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테러리스트 -1-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대체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싸움이 붙었다뇨?”
[테러 연맹이 망한 건 아시죠?]“뉴스로 봤습니다.”
정식 이름은 권리 연맹.
요즘엔 다들 테러 연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게임에서도 그랬고.
[테러 연맹이 망하면서 잔당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서울에 숨은 놈들도 있고, 북한으로 올라가거나 해외로 튄 놈들도 있답니다. 그리고 일부는 태백산맥 쪽으로 도망쳤지요.]“아, 그럼?”
[예. 괴물촌으로 도망친 놈들이 있습니다. 괴물촌은 그들을 보호하고 있고요, 동부군이나 국군은 서울 인근을 소탕하느라 거기까진 손이 닿지 않은 모양입니다. 초인 단체에게 외주를 줬는데, 사냥꾼 협회가 태백산맥 쪽을 맡은 모양입니다.]합리적인 결정이다.
사냥꾼들은 철원 시국과 파주 시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태백산맥으로도 자주 원정을 떠나니까.
그 과정에서 괴물촌과 갈등을 빚었지.
돌연변이를 변이체로 오해하고 사냥하는 일이 왕왕 있어서.
“괴물촌이 테러리스트를 감쌌다고요? 왜요?”
[테러리스트 중에 돌연변이가 있었나 봅니다.]“아…….”
이해가 된다.
돌연변이라면 무조건 싸돌고 보는 괴물촌.
테러리스트건 뭐건 자기 동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냥꾼 협회의 입장은 반대.
테러리스트에 범죄자이니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악을 썼을 거고.
갈등은 필연적이다.
[묵호검주님께 연락은 안 왔습니까? 협회도 괴물촌도 몇 번이나 연락을 시도했다고 하던데요.]“훈련 중이라 무음 모드로 해 놓고 금고에 넣어 놨었습니다.”
“그래야 능률이 좋아져요.”
훈련하는 동안에 진짜 많은 일이 있었구나.
보상은 적당했다.
사냥꾼 협회 쪽은 괜찮은 마법 무구.
괴물촌은 돌연변이 마력핵. 내가 원하는 종류로.
플러스 알파로 현금 수십억.
내가 이 정도까지 올라왔구나, 싶으면서도 고민에 잠기게 된다.
‘괜히 발 담갔다가 욕만 먹는 거 아니야?’
둘 중 어느 한 진영 손을 들어 주면 필연적으로 욕을 먹는다.
특히 이 경우에는 사냥꾼 협회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사냥꾼 협회 입장만 걸린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의뢰를 대신 수행하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군단장과도 얽혀 있고.
최 소장이 잔뜩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의뢰 받으시겠습니까? 사냥꾼 협회와 괴물촌 둘 다 인연이 있는 게 묵호검주님밖에 없다 보니 두 군데 모두 묵호검주님께서 중재해 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끙, 어쩔 수 없다.
내가 보기에도 나 말고 이 의뢰를 받을 사람이 없어.
“후, 알겠습니다. 그 의뢰 받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괴물촌으로 바로 가면 됩니까?”
[일단 제가 연락 돌리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세부적인 보상 같은 건 몽땅 최 소장에게 일임.
이런 경우 원래는 협회 건물에서 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일이 급하다 보니 괴물촌 바로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태백산맥 끝자락에 사냥꾼 협회 캠프를 설치했다나?
즉시 레드 쿠거를 몰아 날아갔다.
30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
참호에 철조망, 기관총 진지까지 둘러 군부대 같은 캠프.
그 앞에 내려앉자 책임자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김 이사님, 아니 묵호검주님! 정말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건강하셨지요?”
아는 얼굴이다.
무슨 과장이라고 했는데?
사냥꾼 협회에 처음 가입했을 때 봤던, 강 이사의 측근 중 하나.
맞아.
박 과장이라고 했지.
“오랜만입니다. 박 과장님 맞으시죠? 예전에 흡혈귀 때려잡을 때 후로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기억하시네요! 예, 접니다! 그런데 지금은 박 과장이 아닙니다. 이사예요.”
“이사요? 축하드립니다. 출세하셨네요.”
“하하하!”
박 이사가 겸연쩍게 웃었다.
사실 실력으로 따지면 이사가 되기엔 모자라다.
그런데 이사가 된 것은, 현 협회장이 협회장이 될 때 옆에 있었기 때문이겠지.
박 이사가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어느새 모여든 사냥꾼들.
수십을 넘어 수백에 가까운데, 날 보는 시선에 경탄과 경의, 시기가 잔뜩 어려 있었다.
“이사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묵호검주님이 우리 이사라는 거 못 믿는 회원도 많았다니깐요?”
“설마요.”
“저희끼리만 임명하고 끝냈으니까요. 대대적으로 임명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그런 걸 안 좋아합니다.”
“하하하! 암요, 암요. 그래서 협회장님도 적당히 넘겼지요.”
“협회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곧 오실 겁니다. 비행차 타고 날아온다고 하셨어요.”
그럼 조금 이따 도착하겠네.
커다란 막사에 들어갔다.
커피 한 잔 대접받고 잠시 후.
막사 문이 펄럭이며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얼굴.
머리카락이 싹 빠져 반질반질한 이마.
몇 달 새에 탈모가 더 심해졌네?
이제는 내가 아는 이마에 가까워진 인물.
옛날엔 강 이사, 지금은 협회장이 날 보고 반색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우리 협회의 자랑, 우리 협회의 최고 아웃풋! 서울의 구원자, 묵호검주 김 이사님 아니십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네.
내가 자기들 캠프에 먼저 들러서 자기들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한 모양.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다.
괴물촌이랑 척지면, 당장 6레벨 재구성 영약 재료는 어디서 구해?
“오랜만입니다.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다 치유 물약이랑 성수 마셔서 그런 거지요. 요즘 스트레스가 말이 아닙니다. 제 이마를 보세요.”
“인격이 더 빛나고 계시네요.”
“하하하!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어휴, 이사님께서 와 주셔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그동안엔 폐관하고 계셨다고요.”
“예. 새로운 검법을 배우느라요.”
“오…… 새로운 검법.”
협회장이 내 허리춤을 쓸어 보았다.
묠니르와 다산총보다도 특히, 묵호검을.
묵호무적검이라도 배우는 줄 안 걸까?
이내 정색하면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
“최 소장? 그 사람한테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으셨지요?”
“예. 괴물촌에서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다고요.”
“맞습니다. 완전 말단, 잔챙이면 저희도 못 본 척하고 넘어가겠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게 간부급입니다. 테러 연맹이 총 열두 조직으로 구성된 건 아시지요?”
“알죠.”
“그중 한 조직의 부두목입니다.”
이거 너무 거물인데?
사냥꾼 협회가 눈에 벌게져서 쫓아온 이유가 있네.
“몇 레벨인데요? 부두목이니까 7레벨은 아닐 거고, 6레벨?”
“예. 그러니까 저희도 덤빌 수 있었지요. 7레벨이었으면 힘듭니다. 역으로 저희가 작살나는 수가 있어요.”
“그렇겠습니다.”
“하여튼 저희가 독화살 꽂고 봉인탄 박아서 거의 잡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놈이 여기로 도망치더니 괴물촌으로 쏙 들어가지 뭡니까? 덕분에 저희만 닭 쫓던 개 신세 됐어요.”
“괴물촌이랑은 얘기해 보셨습니까?”
“해 봤지만 완고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군단장이 직접 와도 자기 동족은 못 내주겠답니다.”
골치 아프네.
동족 보호 모드로 들어간 괴물촌은 상대하기 어려운데.
눈 감고 귀 닫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니 설득 자체가 어렵다.
협회장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묵호검주님은 괴물촌이랑도 연줄이 있으시다면서요? 모쪼록 완만하게 일이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협회랑 괴물촌은 부딪힐 일이 많은데, 이런 데서 발목 잡히면 두고두고 골치 아파요.”
“최대한 힘을 써 보지요. 참, 그 도망쳤다는 테러리스트는 어떤 놈입니까? 정보 있으면 좀 주세요.”
“아, 여기 있습니다.”
협회장이 뒤로 눈짓을 보냈다.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태블릿 PC를 내민다.
흉악한 얼굴이 화면 가득 떠 있었다.
사람이 아닌 듯한 외모.
눈은 퉁방울처럼 툭 튀어나왔고 피부는 비늘이 가득 돋아 있다.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 흔적만 남은 코까지 보면 도저히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SR 카멜레온]기억을 더듬어 본다.
‘카멜레온이 돌연변이였어? 강화병이 아니라?’
생체 변이 강화병과 돌연변이의 차이.
간단하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것.
‘캐릭터 설명에는 그런 거 없었는데…….’
영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른다.
테러 조직 본부 던전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작위로 출현하는 보스 중 하나.
영입되는 캐릭터였다면, 그래서 개인 퀘스트가 있었다면 정확한 배경 스토리를 알았겠지.
내가 직접 해 보지는 못해도 스트리머들이 다 보여 주잖아.
“돌연변이입니까?”
“그랬나 봅니다. 그러니까 괴물촌에서 저렇게 나오겠죠.”
괴물촌에 가서 돌연변이 사칭을 한다?
거수곰한테 맞고 저세상 가기 십상이다.
거수곰은 호구 아니라고.
“일단 제가 가서 얘기해 보지요. 협회장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게, 저만 보면 발작을 하는 통에…….”
“알겠습니다. 저 혼자 가죠.”
레드 쿠거를 타고 날아올랐다.
원래는 비행차가 접근만 해도 괴물촌에서 요격해 버린다.
하지만 최 소장이 미리 손을 써 놓겠다고 해서 믿고 날아간 것.
아니나 다를까.
요격 미사일 대신 돌연변이 한 명이 마법 망토를 두르고 내 앞에 정지했다.
이번에도 아는 사람.
“오랜만이야. 묵호검주.”
“오랜만입니다.”
얼굴은 방독면을 덮어 써서 알아볼 수 없다.
몸도 펑퍼짐한 옷으로 가려 놓았다.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언뜻언뜻 밖으로 노출되는 해골 손뿐.
즉, 해골뱀이었다.
“쟤네들 때문에 왔다며?”
“예. 테러리스트를 숨겨 주셨다고요.”
“미안하지만 걔를 내줄 수는 없어. 우리도 몰랐던 동족이야. 여태 인간들 틈에서 힘들게 살았는데 우리까지 외면하면 되겠어? 마을 사람들 다 죽는 한이 있어도 동족을 버리지 않아.”
이래서 맡기 싫었는데.
나는 어깨만 한 번 으쓱했다.
“저도 강제로 어쩔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얘기나 해 보지요. 지금 들어가면 됩니까?”
“조금만 기다려. 결계 조정 중이야. 날아서 들어오면 자동으로 미사일 쏘게 되어 있어서.”
“방어 확실하네요.”
“우릴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금도 묵호검주 네가 아니었으면 바로 쫓아냈을 거야.”
한참 시간이 걸렸다.
공중에 파란 동그라미가 그려지고, 거길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펼쳐지는 광경.
예전과 똑같은 모습.
동화 같은 나무집 사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달라진 건 있네.’
바로 집집마다 설치된 굴뚝.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안에서 옅은 마력향이 풍겼다.
내가 가르쳐 준 대로 0레벨 마력핵 가루를 이용, 저마다 요리를 하고 있는 것.
멀리서 퍼지는 맵고 짜고 단 냄새에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고마워.”
“뭐가요?”
“그냥, 이것저것.”
“실없으시긴.”
천천히 레드 쿠거를 몰아 괴물촌으로 내려간다.
돌연변이들이 껑충껑충 뛰며 나를 맞이했다.
“인간이다!”
“인간이야! 설탕 인간이 왔어!”
“소금 인간이지!”
“MSG 인간이거든?”
MSG 인간은 또 뭐냐.
실소를 머금으며 한쪽에 주차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돌연변이들이 달려들었다.
날 끌어안고 핥고 등을 두드리고 마력 파장을 뿌리고 폭죽을 터뜨리고 아주 난리가 났다.
“오랜만이야! 너무 오랜만에 왔어!”
“진작 좀 오지!”
“보고 싶었다고!”
“아이스크림 완전 맛있어!”
“부대찌개도!”
“치킨도!”
“맥주도!”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환영! 환영! 환영!”
남녀노소 가릴 것 없었다.
키 5미터의 거인도, 무릎까지밖에 안 오는 난쟁이도, 슬라임을 닮은 부정형도, 식물형도, 수인도 조인도 어인도 모두 격하게 기쁨을 토하고 있었다.
이러다간 끌려가서 사흘 밤낮을 술만 먹게 생겼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해골뱀이 방독면을 벗었다.
두개골만 남은, 눈두덩에서 마력광만 빛나는 끔찍한 얼굴이 햇빛 아래 공개된다.
“비켜어!”
가슴 차갑게 만드는 사자후.
아니, 망자의 통곡.
들떠 있던 공기가 싹 식었다.
돌연변이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난다.
“으흠, 가스 불 얹혀 놨었지. 참.”
“어이쿠. 고양이 밥 줘야 하는데…….”
“해골뱀 할매 성깔하고는.”
해골뱀이 다시 방독면을 눌러썼다.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돌연변이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간다.
드디어 도착한 거수곰의 집.
무미건조하던 실내가 확 바뀌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대형 부엌과 냉장고.
예전엔 한약만 먹더니 미식의 기쁨과 요리의 즐거움을 제대로 깨우친 모양이다.
거수곰이 두 팔을 벌리며 날 맞이했다.
“묵호검주! 정말로 오랜만이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을걸요? 겨우 몇 달밖에 안 지났습니다.”
“겨우라니! 엄청 오래된 거지! 그건 그렇고 자네 그새 또 강해졌군. 그땐 5레벨 되겠다고 오지 않았었나? 지금은 거의 5레벨 끝인 것 같은데?”
“예. 조만간 한 번 더 신세를 지겠습니다.”
“하하하! 얼마든지! 우리 묵호검주에게라면 내 심장도 뜯어 줄 수 있어!”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요.”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
내 처지가 처지인 만큼 강압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밀린 이야기는 천천히 하지요. 우선 카멜레온부터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러긴가?”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요. 저는 희망 마을의 친구이지만 사냥꾼 협회의 명예 이사이기도 합니다.”
“끄응!”
“이 자리에서 결론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얘기부터 하죠. 얘기부터. 최대한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상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탁하네.”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되냐.
모두에게 좋은 방향?
되겠냐고, 그게.
금방 카멜레온이 불려 왔다.
평범한 체구에 확실히 이질적인 얼굴.
사람에게 카멜레온 머리를 달면 딱 저렇지 싶다.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하나 정정하자.
거수곰은 호구였다.
호구 중에서도 아주 상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