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3)
특성 쌓는 김전사-13화(13/300)
총격전 -1-
총격전
뭐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과민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명함이나 초대장 같은 걸 주는 것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최근에 겪은 일이, 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지고 경험한 모든 일이 내게 경고음을 발하고 있었다.
“이익!”
몸을 돌린다.
이를 악물고 땅을 박찬다.
오른손에 든 골프백이 거추장스러웠지만 힘껏 끌어안고 달린다.
이 골프백이야말로 내 목숨줄이니까.
“어어?”
“튀, 튄다!”
“잡아!”
“새꺄! 거기 서!”
모두 익숙한 목소리다.
여기에 하나 더.
탕!
총소리가 울리고 귀에 시큰한 느낌이 번졌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롱코트에 손을 집어넣기에 혹시 했는데 진짜였다.
총이다, 총!
“멈춰!”
“안 서면 죽여 버린다!”
저 새끼들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내가 정화비를 모두 독식한 것도 아니고, 내 덕에 쉽게 수백씩 벌어갔잖아.
변이체를 처치해서 목숨도 구해줬고.
답은 하나.
나는 인력사무소를 나오면서 봤던 그들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개 같은 놈들.”
욕심 때문이겠지.
내가 번 돈을 차지하려는 거든, 아니면 다른 것에 욕심이 생겼든 간에.
‘어? 설마?’
내가 합성 특성을 가진 걸 눈치챘나?
설마.
그것까진 모르겠지.
여태 제대로 노출한 적도 없단 말이야.
안타깝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내가 달리는 방향에서도 롱코트 남자 여럿이 불쑥 나타난 것.
“손들어!”
“안 멈추면 쏜다!”
악어 대가리처럼 치켜드는 오른손.
저마다 낡은 권총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어느덧 어둠이 내린 가운데, 불안하게 껌뻑이는 가로등 빛에 권총 총구가 반질거린다.
사금파리 같은 예리한 빛.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땅바닥을 굴렀다.
탕탕!
거의 동시에 발사되는 권총.
화염이 어둠을 찢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맞았다!
총에, 권총에!
총격 사실을 자각하기 무섭게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비틀거리다가 쓰러지자, 남자들이 왁 하고 함성을 터뜨렸다.
“푸하하!”
“김씨! 맞추면 어떻게 해?”
“아, 실수야, 실수.”
“저 새끼 죽으면 김씨도 죽을 줄 알아!”
“실수라니까!”
가슴을 한 번 만져본다.
“으윽!”
손이 살짝 닿자 못 견디게 아팠다.
망치로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통증.
하지만 어디 구멍이 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최소한 출혈은 없고, 영화에서 몇 번 본 것처럼 쌕쌕 이상한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과거의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잘했어.’
방탄복을 사길 잘했다.
만약 방탄복을 사지 않고, 샀어도 손에 들고 나왔으면 이 자리에서 끝장났을 것이다.
“으윽, 으으윽.”
나는 몸을 웅크리고 눈물 콧물을 짜냈다.
한편으로는 눈을 가자미처럼 떠서 주변 지형을 살핀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
눈에 익었다.
최선수 인력사무소 근처이면서 내가 살던 고시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탁! 탁탁!
아까 전부터 창문이 모조리 닫히고 있다.
남의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은 모양.
누가 경찰에 신고라도 해줄 법하지만 이곳은 순찰 범위 바깥.
무법지대이며, 갱단의 영역 안.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다.
노루가, 또 나와 함께 일했던 아저씨들이 슬금슬금 걸어온다.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파죽겠다는 듯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호소한다.
방심한 걸까?
남자들이 권총을 슬며시 내린다.
얼굴마다 비웃음이, 탐욕이, 비뚤어진 우월감이 새겨져 있었다.
“흐흐흐. 우린 이제 팔자 폈다.”
“그냥 변이체 돼서 죽었으면 이런 꼴은 안 당하지.”
“저 새끼가 병신이라 그래.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목격자 다 죽여버렸다.”
“우리만 노난 거지.”
거기까지 듣고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차렸다.
돌연변이 특성.
여기 있는 아저씨들이야 멀리 도망가서 날 제대로 못 봤지만 노루 하나만큼은 확실히 목격했다.
내가 변이체가 되어 고슴도치 머리를 쓰러뜨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광경을.
변이체가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 세계의 상식.
아마 어디 마법사에게 나를 실험체로 팔아넘기려는 모양.
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개 같네. 은혜를 원수로 갚아?’
욕을 하면서도 필사의 연기를 펼친다.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끄응 끙 신음을 흘린다.
일부러 혀를 깨물어서 입 밖으로 피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남자들은 완전히 내 연기에 속아 넘어갔다.
희희낙락 다가와 날 잡으려 할 때, 포위망이 헐거워지면서 사람 하나 충분히 지나갈 정도로 구멍이 났다.
“으아아!”
바로 몸을 일으켰다.
기회는 오직 한 번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실험체 엔딩이다.
도망쳐야 한다고!
전력을 다해 몸을 던졌다.
민첩 종류 특성은 없지만 근력을 쥐어짜고 조금 모인 마력도 몽땅 들이부었다.
쾅!
격한 소리와 함께 깨진 보도블록이 들썩였다.
내 몸이 포탄처럼 앞을 향해 쏘아진다.
“어어?”
갑작스러운 사태에 남자들이 놀라고, 그중 하나를 잡아다 뒤로 힘껏 던졌다.
“으아악!”
“뭐야!”
“컥!”
남자들이 스트라이크 터진 볼링핀처럼 나뒹군다.
노루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저 새끼 잡아!”
“시발!”
“그냥 죽여버려!”
“안 돼! 죽이면 끝이야!”
“시발, 그럼 다리를 아작 내 버려!”
그나마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골프백을 껴안고 달리고 또 달린다.
마력을 아낌없이 쓴 탓에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도망치면 남자들을 따돌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내게는 마력이 있고 마력을 회복할 특성도 몇 개나 있으니까.
‘그건 정답이 아니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가운데서도 내 머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의 유리창을 통해 마주친 눈이 싸늘하고도 날카롭기만 하다.
‘끝을 봐야 해.’
도망치면 일이 끝나나?
천만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 노루와 저 패거리는 반드시 나를 쫓을 것이다. 어떻게든 나를 납치하려고 하고, 그게 안 되면 죽여버리려고 할 것이다.
납치 시도가 실패한 이상 나는, 나라는 초인은 노루 패거리의 가장 큰 위협이 될 테니.
‘끝을 봐야 해.’
다시금 다짐해 본다.
그러자 입 안쪽이 놀랍도록 꺼끌꺼끌해졌다.
모래를 한 줌 삼키기라도 한 듯이.
끝을 본다······
즉, 죽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살면서 주먹다짐, 멱살잡이는 몇 번 해봤지만 작정하고 사람을 패거나 상처를 입힌 적은 없다.
하물며 살인?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덜렁거리는 골프백이 나를 자꾸 때린다.
골프백 속 자동소총이 나를 마구 후려갈기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이 엿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단지 실력과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부터.
어느새 내가 살던 고시원이 가까워졌다.
고시원 건물과 건물 사이, 좁다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철벅!
물웅덩이를 밟았는지 물소리가 났다.
솨아아아.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어느샌가 짙어져 세상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코끝으로 파고드는 썩은 내를 무시하며 골목길로 파고든다.
뒤에서 왁자하게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 안으로 들어갔어!”
“잡아!”
“조심해! 놈은 초인이야! 급소를 노려!”
“뭐 보이면 그냥 쏴갈겨!”
“개새끼! 죽여 버린다!”
십몇 분 쫓아왔다고 바짝 약이 오른 모양.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골프백을 열었다.
지이익.
경쾌한 지퍼 소리.
무기를 꺼낸다.
초대형 삼단봉, 권총, 섬광탄, 마지막으로 소총까지.
떨리는 손으로 소총 권총에 탄창을 결합한 다음, 나머지 물건은 적당히 주머니와 허리춤에 쑤셔 넣었다.
골프백을 한쪽에다 던져둔 뒤 커다란 제설함 뒤에 숨었다.
귀를 연다.
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앞만 보다가는 뒤쪽으로 돌아오는 놈한테 잡힐 수가 있었다.
아무리 방탄복을 입었어도 뒤에서 총질 당하면 끝장.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거칠게 박동한다.
얼마나 크게 뛰는지 귀가 다 멀 지경이다.
머리에 피가 쏠려 뇌가 뜨겁고 또 뜨거웠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 다리를 부들거릴 무렵, 드디어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철벅!
물웅덩이 밟는 소리.
지금이다.
번개처럼 몸을 일으킨다.
숙련된 자세로 서서 쏴 자세를 취한다.
내가 숨을 아주 짧게 들이마신 뒤 호흡을 정지하는 것과 동시에 남자들이 나를 발견했다.
“어?”
“저, 저기!”
“쏴!”
이미 늦었다.
타타타타탕!
귀에 익은 그 총소리.
조정간을 연발에 놓고 쏴 갈긴다.
둔중한 충격이 어깨에 전해지지만 총구는 흔들리지 않는다.
육군 병장 출신, 자세는 충분히 숙련되어 있고 근력 특성의 보조를 받는 육체는 중기관총 반동을 잡고도 남을 수준이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다.
건물 외벽과 도보 블록이 깨지며 돌가루가 빗물처럼 튀고, 서 있던 남자들이 몸을 꺾으며 춤을 추었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튀지는 않는다.
곳곳에서 치솟은 물보라가 시야를 가리고, 깨진 돌가루가 날려 세상이 뿌예질 뿐.
“으아아!”
“커허억!”
“끄윽!”
멍하니 있을 수는 없다.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신음을 토하면서도 손을 허우적거렸다.
손마다 권총이 들려 있다.
탁!
몸을 날린다.
상반신은 살짝 숙이고, 소총은 껴안듯이 대각선으로 들고, 무릎도 굽힌 채 우측을 향해 튀어나간다.
찹찹, 물 튀는 소리에 이어 탕탕, 총소리가 고막을 꿰뚫었다.
빗나간 총알이 제설함을 두들겼다.
남자들도 필사적이었다.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전락해 버린 그들.
아프다고 쓰러져 있다간 반드시 사냥당하고 말 테니까.
“흐읍.”
고시원 건물 외벽에 몸을 붙인 후 참았던 숨을 들이쉰다.
그러나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는다.
주머니에 대충 쑤셔 박았던 섬광탄 하나를 꺼낸 다음 안전핀을 제거했다.
딸깍.
섬광탄 투척!
남자들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오른쪽이 건물 외벽으로 막혀 있어 왼손으로 굴리듯이 던졌는데, 몇 년 만에 해보는 것인데도 제대로 된 동작이 나왔다.
데구르르.
쩌어엉!
기묘한 소음과 함께 빛이 터진다.
눈이 타들어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광량.
그나마 나는 눈을 감고, 양손으로 귀를 막은 상태였으나 남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섬광탄을 얻어맞았다.
당연히 비명이 터진다.
“끄아악!”
“내 눈! 내 눈!”
“사람 살려!”
비명을 들은 순간 움직인다.
아니, 섬광탄이 터졌음을 인지하자마자 몸을 날리고 있었다.
조종간을 3점사에 둔다.
철컥 쇳소리와 함께 탄창을 교체한다.
땅!
빈 탄창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뒷골목 모퉁이를 돌아가 총을 겨눈다.
“으아아! 으어어어!”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노루, 노루가 다 시켰어! 노루가 시켰다고!”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울부짖는다.
눈물 콧물을 쏙 빼는, 어디 한 군데 피를 흘리며 더러운 바닥을 나뒹구는 추한 몰골들.
잠깐 손이 떨렸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고시원 주인 아줌마가 생각난다.
고시원 주민들에게 결박당하던 강철 턱이 떠오른다.
변이되어 비참하게 죽은 고슴도치 머리도 뇌리를 스친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살고 싶으면 죽여야 한다!
이 한 번 꽉 깨물고, 소총을 받친 왼손에 힘을 한 번 준 다음 당겼다.
방아쇠를.
단숨에!
타타탕!
첫 번째 3점사.
가장 가까이 있던 아저씨의 몸이 팽그르르 돌아간다.
팔이 젖혀지고 살짝 가려져 있던 손이 노출되었다.
최후까지 쥐고 있던 권총이 빗물 사이로 털썩 떨어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 파르라니 떨리는 긴장감, 빗물 젖은 몸으로 느끼는 불쾌함, 원초적인 폭력에서 오는 가학심이 잔뜩 버무려져서 내 정신을 날아가게 만든다.
타타탕!
총을 쏜다.
타타탕!
또 총을 쏜다.
타타탕!
귀신 들린 듯이, 혹은 뭔가에 홀린 듯이 총을 쏘고 또 쏜다.
저 세계의 대한민국에서 평생 구축했던 도덕 관념이나 상식 따위 다 지워버렸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조종해서 남자들을 죽이는 느낌.
“허억, 허억.”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호흡도 견착도 파지도 다 어긋난 채 탄창을 비우는 나.
철컥! 철컥!
총알이 다했는지 쇳소리만 연거푸 난다.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축축하니 빗물 고인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핏물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진 않았다.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숫자가 안 맞는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주위를 돌아보던 순간.
등 뒤에서 울분에 찬 고함이 터졌다.
“야 이 개새끼야아!”
몸을 돌렸지만 늦었다.
커다란 물체가 나를 향해 벼락치듯 날아온다.
엉겁결에 소총을 들어서 막았다.
빠각!
어처구니없게도 소총 중간이 똑 부러졌다.
“커헉!”
내 몸이 가랑잎처럼 붕 나가떨어진다.
트럭에라도 치인 듯한 충격.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른 다음에야 겨우 멈춰서 앞을 볼 수 있었다.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음침한 뒷골목.
제멋대로 쌓인 쓰레기 더미 위.
깜빡이는 가로등.
쏟아지는 비를 배경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이상하게 꺾인 다리.
껑충하니 큰 키에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란 몸.
얼굴 윤곽을 따라 덥수룩하게 난 털과 수염.
머리에 살짝 솟은, 그래서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뿔이 두 개.
노루였다.
“젠장.”
어제 보았던 그 노루가 아니다.
조금 전 내 앞을 가로막았던 그 노루도 아니다.
완전히 각성한.
그리하여 1레벨이 된 초인 노루.
놈이 격노해서는 내 앞에 장승처럼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