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141
141 고얀 놈 같으니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한 반응에 김하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정규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에 정규섭은 재밌다는 듯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딱히 끼어들 생각은 없는 모양. 이에 김하늘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예. 근데 뭐 딱히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다른 기업들이랑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만 주십사 해서요.] [크흠, 김작가 부탁이기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말이야. 경쟁 회사가 우리 지역 토박이라 의원들 반응이 영···.] [시장님. 저번 전시회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안 그래도 저번에 김작가가 보내준 초대권 덕분에, 내가 늙은이들 사이에서 어깨가 좀 폈으니 말이야.]사토 타카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도 10년 이상 한 지역을 틀어쥔 정치인답게 눈치가 굉장히 빨랐다.
[다음 전시회 일정은 어떻게 되나?]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초대장을 보내줄 수 없냐는 원성이 자자해서, 조만간 특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VVIP분들만 모시고요.]지난번 경복궁에서 진행된 라이브 생방송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덕분에 유력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소문으로만 퍼지던 예나의 가치가 곱절로 뛰었고, 그녀의 전시회 역시 대호황을 맞이한 것.
강별은 이 기회를 통해 급속도로 영향력을 키워나갔으며, 덩달아 나까지 전 세계 유력 인사들과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가? 혹시 명단은···.] [에이, 당연히 제가 우리 시장님 티켓은 따로 챙겨놨죠. 가족분들까지 편하게 즐기고 가실 수 있도록 넉넉히 준비해뒀습니다.] [하하하! 이거야 원. 이래서 내가 김작가를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그래, KS 그룹이라고 했나? 내가 의원들에게 언질 좀 해놓겠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다음에 식사나 같이하자고!] [예. 들어가십시오.]뚝-
그렇게 통화가 끊나고, 카페 안에는 기묘한 침묵이 맴돌았다. 두 사람은 꼭 닮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구나.”
“제법이라···. 평가가 좀 박하시네요?”
“허허. 그렇게 들렸나?”
“그럼요. 2년 내내 지지부진하던 KS그룹의 나고야시 진출 계획을 5분 만에 해결했는데, 인심 좀 넉넉하게 쓰시죠. 할아버님.”
“그래, 인정하지. 우리 손주 놈이 최고구나.”
크하하하-!
정규섭은 정말로 기분 좋다는 듯 카페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이에 김하늘 역시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한참을 웃던 정규섭의 표정이 다시금 가라앉았다. 그는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엄중하게 말을 이었다.
“이 순간부터 네 어미를 내 자식으로 인정하마. 너 또한 어디를 가든 KS그룹의 일원으로서 마땅한 대우를 받을 것이야.”
“그게 끝입니까?”
“남들은 내 구두 밑바닥을 핥아서라도 얻고 싶어 못 배기는 명함이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럼 제가 반대로 여쭙겠습니다. 정말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정규섭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운 채로 김하늘을 노려봤으나, 그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했다.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김하늘이었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정규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제 가치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계시는 듯하군요. 하기야 시간이 부족하셨을 테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
“죄송하지만 전 회장님의 손자이기 전에 대한 그룹의 사위입니다. 뭐,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꽤나 사랑받는 중이고요.”
“그리 생각하느냐?”
“더 보여드려야 하나요?”
“······.”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김하늘의 모습에 정규섭은 묵묵히 찻잔을 들었다. 다시금 그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뜸을 들였다.
이번에는 김하늘도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기다렸을 뿐.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이번에는 정규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정하마. 솔직히 이 자리에서 손주라는 놈과 ‘거래’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어느새 나도 늙어버리고 만 게지.”
“뭘 또 그렇게까지 말씀하십니까.”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글쎄요. 솔직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정규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진심이냐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김하늘을 노려보았다.
이에 김하늘은 소리 없이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후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분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돈은 이미 필요한 만큼 벌었습니다. 예쁜 아내와 딸, 거기에 든든한 후원자까지. 살면서 필요한 건 이미 전부 가지고 있어요.”
“야망은 없는 게냐?”
“글쎄요. 대한민국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재벌. 그런 상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딱히 감흥이 없네요.”
“······.”
“머리에 털이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실망이군.”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진심이 가득 담긴 말투. 정규섭은 제 자리에 머무르며 안주하려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허나 이를 못 알아볼 김하늘이 아니었으니, 그가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제가 정식으로 그룹 원이 된다면 아마 KS철강에서 일하라고 명령하시겠죠? 당연히 우리 정사장님이랑 무한 경쟁을 시키실 테고요.”
“호오, 거기까지 눈치챘느냐.”
“그럼 전 회장님 손자 안 하렵니다.”
“···뭐라?”
KS의 근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철강 산업. 조금 전까지 이 자리에 있었던 정규섭의 장남이 사장으로 있는 그곳.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만에 진심으로 김하늘을 인정하게 된 정규섭은 그곳에서 그의 역량을 가늠해볼 요량이었다.
허나 진즉에 그것을 눈치챈 김하늘은 사전에 그 가능성을 차단해버린 것.
“인제 와서 서른 살도 넘게 차이 나는 친척들이랑 피 튀겨가며 경쟁을 하라고요? 제가 뭣 하러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합니까?”
“너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럼 없다고 생각하세요?”
톡톡-
김하늘이 어깨를 으쓱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두드렸다. 이에 정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고얀 놈 같으니.”
“나고야 쪽은 몸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찾아와주신 할아버님을 위한 손주의 자그마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끌끌. 아깝구나. 보면 볼수록 아까워. 내 핏줄을 가장 강하게 물려받은 사내놈이 어쩜 이리도 욕심이 없는지.”
쯔쯧-
정규섭이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한 그 모습에 김하늘은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너무 그렇게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우리 정사장님께서도 다혈질이라 그렇지, 실력은 나름 괜찮지 않습니까?”
“늙은이를 놀리는 게 그리 재밌더냐?”
“저도 할아버지가 생긴 건 처음이라서요. 제 나름대로는 애교도 한번 보여드리고, 가능하면 응석도 좀 부려보고 싶은 거죠.”
“확실히 손주 놈 재롱이 재밌긴 하구나.”
껄껄-
정규섭은 진실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기분 좋게 대화한 것이 대체 얼마 만이던가.
그래서 눈앞에 있는 김하늘이 더욱 탐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억지로라도 삼키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덩치가 너무 커져 버린 녀석.
‘그렇다고 토막을 내기엔 또 아깝지.’
자신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KS 그룹의 힘을 사용한다면, 김하늘을 밟아버리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나 당장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더 많은 일. 대한 그룹만 해도 가만있지 않을 테고.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하군.’
본래 거래의 기본은 정보다. 상대에 대해 아는 만큼 유리해지는 것이 당연지사.
허나 오늘의 자신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듯 적당히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왔으니.
김하늘의 영향력은 자신이 예상했던 범주를 한참 벗어났다. 그렇게 엉덩이가 무겁던 나고야 시장을 단번에 꼬드긴 것만 봐도 범상치 않다.
‘생각보다 훨씬 더 수완이 좋아.’
나고야 시장과 직접 개인 통화를 나눌 정도라면 분명 알려지지 않은 인맥도 상당하겠지.
물론 이게 전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지금 김하늘의 자신감을 보면 나고야는 그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화 중에 나온 ‘예나의 전시회’라는 단어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도 최근 몇 번인가 들어본 적 있는 소문이었으니.
‘어쩌면···.’
만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섣불리 김하늘을 삼키려다 오히려 목에 가시가 걸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니, 확실했다.
수십 년 동안 그룹을 이끌어 온 회장으로서의 직감이 계속해서 경종을 보냈으니.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
이게 가장 성가신 점이다.
김하늘이 자신 앞에서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건, 본인 스스로가 지닌 가치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회장이 직접 허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 그룹의 사위라는 명분만으로도 건드리기 껄끄러운 위치임은 분명하다.
‘최근 강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지.’
한창 텍사스에서 구르고 있어야 할 녀석이, 갑작스러운 귀국과 동시에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가족회의까지 소집했다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들려오는데,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가 없어서 상당히 골치 아프던 참.
그뿐이랴, 지금 당장 자신의 입안을 맴돌고 있는 고급스러운 차도 평범한 소시민이 구할 만한 물건이 아니다.
‘강산에 강태양, 거기에 강별까지. 자기들끼리도 물어뜯기 바빴던 녀석들을 전부 자기편으로 만들었단 말이렷다?’
흐음-
정규섭은 문득 입안에 머금은 차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퍼즐이 하나둘 맞춰질수록 눈앞의 손주 놈이 괘씸해졌달까.
지금 하는 짓만 보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에 가깝지만, 저게 전부 의도된 행동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그으면서, 어디까지나 자신과 본인의 관계를 ‘조손’으로 한정 짓는 거다.
‘···이쪽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단 말이지.’
쉽게 내줄 생각도 없는 모양이고.
애초에 자신은 김하늘이라는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 나온 자리였으나, 녀석은 아주 철저하게 이쪽을 분석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 순간을 준비한 건지는 몰라도, 당장 여기서 더 대화를 나눠봤자 자신만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분도 오랜만이군.’
한창 젊었던 시절 강회장과 마주할 때 이런 기분이었던가.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손주에게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김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때 그 시절의 자신이 떠오르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탁-
모든 생각을 마친 정규섭이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놨다.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옷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벌써 가십니까?”
“손주와 나누는 대화가 제법 즐겁기는 하다만, 회장이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그리 여유로운 위치는 아니라서 말이지.”
“역시 저랑은 안 맞는 자리네요.”
“내가 보기엔 너만 한 인재가 없다만?”
“자꾸 부담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끌끌-
자연스럽게 농담을 건네는 김하늘을 보며 정규섭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격의 없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다니.
“혹시 낚시 좋아하나?”
“아니요. 전혀.”
“다음 주에 나랑 같이 낚시나 하러 가지.”
“안 좋아한다니까요.”
“이번 기회에 취미 한번 들여봐.”
“거참 제멋대로시네.”
씨익-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하늘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정규섭 역시 이전과는 다른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내 개인 번호다.”
“미리 차단해 두겠습니다.”
“네 결혼식장에서 웬 치매 걸린 노인네가 똥칠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전화를 받는 게 좋을 게야.”
“···그런 농담도 할 줄 아셨습니까?”
“이게 농담처럼 들리나?”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을 마주치는 두 사람. 그렇게 몇 초나 흘렀을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그동안 회장님을 좀 오해하고 있었네요. 제가 듣기로는 돈밖에 모르는 사이코패스 영감이라고들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
“이 고약한 늙은이의 짓궂은 농담도 받아주는 뻔뻔한 손주 놈이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다 생각했을 뿐이다.”
“하이고, 우리 영감님 벌써 계산이 다 끝나셨네.”
“그러니 내가 아직도 KS 회장인 게지.”
낄낄-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정을 나눈 친구처럼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다. 정회장을 아는 사람이 그 모습을 봤다면 기절해도 이상하지 만큼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관련 장비는 할아버지가 준비해 주십쇼. 저는 낚시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모르거든요. 그냥 몸만 따라가겠습니다.”
“기왕이면 마음도 들고 오지 그러냐?”
“축의금부터 한번 까보고요.”
“에잉. 버릇없는 놈 같으니.”
쯔쯧-
일부러 크게 소리 내어 혀를 차는 정규섭. 이에 김하늘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규섭은 됐다는 듯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등을 돌렸고. 곧바로 카페를 빠져나갔다.
“회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정규섭이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보인 것은, 경호원들과 함께 주변 도로까지 통제하며 차를 대기시켜놓은 정사장이었다.
여기가 비교적 한적한 곳이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행패에 길목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전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마치 칭찬받기를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고 있는 장남을 보며, 정규섭은 잠시 2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에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숨. 이에 정사장이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에 또 정규섭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혹시 그 버릇없는 녀석이 회장님께 무슨 실례라도···.”
“됐다. 이만 출발하지.”
“예? 아, 예···.”
영문을 몰라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사장을 뒤로한 채 정규섭은 차에 올라탔다. 허나 그의 시선은 줄곧 창밖에 머물렀다.
‘김하늘, 김하늘이라···.’
씨익-
정규섭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씰룩거렸다. 늘그막에 꽤나 재밌는 손주를 얻었다 생각하며.
* * *
“형님.”
“왜.”
“낚시 좋아하십니까?”
“싫어한다.”
“근데 대체 왜 우리가 여기 모여서 몇 시간째 떡밥만 던지고 있는 겁니까? 개별 시급만 따져도 국가적 손실인데요.”
“따질 거면 저 인간한테 따져라.”
스윽-
강태양의 턱짓에 나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창 신나게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는 강산이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강산. 이에 나는 슬그머니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님.”
“왜.”
“저도 낚시가 싫습니다.”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고요.”
“떡밥 대신 던져지고 싶냐?”
“에이, 왜 또 그리 말을 살벌하게···. 어어? 형님! 저기 방금 찌 움직였습니다!”
“어디!?”
“왼쪽! 왼쪽!”
으랴아아-!
다급히 낚시대를 잡은 강태양이 힘찬 함성과 함께 대어를 낚아 올렸다. 처음 맛보는 손맛에 두 사람의 얼굴에 잠시 웃음기가 서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가다듬으며 이전과 같은 자세로 되돌아가는 두 사람.
“형님.”
“왜.”
“손맛이 어떠십니까?”
“···나름 괜찮군.”
“그렇습니까.”
이후 그들은 이전처럼 말없이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며 침묵을 삼켰다. 허나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진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