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290
290. 그가 누구냐?2017.08.11.
곤붕. 백령귀.
이곳에서 그의 이름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 이름은 천중단도 처음 듣는지 구문중이 아득! 이를 갈았다.
“곤붕이 누구냐?”
“그래. 그 나쁜 사람은 어떤 사람이니?”
장련이 재빨리, 아영이 겁먹지 않도록 말을 부드럽게 바꿨다.
“기술자예요. 폭굉을 제조하고 연구하는 사람.”
“백령귀는?”
“영적인 능력으로 신재를 조종하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요. 못된 사람이에요. 나도 친구들도 아프게 하고 많이 죽었어요…….”
“그 정도로 겁먹지 마라.”
그때 당고호가 탕탕! 가슴을 두드리며 나섰다.
“곤붕? 백령귀? 뭐, 옛날에 한가락 했던 인물들인가 모르겠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다. 여기 모인 개방 고수들, 그리고 우리 당문 사람들이면 얼마든지 제압 가능해. 그러니…….”
“웃기지 마!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갑자기 아영이 악을 쓰며 격한 반응을 보이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놀라는 반응에도 아영은 홱! 홱! 손가락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여전히 피를 토하듯 외쳤다.
“폭굉과 신재가 결합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혀! 당신들이 그걸 알기나 해!”
“……!”
정말로 사람이 바뀐 듯, 가녀리던 소녀가 눈 뒤집힌 미친년처럼 기질이 바뀌었다.
마침 손가락질을 받은 황진수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포, 폭굉이, 그러니까 마을에서, 저잣거리에서 일어난 그거?”
“아니! 잘못 짚었어.”
아영이 황진수의 말을 받으며 외쳤다.
“그건 폭굉이 아니라 심지탄이야! 심지에 불을 태워야 하는 폭탄.”
“……?!”
일순 사람들의 얼굴에 혼란이 어렸다.
폭굉이 폭굉이 아니다.
이 말에 바로 납득이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영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런 건 폭굉이라고도 부르지 않았다고! 천중단도 쉽게 막았어. 폭발력만 강하지 별로 무섭지 않았으니까!”
그 얼굴에는 거짓의 꺼림칙함도, 주저함도 없었다. 끔찍한 진실을 보고 온 사람 특유의 처절함이 있었다.
“……심지탄이라고?”
구문중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들은 천중단 내 막부단 출신이었기에 은자림을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중단에서 정보 공유를 한 바는 있었다.
은자림의 폭굉은 끔찍하지만, 다행히 폭발하기 전 심지를 끊어 내면 무력화할 수 있다고.
그 방식을 통해 흑우단은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러니 막부단도 그런 경우엔 최일선으로 심지부터 끊어 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폭굉은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겨우 완성되었어. 천중단에게 본거지를 완전히 밀린 그다음에야.”
“…….”
“나는 들었어. 드디어 성공했다고. 이게 일 년만 빨랐으면 천중단이든 단리형이든 피 곤죽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는걸.”
단리형.
현 무림맹주이자 당시 은자림의 처단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던 사람이다.
명실 공히 강호 최강의 무인. 그런 그조차 피 곤죽으로 만들 것이라 장담하는 폭굉.
그 최후의 진화 단계라니.
구문중은 물론이고 이제 천중단도 아영의 말에 집중했다.
“그…… 폭굉이 대체 어떤 물건이냐?”
암기의 대가인 당문답게, 당고호가 놀람 대신 호기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모든 것을 터뜨리는 뇌공. 경문에 나오는 말세의 거대한 화염이에요. 신세계를 이루겠다는. 그 염원을 담아서인지 그것들을 그렇게 불렀어요.”
“흐음.”
“심지 대신 다른 조작으로 폭발하고, 작은 충격에이 십 장 범위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벽력탄. 곤붕이 그걸 얼마나 많이 만들어 냈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곤붕이라. 그는 그걸 어떻게 만들어 냈지?”
“그의 조상 중에 회회족(回回族)에서 건너온 화약 기술자들이 섞여 있다고 들었어요. 곤붕은 자기 가문의 비방에 더해, 서역의 기술자들까지 잡아다가 모진 고문을 하며 최후의 폭굉을 만들어 냈어요.”
“회회족이라.”
장웅은 예전에 책에서 본 것을 떠올렸다.
곡도(曲刀-쇠낫과 비슷한 형태의 쇠낫)를 들고 얼굴에 허연 천을 머리에 둘둘 말고 다니는 민족.
사막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 천축마저 지나간 다음의 멀고 먼 곳.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분명 있었던 이들이다. 당장 송(宋)나라 때만 해도 그들과의 교역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신재와의 결합이에요.”
아영의 말이 계속되었다.
여아 같은 어린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가쁜 숨을 토해 냈다.
“그러고 보니 신재라고 했지. 그건 또 뭔데?”
신재. 그리고 그걸 깨운다는 백령귀.
하나하나 물음과 해답이 채워지고 있었다. 당고호를 보며 아영은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령귀는 여자, 그리고 몸이 약한 아이를 모아서 약물과 사술로 구음절맥의 체질로 바꾸려고 했어요. 타고난 체질이 아니라, 인위적으로요.”
“아이고, 맙소사.”
당고호가 신음했다.
구음절맥을 타고난 사람 중 일부가 특별한 이능을 발현한다.
당문에서도 이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능을 가진 이는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
아무리 인위적으로 만드는 수법이 있다고 해도 그런 이능을 가진 이를 모아 만들려면,
수천수만의 사람을 잡아다가 실험해야 한다.
“끔찍하군. 끔찍해.”
실패한 아이들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당문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상은 떠올린 적 없었다.
비록 수단이 혹독하지만 그들도 정파이며 기준이란 게 있었으니까.
‘그렇다곤 해도 아영, 이런 미친년 수십 명이 일제히 이능이 폭주해서 달려오는 광경이라니.’
당고호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더 어질어질한 건 아영은 그 신재 중에서도 소위 ‘실패작’이라 불렸다는 점이다.
그 아영이 바들바들 몸을 떨며 이를 맞부딪쳤다.
“전 본 적 있어요. 기억에는 한 번, 딱 한 번이지만 절대로 잊히지 않아요. 수백, 수천 개의 파편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장면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렸죠. 정말이지 끔찍했어요.”
“으음…….”
사람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당장 며칠 전에 아영이 보였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던 탓이다.
그런데, 아영의 말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상상이나 가요? 그 수백 수천 개의 폭굉이 일제히 폭발하는 장면이?”
“……?”
“……!”
“……!”
사람들은 입을 쩌억 벌렸다.
이건…… 상상할 수 있는 극한이었다. 아영이 휘날리던 파편 하나하나가…….
만약 모두 폭굉이었다면.
“신재는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어요. 파도처럼 몰려드는 폭약. 박쥐처럼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는 폭약. 심지어 진짜 폭굉은 심지도 뭣도 없어요. 신재가 언제 어디서든 마음대로 터뜨릴 수 있어요.”
“…….”
“그리고 그 범위는 무려 이십 장. 싸우는 것도, 막는 것도,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요. 무림고수의 칼도 소용없어요.”
“……!”
“전 똑똑히 봤어요. 강호 십대고수도 그걸 버티지 못하는 걸. 백중건, 그가 가장 먼저 당했으니까.”
“으윽.”
구문중이 신음했다.
흑우단의 백중건.
강호 십대고수의 하나.
전 천하제일검이라 불려도 큰 손색이 없었던 그가, 너무도 허망하게 죽었다. 그건 당시의 천중단에도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의 죽음은 그럴 만한 것이었다.
초기작의 형태에서 무수한 시험 과정을 거친, 특별히 고르고 골라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 진짜 폭굉이 날아든, 그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은자림은…… 천중단을 두려워했어요. 그 어떤 무인들보다 강했으니까. 마지막 폭굉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었어요.”
아영이 말을 마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특히나 오래된 문파, 가문의 비전을 계승하는 강한 문파의 후예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척살하려 들었죠.”
“으득!”
문득, 팽가운의 턱이 악물렸다.
가문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대의 고수들.
그로 인해 쇠약과 멸문의 길을 걸은 문파들.
이제 보니 그의 팽가가 이렇게 된 까닭 역시 은자림에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지 마세요. 황궁은 잿더미가 되고…… 휘말리는 사람은 전부 죽고 말 거예요.”
아영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울먹이는 아이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만이 아니었다.
장내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침묵이 가득했다.
폭굉 수백, 수천 개.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일을 상상해야 하는 그들은 그저 강한 탄식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그 와중에서도 장련은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 방법이 없다 해도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다.
그곳엔 소중한 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할 수 있다면 방법도 알 수 있잖아. 가르쳐 줘, 제발…… 제발, 아영아.”
“아냐. 모두 죽어. 올라가지 마!”
아영은 고함지르며 머리를 뒤흔들었다.
장련은 그런 아영의 두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련 소저…….”
“아가씨!”
주위에서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짓일지도 모르니 괜히 현혹되지 말라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장련은 다급했다.
무서웠기에, 두려웠기에 더욱 아이를 재촉했다.
“아영아…… 제발, 제발…….”
“없어! 죽는다고! 그만해!”
“아영아…….”
실랑이는 몇 번이고 이어지고 있었다. 발작을 일으키듯 밀어내는 아영.
그러던 그때.
“너도 같은 신재잖아. 같은 염력을 쓰는 아이다.”
당고호가 아영에게 말을 걸었다.
“많은 아이들이 염력을 쓴다면 네가 그것을 막아 줄 수 있지 않느냐?”
“……!”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그랬다. 신재는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 실패작이라곤 하나 아이가 있는 것이다.
때마침 심해지던 아영의 발작이 멎고.
이번엔 몸을 덜덜 떨어 댔다.
“전 못 해요, 당가 아저씨…….”
아영은 힘겹게 말을 토해 냈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반응이 미약하게 달랐다.
“아영!”
당고호이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지? 그럼 이용당한 이들에게 복수를 해야지!”
“아저씨…….”
“복수를 해! 백 배든 천 배는 더한 복수를! 그게 뭐일 것 같으냐? 죽이는 것? 그렇다. 하나, 구하는 거 역시 똑같은 거다. 너 같은 처지의 힘없는 약한 아이들을 말이다.”
“…….”
“죽어 가는 애들을 구해. 녀석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네 악몽은 다시는 널 노리지 못할 거다. 알겠나?”
아영은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두려운 상대. 꿈속에서도 끈덕지게 달려드는 공포의 요체.
당고호는 그와 싸우라고 했다.
생각도 못 한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걸 없애 버리고 난다면, 다시는 두려운 꿈도, 끔찍한 기억도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후우…… 아아아…….”
아영은 머리를 감싸 쥐며 고뇌했다.
모두가 잠시 기다려 주었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일 때쯤.
“저…… 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요. 이전처럼 발작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때 되면 오히려 제가 사람들을…….”
아영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는 하지 않으마.”
당고호는 가슴을 치며 말을 이었다.
“날 믿어라. 지금 네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당가 사람이 손을 써 줬기 때문이 아니냐.”
“……그건, 그래요.”
아영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이전과는 달리 표정이 살아 있었다.
“가겠어요.”
“잘 생각했다. 나도 같이 가마.”
당고호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예전 그 뛰어난 당가 사람처럼 완벽하게 제어하진 못해. 하지만 오늘 보였던 행동은 일어나지 않을 게야. 나 역시 당가에서 손꼽히는 사람이거든.”
끄덕끄덕.
아영이 수긍하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로군.”
그제야 능시걸은 표정이 밝아졌다.
아영의 말을 전부 믿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거짓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놀라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적어도 은자림이 노렸던 아이인 만큼 모두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여전히 엄숙한 분위기가 흘러가는 가운데 당고호가 물었다.
“예전에 당가 사람이 널 도왔다 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아느냐?”
끄덕끄덕.
아영은 다시금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가 누구냐?”
당고호의 질문에 아영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몇 사람, 몇 사람, 표정이 담겼다.
찬찬히 장내 사람들을 쳐다보던 그녀가 당고호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마지막으로 고정하고는 입을 열었다.
“명호요.”
작은 입술에서 나온 말.
그것은 모두의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명호라고 불리는 분이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