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4)
특성 쌓는 김전사-14화(14/300)
총격전 -2-
“죽여버린다!”
노루가 포효한다.
빠직.
얼마나 손에 힘을 줬는지 쥐고 있던 권총이 뭉개져 버릴 지경.
상관없다.
노루는, 완전히 각성하여 1레벨로 거듭난 초인은 자동소총을 든 소총수만큼 위협적이었으니까.
“으윽.”
부러진 소총은 놔두고 허리춤에 꽂아둔 삼단봉을 꺼낸다.
권총은 의미가 없다.
급소를 단번에 맞추면 모르겠으나 노루가 가만히 맞아줄 리가 없으니까.
촤자작!
삼단봉을 휘두르자 저절로 펼쳐진다.
길이 150센티미터에 두께도 야구방망이와 비슷한 초대형 삼단봉.
노루가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죽인다······”
으르렁대는 울음이 한 마리 짐승 같았다.
“죽여버릴 거라고!”
탓!
노루가 몸을 날린다.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물보라가 치솟는 것과 동시에 빗물이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번지고, 노루의 신형이 확대되면서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흐읍!”
이를 악물고 삼단봉을 휘두른다.
특성은 [근력][활기][맷집][마력 회복][마력심][밝은 눈].
꽈앙!
삼단봉과 발끝이 마주친다.
굉음이 터졌다.
대포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충격이 나를 후려쳤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를 악물며 겨우 눈을 부릅떴을 때, 나는 또다시 허공을 날고 있었다.
“끅!”
물이 흥건한 골목길 위에 거의 몇 미터나 미끄러졌다.
팔이 덜덜 떨린다.
시야가 흐릿했다. 여기에 빗물이 자꾸 눈을 가렸다. 연속으로 깜빡인 다음에야 세상이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가만히 엎어져 있을 수는 없었다.
탓!
땅을 박차는 소리가 엄습해 온 까닭이다.
“이이익!”
삼단봉을 껴안은 채 바닥을 뒹굴었다.
내가 조금 전만 해도 엎어져 있던 곳.
거길 압도적인 폭격이 후려갈겼다.
콰악!
관리를 못 받아 부실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금이 쫙쫙 가 있던 보도블록이 단번에 깨져나갔다.
“흐으윽!”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키자 땅을 내리찍은 노루가 고개를 돌린다.
나를 향해서.
두 눈 가득 노여움과 증오가 올올이 불타고 있었다.
가슴이 탁 막힌다.
억울함과 분노가 내 가슴을 치고 올라온다.
아니, 어디서 피해자 코스프레야?
너희가 먼저 시작했잖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주 그 자체.
“죽여버릴 거야!”
노루가 자세를 잡는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노루를 주시했다.
‘돌연변이를 쓸까?’
너무 위험하다.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당장 죽을 판에 후유증 따위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나.
문제는 여기가 아무리 공권력 바깥 영역이라도 서울 한복판이라는 점.
철권파라고 했지.
이 근처를 주름잡는 갱단이 있다.
총질 정도야 상납금 조금 내고 끝낼 수 있지만 변이체가 나타나면 그게 안 된다.
바로 갱단들이 달려 나오겠지.
자기 구역에서 변이체가 출몰했다는 것은 그만큼 큰 문제니까.
“쳇.”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괜찮다. 방법은 있다.
각성하면 된다.
여기 이 자리에서 온전히 마력을 쌓고 마력 회로를 각인하여 1레벨 초인으로 거듭나면 된다.
“크아아아!”
노루가 괴성을 지른다.
완전히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몸을 던진다.
파아앙!
물보라가 튀었다.
보도블록이 박살나며 돌가루가 흩날린다.
세상을 다 품을 듯이 뿌려진 물과 먼지 세례.
노루가 안 보인다.
잠깐 사이 내 시야를 벗어난 것.
“흥.”
하지만 내 두뇌까지 속일 수는 없다.
R급 초인 노루의 시작 특성은 두 가지.
[입체 기동]과 [발길질]이런 뒷골목에서 노루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후으으읍.”
힘을 집중한다.
심장에서 찰랑이는 마력을 몽땅 양손에 눌러담는다.
그리고 삼단봉을 힘껏 휘두른다.
위를 향해서.
머리 위쪽으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꽈아앙!
천둥소리가 났다.
노루의 발끝이 내 삼단봉에 막혀 있었다.
“끄윽!”
팔이 망가질 것 같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삼단봉이 낚싯대처럼 거칠게 휘어져 있었다.
그나마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
삼단봉은 어떻게든 견뎌냈고, 나 또한 어떻게든 견뎌냈다.
노루가 내 삼단봉을 밟고 몸을 띄우더니 바로 뒤에 있던 건물 외벽을 걷어찬다.
화려하게 몸을 돌리는 노루.
그 주변 물방울이 조각나는 장면이 슬로우모션처럼 내 망막에 박혔다.
“아, 진짜!”
공중 연속 공격이다!
눈을 크게 뜨고 노루를 살핀다.
콰직!
어디를 어떻게 건드린 것인지 전기가 나가고 일대 정전이 찾아왔다.
사방이 어둠에 잠기고 빗물에 가려 앞을 제대로 보기도 힘든 골목길.
몸을 뒤집은 노루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빠악!
삼단봉으로 공격을 쳐낸다.
노루는 삼단봉의 탄력까지 이용해 다시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벽을 차고, 다시 맞은편의 벽을 차고 내 뒤쪽으로 쇄도했다.
어떻게든 몸을 돌려 공격을 막아냈다.
그때마다 삼단봉이 부러질 듯 휘어지고 내 몸에 충격이 누적되었지만 괜찮다.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
“이 새끼가!”
노루의 눈에 조바심이 깃들었다.
분노와 증오 대신 계산적 보신주의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잖은가.
애초에 노루와 죽은 아저씨들 사이 유대감이 크지도 않았다.
결국은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법.
거기에 내가 변이체 고슴도치 머리를 처리하던 과정을, 노루는 똑똑히 목격했었다.
순간의 흥분이 식으면 머리를 굴리게 되기 마련.
그러면 안 된다.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나는 조금 전부터 손바닥에 감도는 열기를 확인한 후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왜, 겁먹었냐?”
“개소리!”
“너 같은 건 이걸로 충분해.”
삼단봉을 왼손으로 움켜쥔 채 오른손을 내린다.
불룩한 호주머니.
거기 들어 있는 권총을 향해서.
노루가 눈을 크게 뜬다.
사실 권총은 노루에게 별 위협이 안 된다.
내가 무슨 훈련 받은 특수요원도 아니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게 움직이는 노루를 권총 가지고 어떻게 맞추겠어.
하지만 노루도 그걸 알까?
이제 막 초인이 된 노루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뭐가 위협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지 알고 있을까?
지금 당장은 초인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생각에 가깝겠지.
역시나 노루는, 자기 능력을 제대로 살려 입체 기동하는 대신 정면으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이익!”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눈을 깜빡였을 때는 이미 내 앞에 와 있다.
저릿한 열기가, 맹렬한 바람이, 빗물 머금은 폭풍이 나를 덮친다.
지금부터 움직여도 늦다!
꽈악.
아무래도 좋은 일.
나 또한 진작에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권총을 향해 페이크를 넣었던 오른손도 삼단봉 손잡이를 움켜쥐어서는 힘껏 휘둘렀으니까!
화아악.
손이 불타는 듯하다.
이미 내 특성은 전환되었다.
[근력][활기][맷집] [마력심][마력 회복].이 다섯 항목까지는 똑같다. 다만 [밝은 눈] 대신 새롭게 얻은 특성을 넣는다.
[강타]힘껏 힘껏 노루의 공격을 받아치며 얻은 특성.
공용 특성이 아니다.
처음으로 얻은 계열 특성이다.
비록 전사 계열 특성 중 가장 기본적이고 위력도 3티어에 지나지 않는, 기초 중의 기초 특성이지만 엄연히 공격 특성.
마력이 폭발한다.
삼단봉이 순간적으로 퍼렇게 물든다.
여기에 근력이 뒷받침되고, 전사 계열 특성인 탓에 활기와 맷집 보너스가 적용된다.
노루의 얼굴에 당혹감이 새겨지는 것과 동시에, 삼단봉과 발끝이 제대로 격돌했다.
꽈르릉!
섬광과 함께 폭음이 그어졌다.
충격파가 터지며 우릴 향해 그어지던 빗물마저 사방으로 날려보낸다.
“아악!”
짧은 비명.
내가 낸 소리가 아니었다.
거기서 확신했다.
역시 노루는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길질] 특성을 제대로 발휘했다면 강타 한 번 맞았다고 소리를 지르진 않을 테니까.“끄으윽!”
아직 멀었다.
마력 소모로 허해진 가슴을 무시하고, 근육통을 호소하는 전신을 이끌고 한 발짝 크게 내딛는다.
아니, 두 발짝 세 발짝, 더 나아가 전력으로 질주한다.
철벅 철벅 물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널브러진 노루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으아아!”
허우적거리며 도망치는 노루.
오른쪽 발목이 볼품없이 꺾여 있었다.
조금 전 강타를 얻어맞고 부러졌나 보다.
쌔액! 쌔애액!
삼단봉을 휘둘렀다.
마력이 모자라 강타를 쓰지는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노루는 겁에 질린 얼굴로 겨우겨우 공격을 피했다.
그래서 고마웠다.
속으로 차분히 숫자를 세어본다.
‘내리치기 한 번.’
휘이익!
삼단봉이 허공을 갈랐다.
‘올려치기 한 번.’
쌔애액!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삼단봉을, 노루가 공포에 물든 눈으로 쳐다보았다.
‘옆으로 휘두르기 한 번.’
슈웅!
이번에는 크게 빗나갔다.
노루가 몸을 굴려 멀찍이 도망쳤다.
얼굴에 결연한 빛이 감돈다.
도망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이를 악물고 부러진 다리 대신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다.
‘마지막.’
피할 수 없다.
막을 수도 없다.
특성 획득까지 최후의 동작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번이 승부수.
눈이 마주친다.
빗금 내리긋는 빗물 사이로 두 눈동자가 형형하게 불타오른다.
노루도, 나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함성을 터뜨렸다.
“으아아아!”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노루가 통증도 무시하고 부러진 발을 기병창처럼 내밀고, 나 또한 팔을 쭉 뻗었다.
‘찌르기 한 번.’
꽝!
터지는 폭음.
소리만이 아니라 뼈와 강철이 부서진다.
맞닿은 삼단봉을 통해 뼈가 부서지고 으깨지는 느낌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여태 버텨준 삼단봉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연결 부위가 가장 먼저 으스러지면서 삼단봉 전체가 수십 조각이 나 흩어졌다.
내 팔 역시 그러했다.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오른팔이 똑 부러지면서 날카로운 고통이 대뇌에 쑤셔박혔다.
“으아악!”
“끄윽!”
숨이 넘어가는 비명, 신음.
나는 눈을 부릅뜨고 노루를 주시했다.
노루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를 마주 본다.
아프다고 울며 신음할 시간이 없었다.
여기서 주저앉는 자는 죽는다.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날카로운 직감이, 위기감이 나도 노루도 질끈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게 만들었다.
확실히 나는 운이 좋았다.
또한 사기적인 능력의 보유자였다.
조금 전 찌르기 후, 마지막 동작을 완결한 직후 선명하게 어떤 감각을 느꼈으니까.
팔 근육에 올올이 새겨지는 열기.
마치 근섬유 하나하나를 떼어다가 거기 마법 회로를 새기는 듯한 이 선명한 고양감.
발동시킨다.
[맷집]을 제물로 바치고 빈자리에 새롭게 얻은 특성을 투여한다. [연격]이게 다가 아니다.
있는 마력 없는 마력을 모조리 끌어올린다.
마력심 특성이 과부화되며 삐걱거리듯 심장이 아파 오고 가슴이 죄어오지만 무시한다.
모든 여력을, 힘을 이번 공격에 쏟아붓는다.
여기서 끝장을 볼 거니까!
[강타]두 공격 특성의 조합.
팔이, 주먹이 불타는 것 같다.
뻑적지근하게 마력이 흘러들면서 근육과 뼈를 자극한다.
특히 부러진 오른팔을 칼로 저미는 듯해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무시한다.
모든 것을 감내하고서, 품어내고서 팔을 뻗는다.
강타와 함께 쏟아지는 연격!
소나기 같은 연속 공격이, 주먹질이, 쇠도 콘크리트도 부러뜨릴 기세를 품고서 펼쳐졌다.
“커헉!”
노루는 확실히 늦었다.
첫 공격을 턱에 얻어맞은 순간 이미 나자빠져서 피거품을 빼물었다.
퍽퍽! 퍼퍼퍼퍽!
마구 두들긴다.
얼굴을, 가슴을, 배를, 오직 치명적인 부위만.
노루는 금세 만신창이가 되었다.
얼굴은 다 뭉개졌고 가슴은 움푹 함몰되었다. 입에서는 피거품을 연신 흘리고 두 눈은 초점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까뒤집었다.
“헉, 허억, 헉, 헉.”
나라고 정상은 아니다.
오른팔이 부러진 것을 넘어 아예 고장이 난 것 같다. 주먹도 안 쥐어지고 팔꿈치 관절과 손목 관절이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여기에 축축하니 젖어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어리까지.
그 모든 괴로움을 참으며 노루 앞에 섰다.
노루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주먹을 메다꽂는 대신 그나마 온전한 왼손으로 권총을 들었다.
철컥.
총알 장전되는 소리.
노루가 정신을 차린다.
자기 이마에 겨눠진 권총을 보더니 눈동자가 몇 배로 커졌다.
“사, 살려······”
굳이 듣지 않았다.
탕!
단발의 총성이 꽂혔다.
퍽, 고개를 떨어뜨리는 노루.
늘어지는 그림자를 뒤로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솨아아아.
비가 미친 듯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쏟아지는지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잊고 있던 고통이 개미 떼처럼 나를 물어뜯는다.
이 와중에 찰랑찰랑 차오르는 마력.
선명하게 느껴진다.
내 몸에 새로운 기관이 탄생하는 게.
심장에서 혈관을 따라 질주하고, 또 척수에서 신경계를 따라 주행하면서.
거미줄 형태로 각인된 마력 회로.
치이익, 치익.
마력과 빗물이 반응한다.
빗물이 증발하여 수증기로 변한다.
희뿌연 수증기가 내 주위에 포개진다.
앙다문 조개껍데기 내려앉듯이.
들끓는 열기.
용처럼 맴도는 수증기 구름 안에서.
나는 그렇게 초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