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24
24. 당신은 죽었겠지.2015.01.23.
“이번 한 번만이오.”
장련이 나뭇가지를 직접 건네자 광휘가 받아들고는 근처 공터로 걸어갔다.
곧 둘은 호수가 보이는 한적한 공터에 자리 잡았다.
스윽.
능자진은 곧장 거리를 벌리며 대련을 준비했다.
상대는 강하다.
대전에서 불명귀 둘을 제압한 것도 그렇고 연무장에서 보였던 무위 역시 그랬다.
그럼에도 능자진은 한번 해볼 만한 대결이라 생각했다.
만약 연무장에서 보인 무위가 자신이 가진 실력의 전부였다면 그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능자진은 아직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매화검법을 펼친 적이 없었다.
‘저 자세는 뭐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던 능자진은 광휘의 자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흔히 무인은 대련을 하기에 앞서 검을 사선으로 들거나 하는 준비 동작을 취한다.
좀 더 효율적으로 상대를 공격이나 방어를 하기 위함인 것인데 이것은 어느 무인에게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것이다.
그런데 광휘에게는 그런 자세 즉, 기수식(起手式)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깨 너비만큼 벌린 다리.
바닥에 내린 시선과 축 늘어진 어깨는 광휘가 대련을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스윽. 스윽.
능자진은 옆으로 돌며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이 위치를 옮겨도 과연 저 자세를 취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해서 위치를 조금 바꿔보려는 생각이었다.
“…….”
능자진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광휘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그저 고개만 약간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움직임이 극히 미미했다.
‘좋다. 언제까지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지켜보마.’
빠르게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능자진이 나뭇가지를 세웠다.
저런 식의 대응방법은 능자진에겐 훨씬 유리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그의 공격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탁.
능자진의 시선이 광휘의 등에 머물렀을 무렵.
앞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능자진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위한 도약이었다.
능자진이 도약한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를 떠올릴 만큼 빨랐다.
“헛!”
공중에서 나뭇가지를 뻗으려던 그때, 능자진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았던 광휘가 갑자기 몸을 틀며 도약한 것이다.
짧은 순간 정신을 다잡으려는 생각이 능자진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처억.
두 사내는 공중에서 나뭇가지를 교차한 후 같이 땅을 밟았다.
그러고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한참이나 그 자세로 서 있었다.
‘누가 이긴 거지?’
지켜보던 장련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둘 다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것 같았는데 워낙 삽시간에 끝나버려 자세히 보지 못했다.
게다가 둘 다 먼저 입을 열지 않으니 그녀로서는 결과를 알 방법이 없었다.
‘보지 못했어.’
자신의 나뭇가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던 능자진의 낯빛은 굳어 있었다.
조금 전 일을 상기하다보니 표정이 그렇게 변한 것이다.
능자진은 몸을 틀어 광휘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광휘를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가 나뭇가지를 어느 손으로 들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왼손을 사용하는 것까지는 봤었는데…….’
능자진은 자신이 있었다.
상대의 갑작스러운 도약에 잠시 당황은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자신이 먼저 움직였기에 속도에선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변수 두 개가 발생했다.
첫째는 상대의 오른손에 들려 있어야 할 나뭇가지가 왼손에 있었다는 것.
둘째는 곧게 도약한 자신에 반해 사내는 조금 비틀어 도약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자신이 손을 뻗었는지.
상대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목을 건드렸는지.
단지 기억나는 건 자신은 갑자기 목표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고 상대는 정확하게 자신의 목을 스치며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제 된 것이오?”
그때 특유의 무덤덤한 말투가 광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능자진을 힐끔 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럼.”
“대협.”
“…….”
“변명인 걸 알지만 한 번 더 부탁하겠소.”
능자진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을 담았는지 그의 목소리는 처음과 달리 절절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오. 대협이 양손잡이인지는 몰랐었소.”
“양손…….”
광휘는 양손이란 말을 읊조리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가 뱉은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누가 이긴 거죠?”
장련이 상황을 지켜보다 조심스레 물어왔다.
광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가 연무장에서 보였던 무위 때문인지 그녀는 기대에 찬 눈빛을 비치고 있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광휘는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좀 더 정확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에게서 또다시 대련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광휘는 능자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좋소. 한 번 더 해드리지.”
*
두 사내는 다시 전처럼 거리를 벌린 채 마주 섰다.
능자진은 한층 더 매서워진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에 반해 광휘는 덤덤하게 서 있었다.
이전과 같은 자세로 능자진을 대하고 있었다.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능자진은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방심하면 안 된다. 순간적인 움직임은 확실히 나보다 나았다.’
능자진은 상황의 위험성을 인지한 뒤 제대로 된 초식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최대한 몸을 낮춘 뒤 중평(中平)을 유지하며 거리를 맞추자. 다음은 그에 맞춰 초식을 쓰면 되니…….’
중평이란 가슴 높이로 올려 뻗은 팔이 수평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능자진이 중평 찌르기를 선택한 것은 광휘의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능자진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찌르기로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스윽 스윽.
능자진은 광휘와의 거리를 신중하게 좁히며 접근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어이없이 당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의중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능자진이 천천히 압박해 들어감에도 광휘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변화가 더 없었다.
자신감이라 하기엔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
어느덧, 일 장 내로 거리를 좁힌 능자진이 긴장된 표정으로 광휘를 응시했다.
그러다 한 발짝 뻗어내며 광휘의 가슴 쪽으로 얕게 찔러 보았다.
휘익.
때마침 광휘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앞으로 움직였다.
능자진과 같이 나뭇가지를 중평으로 세운 채 똑같이 찌르기를 시도한 것이다.
‘기회!’
순간 능자진의 눈에 빛이 났다.
걸려들었다.
자신의 가짜 공격 즉, 허초(虛招)에 상대가 반응했던 것이다.
흐름이 능자진 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내가 이긴다!’
그는 즉시 뒷발 축을 이용해 퇴보(退步)를 밟았다.
그리고 상대가 나뭇가지를 더 이상 뻗지 못할 거리를 계산해 곧바로 매화검법 초식을 펼쳤다.
툭.
“…….”
그런데 갑자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가 나뭇가지를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다른 나뭇가지 하나가 능자진의 가슴을 톡 건드린 것이다.
능자진은 이해할 수 없는 눈길로 광휘를 바라보았다.
그가 펼치려던 매화검법도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것이오?”
그의 가슴을 건드린 나뭇가지는 광휘의 것이었다.
광휘가 대련 도중 나뭇가지를 던진 것이다.
광휘가 별다른 말없이 서 있자 능자진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무기를 왜 던지는 거냐고 묻고 있지 않소. 날 기만하려 드는 게요!”
거듭되는 물음에 광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광휘가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한 가지 물어보겠소.”
“…….”
“나와 대련을 하겠다는 것이오? 아님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맞춰달라는 것이오?”
“무슨 말이오. 방금은 당신이 나뭇가지를 던졌지 않소! 이게 검이었다 해도 그리 했을 겁니까!”
“이게 검이었다면.”
광휘가 목소리를 더욱 내리 깔았다.
짧은 순간.
그의 인상도 매섭게 변해 있었다.
“당신은 죽었겠지.”
싸늘한 말투였다.
허나, 그 말은 몇 배는 더 강렬하게 능자진의 폐부에 찔러 들어왔다.
맞는 말이다.
검이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능자진의 심장은 이미 관통 당했을 것이다.
검이 아니었기에 지금 살아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였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사이 광휘는 뒤돌아섰고 능자진은 힘없이 어깨를 떨어뜨렸다.
“대협!”
능자진이 광휘를 불렀다. 하지만 광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감정이 상했던 것인지 아님, 더는 할 의사가 없는지 그는 그대로 장련이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아!”
그러던 그때 장련이 능자진 쪽을 보며 짤막한 신음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광휘가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
능자진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릎에 두 손을 올린 채 머리 또한 숙이고 있었다.
“내 경솔함을 용서해주시오. 대결이란 생각에 빠져 이것이 실전이란 것을 잠시 잊었었소.”
“…….”
“대협 말이 맞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대협을 맞추려고 했었소. 아마도 자긍심 때문이었을 것이오. 화산파 속가제자로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으니 분명한 결과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겠지요. 옳은 말을 듣고서도 부끄럽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 역시 그와 같소.”
능자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한 번 더 대결을 해보고 싶지만 이제 더는 부끄러워 부탁드리지도 못하겠소. 부디 이 대결로 대협을 욕되게 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소. 이건 내 진심이오.”
“…….”
능자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감사했소. 그와 대결을 허락해준 장련 소저도 감사하오.”
그는 꽤 긴 시간을 그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러다 곧 자세를 풀고는 광휘를 한 번 쳐다본 후 뒤돌아섰다.
아쉬웠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한 번 더 해보시겠소?”
“……?”
능자진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뻐서가 아니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이번엔 내가 부탁을 하는 거요.”
광휘가 그를 향해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능자진은 그 말투에서 처음으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
스윽.
거리를 벌린 능자진은 마음을 비웠다.
화산파 무공이 얼마나 위대한지, 눈앞의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것도 버렸다.
이 순간, 생사를 겨루는 것만 생각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
광휘는 떨어진 나뭇가지 앞에 서 있었다.
이전과 똑같이 어깨 너비만치 벌린 채 능자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는다면 광휘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여전히 줍지 않는 것이었다.
‘내 것만 생각하자.’
그는 긴장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진정 마지막 기회다.
지금은 생사결을 하는 자리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상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더는 휘둘리지 않았다.
“핫!”
능자진이 달려가며 나뭇가지를 재빠르게 휘둘렀다.
더는 상대를 알아보는 단순한 검초 따위는 펼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수없이 연마하고 실전에서도 사용했던 매화검법 육 초식 비화연봉(飛華硏峰)이었다.
‘아!
지켜보던 장련이 처음으로 눈이 커졌다.
나뭇가지를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매화꽃이 날리는 것처럼 너무나 화려했던 것이다.
조금 전 그의 허술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저것이 매화검법이구나…….’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좌우로 흔들리는 검의 현란함뿐이지만, 실상 이 검법의 강점은 검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적을 상대할 때 빠른 쾌검으로 상대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동선을 기이하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능자진의 손에 들린 것이 단순한 나뭇가지임에도 누군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감을 뿜어내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
한편, 광휘는 현란하게 목초를 휘두르며 지척까지 다가오는 상대를 이전처럼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다.
다만 뭔가 기분이 좋은지 그의 입꼬리 모양이 조금 변해 있었다.
나뭇가지가 밀어낸 바람이 광휘의 얼굴에 맞닿았다.
그리고 뒤이어 능자진의 나뭇가지가 그의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쯤.
광휘가 처음으로 움직임을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허리를 굽힌 것이다.
‘지금!’
일순간 상대의 하체가 굽혀지자 능자진이 땅을 밟으며 솟아올랐다.
비화연봉으로 인해 뒤로 물러나거나 상체를 숙이는 상대에게 칠 초식.
자검낙화(刺劍落花)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사람의 허리높이만큼 뛰어 오른 능자진은, 허리를 숙인 광휘를 보며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 자세에선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나뭇가지가 빠를 거라 생각한 것이다.
단지 자신의 경험만으로 그리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 초식이 갖는 강점 자체가 그러했다.
자검낙화는 떨어지는 꽃잎을 찌른다는 뜻으로 저런 자세의 상대에게 특화된 초식이었다.
물론 자신의 공격에 대한 상대의 대응법도 있다.
곧바로 반격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헌데, 그 방법은 지금 상대가 무릎을 내린 상태에서는 용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장련이 건넨 나뭇가지의 긴 길이.
그것을 잡고 들어 올리는 시간.
두 가지 제약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핫!”
능자진의 함성과 함께 나뭇가지가 광휘의 얼굴을 향해 내려갔다.
이미 능자진의 나뭇가지는 광휘에게 가까워졌다.
시간과 간격으로는 이미 끝난 싸움이었다.
휘이이이익.
한순간 바람이 불어왔을 때 능자진은 나뭇가지를 멈추고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광휘 역시 팔을 위로 치켜든 상태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광휘는 무릎을 굽힌 채 나뭇가지를 위로 뻗고 있었고, 능자진은 그런 광휘의 목에 나뭇가지를 겨누고 있었다.
처억.
곧 광휘가 일어섰다.
그러고는 별다른 말없이 뒤돌아서 장련에게로 걸어갔다.
“끝난 건가요?”
장련은 묻자 광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소.”
“당신이 진 거죠?”
“그렇소.”
장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능자진의 나뭇가지가 광휘의 목에 닿아 있는 것을 보았다.
아쉽게도 마지막에는 진 것이다.
광휘도 반격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졌다고 말하니 그녀는 더는 묻지 않았다.
“아쉽네요.”
장련이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
광휘와 장련이 대화를 나눌 때, 능자진은 나뭇가지를 사선으로 내린 그 자세로 서 있었다.
패배를 인정한 광휘의 말과 달리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광휘가 놓고 간 나뭇가지를 보고 있었다.
그곳엔 하나가 놓여 있어야 나뭇가지가 두 개로 변해 있었다.
‘부러뜨렸어…….’
능자진은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상대는 나뭇가지를 잡고 올리며 반격을 가했다.
그런데 그 반격이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지면을 이용해 두 동강을 내버린 후 잡고 있는 나뭇가지만 꺾어 올렸다.
나뭇가지 윗면을 잡아 아래쪽을 부러뜨리며 잡아 올린 것이다.
그러니 부러뜨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나뭇가지도 짧아졌으며 동선도 곡선을 그리지 않을 만큼 단순해졌다.
그러니 자신이 상대의 목을 겨누는 것보다 상대가 자신의 손을 겨누는 것이 더 빠를 수가 있었다.
‘만약 이것이 검이었다면…….’
능자진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동공이 흔들렸다.
단검.
거기다 검신이 밑에 있으니 기형검일 터였다.
장검이 순식간에 단검과 기형검으로 변한 것이다.
‘완벽히 졌구나.’
그는 실소를 흘렸다.
광휘의 임기응변이나 움직임은 충분히 짐작했다.
그랬기에 그것에도 대비하며 최선을 다해 공격했다.
허나,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상식을 정면으로 파괴해버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매화검법을 상대한 것이다.
능자진, 그 자신이라면 알았다고 해도 하지 못했을 방법이다.
아니, 아마 평생을 수련해도 이런 건 익힐 수 없을 터였다.
“한 가지 전해드릴 말이 있소.”
이곳을 빠져나가려던 광휘가 능자진을 불렀다.
능자진은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호흡 안에 다섯 개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세 걸음 안에 두 초식을 연계하지 않는 게 좋소. 겉보기엔 화려하기만 한 것 같지만 사실 초식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매화검법이니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능자진이 아닌 장련이 물어왔다.
광휘는 고개를 내저으며 간단히 답했다.
“전에 매화검법을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줄곧 했던 말이오. 무슨 뜻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왠지 저자에겐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오.”
그 말을 남기고 광휘는 더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장련과 광휘는 능자진이 서 있는 공터를 떠났다.
휘이이잉.
두 사내가 사라진 후에도 능자진은 그대로 서 있었다.
서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도 그는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단순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의 눈동자도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다섯 개의 그림은 다섯 개의 매화를 말하는 건가…….”
능자진은 왠지 알 것 같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다만 지금까지도 그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광휘가 그것을 알고 있냐는 것 때문이었다.
오래되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화산파에서도 몇 번 대면할 기회가 없었던 화산파 최고의 고수들.
매화검수(梅花劍手)에게 들었던 가르침인데 말이다.
– 매화검수가 되기 전까지 한 호흡에 다섯 번. 삼보(三步) 안에 두 초식을 연계하지 마라. 매화검법이 뛰어난 것은 화려함 속에 수많은 진체(眞體)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장씨세가에는 고수가 없다고 들었는데…….”
능자진은 웃으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충혈되었던 눈은 사라지고 굳었던 자세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하하. 삼 장로. 이건 농담이라 해도 너무 지나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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