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old my country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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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회로가, 제 것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럼 어디 남의 걸 잘라다가 여기 붙였다는 건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결론에 그녀가 반사적으로 회로가 있는 곳에 손을 올렸다. 제게 뭔가 이변이 일어나고 있으리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반전은 생각지 못한 범위였다.
“말이 안 되잖아요…….”
마력 회로는 영혼에 귀속되는 것이다. 신의 축복에 의해 새겨지는 기적이지만, 그것만 똑 떼어 내 영혼에 갖다 붙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새겨’ 주는 것이다. 신의 권능으로 인간의 영혼에 마력을 운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할 뿐, 그 또한 결국은 영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영혼은 유리와도 같아서, 마음대로 원하는 부위를 잘랐다 붙였다 할 수가 없었다. 에스텔라처럼 운이 좋은 상황이 아니라면, 영혼이 찢기거나 다른 무언가가 들러붙었을 때 반드시 문제가 생겼다.
그러니 저 말이 사실이라면, 세라에게도 어떤 문제가 생겨야 했다. 지금처럼……꿈을 통해서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이고 삶을 영위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가.
[그건…… 나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구나.]에스텔라 또한 그 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당연했다. 그가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아 낸 마법사라 할지라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측정기를 통해 들여다본 세라의 영혼에는 성검에 꿰뚫린 자리를 제외하고 별다른 특이 사항이랄 게 없었다. 감히 누군가 영혼에 손을 댔다거나, 누덕누덕 기운 흔적 또한 남아 있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깨어진 적 없는 것처럼 온전한 모양을 하고서, 품고 있는 회로는 전혀 다른 자의 것이라니. 자신이 낸 결론이면서도 거짓말 같았다.
가끔은 진리를 벗어나는 일일지라도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에스텔라가 할 수 있는 건 진실을 고스란히 전하고, 당사자에게 그의 상태를 인지시키는 것뿐이다.
[확실한 건, 네 회로가 무언가에 강렬히 이끌리고 있다는 거야. 아마도…… 그 회로의 진짜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힘을 쓸 때 본능적으로 감응하고 있는 것 같구나.]뱉어 봤자 어차피 불확실한 가설일 뿐인 말들은 모조리 접어 둔 에스텔라는 세라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 한마디로 정의했다.
감응.
그 낯선 단어를 입 안으로 굴려 보던 세라가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부속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유쾌할 리 없었다.
“그걸,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진실을 알게 된 세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떻게 하면 이 기분 나쁜 감응을 끊어 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인과를 따져 봐야겠군.]에스텔라는 기꺼이 손을 빌려주겠다는 듯 종이와 펜을 가져와 무언가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네.”
[그럼 분명 최근에 감응의 트리거가 되는 무언가가 네게 일어났다는 말인데…….]툭, 툭, 펜으로 종이를 두드리던 에스텔라가 뭐 짚이는 거 없느냐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최근에는 별일 없었는-.”
요즘만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 적이 없었던 세라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가.
“아…….”
뭔가 떠오른 것처럼 중간에 멈춰 섰다.
특이 사항이라고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요정의 숲에서 그림자를 몰고 온 남자를 상대할 때,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무리해서 한계 이상으로 마력을 사용하는 바람에 회로가 폭주한 적이 있었다.
세라의 의지를 벗어나 어딘가를 향해 뻗어 나가던 힘, 마력을 타고 가슴 속으로 흘러들었던 낯선 감정들은 분명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회로가 폭주한 적이 있었어요.”
[어쩌면 그 영향일 수도 있겠어. 마력 회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활성화되는 바람에 두 영혼 사이에 감응이 일어나게 된 거지.]에스텔라는 그 사건을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 나갔다. 하지만 세라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말도 안 돼. 겨우 그걸로요……? 예전에는 이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쓰고도 감응인지 뭔지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요.”
여태 세라는 단 한 번도, 자신의 회로가 제 것이 아니리라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이건 그녀가 혹독하고 잔인한 실험에서 살아남아 손에 쥔 제 것이었고, 자신의 저주이자 삶이었다. 세라가 고통받은 것도, 동생을 잃은 것도, 아직까지도 악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이유도, 성검에 박혀 죽은 것도 모조리 이 회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게 내 것이 아니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확답을 하기 어려워. 시간이 필요해.]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에스텔라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여전히 무거운 낯을 하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침착한 상태였다. 그 냉정함이 중심을 잡아 주어 세라가 이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소란스럽고,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날뛰는 감정과는 달리 세라의 머릿속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찬찬히 사태를 정리했다.
“제 회로에 따로 주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안타레스에 있겠네요.”
[그렇겠지. 이 세상에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그들뿐이니.]세라가 지닌 회로의 주인이 안타레스에 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일 테지만, 그보다 의미심장하다는 감상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녀의 회로가 원래의 주인을 찾아 돌아가려고 한다. 그 주인은 안타레스에 있다. 그런데 그 안타레스가 미친 듯이 원하는 사람이 바로 세라 로젠바움. 자신이었다.
그녀의 이름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다시 돌아 그녀의 이름으로 끝이 났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는 태평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돌고 도는 고리를 끊어 내라 자신을 이곳에 보낸 자가 바로 신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꿰뚫어 본다는 전지전능한 신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
세라의 시선이 형량이 새겨진 팔뚝을 향해 미끄러졌다. 여태 그녀는 자신과 안타레스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자신과 그들을 이어 주는 연결 고리라고 한다면 흑마법을 쓴다는 단순한 사실뿐. 에스텔라에서의 사건 이후에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멋대로 에델의 육신을 뒤집어쓴 개자식을 찾아내기 위함이었을 뿐, 스스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한 적 없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사악한 악의 무리.
어차피 영웅의 성검 아래 무너져 내릴 그저 그런 악역들.
그렇게 생각했기에 세라는 단 한 번도 안타레스와의 싸움이 자신의 몫이라 여긴 적 없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라는 자신과 안타레스교 사이를 엮는 강력한 인과를 느꼈다.
숙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강력한 이끌림이었다.
세라는 문득, 이 현상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이대로 계속 감응이 깊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최선은 지금처럼 기분 나쁜 꿈을 좀 더 자주 꾸게 되는 걸 테고, 최악은…….]그에 에스텔라가 여상하게 대답하다 최악의 경우에 이르러 길게 뜸을 들였다. 그리고 중간에 감질나게 늘어지던 그 문장이 끝까지 이어졌을 때.
[널 송두리째 빼앗기게 되겠지.]“…….”
세라는 그가 왜 그리도 무거운 낯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우선, 회로가 과다하게 활성화되는 바람에 이렇게 됐을 가능성이 높으니, 당분간은 마력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어.]그녀의 침묵에 마음이 불편해졌는지, 딴청을 피우듯 서류를 뒤적거린 에스텔라가 부러 활기찬 어조로 상황을 넘겼다.
[음,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에스텔라가 억지로 끌어올린 분위기는 오래지 않아 다시 심각해졌다.
“말씀하세요.”
[어제 낮에 뭐 하고 있었어? 정오에서 오후 한 시 사이쯤.]뜬금없는 근황 질문이었다.
뭔가 이 사태와 연관이 있는 질문인 걸까. 기억을 더듬은 그녀가 기꺼이 답을 던져 주었다.
“그냥, 친구랑 놀고 있었는데요.”
어제 그 시간이라면, 요정의 숲에서 진과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쫓겨났지. 세라는 그 과정에서 이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래? 이상한데…….]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어야 했던 걸까.
에스텔라는 별일 없었다는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반응이었다. 그게 이상해 ‘왜 그러시죠?’ 하고 되물으니 그가 다시 미궁에 빠진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네 회로가 여태까지 중 가장 강하게 반응했던 게 그때거든.]쾅쾅쾅!
그때, 누군가 세라의 집 문을 거세게 두들겼다. 용건을 듣지 않아도 몹시 급하고 중요한 용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이만, 가 봐야겠어요.”
[세라.]바깥의 인기척에 기민하게 반응한 세라가 자연스럽게 통신을 마무리 지으려는데, 에스텔라가 아직 할 말이 더 남은 것처럼 그녀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돌아보니, 에스텔라가 더없이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에델의 연구 일지. 끝까지 읽어 봤니?]에스텔라가 얼마 전에 발견한 에델의 연구 일지는 세라의 집에 있었다. 제 동생이 마지막으로 연구했던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차마 더는 읽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침대 곁 서랍 안쪽에 깊숙이 밀어 넣어 둔 상태였다.
“……? 아니요. 아직.”
[읽어 보렴.]에스텔라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단호하게 그 책을 펼쳐 보라 일렀다.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느낀 건데, 어쩌면 그 애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그 애가?
당장 통신을 끊어버리려던 세라는 그 한마디에 멈칫했다. 에델이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니. 이건 또 새로운 국면이었다.
“……알겠어요. 읽어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다.
쿵쿵쿵! 그때까지도 문을 두드리는 인기척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녀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자의 행동이었다.
어차피 모르는 척을 할 생각도 없었기에, 세라는 가타부타 묻지 않고 기꺼이 문을 열어 주었다. 짚이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임시 캠프 근처에 매달려 있던 시체. 그 주변에 하나가 더 있다고 일러두고 나왔으니 지금쯤 대체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내려 사람을 보낼 때가 되었다.
“안녕. 세라.”
하지만 그 너머에 바로 에녹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아침에 파견한 수사관이 이상한 말을 하더라.”
네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 수색했더니 시체가 한 구 더 나왔다나?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희생자가 두 명이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아, 그것도 아닌가. 정말 평소대로 행동했더라면 문을 두드릴 게 아니라 제집처럼 열고 들어왔을 테니까.
“…….”
그렇게 생각하자 예쁘게 휘어지는 눈꺼풀 사이에 반짝이는 눈동자가 매섭게 번뜩이는 것 같기도 했다. 세라는 에녹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못내 궁금했다. 자신을 의심하고 있을까? 아니면 신뢰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의심을 피하는 법은 쉬웠다. 대충 둘러대도 좋고, 아니면 에녹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아도 좋을 것이다. 에녹은 그녀를 믿어줄 테고, 기꺼이 도와줄 거다. 이 얼마나 쉬운 길인가.
“당연히 잘 알지.”
하지만 세라는 그 쉬운 길을 마다했다. 절반은 충동적이고, 절반은 의도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참 구제 불능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내가 죽였으니까.”
이 와중에 네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싶어 이딴 시험이나 하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