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테러리스트 -2-
어쩐다?
사고를 가속한다.
카멜레온이 집에 들어오고, 눈이 마주치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 섬광 튀듯 머리를 굴린다.
“안녕하십니까? 부르셨다고요…….”
방법은 간단하다.
카멜레온이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거수곰과 괴물촌 돌연변이들을 속였음을 밝히면 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
말로 해 봐야 통하지를 않는다.
돌연변이들은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 않으니까.
게임에서도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 했지.
‘그럴 시간 없어.’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인사하는 척, 예의를 차리는 척 일어나면서 특성을 교체한다.
[거인의 힘][마력혼][시구르드 연공법] [대공습][실전 격투][제압]퍼억!
바로 카멜레온을 덮쳤다.
고작 2미터 거리.
손만 뻗어도 닿을 법한 거리에서.
“어엇?”
놀라 숨을 들이켜는 카멜레온.
“이 무슨 짓인가!”
격노하는 거수곰.
“흡!”
손을 뻗어 오는 해골뱀.
셋 다 늦었다.
그들이 제대로 행동을 취하기도 전, 나는 비호처럼 카멜레온을 덮친 다음이었다.
우당탕탕!
카멜레온과 한 덩어리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크아악!”
견고한 원목 식탁과 부딪혔다.
카멜레온이 죽는다고 비명을 지른다.
원목 식탁이 박살 나며 충격이 전신을 강타한 탓.
나는 카멜레온을 깔아뭉개며 두툼한 오른팔로 카멜레온의 목을 감았다.
그 상태에서 있는 힘껏 조이자 카멜레온의 얼굴이 금세 시퍼렇게 변한다.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이미 제압당한 다음.
카멜레온은 6레벨. 나보다 위.
하지만 의미 없었다.
제대로 방심하고 있다가 기습당했으니까.
또, 카멜레온은 이름처럼 변신과 은신에 능하지 이런 정면 대결에서는 약하기도 하고.
거수곰이 몸을 일으켰다.
얼굴이 격정으로 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감히 내 앞에서 우리 동족을 공격하다니! 아무리 자네가 우리 마을의 은인이라 한들, 내가 보고만 있을 성싶은가!”
반면 해골뱀은 침착한 표정.
“촌장아. 묵호검주 말부터 들어 보면 어때? 묵호검주는 아무 이유 없이 우리 동족을 공격할 사람이 아니야.”
“너는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아무리 아이스크림 맛에 빠졌어도 그렇지, 인간을 믿어 보자고?”
“인간이 아니라 묵호검주 지능을 믿는 거야. 묵호검주는 멍청이가 아니거든. 우리 마을에서, 특히 촌장 앞에서 우리 동족을 공격한다는 게 어떤 의민지는 알고 있다고 믿어. 묵호검주, 그렇지?”
나는 고개를 한 번 크게 주억거렸다.
“당연하죠. 설명하겠습니다.”
돌연변이들한테는 눈으로 보여 주는 게 빠르다.
오른팔로는 목을 그대로 제압한 채 왼손으로 카멜레온의 옷을 확 찢어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상의만.
자연스럽게 파충류 비늘 가득한 상체가 공개된다.
거수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옷은 왜 벗겨? 변태야?”
해골뱀도 감정을 알 수 없는 태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도리어 내가 당황하게 된다.
왜들 이래?
이거 안 보여?
“모르시겠습니까?”
“모르겠는데.”
“뭘?”
“하…….”
이렇게 대놓고 보여 줘도 모르다니?
나는 카멜레온의 뒤통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내 눈에, 어느새 갈아낀 귀안 특성을 통해 한 가지 흔적 기관이 보였다.
배꼽.
한 가지 생각해 보자.
돌연변이에게 배꼽이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돌연변이마다 다르다는 것.
거수곰 같은 포유류형, 야차나 악마체 같은 악마형 돌연변이에게는 배꼽이 있다. 그들은 잉태되어 자궁에서 성숙한 뒤 태어나니까.
반면 식물형, 조류형, 파충류형 같은 돌연변이는 배꼽이 없다. 3개월 동안 알 상태로 완성되어 태어나고, 스스로 마력을 끌어모아 성숙한 다음 알을 깨고 각성하기 때문.
따라서 카멜레온에겐 배꼽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있다.
마력핵 피어싱을 박은 채, 감각 교란 마력 파장을 뿜뿜하는 중이다.
문제는 거수곰도 해골뱀도 배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건 단순 감각 교란 마력 파장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하나밖에 없지.’
테러 조직 퀘스트를 해결하다 보면 무작위로 몬스터 리그 테러리스트와 마주치게 된다.
그들을 잡다 보면 드랍하는 보물 지도.
거기 표시된 보물 창고를 찾으면 얻을 수 있는 소모품 중 하나.
로키의 비웃음.
대상 지정형 변신 소모품.
본인에게 버프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디버프로 작용한다.
괴물촌을 대상으로 썼으면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그 정도 물건이 아니었으면 거수곰을 속이지 못했을 거고.
‘이 새낀 너무 안일했어.’
감각 교란 마력핵을 장착하고 있으니 적당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겠지.
세간에 알려진 나는 유망한 전사.
귀안이나 육감 같은 감각계, 탐지계 특성을 갖고 있으리란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금오안은 염두에 뒀겠지만.
“커헉! 놔, 놔라!”
“싫은데?”
“촌장님! 살려 주십시오!”
“오냐. 너 딱 기다려라.”
거수곰이 팔을 뻗는다.
어지간한 사람 키보다 큰 팔.
육식동물 팔이 아니라 통나무가 뻗어 오는 듯하다.
나는 혀를 한 번 차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 좀 조용히 계세요. 촌장님은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뭐?”
“본인이 호구질한 거 자각하지 못하겠으면 가만히 구경이나 하고 계시라는 겁니다. 당신은 속았으니까.”
“뭐어어?”
무시한다.
거수곰이 입에서 불을 뿜건 말건 내 일을 한다.
[정화]지금은 금강체에 포함된, 그래서 한동안 장착하지 않았던 특성.
정화는 나만 아니라 남에게도 쓸 수 있다.
카멜레온에게 연거푸 정화를 사용한다.
마력 파장이 연속으로 카말레온을 뒤덮었다.
뭔가 느낀 것일까.
카멜레온이 악을 쓰며 목을 비틀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이, 이 새끼가 절 죽이려고 합니다!”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나!”
“제가 뭘 하는지 다 느끼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가만히 보고만 계세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거수곰.
내가 발하는 마력 파장을 보고는 앞발을 파르르 떤다.
감각계나 탐지계 특성이 없다고 해도 7레벨은 7레벨.
마력 파장만 느껴도 대충 뭘 하는지는 알아볼 수 있다.
“살려, 살려 줘…….”
자연스럽게 카멜레온의 목소리도 잦아든다.
거수곰이 자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도 눈도 아닌 배꼽을, 마력핵 피어싱을 꽂아 놓은 그 부위를 보면서.
“감히, 감히!”
이제 거수곰의 분노는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옮겨 갔다.
바로 카멜레온에게.
돌연변이도 아니면서 돌연변이를 사칭하고, 자신은 물론 마을 전부를 속인 초인에게.
거수곰이 울부짖으며 양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감히 나를 속여!”
파파팟!
시뻘건 빛이 솟구친다.
순둥순둥 소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던 거수곰은 없다.
격노한 야생곰만 남았을 뿐.
등에 쫘악 소름이 돋았다.
이글거리는 붉은 강기.
7레벨 궁극지경의 증거가 번개 폭풍처럼 출렁이고 있었으니까.
“잠깐만요!”
나는 카멜레온을 제압한 채 왼손을 내밀었다.
“죽이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는데?”
“이놈 분명히 부하들이 있을 거예요! 족쳐서 이놈 부하들까지 싹 다 잡아야 합니다!”
몬스터 리그 부두목이나 되는 놈이 혼자 다닐 리 없지.
거수곰이 이를 갈며 카멜레온을 노려보았다.
“썩은 고기 같은 놈! 운 좋은 줄 알아라! 묵호검주가 아니었으면 네놈을 단숨에 포 뜨고 갈기갈기 찢어서 애새끼들 먹이로 줬을 거다!”
해골뱀이 슬며시 다가왔다.
자기 손가락을 똑 부러뜨려서는 증식시키더니, 뼈 사슬을 만들어 카멜레온을 칭칭 동여맨다.
신체 구속은 물론 마력까지 동결시키는 기술.
카멜레온이 컥컥거리며 숨을 몰아쉬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뭘?”
“위장은 완벽했다. 내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고 조직에 전해지던 귀중한 보물까지 썼단 말이다!”
“날 속일 정도는 아니었나 보지. 보자마자 느낌이 오던데? 넌 전사의 감도 모르냐?”
“전사의 감…… 빌어먹을!”
카멜레온이 욕설을 퍼부었다.
차마 입에 옮기기에도 민망한 욕.
해골뱀이 듣다 말고 카멜레온의 입을 후려쳤다.
“시끄러워.”
뻐억!
대단히 찰진 소리가 났다.
카멜레온이 피를 토한다.
피와 함께 우스스 떨어지는 하얀 치아들.
거수곰이 살벌하게 웃음을 흘렸다.
“잘했어. 내 몫까지 한 대 더 때려 줄래?”
“응.”
뻐억!
이번에는 뒤통수.
카멜레온이 그대로 정신을 잃고 허물어졌다.
“또 신세를 졌군. 이번에는 정말로 큰일 날 뻔했어. 묵호검주 자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마을 전체에 고난이 닥쳤을 걸세.”
흥분이 가라앉은 것일까?
거수곰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내게 말을 붙인다.
“아닙니다. 결국 진실은 밝혀졌을 겁니다. 저놈이 뭘 썼는지는 모르지만 촌장님 같은 분을 속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잠깐이라고 해도 문제네. 내가 멍청했어. 자네 말대로 호구질을 한 거지. 철저히 검증하고 확인한 다음에야 마을에 들였어야 했는데 동족이라고 생각해서 눈이 어두워졌었어.”
자책하는 거수곰.
정말 위험했다.
테러리스트잖아.
마을 안에서 폭탄이라도 터뜨리면 어떻게 해?
일반적인 폭탄이 아니라 특수 마법 폭탄, 돌연변이 폭주를 촉진하는 폭탄이라면 심각한 문제.
괴물촌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수가 있다고.
“이놈이 마을에 뭔 짓을 했을지 모릅니다. 이놈 있던 곳에 폭탄 같은 거 없는지 확인해 보세요.”
“맞아. 그 생각을 못 했군. 해골뱀아? 한번 쓱 돌아보고 와라.”
“만만한 게 나지.”
“너도 나 만만하게 생각하잖아.”
“알았어. 갔다 올게.”
“주변에 저놈 부하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계도 확인해 보세요!”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이는데…… 뭐, 알았어.”
해골뱀이 카멜레온을 끌고 나갔다.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어어, 뭐야?”
“해골뱀아! 그 불쌍한 애를 왜 그러고 있어?”
“풀어 줘! 뭔 실수를 했는지 몰라도 풀어 줘!”
“멍청이들! 눈이 있으면 봐!”
“어? 배꼽이잖아?”
“우리 동족 아니었어?”
“아니래. 인간이래.”
“뭐? 거짓말!”
카멜레온의 합류는 괴물촌 전체에서 화제가 됐던 모양.
죽이니 살리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쓰게 웃었다.
“어휴.”
거수곰도 한숨을 폭폭 쉰다.
그러더니 자리에 앉고는 박수를 땅땅 쳤다.
마력 파장이 집 전체를 뒤흔들고, 한쪽 문이 열리며 인간들이 나타났다.
응?
인간들?
“촌장님. 부르셨습니까?”
“어엉. 시원하게 라면 한 사발 말아 주시게.”
“어, 저분은…….”
“아. 손님용 라면도 한 그릇. 보다시피 인간이니까 인간용으로. 알았지?”
“예, 촌장님.”
흰 조리복에 빵모자를 눌러쓴 인간들.
나는 생경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요리사잖아?
거수곰이 허허거리며 웃었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먹는 게 최고지. 자네도 한 그릇 어때? 식사 때 지나지 않았나?”
“좋지요.”
거수곰과 마주 보고 앉았다.
식탁이 망가진 바람에 바닥에 앉아서 먹어야 했다.
거수곰은 그게 더 익숙한 모양.
사실 덩치가 덩치다 보니 항상 좌식 생활을 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그게 더 익숙하기도 하고.
후르륵!
라면은 뜻밖에도 맛있었다.
일본식 라멘과 한국식 라면의 그 중간 어디쯤.
수제로 쳐 낸 면발을 절묘하게 삶고 얼큰한 국물에 풍성한 고명을 얹어 주는데 홍대 맛집이라도 찾아온 느낌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을 때, 거수곰은 자기 몫 솥을 들어 국물째 퍼마시고 있었다.
“안 짜요?”
“짜니까 맛있는 거지! 인간용 라면은 너무 맨숭맨숭해. 하여간 자네에겐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네. 자네 아니었으면 이런 건 꿈도 못 꿨어.”
“요리사를 고용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흐흐. 요즘 우리 마을 유행이라네. 굴뚝은 봤지?”
“그럼요. 가스가 아니라 장작도 때는 것 같던데요.”
“가스 불에는 마력핵 가루를 못 치거든. 그래도 도시가스는 깔아 뒀어. 급할 때 간단히 해 먹기에는 좋잖아.”
“도시가스를 까셨다고요? 이 오지예요?”
“돈만 많으면 쉬워.”
듣고 있던 요리사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그렇다.
돈만 있으면 도시가스든 뭐든 다 깔 수 있지.
저 요리사들만 해도 고연봉에 고복지 약속받았으니 여기까지 왔을 거 아냐.
어쨌든 긍정적인 변화.
예전에는 무슨 오지 야만인 마을 같았는데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카멜레온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심문만 하고 넘겨주지.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변이 인자를 추출하든 폭주시켜서 마력핵을 만들든 마음대로 하게.”
“냉정하시네요.”
“흥. 인간놈 따위 죽든지 말든지. 아, 자네는 빼고. 자네는 우리 마을의 친구고 은인이니까.”
거수곰이 라면 솥을 다 비웠다.
“아마 하루쯤 걸릴 거야. 곧 밤이 되는데 오늘은 자고 가는 게 어떤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 우리 마을 주민들이 자네를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는지 모르지? 카멜레온 건도 있고 하니 더 좋아할 거야. 어쩌면 자네랑 결혼하겠다고 나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지.”
“음, 그게 말입니다…….”
“농담이야, 농담. 솔직히 말해서 우리 마을 여자들이 인간들 호감을 살 외모는 아니지 않나? 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네.”
거수곰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송아지 같은 눈이 저러고 있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그만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괴물촌에서의 하룻밤은 퍽 인상 깊었다.
돌연변이들은 노르드 전사보다 더 정열적으로 술과 노래, 춤을 즐겼다.
외모는 흉악하지만 속은 순수한 그들.
나도 간만에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
즐거웠던 밤이 지나고 차가운 햇살이 돋아나던 때.
마을 전체가 고요한 잠에 취한 시간.
폭발이, 폭음이 흥겹던 공기를 찢어발겼다.
“테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