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18)
특성 쌓는 김전사-118화(118/300)
118화 까마귀의 유산 -3-
“오빠들. 늦었어요.”
성희영이 말한 첫 마디였다.
내리깐 시선.
비틀린 입매.
노골적인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성희영 뒤쪽에서는 무장한 초인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언뜻 보인 내부가 처참하게 박살 난 상태.
내가 앞을 막은 사이 창문을 부수며 장남과 처남의 병력이 난입했던 것이다.
성희영의 부하들도 창문으로 진입하며 격전을 벌인 모양.
정말로 한 끗 차이였다.
정문의 나도, 창문의 부하들도.
“젠장.”
“빌어먹을.”
장남과 차남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서로를 마주 본다.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살의.
아직은 미숙할, 7레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지금 끝장을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려 하고 있었다.
차악!
성희영이 팔을 우아하게 펼쳤다.
목덜미에서 까만 깃털이 돋아난다.
깃털이 순식간에 번져 팔까지 질주하고 두 팔이 까마귀 날개처럼 변했다.
분명히 검은색.
오로지 끄트머리만 금색으로 변해 있는.
이어 귀밑머리 보석이 확장되어 갑옷처럼 변하더니 성희영에게 철컥철컥 입혀졌다.
그리고 마지막 변화.
까만 까마귀 깃털도, 영롱한 보석 갑옷도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흡사 갑옷 입은 까마귀 인간.
마법진이 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태양을 도는 행성들처럼.
혹은 목성이나 토성을 감싼 고리처럼.
마력 파장은 느껴지지 않는다.
갑옷과 깃털에 완전히 갈무리 된 것.
차남이 신음하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태양 까마귀…….”
오로지 가주에게만 허락된 권능.
과연 이길 수 있을까?
6레벨 칠흑 까마귀의 힘으로?
장남이 눈을 부라렸다.
“누가 겁먹을 줄 알고?”
정말 해 보려는 모양이다.
시커먼 마력 파장을 줄기줄기 뿜어낸다.
하지만 장남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만하시지요. 첫째 사장님.”
“자, 장인어른?”
성희영의 뒤쪽에서 나온 한 사람.
7레벨 강화병.
[정경준 이사] 글자가 박힌 임원증을 패용하고 있었다.“이미 끝났습니다. 그리고 막내 사장님이 진심으로 싸우면 사옥이 무너집니다. 첫째 사장님도 사옥이 무너지는 건 바라시지 않을 거 아닙니까.”
“하지만, 장인어른!”
“시세가 좋지 않습니다. 여기서 막내 사장님을 끌어내린다 한들 이사회에서 인정하겠습니까? 결정된 절차대로 하시지요.”
“크윽!”
정경준 이사만이 아니었다.
이사 몇 명이 더 나섰다.
대개 6레벨이었지만 몇 명은 7레벨.
금오 그룹의 창업 공신이거나 핵심 무력 인원.
그들이 중재하자 장남도 차남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저마다 이를 갈며 물러났다.
“단체전에서 두고 보자!”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
훈련 시설 앞에 나와 성희영, 그리고 몇 명만 남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가관이다.
사방이 부서지고 망가지고 불에 타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만큼 전투가 치열했다는 뜻.
장남과 차남 진영에서 고화력 공격을 자제해서 다행이지, 조금만 격렬하게 싸웠으면 사옥이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묵호검주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사장님이야말로 빨리 각성하셔서 다행입니다. 솔직히 조금 위험했습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희 큰오빠랑 작은 오빠, 또 대전사 둘의 합동 공격을 막으셨다고요.”
“힘들긴 했죠.”
“그게 힘들었다, 라는 표현으로 정리할 수가 있나요?”
성희영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일은 묵호검주님께서 1등 공신이세요. 묵호검주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저번 연속 결투에서 이미 탈락했을 거고, 오늘 태양 까마귀를 완성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별말씀을. 다 의뢰라서 한 건데요.”
“보상은 약속했던 만큼 드릴게요. 묵호검주님께선 이미 제 의뢰를 성공하셨어요. 그리고…….”
성희영이 갑자기 말을 아낀다.
얼굴에 어려 있던 오만한 빛도 사라졌다.
어쩐지 망설이는 기색.
알고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생각하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러시죠. 단체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버릴 생각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제 세력은 큰오빠나 작은 오빠랑 비교가 안 돼서요.”
그럴 수밖에 없다.
금오 그룹의 근본인 금오전자.
금오 그룹의 민간군사기업인 금오보안.
그 둘에서 나오는 무력은 성희영의 금오금융과는 비교가 안 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부하를 영입할 시간도 부족했고.
“제가 도와드릴까요?”
“묵호검주님께서요? 죄송하지만 이젠 제가 드릴 게 별로 없어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성희영.
나는 미리 생각해 둔 제안을 꺼냈다.
“이러면 어떠십니까?”
“어떻게요?”
“이번 성공 보수도 저번이랑 비슷하게 주실 거죠? 돈이랑 넥타르, 다이아, 마법 무구, 이렇게요.”
“그렇죠.”
“마법 무구로 금오 세트를 받고 싶습니다.”
성희영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금오 세트…… 진심이세요?”
“진심이죠. 금오 세트를 싫어하는 초인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야 그렇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금오 세트는 저희 가문 혈족이나 금오 그룹 이사 정도 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제안을 드리는 거지요.”
개별 부위는 SR급인 금오 세트.
3세트를 완성하고 새로운 특성이 부여되면 SSR급에 준한다.
그리고 2개만 더 먹으면 세트 완성이다.
달라고 하지 않을 이유가 있어?
금괴와 넥타르, 다이아를 안 받고 금오 세트 2점만 받아도 개이득이다.
성희영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별안간 화사하게 웃는다.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것처럼.
“좋아요. 약속할게요. 남은 게 금오모랑 금오대였죠? 단체전은 솔직히 제가 많이 불리해요. 그걸 이겨 주시면 이번 까마귀칩 탐색까지 해서 금오 세트 2점을 보수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치지만 마세요. 그깟 단체전 승리보다 묵호검주님이 더 중요하니까. 혹시 실패해도 금오 세트를 드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단체전은 금방 열렸다.
원래 내일로, 연속 결투와 사흘 간격을 두고 열리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던 것.
전장은 이번에도 옥상.
광활하던 옥상에 수백 명이 운집하자 꽉 차 보였다.
진영별로 백 명씩, 총 3백 명이 대열을 갖추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성희영이 긴장해서는 내게 속삭였다.
“오빠들이 연합했네요.”
원래 단체전은 연속 결투처럼 장남과 차남 진영이 먼저 싸우고 휴식한 뒤 성희영과 장남이 싸우기로 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서가 차남과 성희영의 전투고.
그런데 하루 사이에 뒤집혔다.
세 진영이 한꺼번에 무제한 전투를 벌이고, 최후의 1명이 남는 진영이 이기는 것으로 룰을 변경한 것.
성희영은 반대하려고 했지만 이사회에서 내민 논리에 수긍하고 말았다.
[회장은 압도적으로 강해야 한다.]금오 그룹은 덕도 법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오로지 하나.
힘!
그래서 전대 회장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군림했고 쓰러지자마자 자식들은 회장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으며 이사회도 이합집산하는 중이다.
“괜찮겠습니까?”
“승산은 있어요. 오빠들 쪽에선 7레벨 초인은 참전하지 못하니깐요.”
성희영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7레벨 초인 참가 제한을 걸어 버린 것.
본인만 빼고.
즉, 장남이나 차남, 혹은 자신이 7레벨이라면 참여할 수 있었다.
장남과 차남도 수긍했다고.
아직은 어설픈 7레벨인 성희영.
6레벨 초인들과 전투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테니 숫자로 밀어 버릴 심산이었다.
“묵호검주님께 기대가 커요.”
성희영이 부담스러운 눈빛을 건넸다.
나는 무장을 점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묵호검, 묠니르, 아이기스…….
다산총 세트 네 정.
손에는 무쇠주먹을 차고 발에는 금오신을 신었다.
죽음 장인 조철의 방호복을 빼 놓으면 섭섭하지.
조만간 바꾸게 될 탐지의 투구와 마력 집중 허리띠도 있다.
마지막으로 목에 찬 풍요의 심장과 손가락에 낀 마력 저장 반지, 위기 감지 반지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유탄 발사기나 로켓포는 챙기지 않았다.
골프백을 내려놓고 몸을 가볍게 한 상태인데다, 그 정도 화력은 5레벨 이상 고레벨 초인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3레벨만 되어도 먹히겠지만.
“사장님. 전 적들 사이로 파고들 겁니다.”
“네?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차라리 제 가디언 하시는 게 낫죠. 묵호검주님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태양 까마귀 마력 회로는 마법사들과도 비견되는 고화력이 특징이에요.”
“그건 오빠분들도 아시지 않겠습니까.”
“알겠죠.”
“제가 진형을 흐트러뜨릴 테니까 다른 분들한테 호위받으면서 공격하세요. 제가 볼 땐 그게 최선입니다.”
괜찮겠어요?
성희영이 눈으로 묻는다.
나는 힘주어 머리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포진이 완료되었다.
거의 한 덩이가 되어서 도열한 장남과 차남 진영.
각을 딱딱 맞춰서 차돌처럼 단단해 보인다.
반면 성희영 진영은 확실히 어설펐다.
6레벨이 꽤 많은 반대쪽에 비교해서 5레벨이 훨씬 많고, 선 것도 대충 아무렇게나 서서 모래 알갱이를 연상시켰다.
진행자가 마력 권총을 높이 들었다.
땅!
“단체전, 시작합니다!”
바로 뛰쳐나갔다.
누구보다도 빨랐다.
제트 엔진 의체를 삽입한 강화병보다도, 치타 다리를 가진 강화병보다도 정확히 0.1초 빠르게 반응했다.
[대공습][신속][질주] [돌진][도약][기동]여기에 금오신의 금오 도약까지 더해졌다.
어마어마한 속도.
수십 미터가 단숨에 좁혀졌다.
자연히 선두에 서 있던 SR급 6레벨 초인, 기갑병이 내 앞을 가로막게 된다.
“이 새끼!”
기갑병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저번의 치욕을 갚아 주겠다는 기세.
그러나 설욕전을 하는 것은 기갑병이 아니다.
나는 기갑병 앞에서 힘껏 뛰어올랐다.
로켓처럼 수 미터도 넘게 치솟은 나.
기갑병의 정수리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이거나 먹어라!”
타타타탕!
총을 갈겼다.
권총 두 자루를 아킴보로 들고.
담긴 속성은 둘.
[영탄]과 [정지]!물론 총 하나에 둘을 동시에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양쪽에 다르게 부여할 수는 있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영탄과 정지 속성이 복잡하게 부여되며 기갑병을 후려갈겼다.
“크윽!”
방어 따위 소용없었다.
기갑병이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그대로 관통하는 첫 번째 탄환.
물리적인 방벽을 뚫고 정신에 내리꽂힌다.
기갑병이 입을 벌리고 총탄이 강철 신체를 강타했다.
이번에는 정지.
아무것도 못하고 굳어 버린다.
달려들어 묵호검을 휘두르면 두 조각 나게끔.
그러나 나는 돌진하지 않았다.
몸을 회전하여 낙하한 후, 기갑병 머리를 모 게임 캐릭터처럼 밟고 다시 뛰어올랐을 뿐이다.
“개새끼가!”
뒤늦게 기갑병이 분통을 터뜨렸으나 늦었다.
난 이미 초인들 머리를 훌쩍 지나 장남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어딜!”
나를 쫓아오는 불꽃 한 덩이.
화염마.
감히 달라붙진 못하고 화염구만 수십 발을 날려 댄다.
안 되지, 안 돼.
나는 몸을 살짝 돌리고 권총을 연발로 갈겼다.
이번에는 [파괴] 속성.
[총잡이][사격][조준] [난사][집중][급속 장전]좋은 건 다 때려 박았다.
그 덕에 대충 갈긴 것 같아도 백발백중을 자랑할 수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지그재그로 날아들던 화염구가 모조리 터져 나갔다.
유일하게 인간인 화염마의 얼굴이 바짝 얼어붙었다.
“이 미친!”
“쏴! 쏘란 말이다!”
공중 체류가 길어지자 초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강화병이 대부분인 그들.
저마다 팔을 변형시키고 어깨에서 총구를 꺼내고 눈을 돌출시켜서는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투투투투!
미친 듯이 쏟아지는 총알, 광선, 미사일 세례.
하지만 나는 여유로웠다.
몸을 뒤집은 다음 특성을 바꾸고 발현했다.
[이탈]저절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공격 범위를 여유롭게 빠져나간다.
“죽여! 죽이라고!”
그러고도 공격이 이어진다?
[대공습]을 이용해서 공중 도약을 실행하여 회피.아직도 모자란다?
금오신의 [금오 도약]을 써서 또 공중에서 뛰어오른다.
거의 허공답보에 가까운 경지.
게임에서도 보기 드문 삼중 도약.
이어, 공중에서 돌진을 시전해서 장남에게 내리꽂혔다.
“이이익!”
장남이 칠흑 까마귀를 전개하여 겨우 막았다.
얼굴이 불그죽죽하다.
시퍼런 핏줄이 목부터 얼굴까지 잔뜩 일어나 있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것.
당연하지.
[거인의 힘][호왕검법][단월] [시구르드 연공법][마력혼][대공습]상위 특성이 총출동했으니까.
심지어 내 팔뼈에 조그맣게 금이 갈 정도의 위력.
“안 돼!”
“사장님을 지켜!”
“막아! 막으라고!”
초인들이 다급하게 몰려들었다.
나는 이미 몸을 빼고 있었다.
묵호검을 허리띠에 꽂는 것과 함께 짊어지고 있던 산탄총을 그들에게 겨냥했다.
[총잡이][난사][파괴] [불사][대공습][흑염]투투투투퉁!
탄창 하나를 다 비운다.
대구경 산탄이 초인들을 후려갈긴다.
총알에 담긴 힘만 해도 파괴, 충격, 흑염!!
거뭇한 선이 장맛비처럼 그어졌다.
“커억!”
“큭!”
“무, 무슨 총알이!”
산탄은 초인들을 부수고 찢고 불태웠다.
단번에 죽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공습으로 새처럼 달아나는 나를 쫓아오지는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제, 제기랄!”
“뭐 저딴 놈이 다 있어!”
“새꺄!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저 비겁한 새끼!”
어, 칭찬 고맙고.
내가 이래서 대공습을 골랐지.
전략 폭격기 공습하듯 마음대로 두들길 수 있어서.
심지어 나는 전략 폭격기를 뛰어넘는 존재잖아.
전투기도 됐다가 폭격기도 됐다가 지상으로 내려가 전차로도 요새로도 변신하는 존재라고.
몇 번을 더 휘저었다.
진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어그로가 몽땅 나한테 끌려서 모든 시선이 내게 꽂혀 있었다.
멍청하기는.
너희들이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나는 참다못해 장남과 차남 앞에서 한마디를 했다.
“네들은 너네 막냇동생이 무섭지도 않냐?”
“그게 무슨…… 헉!”
“이, 이런!”
장남과 차남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미 늦었다.
성희영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탄생하는 태양 까마귀.
태양 마탑의 대마법이 생각날 정도로 막강한 마력 파장.
황금 까마귀가 완벽히 구현되어 사옥 옥상에 강림했다.
그것으로 단체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