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206
206. 움직이지 마! 너희들도 모두!2016.10.21.
지이이익.
기다란 밧줄이 팽팽해지자 바닥에 놓인 목조 기둥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조 기둥이 솟아오르자 다른 쪽에 지지해놓았던 기둥들도 함께 움직이며 완연한 막사의 형태를 갖췄다.
“이 녀석들, 뭐 이리 굼떠……. 빨리 안 움직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내들 사이로 꼽추 노인 한 명이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부욱 부욱.
하지만 사내들의 행동에는 그다지 차이점이 없었다.
느릿하게 몇 개의 막사가 더 세워질 때쯤. 꼽추 노인은 두툼한 옷깃 사이로 작은 목함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힉!”
“헉!”
쾨쾨한 약품 냄새를 맡은 당가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중사당 당주인 당의명이 꺼낸 저 독, 산신환(散身丸)이 얼마나 지독한지 아는 까닭이다.
파파팟.
거대한 동이를 들고 움직이는 청년의 움직임은 몇 배는 빨라졌고.
투투툭.
포대 자루 속을 뒤지는 중년인은 아예 포대 자루를 바닥에 뿌린 뒤 찾기 시작했으며.
촤라락.
목탄 가루를 푸던 사내들과, 망치들을 진열해 놓는 노인의 손은 보이지 않았다.
“이놈들은 꼭 이걸 꺼내들어야 말을 들어.”
당가의 활동적인 모습에 그제야 성이 찼는지 꼽추 노인은 만족스런 얼굴로 주위를 훑었다.
그런데 웬걸?
산신환의 위협이 통하지 않는 자들도 있는 듯했다.
“꺼어어.”
중사당 독조문 담당인 당승호는 한쪽에 앉아 불뚝 튀어나온 배를 매만지며 트림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꼽추 노인, 당의명이 노려보고 있었다.
“넌 뭐 하냐?”
당승호는 불룩 튀어나온 배를 매만지며 뻔뻔히 대답했다.
“아, 형님. 오늘따라 영 몸이 좋지 않습니다.”
“뒈질래? 그 뱃살 다 벗겨주라?”
“아, 형님. 애들도 있는데……. 좀 쉬게 해주십시오.”
당의명은 다시 산신환을 꺼낼까 하다 그만두었다.
영 반응이 못 미더운 몇 명은 중사당을 이끌어갈, 산전수전 다 겪은 일대 제자다. 애들처럼 독 따위로 말을 들어 먹는 것들이 아니다.
“그럼 애들이 잘하고 있나 확인이나 해!”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예. 형님.”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일어서는 당승호.
뒤뚱뒤뚱 걸으며 사라져가는 것이 참 여유로워 보였다.
“에휴. 저놈은 너무 느려 터져서.”
그가 혀를 차며 돌아서다 뭔가 발에 툭 하고 걸렸다.
바닥에 누워서 숨넘어갈 듯 허덕이는 사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중사당 비방 기록인 당고호였다.
“너는 왜?”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좀 지친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속이 메슥거리기도 하고…….”
“허어. 가지가지 해. 아주 그냥…….”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무시했다.
이놈은 산신환 같은 절독으로 위협한다고 해도 ‘그 독 맛이 어떻습니까?’라며 오히려 달려들 것이 뻔했다.
협박은 애들에게나 통하지, 일대 제자급 위로는 먹히지도 않는다.
저벅저벅.
주위를 점검한 당의명은 막사와 조금 떨어진 돌담 사이를 걸어갔다.
이윽고 돌담 옆에서 차를 마시던 노인을 향해 말을 붙였다.
“형님, 대충 된 것 같습니다.”
“고생했다.”
노천은 점차로 올라가는 막사를 보며 뿌듯한 얼굴을 했다.
사천 당문에서 하북의 팽가까지 수천 리를 전력 질주했다.
거리만 해도 힘든데, 독물과 독에 절인 암기와 독충 등 자칫 잘못 건드리면 아수라장이 날 물건들을 들고 이동해 왔으니 눈알이 빠져나가도록 힘겨운 긴장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끝끝내 목적지인 팽가의 길목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역시나, 한번 시키기가 굼뜨지, 움직였다 하면 용의주도함은 물론이고, 신속함에서도 당가를 따라가는 문파는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여유 있게 바라보던 노천의 고개가 옆으로 움직였다.
팽가의 무복을 입은 사내 대여섯 명이 막사 앞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아까도 왔다 갔지 않았나?”
“좀 다른 애들 같은데요.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 있군요.”
느긋하게 노천이 당의명과 한담을 나누었다.
좀 전에 시비를 걸다 쫓겨나간 무인들과 달리 그들은 제법 흉흉한 기세가 뻗어 나오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에도 신경 쓰는 당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빨리 움직여!”
“독물을 그리 흔들면 어떡해? 쏟으면 다 뒈진다고.”
“해독제 어디에 있어?”
단지 할 일 없이 그곳을 주시하고 있는 노천만이 재밌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제거해.”
요지부동인 당가 사람을 바라보던 팽가 무인 중 어깨에 붉은 견장을 찬 자가 명을 내렸다.
그 말에 수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철컥. 철컥.
이윽고 팽가 무인들은 기세등등하게 검을 빼들며 앞을 걸어 나갔다.
이 정도 살벌한 반응을 보였는데도 반응은 여전했다.
눈앞에서 해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부랑자들이 여전히 눈길을 주지 않고 제각기 할 일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야. 거기 잎 밟으면 죽는다?”
때마침 막사 쪽으로 걸어오던 그들을 향해 누군가 말을 걸었다.
한낮인데도 얼굴이 샛노랗게 질린 사내. 그는 봇짐을 가슴에 들고 옮기고 있었다.
“한 가닥이라도 발에 붙으면 독에 오염된다. 어리바리 신발에 붙여 집에 돌아갔다간 식구들 다 죽일겨. 난 분명히 경고했다?”
섬찟!
무사들은 소름이 돋은 얼굴로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거기엔 잔잎들이 일(一) 자를 그리며 뿌려져 있었다.
이 잎새 하나하나가 독이라니 발을 들이긴 고사하고, 제자리에서 물러서기도 어렵게 굳어 버렸다.
“바보들. 그런다고 굳냐? 그냥 밟지 말고 넘어오면 되는걸.”
사내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지나갔다.
잠시 굳어 있던 팽가 무인들의 얼굴이 썩은 돼지 간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새끼들이……!”
“워어. 비켜서시오.”
스으으으-
헌데, 뒤쪽에서 어마어마하게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막 욕을 뱉으려고 돌아선 팽가 무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큰일 날 뻔했잖소. 닿으면 그대로 피부가 문드러져서 고생할 것이오.”
머리에 녹색 두건을 한 중년 하나가 물동이를 내려놓자 한 움큼이나 되는 물이 철썩 튀어 올랐다.
치이이이!
그런데 땅에 떨어지자마자 흙을 녹여 버리는 시커먼 물! 이거 뭔가!
“아, 맞다. 고생할 건 없지? 들어가자마자 통증 없이 바로 가실 테니까. 아름답게.”
“……?”
검을 꺼내든 팽가 무인들이 움찔했다.
이놈들, 뭔가 이상했다!
“이, 이놈이 대체…… 헉?!”
스멀스멀.
다시금 호통으로 위엄을 회복하려 했는데, 때마침 중년인 소매에서 조그만 거미 하나가 슬슬 기어 나왔다.
헌데 소매뿐만이 아니었다.
어깨, 팔목, 목 언저리, 허리와 바짓단 아래에서까지 수백 수천 마리가 물결처럼 기어 나오는 것이다.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스멀스멀.
“허억!”
“끌끌. 괴독(傀毒)이 또 먹을 것이 있다고 아가리를 벌리기는.”
녹색 두건을 두른 중년인은 손으로 다시 소매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어, 미안하오. 이놈들이 일 장 이내에서 사람 냄새만 맡으면 환장하는 인면지주들이라.”
“이, 이, 인면지주(人面蜘蛛-사람 얼굴 형상을 한 거미)?”
팽가 무사는 식겁을 했다. 사람의 인육을 뜯어 먹고 몸속에 침투해 골수에 알을 낳는다는 흉악무도한 괴물이 아닌가.
그런 놈 수천 마리를 몸에 감고 있는 눈앞의 중년인은 마두보다 더 위험한 흉신악살이었다.
“어.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니. 헌데 뭐 하러 오셨수?”
저벅.
후다닥!
중년인이 물으며 한 발짝 다가오자 팽가 무인들은 반사적으로 물러섰다.
“우, 우리는…… 젠장!”
그러고는 급히 뒤돌아 달려나가 붉은 견장을 하고 있는 무인 앞에서 몸을 떨며 보고했다.
꿀꺽!
“이, 일단 기다리자.”
그들의 수장도 침을 삼키며 부하들을 뒤로 물렸다.
심지어 고개마저 돌렸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꼴들이었던 탓이다.
*
“정말 당가요?”
문틈에 서서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팽오운이 물었다.
뒤쪽에는 네 명의 죽립 무사가 서 있었고 그의 옆에서 있던 팽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기 저 노인 보이십니까?”
팽인호가 한쪽으로 손가락을 들자 팽오운의 시선에, 돌담에 앉아 있는 노인이 보였다.
“노천이라 합니다. 장씨세가가 본가에 머물 때 그 집의 장련을 치유한 자지요. 그가 데리고 오고, 독물을 다루는 이들이라면 당가 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뻑뻑.
담배를 물며 여유롭게 자신들을 바라보는 노인.
노천이 빙긋 웃는 것이 보였다.
팽오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처리하지.”
철컥.
팽오운이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한 발짝 움직였다.
뒤에 있던 죽립 무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검자루에 손을 대며 움직이는 동작을 취했다.
“안 됩니다.”
하지만 팽인호가 그의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제지했다.
“일 장로, 날 무시하는 게요?”
“일단 이야기나 듣고 가시지요. 저기 꼽추 노인 보이십니까?”
팽인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천 사람이면서도 운남(雲南), 섬서(陝西) 지역에까지 악명을 떨친 잡니다. 바로 당문의 중사당주, 오독패왕(雨毒霸王) 당의명입니다.”
“오, 오독패왕……!”
팽오운이 눈을 부릅뜨며 팽인호를 노려보았다.
패왕이라는 칭호는 강호에서 오직 세 명에게만 주어지는, 백대고수 중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최상위 실력자들에게 붙여지는 칭호였다.
그는 일전에 사파의 무리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이백여 명을 몰살시키고, 길 가는 데 거슬린다는 이유로 횡련산(橫連山)의 도적 떼를 전멸시켰다.
심지어 술 마시는 데 거슬린다는 이유로 백주 대낮에 백여 명의 암흑가 사내들을 물속에 수몰시켰다.
이 때문에 정파이면서도 반쯤 사파로 분류되는 지독한 성정의 백대고수였다.
“그 옆의, 유독 상완이 굵은, 팔짱 낀 노인. 그가 암흑생사신(暗黑生死神)입니다. 사흑련(四黑聯) 사건을 아시지요?”
“아…….”
팽오운은 등골에 땀방울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사천과 하북은 워낙 거리가 있어 강호의 모든 소식을 듣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사흑련 사건은 똑똑히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이십여 년 전.
한때 세외에서 조직된 대대적인 사파들의 무리가 남으로 창궐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 사천까지 겁 없이 쳐들어간 이들이 사흑(死黑), 혈흑(血黑), 그리고 대흑(大黑)으로 편성된 사흑련.
암흑생사신은 그 일당 275명을 혈혈단신으로 격파한 당문의 귀재다.
사파 무리의 반절을 혼자서 박살 내 놓고 그는 ‘가져온 암기가 부족해서 도망친 놈들을 다 못 잡았다.’라고 한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저기 저 허허 웃는 중늙은이는 당의비. 당문의 조쇄당주로 모든 당문의 제단과 거기에 올리는 향을 맡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옆에 시립한 자는 당유호, 당성호. 당주 다음의 전주급이군요. 이 정도면 당문 주력의 7할 가량입니다.”
“……당문에서 피우는 향이라…….”
팽오운은 이제 더 이상 호기를 부리지 못했다.
이미 보이는 백대고수만 해도 다섯이 넘는다.
그것도 검도나 권도가 아닌, 독과 암기를 다루는, 지독하게 까다로운 자들이다.
지금 저들 주위에는 그냥 보아도 색이 심상치 않은 풀, 나무, 그리고 대체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모를 벌레와 뱀, 도마뱀 등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길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남을 수도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으음.”
팽오운은 처음으로 팽인호에게 고맙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팽가의 힘이 저들에게 밀리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붙어서 이긴 팽가의 무인들은, 당장 며칠 후의 생존도 보장하기 힘드리라.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고 온 것인지…….”
“일단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팽인호는 잠시 냉정을 찾고는 웃으며 걸어갔다.
*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당의수(唐意秀) 어르신. 아, 노천 선배라고 불러야 합니까?”
중사당 당주 당의명이 물러간 뒤 장죽을 꼬나물고 있던 노천에게 팽인호가 가서 읍을 했다.
노천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랄지, 다른 막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주위에 독물도 별로 없었기에 팽인호는 조심조심 걸어간 뒤에 바로 맞을 수 있었다.
“뉘시더라?”
노천이 죽대를 툭툭 치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팽가의 장로직을 맡고 있는 팽인호라고 합니다. 과거 본가를 방문해 주셨는데 그때 인사를 드리지 못했군요.”
노천이 눈을 희번덕이며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때 눈알 한번 시원하게 잘 굴리던 그 젊은이?”
스륵.
뒤에 떨어져 지켜보던 죽립 무사들이 움찔했다.
팽오운 역시 불쾌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일가의 장로를 상대로 하기엔 심히 도발적인 발언인 것이다.
“허허허. 노 선배께서 보기에는 저 같은 무명소졸은 그냥 젊은 놈이 맞지요. 헌데 이번엔 어인일로 당문 식구들을 데리고 오신 겝니까. 듣기로 강호를 은퇴하셨다는 얘기가 있던데 말입니다.”
“갈 데가 딱히 없어서. 여기저기 유랑 좀 하다 보니까 살기 딱 좋더군.”
“살기 좋다라…… 맞습니다. 당연히 살기 좋을 수밖에요. 이 땅은 팽가의 기상이 스며 있는 곳이니까.”
“아, 그래?”
노천이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팽인호의 미소에 살짝 실금이 갔다.
‘못 알아들은 겐가?’
분명히 ‘팽가의 기상이 스몄다.’라고 말했다.
이 땅이 팽가의 세력임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투라니.
팽인호는 좀 더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이 길은 저희 팽가의 정문 앞입니다. 지금 하시는 것이 당문의 행사인지 아닌지 정확히 밝혀 주시겠습니까?”
“당가? 아, 그렇군. 아직 소문이 안 갔나 보군.”
이제 노천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파문당했다.”
“……예?”
“그래서 새 집 찾다 보니 길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거야. 뭐, 우린 적당히 안빈낙도를 찾아 쉬는 중이니 괜히 수선 떨 것 없어. 연회니 뭐니 열어 준다고 귀찮게 굴지 말고.”
빠직!
태연자약한 노천의 말에 팽인호는 힘줄이 돋았다.
안빈낙도를 찾을 것이면 산속에나 들어갈 것이지, 유동 인구 많은 무가의 대문 앞에 왜 자리 잡는가.
게다가 연회라니? 불청객에 불한당인 이들에게 팽가가 연회를 왜 베풀어 줄 것처럼 말하는가!
“노천 선배! 그게 지금 말이 되는…….”
“큰일 났습니다!”
팽인호가 목소리를 채 높이기도 전에 한 명의 중년인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뱀 몇 마리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어떤 놈인데?”
“남비살(南飛殺)입니다! 1급 독이라 한번 물리면 세 발을 걷기 전에 숨이 멎고, 칠공(七孔-눈(2), 귀(2), 코(2), 입(1))에서 피를 토하며 살이 썩어 들어가는 겁니다!”
“헉?”
팽인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움직이지 마! 너희들도 모두!”
뒤이어 노천의 호령이 떨어져 내렸다.
그 앞에 있는 팽인호는 물론이고, 뒤에서 멀뚱히 서 있던 팽가의 무인 수십 명을 향해서도.
“한 발짝도 움직여선 안 돼! 흙을 뚫고 빠르게 움직이는 놈이다! 절대 움직이지 마! 물리면 책임 못 져!”
“…….”
팽인호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뭐라 항변도 못 하고 졸지에 상황이 심각하게 변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몸에 해독제나 피독주를 가지지 못한 팽가 무인 수십 명은, 그렇게 삽시간에 인질 아닌 인질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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