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77
오디션 진행을 도맡아 하던 조연출이 옆 대기실에 들렸다가, 오디션이 진행되는 미팅룸의 문을 열었다.
“ 선배님! 끝났습니다. 대기실에 남은 인원 한 명도 없어요. ”
그러자 몇 시간 만에 기지개를 켠 정작가가 책상에 널브러졌다.
“ 끄아- 오디션이란 거 진짜 힘든 거구나. ”
곤죽이 된 정작가의 등을 제작실장이 토닥이며 위로를 전했다.
“ 작가님. 내일 오디션 하나 더 남은 거 알죠? ”
“ 으아- 맞아. 내일도 본다고 했죠? ”
정작가가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반면, 김태우 PD는 오디션을 본 배우들의 프로필 5장을 나열해놓고 턱을 문지르며 혼잣말을 뱉었다.
“ 어디서 이런 친구들이 튀어나왔지? ”
“ 그러니까요. ”
김태우 PD의 혼잣말에 옆에 있던 캐디(캐스팅디렉터)가 동의하며 김태우 PD 앞에 놓인 프로필을 손으로 가리켰다.
“ 소속사가 품은 신인들 대충 거기서 거긴데, 확실히 뭔가 달라요. 솔직히 이 친구들 뒤쪽으론 보이지도 않던데요. ”
그때 팔짱을 끼고 있던 촬영감독이 거들었다.
“ 김피디야. 이 아. 강하영이는 봤제? 카메라 포카스 대~충 걸었어도 뷰 죽이는기, 야는 평범하게 살기엔 텄다. ”
촬영감독의 말끝을 제작실장이 붙잡았다.
“ 강하영. 최근에 광고로 엄청 이슈 된 친구던데. 그 있잖아요. 패대기 광고. 해창전자 꺼 ”
“ 아 맞나? ”
붉은 단발을 찰랑이며 고개를 끄덕이던 제작실장이 말을 이었다.
“ 김재욱? 나는 이 친구가 좋던데. 대사 조곤조곤 씹는 거 들으셨죠? 진짜 격양된 장면에서 담담하게 대사치는데, 저 살짝 소름까지 돋았어요. 거기다 비주얼에다 키도 엄청 커서 스타일도 잘빠지겠던데요. 근데 나이는 또 18살이야. 어쩔 거야 진짜. ”
공감한다는 듯 정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저는 이분이 좀 대단하던데. 프로필 보니까 영화 경력도 있고, 아까 분명 오열하는 장면이었는데 웃으면서 대사를 소화하더라고요. 상상도 못 했는데. ”
여기저기서 조언을 듣던 김태우 PD가 멀뚱히 서 있는 조연출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 야. 이 친구들. 한 명이 인솔했다고? ”
“ 아, 네! 대기실에 들어올 때도 같이 왔고, 갈 때도 같이 가던데요? 인솔자는 여자분이셨고, 스타일 엄청 죽이시던데. ”
“ 소속사 하나에서 이런 신인이 셋씩이나? 그런데 왜 소속사 이름을 안 적었지? ”
대답은 제작실장 쪽에서 나왔다.
“ 가끔 있어요. 소속사 숨기고 배우 밀어 넣는 거. 배우로만 판단해달라는 거죠. 프로필에 적힌 연락처가 다 똑같은 거 보니까, 그 인솔자 번호로 통일했나 보네요. ”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김태우 PD는 이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전부 쓰고 싶었지만, 현재로서 넣을 수 있는 배역은 2개.
“ 지금 뽑는 역할이 월녀역, 무사역. 다들 점찍은 친구들 얘기해보세요. ”
김태우 PD와 오디션을 진행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배역 확정 미팅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벌컥!
28주, 궁궐의 총괄 CP가 다급하게 미팅룸의 문을 열어 재끼며 외쳤다.
“ 야! 태우야! 인터넷 좀 봐라! ”
“ 예? ”
어느새 김태우 PD 앞에 선 CP가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 터졌다. ”
같은 시각 주혁의 차 안.
VIP와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는 조수석과 뒷좌석에 류성원 감독과 최철수 감독이 앉았고, 운전은 강주혁이 하는 중이었다.
주혁이 핸들을 꺾을 때, 류성원 감독이 입을 열었다.
“ 어- 그러니까 수상을 하든 안 하든 DBS 국제독립영화제가 끝날 무렵에 포스터 찍고, 바로 스크린에 건다는 말씀이죠? ”
“ 맞아요. 스케쥴 상 그렇게 움직여야 맞출 수 있어요. ”
“ 후- 떨린다. ”
“ 하하. 괜찮아요.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
바로 그때였다.
뒷좌석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최철수 감독이 다급하게 강주혁을 불렀다.
“ 어? 사, 사장님! 지금 검색사이트에. ”
“ 네? ”
“ 실검 4위가 사장님 이름! ”
“ 실시간 검색어에? ”
“ 예! 아니 4위에만 있는 게 아니고, 7위랑 9위에도! ”
매우 급해 보이는 최철수 감독을 룸미러로 지긋이 쳐다보던 주혁은 다시금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 생각보다 입질이 빠른데? ’
잠시 생각에 빠졌던 강주혁은 다시 룸미러를 통해 최철수 감독을 보며 입을 열었다.
“ 검색어에 저만 있습니까? 지금? ”
“ 아, 아니요. 사장님이랑. 28주, 궁궐? WTVM 드라마까지. ”
최철수 감독이 말을 이으려는 찰나에.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태우 PD.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슬쩍 웃으면서 핸들에 붙어있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 네. PD님. ”
“ 사, 사장님.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
“ 예. 저도 확인했습니다. ”
“ 어쩌죠? 아무래도 아까 아침에 방송국에 있던 기자들이 바로 기사 뿌린 거 같은데. 이러면 사장님이 곤란하신 게. ”
“ 괜찮아요. 옆에 제작실장님 계시죠? ”
“ 네? 아, 네. 옆에. ”
“ 잠시 바꿔주세요. ”
강주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 너머에서 스스슥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제작실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 아, 네. 사장님. ”
“ 실장님. ”
“ 예? ”
“ 물이 들어오니까, 슬슬 각을 잡을까요? ”
“ 각이요? 무슨······ ”
말끝을 흐린 제작실장의 물음에 주혁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으면서 답했다.
“ 지금 이 시간부로 제가 준비를 부탁드렸던, 저와 관련된 기사들 뿌리세요. 더불어 매일 빠짐없이 드라마 관련 기사도 쏘세요. 장작을 계속 추가했으면 합니다. ”
“ 지금부터요? ”
강주혁이 웃었다.
“ 판을 키우자는 겁니다. ”
도착한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건물 지하 주차장에는 홍혜수 팀장과 추민재 팀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들에게 눈인사를 던진 주혁은 한 손은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남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 형. 그 대학생 팀들 데려왔어? ”
“ 어어. 지금 4층 사장실에. 아니, 것보다. 지금 실검 난리 났던데? 생각보다 훨씬 크게 번질 느낌이야? ”
“ 괜찮아. 예상했잖아. 이 정도는. ”
담담하게 대답한 주혁이 홍혜수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 어땠어. 오디션. ”
“ 응. 아~주. 원활하게 끝났어요. 사장님. 우리 애들이 비주얼로 대기실 완전 밀어 버렸다니까? ”
“ 고생했어. 다들 연습실? ”
“ 어머. 너무 빡빡하게 굴리면 다 죽어요. 오늘은 쉬라고 집에 보냈어. ”
“ 하하. 잘했어. ”
-띵.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강주혁을 포함한 팀장들과 감독들이 몸을 실었다.
-스르륵.
작은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혔고, 그와 동시에 홍혜수 팀장이 물었다.
“ 근데 사장님. ”
“ 응? ”
“ 누가 될 것 같아? 대충 느낌 왔지? ”
“ 대충은. ”
“ 누구? ”
“ 아마 하영씨. 재욱이. ”
“ 어머? 진짜? 나는 하진이가 대사 전달력은 좀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
고개를 갸웃하는 홍혜수 팀장이었지만, 주혁은 딱히 대답이 없었다.
4층 사장실.
사장실 길쭉한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대학생 중 시간을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 10분 지났는데. 야. 최수정. 이거 사기 아니냐? ”
“ 모르겠어. 근데! 우리 뭐 딱히 돈도 없는데 무슨 사기야. ”
“ 제작사 건물치곤 좀 특이하긴 하네. ”
“ 사기라니까. 사기. 튀자. 사람들 오기 전에. ”
5명이 한창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있을 때.
-끼익.
사장실의 문을 열고, 추민재 팀장이 들어왔다.
“ 많이 기다렸죠? 사장님 지금 잠시 화장실 가셨으니까, 금방 옵니다. ”
그때 조금 전, 사기를 의심하던 남자가 답했다.
“ 저 혹시 저희가 무슨 돈을 내거나, 교육비를 받는다던가. 그런 게 있습니까? ”
“ 돈? 그럴 리가요. ”
“ 그런 게 아닌데, 저희 영상 딱 하나 보시고 이러는 게 말이. ”
그때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끼익.
이어서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사장실로 들어온 주혁이 모여있는 대학생들을 둘러봤다.
“ 하하. 오래 기다렸죠? ”
-덜컹!
“ ······! ”
강주혁을 보자마자, 사기라는 의문을 품었던 남자가 급작스레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앉았던 의자가 뒤로 내팽개쳐졌다.
“ 헐······ ”
“ ······뭐지? ”
“ ······? ”
“ 이, 이거 무슨 방송인가요? ”
이어서 앉아있던 대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심지어 최수정이라 불린 여자는 헛것을 본 것마냥 눈을 비비기까지 했다.
-드륵.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그들과 가까운 곳에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 놀랐어요? ”
“ ······아, 아니. ”
놀랄 만도 했다. 이 타이밍에 강주혁이 나타날 줄을 전혀 몰랐을 테니. 아니, 사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긴 했다.
“ 왜 서 있어요? 앉아요. ”
주혁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던지면서 앉으라 권했고.
“ 예?! 아, 어? 뭐지? ”
남자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 바로 본론이라 미안한데, 대본 좀 볼까요? ”
강주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네모난 뿔테안경을 쓴 여자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 속 종이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스윽, 팔락, 팔락, 팔락.
이들 웹드라마의 이후 내용이 적힌 대본을 빠르게 넘기는 강주혁.
‘ ···괜찮아. 파워볼륨에서 내세운 것보다. 훨씬. ’
물론, 군데군데 미숙함이 보였지만, 대본이 첫 장부터 재미있었다. 마치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는 캠퍼스 시트콤처럼, 짜디짠 스낵 같은 흡입력이 있었다.
-팔락, 팔락, 팔락.
빠르게 대본을 넘기는 주혁을 보는 대학생들이 대본 리딩 속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툭.
대충 30% 정도 읽던 주혁이 대본을 덮으면서, 뿔테안경을 쓴 여자에게 물었다.
“ 작가 지망생? ”
“ 아, 예? 아, 네네. ”
“ 글은 언제부터 썼어요? ”
“ 초, 초등학생 때···부터요 ”
“ 대본은 몇 부까지? ”
“ 지, 지금 3부······ ”
대답은 들은 주혁이 이번에는 전체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 연출팀은 어떻게 돼요? ”
물음에 답한 것은 서 있던 남자와 최수정이라는 여자였다.
“ 제, 제가 촬영하고, 편집 및 후반 작업은 여기 수정이랑. ”
결과적으로 촬영 전반적인 것은 서 있는 남자가 도맡고, 이후 편집과 영상 후반 작업은 최수정이라는 여자와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제작팀에 가까웠다.
“ 그러니까 작가 한 명, 연출팀 2명, 제작팀 2명으로 그 정도 퀄을 뽑아냈다? ”
주혁의 되물음에 대학생들이 끼기긱 소리가 날 정도의 더딘 끄덕임을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주혁은 대학생들에게 빛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툭툭!
미소를 머금은 주혁이 책상에 놓인 종이뭉치, 아니. 대본을 검지로 두어 번 치더니 대학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이거. 크게 키워서 나랑 한번 제작해볼까요? ”
“ 예?! ”
“ 제작이요?! ”
“ 헐! ”
모두가 놀라자빠지는 상황에 주혁은 태연하게 들고 있던 대본을 뿔테안경을 쓴 여자에게 다시금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 네. 제작. 아, 혹시 여러분 정해진 팀명은 있나? ”
그러자 충격적인 현장 속에서 어렵사리 우물거리던 최수정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 저······저희가 원랜 팀명 같은 게 없이 그냥 활동했던 거라, 사실 오면서 상의를 했는데. ”
“ 아, 네. 편하게 말해봐요. 나도 여러분들을 피력할 팀명은 들어놔야 하니까. ”
최수정이 같이 온 친구들을 둘러보다, 이내 답했다.
“ 배, 백번 촬영으로 하려구요. ”
-멈칫.
커피를 마시던 주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분명 들어본, 익숙한 팀명이었다.
“ 백번 촬영? ”
“ 아······네. 별론가요. ”
어느새 미소가 담긴 표정으로 주혁이 이번에는 대본을 쓴 뿔테안경 여자에게 물었다.
“ 혹시 작품 제목이? ”
그러자 뿔테안경 여자가 살며시 입을 뗐다.
“ 확정은 아닌데, 가제는 있어요. 처, 청순한 멜로라고. ”
확신에 찬 표정으로 변한 주혁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 제목 아주 좋아요. ”
치켜세울 수밖에 없었다.
‘ 이 정도면 아직 내 감도 쓸만하지? ’
보이스피싱에서 들은, 1억뷰를 찍는다던 웹드라마와 그 팀이 눈앞에 앉아있었으니까.
대학생들이 전부 돌아간 후, 사장실.
어느새 텅 빈 사장실에 주혁이 혼자 남았다. 대학생 팀들은 너무 놀람과 더불어 갑작스러움에 각자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 이미 넘어왔어. ”
주혁은 그들의 눈에서 욕심을 엿봤다.
제작이라는 꿈을 가지고 모여든 팀. 그들도 이 바닥의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 이르면 내일이라도 연락 오겠지. ”
꽤 기대에 찬 표정을 머금은 주혁이 노트북을 열었다.
-딸깍, 딸깍.
“ 아주 난리가 났네. ”
검색사이트는 이미 강주혁의 이름으로 포화상태였다. 이미 그의 이름은 실검 3위에 안착했고, 그와 관련된 용어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올라있었다.
그렇다면 반응은?
-아니 이게 무슨소리냨ㅋㅋㅋㅋ
-왘ㅋㅋㅋㅈㄴ충격적이네
-강주혁이 제작을?
-강트맨. 그는 대체….
-ㅈㄴ 나대네.
-드라마 존잼이겠다.
-강주혁 드라마에 까메오로 출연하는거아님?
-드라마 제목 뭔가요?
-제작아니고 걍 투자만 한거아님?
-ㅈ돼네.
-28주? 이 드라마 헤나랑 김건욱 주연아님?
-졸라 특이하넼ㅋㅋㅋ
-이따위로 홍보하네;;
-이 드라마 강주혁 복귀작임?
-야 등신아. 강주혁이 제작으로 참여한 거라잖아! 이 새끼들은 본문을 안 읽나?
-개 뜬금포네.
-드라마 언제 하는 거지?
그야말로 미쳐있었다.
거기다 분마다, 시간마다 장작을 던지듯. 지속적인 어뷰징 기사들이 쏟아졌다. 개중에는 사실적인 기사도 있었고,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도 널렸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김태우 PD
김태우 PD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 피디님. ”
“ 아! 사장님. ”
“ 방송국은 좀 어때요? ”
“ 지금 난리 났습니다. 국장님 전화 와서 내일 당장 자기한테 오라고 하고, 여기저기서 미친 듯이 전화가 와요. ”
“ 하하하. ”
몇 분 동안 현재 상태에 대해 열변하던 김태우 PD가 대뜸 아차 싶었는지, 말을 바꿨다.
“ 아아. 그것보다. 아까는 제가 정신이 없어서 못 여쭤봤는데. ”
“ 네. ”
“ 호, 혹시. 내일 2차 오디션에 심사 자격으로 다시 한번 오실 수 있으신지 해서요. ”
“ 주연이 헤나, 김건욱이니 호흡 맞출 배우들도 그것에 맞게 준비해야겠죠. ”
“ 맞습니다. 헤나씨나 건욱씨가 워낙에 능력으로나, 몸값으로 비싸니까. 하하. 주연 배우님들이 불편함 없이 연기할 수 있도록, 소속사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제대로 된 연기파로 뽑아야 합니다.”
즉, 극 중 주인공의 가족들이나 친구 역할 몇몇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는 소리였고, 김태우 PD가 부연설명을 붙였다.
“ 솔직히 강주혁 사장님이 심사를 같이 진행해 주시면 새로운 시각으로 배우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이렇게 된 김에 이번 작품에 영혼을 갈아 넣을 생각이라. ”
제의를 받은 주혁이 잠시간 턱을 쓰다듬으며 계산을 돌렸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고.
“ 좋습니다. 어젠 시간상 참여 못 했으니, 이번엔 당연히 참여해야죠. 하하. 저도 이 작품에 투자했으니, 영혼을 갈아 넣어보죠. 일정 문자로 보내주세요. ”
“ 아, 감사합니다. ”
-뚝.
이어서 전화가 끊겼다. 하지만 주혁은 핸드폰을 곧장 내려놓지 않았다.
-톡톡톡톡.
빠르게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강주혁.
-박기자.
-내일 일정 있나?
보낸 이는 박기자였고, 답장은 빠르게 왔다.
-물주님의 말씀에 따라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르고.
답장을 확인한 주혁이 곧장 내용을 입력했다.
-내일 나랑 방송국에 좀 같이 들어갈까?
주혁은 판을 더욱 크게 키울 심산이었다.
다음 날 아침, WTVM 방송국, 오디션이 진행되는 미팅룸.
이른 아침임에도 3층 대기실과 복도 흡연실등은 인산인해였다.
어제의 오디션은 점심에 시작했지만, 오늘 오디션은 합격자들이 많이 나와서 아침부터 시작했기에, 오디션 관련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 양옆으로 쿠션이 붙어있는 의자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했고, 서서 대본을 보는 사람 포함, 흡연실에 있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대본을 보기 바빴다.
“ 심호흡해! 심호흡! ”
“ 연습 많이 했지? ”
“ 물, 물 마실래요? ”
개인으로 온 배우, 소속사가 있는 배우 등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오디션을 보는 미팅룸 옆 대기실은 당연히 대기자들로 꽉꽉 채워진 상태.
그때 미팅룸에서는.
“ 사장님은 언제 오시는 거예요? ”
미팅룸에서 작은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던 정작가가 김태우 PD에게 물었다.
“ 글쎄요. 어제 연락하고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곧 오시겠지. ”
-스윽.
옆에 있던 제작실장이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 이제 10분 있으면 시작해야 하는데. ”
촬영감독은 이미 구석에서 카메라를 조정 중이었고, 캐디(캐스팅디렉터)는 오늘 정해야 할 배역이 인쇄된 파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복도.
오디션 시간이 임박해짐에 따라, 곧 시험을 치러야 하는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과 제자리 뛰기를 하며 긴장을 풀고 있을 즈음.
-띵!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복도 끝,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스르륵.
이어서 엘리베이터에서는 내린 남자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흡연실에서 연신 담배를 뻑뻑 피워대던 연예부 기자들이었다.
“ 야야! 왔어!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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