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308
308. 자네도 내 출신은 알고 있겠지?2017.10.13.
단리형은 백중건의 반로타검을 본 적 있었다.
딱 한 번이었지만 워낙 강렬했던 기억이라 잊지 않고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백중건?”
그건 백령귀 또한 마찬가지인 듯, 되물음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그도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과거 은자림의 수장이었을 때, 제거 대상 1순위에 오른 천중단원 아니던가.
“그래, 그 사람.”
맹주는 지그시 웃어 보였다.
백중건의 반로타검을 떠올리자 조금 전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광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폭굉의 한 면을 때렸을 것이다.
그로 인해 폭굉의 폭발이 한쪽으로 밀려났을 테고, 그 힘은 천을 온몸에 칭칭 감은 바라칸이라는 남자를 집어삼킨 것이다.
‘폭탄이 터지는 찰나의 간극.’
말은 쉽지만 머리카락 하나만큼의 미세한 시점을 정확히 잡아야 할 수 있는 묘기다.
터럭 하나만큼이라도 빠르게 출수하면 폭굉을 그냥 쳐 날릴 뿐이고, 또 늦으면 거꾸로 화염에 휩쓸려서 죽었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광휘의 저 미세한 감각은 새삼 대단한 것이었다.
“히히히히히! 뭘 그리 꼬나봐! 난 저놈이 뒈질 줄 알았어!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호호호호!”
미쳐 버린 것일까?
맹주 혼자도 상대하기 버거웠던 백령귀가 이제는 두 명을 상대하게 되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방방 뛰기 시작했다.
“준비됐는가?”
맹주가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광휘를 향해 슬쩍 물었다.
“물론.”
광휘는 대답하자마자 곧장 백령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다가가는 거리에 맞춰 단리형도 곧장 움직였다.
쇄애애액! 쉬이이익. 촤르르르르!
양쪽에서 매섭게 찔러 들어오는 두 개의 칼날.
백령귀는 연검을 좌우로 움직이며 동시에 받아쳤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쇄애액! 쉬이익! 피이이익! 솨아악!
좌우측에서 달려드는 광휘와 단리형을 막아섰지만 반 박자 늦기 시작했고.
파팟. 쇄애애액! 사아악! 피이이익!
두 사람이 재차 동선을 바꾸며 달려들자 백령귀의 반응은 이제 한 박자가 늦어졌다.
피이이익! 치이이익! 촤아악! 촤아악!
쌓이고 쌓인 미세한 간극의 합.
종국에는 백령귀의 몸에서 피가 튀기기 시작했다. 천하제일을 자처할 두 고수들의 검을 혼자 다 막기란 무리였던 것이다.
“아이 씨! 치사한…….”
쉬쉬쉬쉭!
불평을 하건 말건, 단리형과 광휘는 손을 늦추지 않았다.
게다가 하필이면 한쪽은 패도적이고, 다른 한쪽은 정석적인 검술. 그나마 같은 속성이면 어찌해 보겠는데, 두 가지가 서로를 보완하며 공격할 틈도, 방어할 엄두도 내기 힘들어진다.
백령귀는 결국 폭발했다.
“새끼들아아아아아!”
쇄애액! 쇄애애액! 쇄애액!
정신없이 베였다. 발악하는 와중에도 백령귀는 피가 분수처럼 튀고, 온몸에 빼곡히 검상이 새겨졌다.
치리릭. 치리리릭.
연검도 흔들리고 백령귀의 몸도 뒤로 쭉쭉 밀려나던 순간.
콱! 콱!
광휘의 검이 그의 허벅지를, 단리형의 검이 그의 어깨를 정확히 관통했다.
“으아아아악!”
온몸을 떨며 괴성을 지르는 백령귀.
그러나 그는 곧바로 표정을 바꾸더니 씨익, 입꼬리를 광대뼈까지 올려 보였다.
“사실, 연기야.”
백령귀가 두 절대고수를 향해 다른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어느새 그의 손에 폭굉 하나가 붙들려 있었다.
“단리형……!”
“피……해애애애!”
콰아아아아앙!
한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열기가 치솟으며 두 사람이 폭죽 맞은 것처럼 튕겨 저만치 날아갔다.
“크읍!”
온몸에 불이 붙은 무림맹주는, 무려 팔 장이나 밀려 나간 자리에서 재빨리 내기로 열을 다스렸고.
쿨럭쿨럭!
약간, 대각으로 맹주보다 더 밀려 나간 광휘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엎드려 피를 게워 냈다.
엔간한 폭발은 이골이 난 두 고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크으읍…… 광휘! 괜찮은가!”
급히 몸을 빼낸 두 사람이 이 정도 타격을 받았다면 폭굉을 꺼내 든 백령귀는 결코 목숨을 부지 못 할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맹주는 일단 광휘부터 돌봤다.
“……방심하지 마. 저놈은 건재해.”
쿨럭쿨럭!
광휘가 각혈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크으으…… 그게 무슨 말인가?”
맹주가 퍼뜩, 경계하며 검을 들고 물었다.
“이제야 생각났어. 저놈은…….”
크르르르르.
때마침 뿌연 연기가 천천히 걷히자 참상이 드러났다.
폭굉 때문에 온몸이 불에 탄 모습으로 백령귀가 자신들 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적수마공(赤手魔功)을 익힌 놈이야.”
시뻘겋게 타오르던 불은 더욱 거세지더니 아예 빛깔마저 파랗게 변해 버렸다.
노화순청의 단계.
그런데 백령귀는 온몸에 불이 붙은 상태로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히히히히! 우히히히히히히!”
해괴하고 거북스러운 백령귀의 웃음에 광휘가 신음하며 대답했다.
“폭굉도 견디는 화기의 무공이야.”
“거기에 도마뱀 같은 재생 능력은 덤이군.”
맹주가 말을 받아 침음했다.
*
화르르! 따닥!
백령귀의 온몸이 불에 타고 있었다.
옷은 잿더미로 뜯기고 흩어져 나갔고, 전신의 피륙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아, 따뜻해라.”
화르르르.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놀랍게도 살아 있었다.
너울너울하는 불꽃 속에서 요지유검이 소금 뿌려진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춤추고 있었다.
사아아악.
붉었다가 푸르게 변한 불꽃. 온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은 점차 한곳으로 이동하더니 연검 안으로 파고들었다.
불꽃 검. 화령검(火靈劍)의 전신인 요지유검이 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가…….”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던 맹주가 말했다.
“방금 생각났으니까.”
“그럼 저놈의 약점 또한 알겠군.”
“죽을 때까지 베면 돼.”
“그게 무슨…….”
맹주가 뭐라 입을 열다가 가볍게 이를 깨물었다.
쓰러진 뒤,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광휘의 상태가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그는 이전부터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거기에 또 한 번 폭굉의 충격을 받았다.
정통으로 맞은 것만 당장 두 번이다. 어지간한 고수라면 진작에 갈가리 찢겨 나갔거나, 내장이 진탕당해 죽어도 이상한 게 아닌 터였다.
“또 하나 기억나는 건.”
광휘는 뭔가 떠올랐는지 그런 와중에도 힘겹게 대화를 이어 갔다.
“저래 보여도 불사신은 아냐. 폭굉의 충격파만큼은 저놈도 타격을 받는다. 문제는.”
“저 갑옷이로군.”
광휘의 말에 맹주가 끄덕였다.
적수마공. 익히는 사람의 몸을 극양의 체질로 인도하는 사마외도의 대표적인 신공이다. 그거라면 온몸이 불길로 뒤덮인 가운데 백령귀가 무사한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폭굉의 위험함은 화력이 다가 아니다. 오히려 일순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폭발력이 더 압도적이다.
그런데 지금 백령귀는 온몸이 불에 휩싸인 상태에서도 갑옷 하나만 걸치고도 멀쩡했다. 이건 적수마공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신병이기로군…….”
맹주가 말했다.
“거기에 개량된 폭굉도 있어.”
광휘가 하나를 더 첨언했다.
“원래 폭굉은 하나가 터지면 다른 놈도 연쇄적으로 터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천중단 시절.
광휘와 단리형은 폭굉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그리고 그때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아무리 폭굉이 기물이라지만 그 근본은 화약.
그 때문에 지나친 충격이나 강한 화기를 맞으면 연쇄 폭발한다.
이게 당연한 전제였기에, 조금 전의 그 상황이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이, 이 새끼들아.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떠드냐? 계집애냐?”
이죽거리며 주접을 떠는 백령귀.
화르르르!
녀석의 몸에는 아직도 불길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터지지 않은 폭굉이 몇 보였다.
‘또 다른 신형 폭굉!’
불꽃이나 충격에 터지지 않는, 아마 추측건대 무공의 고수가 내력을 넣어야만 폭발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나타난 것이다.
“클클클! 쫄았냐? 그런 거냐? 아~ 쫄리면 그냥 뒈지시든가.”
슈아아악!
백령귀가 저열한 언사와 함께 연검을 펼치자, 연검에 불꽃의 길이를 더해 무려 일 장이 넘는 붉은 혀가 널름거렸다.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군.”
“그보다는 호랑이에 날개를…… 아니아니.”
광휘가 투덜거리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름대로 자신과 단리형이라는 최강의 조합으로 손쉽게 썰어 버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백령귀 또한 만만치 않은 대비를 하고 있었다.
요지유검에다 이름 모를 저 갑주.
여기에 폭굉과 적수마공까지 결합되어 있다.
화기에, 거리에, 한 발 한 발의 파괴력에, 방어와 재생까지 갖춘,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방비.
“내가 표적이 되겠네.”
이걸 어떻게 뚫는가 고민하던 차에 광휘가 말했다.
“뭐?”
맹주의 눈이 커졌다.
제정신이냐고 묻는 듯한 맹주의 시선에, 광휘가 끄덕였다.
“이 상황에선 그게 편해. 제일 익숙하기도 하고.”
피식.
익숙하다는 말에 맹주는 입꼬리를 올렸다.
‘천중단에서 해 왔던 방식이라.’
왠지 말하기 어려운 설렘과 그리움이 소록소록 사무쳤다.
분명히, 한때는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처참하고 끔찍한 과거였거늘.
“자네가 표적이라면…….”
사실 단리형 역시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워낙 험했던 일들이라, 차마 그의 입에서 먼저 그 말이 나오지 않았을 뿐.
“난 구표가 되지.”
타, 타타타탓.
그 순간 빠르게 달려오는 백령귀.
타탓, 타탓.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광휘와 맹주가 달려 나갔다.
*
콰악!
엿가락처럼 길어진 백령귀의 요지유검이 광휘와 맹주의 궤적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왼쪽!’
카아아앙!
백령귀가 채찍을 휘두르듯 요지유검을 흔들자 좌측에서 달려든 광휘의 검과 그대로 충돌했다.
휘릭.
검이 맞닿자마자 광휘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백령귀의 검으로부터 생성된 불꽃이 자신의 검을 타고 퍼져 왔기 때문이다.
‘기회.’
잠시 수세로 밀린 광휘에게 요지유검이 재차 뻗어 갔다. 하지만 백령귀는 곧 인상을 쓰며, 연검을 틀어 방어로 전환했다.
쇄애애액.
어느새 전광석화처럼 파고든 맹주가, 공격하느라 틈을 보인 백령귀를 노린 것이다.
쇄새새새색!
백령귀의 머리 앞 일 척의 공간에서, 무려 서른 번의 공방이 일어났다.
순후한 내력을 지닌 맹주에게는 불에 달궈진 요지유검도 별로 이익을 보지 못했다. 심후함과 정순함으로 따지면 중원 어느 무공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냄새나는 땡중들의 개가!”
팟. 카카카카카카카캉!
그리고 이어진 중단전.
엄청난 속도로 찔러 오는 맹주의 검을, 몇 개는 막고 몇 개는 스치기를 반복했고.
마지막 열 번의 공격은 몸으로 맞으며 백령귀가 뒤로 밀려 나갔다.
쇄애애액.
한숨 돌리는 순간, 이번엔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광휘였다. 그의 흉험한 모습에 백령귀는 급히 품을 뒤져 놋쇠 구를 꺼냈다.
폭굉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열기가 땅을 뚫고 충격파와 함께 십 장 가까이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예상한 듯 광휘와 맹주가 저만치 빠져 있었고.
혼자 폭굉의 폭발을 뒤집어쓴 백령귀가 소리쳤다.
“야, 이 치사한 새끼들아!”
백령귀의 악을 지르며 소리쳤다.
그도 기억해 냈다.
과거, 지긋지긋하게 자신들을 괴롭혔던 천중단의 수법을.
광휘가 멈칫하는 듯했던 건 공격과 방심을 함께 끌어내는 것이고, 그 순간을 노리던 단리형을 상대하면, 반 죽여 놨다고 생각한 광휘가 달려든다.
“어디 다시 한번 해 봐! 똑같이 해 보라고! 엉?”
화르르르르.
폭굉이 일으킨 불길은 채 꺼지지 않았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동공과 함께, 더 큰 불꽃을 피워 내며 백령귀는 그 자신이 화신(火神)인 듯, 점차 화염의 범위를 확장해 갔다.
“하아. 하아.”
광휘는 무릎을 반쯤 굽힌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노렸던 일격은 실패하고 체력 소모만 극에 달한 것이다.
까닥.
그런 와중에도 광휘는 단리형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끄덕.
단리형은 곧장 그 눈짓의 의미를 읽었다.
지금은 제법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한때 수많은 전장을 함께해 온 전우였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천하에서 그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으리라.
화르르르르르르.
성질머리마저 더 급해진 듯, 그들에게 덮쳐 오는 흉험한 불길.
이번엔 단리형이 먼저 달려들었다.
화르르르르.
불길 속에서 백령귀의 요지유검이 맹주를 향해 치솟았다.
후욱!
흐릿하게 사라지는 단리형의 몸.
솨아악!
백령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반응했다. 주위에 커다란 불꽃의 벽으로 띠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칫!”
아무리 단리형이라도, 이런 첩첩이 쌓인 불의 벽은 뚫을 수 없었던지 혀를 차며 옆에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촤라라락.
요지유검은 그런 그를 향해 쉬지 않고 뻗어 갔다.
쓰으윽!
맹주가 백령귀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와중에 광휘는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뚝. 뚝.
칼로 손바닥을 베고는 흥건해진 핏물을 얼굴에 가져갔다.
오래된 의식. 싸움에 나설 때 그가 보이곤 하던 습관이었다.
‘검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한때는 피를 볼 때만 나타난 공간 지각 능력.
지금 그것이 필요했다.
비록 신검합일과 멀어진 몸이라 그때처럼 날카로울 수는 없겠지만, 체력은 바닥이고 내공도 바닥인 지금의 몸 상태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집중을.’
쇄액! 사악! 파아아앙! 사아악!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때에.
눈을 부릅뜬 광휘가 모든 힘을 쥐어짜 내 도약했다.
‘지금!’
촤르르르르.
백령귀의 요지유검이 즉각 반응했다.
검이 머리 둘 달린 뱀처럼 민활하게, 검극은 단리형을, 그 상태에서 검배는 구불구불하게 꺾이며 광휘를 향해 날아가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화르르르르.
검의 길이도 길이지만, 그 끝에 맺힌 불꽃의 길이도 어마어마했다. 검극이 한 번 훑고 지나간 곳은 거의 칠 장 범위가 파스스 타들어 갈 정도였다.
“허엇!”
다가오던 광휘가 크게 휘청였다.
불꽃의 띠를 받아치던 그의 괴구검이 허공을 가른 것이다. 모습을 보면 마치 불꽃 속에 숨어든 백령귀의 검을 헛친 듯했다.
사아아아악.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상대의 위기를 보면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수다. 백령귀의 검은 휘어진 그대로 쭈욱 뻗어 광휘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피하기는커녕 움직일 수도 없는 즉각적인 기습이었다. 그런데.
캉!
광휘가 팔로 요지유검을 튕겨 냈다. 삼 갑자의 내공이 담긴 적수마공의 힘을.
‘어떻게…… 저건!’
그 순간 백령귀의 눈에 광휘의 왼손 보호대인 투갑이 눈에 들어왔다.
붉다 못해 푸르게 타오르는 불길에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는…….
운철로 된 투갑이.
파팟.
“……썅!”
아차 싶은 백령귀의 시선이 다시 옆으로 돌아갔다. 반사적으로 공격을 내찌르는 바람에 맹주에게 여유를 준 것이다.
훅! 훅!
일순간 일 장 높이로. 허공에서 다시 허공을 딛고 뛰어오른 맹주. 그의 손에서 시퍼렇게 일어나는 검강.
사삭.
백령귀의 손이, 품이 아닌 검을 든 오른손 위로 훑고 지나갔다. 다시 떨어진 그 손에는 어느새 기다란 막대 모양의 폭굉이 붙들려 있었다.
“뒈져라!”
콰아아아아아앙!
또다시 일대를 뒤흔드는 폭발.
후륵!
그런데 화마에 휩쓸려야 할 맹주의 신형이 점점 흐릿해졌다.
허상이었다. 광휘가 보였던 허공답보와 이형환위를 맹주 역시 동시에 펼친 것이다.
안개가 걷히기 전, 이번에도 발소리가 들렸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백령귀는 거의 미치기 직전이었다.
적수마공에 요지유검. 피해를 각오하고 폭굉까지 날려 대는데, 이 두 천중단 종자들은 죽지도 않고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상판만 봐도 열이 뻗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촤르르르르.
요지유검이 다시 대상을 찾아 움직이던 그때.
촤아아아악!
갑자기 요지유검이 툭 하고 떨어졌다.
연기를 뚫고 쏘아진 검에 오른팔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타타탓.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단리형.
터억. 촤르르르르.
재빨리 백령귀가 왼손으로 요지유검을 들어 지척까지 당도한 단리형을 향해 휘둘렀다.
피지지지지짓.
하지만 덜컥 문에 걸린 것처럼 갑자기 요지유검이 움직이지 않았다.
때마침 먼지가 걷혔고.
단리형이 요지유검을 붙들고 웃고 있었다.
“광휘!”
휘릭휘릭. 탁.
허공으로 날아가던 검 하나가 광휘의 손에 빨려 들어왔다.
단리형은 두 손으로 요지유검을 붙들기 전, 이미 자신의 검을 허공으로 던져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최고의 한 수가 되었다.
휘릭휘릭휘릭휘릭.
광휘가 던진 맹주의 검은 사선으로 반듯하게 날아갔다.
백령귀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요지유검을 놓고 살기 위해 앞으로 달려간 것이다.
그런데 그의 가슴에 뭔가에 덜컥 걸렸다.
어느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단리형이었다.
“자네도 내 출신은 알고 있겠지?”
“……?”
“소림의 통배권(通背拳). 칠십이종 절예중 격산타우의 묘!”
맹주가 기합과 함께 힘을 가했다.
백령귀가 그 의미를 깨닫고 눈을 치켜뜨는 순간.
사아아아악.
백령귀의 몸에 찬 신병이기. 그 단단한 갑주를 뚫고 맹주의 내공이 그의 몸을 가격했다. 그리고 그 몸에 빼곡히 달라붙어 있는 폭굉도 자극했다.
후끈!
폭굉이 작동했다. 검강마저 막아 낼 것 같은 강렬한 갑주의 안쪽에서 지옥 같은 열기로 중첩되어.
콰아아아아앙!
이제껏 보지 못한 불의 기둥이 그의 심장 어림에서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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