‘대왕성장기’ 배영수의 아역 연기 』
『 ‘3050’ 대왕성장기에 빠졌다! 시청률 30% 돌파 』
그리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인기? 유명세? 얻기가 어려워? 나에게는 딴 나라 세상 이야기였다.
영화, 방송, 드라마.
종횡무진 휘젓고 다녔다. 쉴 틈 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면서 이름을 날렸다. 작품 하나 끝나면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
『 2007년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아역스타 ‘강주혁’ 』
-할머니 때부터 봤는데, 크면 엄청날 듯.
-얘 연기도 기가 막힘.
-지금 찍는 드라마 보니까, 키도 엄청 자랐던데!
-제발 그대로만 자라다오!
그래서 그대로 자랐다. 큰 잡음 없이 성인이 되고, 내 결정에 따라 20살이 되자마자 잠시의 휴식기 없이 군대에 갔다. 그리고 전역.
소위 말하는 까방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
까방권 획득에 이어, 전역 즈음에 골라놓은 영화에 빠르게 투입했다.
『 강주혁 ‘첫사랑공식’으로 스크린 복귀, 연하남 연기예정 』
『 영화 ‘첫사랑공식’ 500만 돌파! ‘강주혁’ 국민 연하남 등극 』
『 천만 감독 황수림 차기작 ‘좀비스틸’에 국민 연하남 강주혁 눈독 』
나를 눈독 들이는 감독 영화에 출연하면.
『 ‘좀비스틸’ 1,000만 넘을 듯』
『 ‘강주혁’ 천만 배우 이름 무거워 』
사람들은 나를 더욱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내 인기와 명성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식을 줄을 몰랐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나는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최상위 탑스타에 자리에 있었다.
『 강주혁 ‘홍대 일대 마비시킨 만인의 남자’ 』
『 이적시장 나온 ‘강주혁’ 소속사 모두 군침 』
11살 데뷔. 그리고 29살인 지금까지 총 18년 동안. 나는 언제나 탑스타였다.
하지만.
『 무비트리 ” ‘이중계약’ 강주혁에게 법적 책임 물을 것”』
『 탑스타 A씨, 마약 상습 투약···누구? 』
-누구임?
-아직 안 떴네. 밥 먹고 다시 와봄
-이거 찌라시 떳는데, 강ㅈㅎ
-헐! 진짜 ㄱㅏㅇ주ㅎㅕㄱ임?
『 탑스타 A씨 음주운전 혐의 강력부인 』
-개쓰레기네
-이거 강주혁이라던데
-인성 수준
-어제 사진 돈 거 보니까 강주혁 맞음
『강주혁, 사기 혐의로 피소, 빚투 사실인가? 』
『 탑스타 ‘원정 상습도박’ 명단 확인해 보니···』
-여기 황히나랑 강주혁 뜸
-주모! 여기 강주혁 추가요!
-강주혁 확실?
-와 진짜 강주혁 한순간에 몰락하네
어느 날 터진 느닷없는 추측성 기사들을 시작으로 그 기사에 달리는 댓글 몇 줄이 나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18년의 공든 탑은 하루 아침에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가 작정하고 무너뜨리듯.
『 ‘강주혁’ 광고 줄줄이 무산 』
『 ‘주혁고깃집’ 가맹점들 줄줄이 문 닫아 』
『 강주혁 사업 ‘빨간불’ 수십억대 빚더미 』
하염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 ‘신의 탁자’ 박용수 감독 “강주혁 교체, 불필요한 오해 막는다. 』
『 KBN, 혐의자 ‘강주혁’ 섭외 자제 진행 』
그 어떤 사건도, 범죄도 나와는 연관 없다는 기사가 나가도 빠르게 묻힐 뿐이었다.
『 ‘강주혁’ 모든 사건에 무혐의, 루머일 뿐 』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잘못 없다. 내가 한 게 아니다. 믿어달라.’ 같은 말들은 의미가 없었다.
어느새 대중이 나를 보는 시선은 범죄자를 보는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짜 다들 왜 그러냐? 미치도록 억울하네.
아, 내가 싫냐? 나도 니들 싫다.
탑스타로서의 이미지? 인기? 필요 없다. 그냥 모든 게 귀찮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엿 같은 정글. 연예계. 죽어도 안 돌아간다. 절대로.
엿 같지만 그렇게 나는 망했다.
그리고.
『 사라진 강주혁의 근황은? ‘은둔’생활 중 』
나는 이 정글을 떠났다.
“다시는 안 돌아간다.”
그렇게 나는 은둔형 외톨이로서 방에 틀어박혔다.
10평 남짓한 반지하 월세방. 강주혁에겐 망한 사업으로 인한 빚을 모조리 청산하고 남은 이 월세방이 전부였다.
그 반지하 월세방은 벌써 점심이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냄새는 뭘까? 누가 맡아도 얼굴이 절로 구겨질 듯한, 썩은 발 냄새 같은 악취가 가득하다.
그 악취 가득한 방안에서 느닷없이 작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 아, 벌써 점심이냐? ”
침대인지 마구간인지 헷갈리는 곳에서 남자가 부스스 일어난다. 강주혁이었다.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질끈 묶고, 수염이 덕지덕지 자라서, 탁 보면 전설의 괴수처럼 보인다. 이건 이미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강주혁은 눈을 뜨자마자 손바닥으로 이불을 쓸어대기 시작한다. 리모컨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몇 초 정도 이불을 뒤적거리자 그의 눈에 검은색 물체가 보였다.
“ 여깄네. ”
리모컨을 확인한 강주혁은 곧장 정면에 걸려있는 TV를 켠다.
온통 검은색으로 표시되던 TV가 낚시 프로를 토해낸다. 그 낚시 프로를 강주혁이 영혼 없이 시청한다.
“ 오늘은 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를 잡아보겠습니다. 일단······ ”
누가 봐도 낚시를 하러 나왔다고 느낄 수 있는 복장을 한 남자가 낚싯대를 흔들면서 설명을 늘어놓는다.
한창 남자가 낚싯대를 흔들며 설명을 늘어놓는데 TV 상단에 흰색 글씨로 광고문구가 스스슥 지나간다.
-곧 기회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TEL. 070-1004-1009
TV 상단에 지나가는 광고 글자가 사라지자, 낚시를 준비하던 남자가 마치 짜고 친 듯 멘트를 던진다.
“ 타이밍입니다. 입질을 오는 순간 낚아야지, 기회의 순간을 놓치면 끝이에요. ”
강주혁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낚시 프로를 쥐죽은 듯이 보다가, 다시금 눈꺼풀을 스르륵 닫는다.
강하게 철문을 때리는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진 건 그때였다.
-쿵쿵!
“ 택배요~ ”
그 소리에도 눈을 감은 강주혁은 미동조차 없다. 언뜻 보면 죽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강주혁의 눈이 다시 스르륵 열리면서 현관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 택배 올 게 없는데. ”
실제로 강주혁이 은둔형 외톨이로 방에 박혀 산 지 5년. 그런 그에게 택배가 올 리 없었다. 시킨 적도 없었으니까.
살짝 궁금증이 솟은 강주혁은 침대에 파묻혀있던 몸뚱이를 힘겹게 일으켜 세웠고, 간지러웠는지 머리를 벅벅 긁는다.
그러면서 방안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발로 툭툭 차면서 현관 쪽으로 걸어간다.
방은 좁은데 강주혁의 길쭉한 다리 덕분에 현관문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현관문에 도착한 강주혁은 철문에 귀를 바싹 대본다.
‘ 기레기들이 작전 짠 건 아니겠지? ’
강주혁은 몇 년 전 비슷한 수법으로 기자들이 집에 들이닥쳤던 때를 떠올렸다.
‘ 이번에도 기자 새끼들이면 두고 보자. ’
담담하게 각오를 다진 강주혁은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가 딱히 없자, 살짝 아주 사알짝 현관문을 열었다.
-끼리릭
현관문이 옅은 소음을 토해냈고, 그 열린 문틈으로 강주혁은 복도를 슬쩍 노려봤다. 하지만 복도에는 작은 박스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슬쩍 손을 내밀어 복도에 놓인 박스를 회수하고는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문이 닫힌 현관문 앞 신발장에서 강주혁은 손바닥만 한 박스를 손에 쥐고 흔들어본다.
-퉁퉁
무슨 물건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묵직한 게 느껴졌다. 강주혁은 박스 윗면에 붙은 택배용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 뭐야 이거. ”
택배용지가 붙어있어야 할 곳에 요상한 멘트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당신에게 미래를 판매하겠습니다.
의미불명의 글자를 읽은 강주혁의 입이 열렸다.
“ 미친 소리 하네. ”
말 그대로였다. 강주혁은 박스 윗면에 적힌 글자들을 보자마자 미친 소리로 치부했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뭔지는 몰라도, 역시 쓸데없는 물건이겠거니 하며 박스를 던지려는 찰나에.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난데없이 벨 소리가 울렸다. 강주혁은 박스를 집어던지려 올려 든 팔을 스르륵 내리면서, 자신의 귀에다가 박스를 가져다 댄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벨 소리는 박스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순간 강주혁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 핸드폰? ”
박스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핸드폰임을 확신한 강주혁은 박스위에 단단하게 붙어있는 테이프를 뜯어내서 안을 확인해 본다.
“ 핸드폰 맞네. ”
박스 안에는 정말로 하얀색 핸드폰이 들어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리고 벨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벨 소리가 미친 듯이 울리는 핸드폰의 화면에 표시된 번호는.
*070-1004-1009
였고, 강주혁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면서 의문을 혼잣말로 뱉어낸다.
“ 뭐 이딴 번호가 다 있냐. ”
070으로 시작된 번호를 보자마자, 강주혁은 보이스피싱을 연상했다. 아니 근데 핸드폰을 보내주기도 하나? 강주혁은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해서 전화를 바로 받았다.
“ 여보세. ”
여보세요. 강주혁이 하려던 말은 여보세요. 하지만 전화를 받은 강주혁은 말을 끝내지 못한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자 목소리가 강주혁의 말을 끊어냈기 때문에.
[ 망했나요? 그래서 세상에 다시 나가기 두려우신가요? 걱정 마세······]-뚝
강주혁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을 쏟아내는 여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툭 내뱉는다.
“ 개소리하네. ”
그런데.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끊자마자, 전화가 다시 울린다. 강주혁은 벨 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을 아무 감정 없이 내려다본다.
“ 시끄럽네. ”
이내 강주혁은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이게 보이스피싱이든 아니면 오배송된 물건이든 상관없었다. 그냥 시끄러운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주혁은 꺼진 핸드폰을 대충 바닥 어딘가에 휙 하고 던진다. 그 핸드폰은 쓰레기가 쌓여있는 쪽에 툭 소리를 내며 안착했고, 잠시간 핸드폰이 떨어진 자리를 보던 강주혁은 다시금 힘없는 발걸음으로 침대로 돌아간다.
-털썩
그리고 다시 낚시 프로를 영혼 없이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질렸는지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동한다.
-틱
다음으로 틀어진 건 연예계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
“ 이번 주도 뜨거운 사람들과 돌아온 센스연예통신! 요즘 가장 핫한 신인! 차은수의 촬영장을. ”
“ 옘병 ”
강주혁은 연예 프로그램이 틀어지자마자 작은 욕설을 내뱉는다. 눈배렸다 싶어서 곧장 다른 채널을 옮기기 위해 리모컨을 들어 올리는데.
그 순간 다시 흰색 글씨의 광고문구가 TV 상단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TEL. 070-1004-1009
그런데 이번에는 TV의 상단에 굴러가던 광고문구가 사라지지 않고, 뚝 하고 멈춘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그 순간.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다시 벨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강주혁이 깜짝 놀라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전원을 끄고, 대충 던져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순간 짜증이 솟구친 강주혁이.
“ 아, 시발 ”
욕을 내뱉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희한하게도 전원을 꺼둔 핸드폰이 말짱하게 켜진 채로 번호를 출력하고 있었다.
*070-1004-1009
그런데 이 번호.
순간 강주혁은 핸드폰 화면이 출력하는 번호를 유심히 보다가 연예계 방송이 한창인 TV.
“ 자 이제 출구 없는 매력의 차은수씨 만나볼까요? 드라마 마무리 촬영이 한창인 촬영장! ”
그 TV 상단의 광고문구로 눈길을 돌렸다.
흰색 글씨의 광고문구는 여전히 TV 상단에 꼼짝하지 않고 박혀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TEL. 070-1004-1009
그리고 다시 핸드폰 화면에 찍힌 번호.
*070-1004-1009
TV와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보던 강주혁은 이내 알아차렸다. TV 속 광고문구에 표시된 번호와 핸드폰 화면이 출력하는 번호가 똑같다는 것을.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벨 소리는 계속 울리는 중이고, 뭔가 묘한 기분을 느낀 강주혁이 전화를 받는다. 그러자.
[ 강주혁 님! 기회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느닷없이 강주혁의 이름을 외쳐댄다. 거기다가 멘트도 바뀌었다. 보이스피싱에서나 들을법한 여자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강주혁은 인내심 있게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인생역전의 기회! 확실한 서비스를 약속드리겠습니다! ] [ 무려 ‘무료 서비스’ 기간이 7일! 무료 서비스를 충분히 누려보세요!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계속 들으시려면 1번, 수신 거부는 2번을 눌러주세요. ]보이스피싱이 좀 이상하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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