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58)
특성 쌓는 김전사-160화(158/300)
160화 토르 연공법 -2-
이계인!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래.
생각은 하고 있었다.
토르나 다른 신격들이라면 내 정체를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8레벨이 특성 전환을 알아봤는데 9레벨은, 또 10레벨은 오죽하겠어?
그렇다고 토르를 만나는 걸 늦출 수는 없었다.
강해져야 하니까.
어떻게든 토르 연공법을 받아 내야 하니까.
토르 연공법은 토르를 만나는 것 외에는 얻는 방법이 없고.
살며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응? 그냥 알았지 뭘 어떻게 알아. 눈에 다 보인다, 요 작은 인간아. 그래서 네가 살았던 세상은 좀 어떻냐? 거기에서도 내가 살아 있냐?”
토르는 내가 이계인이라는 사실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엉뚱하게도 내가 살던 지구에 호기심을 드러낸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미스틸테인의 후회로 얻는 무적 시간은 짧다.
고작해야 몇 분 남짓.
토르 연공법을 전승받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옛다!”
토르가 내 마음을 눈치채곤 손을 휘저었다.
마법처럼 황금 쟁반이 나타난다.
쟁반 위에 수북한 과자, 혹은 빵.
익숙한 생김새.
빵 같기도 쿠키 같기도 한 모양에 색색의 과일칩과 치즈 조각이 꽃잎처럼 박혀 있다.
암브로시아.
게임에서는 넥타르와 비슷한 한계 돌파 소모품.
단, 유료 구매만 가능했다.
설정으로는 넥타르보다 더 희귀하다는 설정이었지.
인간들은 만들지 못하고 신들만 빚을 수 있다고 했거든.
“먹으면서 말해 봐라. 다 거덜 내도 좋으니까.”
진짜요?
진짜로 다 먹어 버립니다?
토르의 창고를 다 비우면 오늘 7레벨 찍는 거 아니야?
“쯧쯧. 속이 다 보인다, 요 작은 인간아. 어차피 내 앞에선 먹어봤자 다 증발한다. 신과 대면하는 것이 장난인 줄 알아?”
쳇. 좋다 말았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넥타르가 회춘과 불노의 영약이라면 암브로시아는 불사의 영약.
무적 타임은 낭낭하게 제공할 것이다.
암브로시아를 입에 가져갔다.
폭발적으로 달고 상큼한 맛.
맛보는 순간 전신의 감각이, 영감이 개화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 감각은 곧 사그라지고 내 주변에 방어막처럼 펼쳐졌다.
토르 때문에.
존재감을 감추긴 했지만 살아 있는 벼락처럼 타오르는 눈앞의 존재 때문에.
토르가 없었으면 모두 내 양분이 됐겠지.
아쉬웠지만 어차피 토르가 내준 영약.
담담히 원래 세계의 기억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제가 살던 곳에는 신이 없었습니다.”
“뭐? 신이 왜 없어?”
“신도 악마도, 마법도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뭔 개소리야? 그럼 니네들 농사는 어떻게 지어? 비료 안 쳐? 잠깐. 그럼 술은? 발효는 어떻게 시켜?”
“그게 말입니다…….”
내가 질소 비료 만드는 법까지 설명해야겠냐?
그리고 술?
대충 누룩 넣어서 발효시키면 되는 거 아니었어?
기억을 더듬어 겨우 설명했다.
전문적인 부분은 당연히 모른다.
그나마 대충의 개념은 알고 있어서 토르의 호기심을 채워 줄 수 있었다.
한참 듣던 토르가 말했다.
“참 이상한 세상이군. 전사의 세상은 아니야. 농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지.”
“그건 그렇습니다.”
참 아이러니하다.
원래 세계에서는 복지 천국이라던 북유럽.
또, 평민과 농민의 수호신이라던 토르.
그런데 눈앞의 토르는 명백히 귀족과 전사에 치우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딘의 신격을 일부 이어받아서일까?
토르가 황금잔을 들어 넥타르를 벌컥벌컥 마셨다.
끄어억, 트림을 내뱉고는 요르문간드 박제 의자에 몸을 기댄다.
흡사 배부른 불곰 같은 모습.
내게 턱짓하며 말했다.
“이해는 안 간다만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래, 너 작은 인간도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겠지. 물어보거라. 오랜만에 재미있었으니 몇 개는 답해 주마.”
기다리던 말.
“감사합니다. 그럼 몇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저를 누가 소환했는지 아십니까?”
아무 이유 없이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SSR 천마 뽑았더니 다음 날 끌려온 게 말이 돼?
초월적인 힘이 작용한 게 분명하다.
토르라면 알 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질문.
뜻밖에도 토르는 내 기대를 배신했다.
“모른다.”
“예에?”
“모른다고. 내가 아버지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어, 이건 의외네.
“옛 아버지가 절 소환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죽어서 육체도 없는 양반이?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아닐걸. 애초에 그치는 자기 부활 말고는 전혀 관심 없는 양반이야. 그리고 어느 신이든 다른 세계에서 영혼을 소환할 정도로 힘을 쓰면 나도 바로 알아. 그런데 최근에 그런 걸 느낀 적이 없다.”
그럼 누구지?
그에 대해 묻자 토르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24시간 차원 방벽만 들여다보는 줄 아냐? 난 몰라! 관심도 없고! 어딘가의 음침한 마법사가 힘을 썼나 보지. 네가 한번 잘 찾아봐라.”
와…… 자기 일 아니라고 무심한 거 보소.
그래도 수확은 있다.
날 소환한 주체.
분명히 신은 아니라는 것.
마법사든 뭐든 필멸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누구지?’
머릿속에서 촤르륵, 캐릭터 카드를 펼쳐 본다.
아케인 서울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를.
안타깝게도 단서가 부족했다.
더 많은 단서를 찾아야 누가 날 이 세상으로 끌고 왔는지 추리할 수 있겠지.
“전 옛 아버지가 절 끌고 온 줄 알았습니다.”
“네 영혼 때문에? 하긴, 네 영혼은 특별하긴 해. 내가 이렇게 말을 받아 주는 걸 보면 모르겠냐?”
“특성 전환 때문입니까?”
“어. 네 영혼은 격이 굉장히 높아. 굉장히 특이하기도 하고. 업을 조금만 더 쌓으면 승천해서 성좌가 될 수 있겠다. 하급신은 되고도 남겠어.”
입맛을 다시는 토르.
“그래서 말인데 너 죽고 나서 어디 갈 데 없으면 내 밑에서 에인헤랴르 안 할래? 시구르드가 소멸되고 나선 대장 맡길 놈이 마땅치가 않았는데 잘됐다. 너 내 대천사 해라.”
“예? 전 죽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만.”
“그러니까 죽은 다음에 말이야. 요 작은 인간아. 아무 곳에나 환생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 암만 격이 높아도 미물로 환생할 수도 있는 게 차원계의 법칙이야.”
왜 이야기가 여기로 튀는데.
내가 눈만 끔뻑이자 토르가 손을 휘저었다.
“잘 생각해 봐라. 환생해서 0에서 시작하느니 대천사 되는 게 훨씬 낫지. 너 정도 영혼의 격이면 내 밑에서 조금만 굴러도 소신격 정도는 충분히 돼. 그래도 살아 있을 때 9레벨은 찍어야 하니까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살고. 죽어라 싸워. 알아들었지? 그러다 마음 정하면 내 신전 아무 데나 가서 나한테 기도해. 그럼 축복도 내려 주고 메긴기요르드와 야른그레이프르 복제품도 내려 주고 할게. 그거 있으면 너 두 배로 강해진다.”
“하하하…….”
지금 주시면 안 됩니까?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입 밖으로 냈다간 정말로 코가 꿰일 것 같아서.
대천사가 된다라…….
너무 스케일이 커져서 당장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말씀 감사합니다. 살면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어엉. 그래. 고민해 봐라. 궁니르랑 슬레이프니르가 주인만 기다리고 있다. 내 전사장이 되지? 격만 제대로 쌓지? 바로 궁니르랑 슬레이프니르 준다.”
궁니르는 탐나네.
슬레이프니르도.
복제품이 아니라 진짜를 준다는 거잖아.
9레벨 이후, 죽은 이후의 이야기지만 토르는 낚시를 할 줄 알았다.
요르문간드 낚았던 짬바 어디 안 간다 이거지.
암브로시아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토르도 슬슬 지루하다는 기색을 내비친다.
이제 질문 한두 개면 끝.
묻고 싶은 건 많지만 묻어 두었다.
근육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토르.
난 몰라.
모르겠는데 어쩌라고?
이 대답이 들려올 게 뻔해서.
대신 향후 내 계획을 결정지을 질문을 던졌다.
“옛 아버지가 조만간 부활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알지.”
“절 그릇으로 쓰려고 하는 것도요.”
“당연히.”
“절 도와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내가 왜? 네가 내 권속이라도 되냐? 내 에인헤야르가 되겠다고 맹세하고 신도로서 문신을 받으면 그때 도와주마.”
역시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토르가 심드렁한 눈으로 날 주시했다.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줄 안다는 듯.
“제가 극복해 보겠습니다.”
“흐흐, 그래야지. 전사라면 자기 힘으로 적을 때려 부숴야 하지 않겠냐? 여기서 네가 나한테 도와 달라고 했으면 에인헤랴르로는 써먹어도 전사장 자리는 안 줄 생각이었다.”
변덕 쩌네.
하긴 신화 속 토르는 그런 이미지였지.
진득하고 근엄한 노병이 아니라, 여기저기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사고뭉치.
“열심히 해 봐라. 난 그런 놈들 좋아하거든. 안 될 거 뻔히 알면서도 들이받는 멍청이들. 죽으면 발할라로 기어 올라오고, 살아남으면 대영웅이 되는 법이지.”
“저와는 별개로, 위대하신 번개께서는 옛 아버지가 부활하는 데 아무 느낌이 없으십니까? 옛 아버지는 위대하신 번개의 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토르가 뺨을 긁적였다.
요르문간드를 박제한, 그래서 팔걸이에 달린 흉측한 머리를 매만지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 솔직히 그치가 부활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예? 진심이십니까?”
“어, 그래. 나를 봐라. 요 작은 인간아. 이 멍청한 궁전을 봐.”
토르가 벌떡 일어났다.
창문으로 다가가 활짝 열어젖힌다.
그러자 드러나는 웅대한 광경.
대지처럼 딸린 구름.
곳곳에 치솟는 뾰족한 산봉우리.
손에 잡힐 듯 유영하는 해, 달, 별.
가슴 탁 트이게 하는 장면이지만 토르는 불만족스러운 모양.
“나는 전쟁의 신이다. 천둥의 신이며 번개와 비, 구름을 몰고 다니는 폭풍신이기도 하지. 그런데 내가 이런 곳에 갇혀서 넥타르나 축내고 있어야겠냐?”
아…….
토르의 마음을 알겠다.
“옛 신들은 다 어디 갔느냐? 고대의 전사들은? 돼지고기 대신 적의 목을 썰고 머리를 쪼개던 에인헤랴르들은? 지금은 다 버러지들뿐이다. 나도 전사들도 이 궁전에 유폐되어서, 이 쓰레기통 아차원에 갇혀서는 하루하루 썩어 가는 처지다.”
잠시 숨을 들이쉬는 토르.
희뿌연 두 눈이 과거를 더듬는다.
좋았던 시절을, 마음껏 지상을 거닐고 싸움질하고 노름판을 벌이던 옛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라그나로크 때 죽었어야 했다. 요르문간드를 죽이고 그 독에 죽었어야 했어! 그러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다. 아니, 라그나로크 때까지 갈 것도 없지. 신멸 전쟁 때 죽었으면 이 꼴은 안 봤을 거다. 신멸 전쟁에 참가하질 말았어야 했어! 신멸 전쟁의 승리자니 뭐니 떠들지만, 결국 이득 본 건 너희 작은 인간들뿐이지 않느냐!”
그건 그렇다.
아케인 서울의 나레이션이 괜히 [신은 죽었다]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신멸 전쟁 결과.
패한 신들은 죽었고 승리한 신들도 유폐되었으니까.
승리자는 오로지 인간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의 시대가 열렸다.
황금만능주의와 마도과학 지상주의의 시대가.
“세계대전을 원하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이거 안 좋은데…….
그래서 에피소드 3, 고대신의 부활 때 교단들이 그렇게 소극적이었구나.
대한민국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되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이런 속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토르 교단만 아니라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일 거 아냐.
“그래도 응원은 해 주마.”
토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보았다.
“옛 아버지. 그치는 정말 역겨운 새끼거든. 놈이 부활하면 세상이 재미있어지긴 하겠지만 그만큼 끔찍하게 변하겠지. 놈이 부활했으면 하는 마음 반, 부활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반이다. 너도 살고 싶으면 발버둥 쳐 봐라. 나한테 의탁하면 더 좋고.”
토르가 손을 뻗었다.
유령처럼 다가온 손이 내 가슴을 관통한다.
심장과 척수를 한꺼번에 쥔 손.
손이 아니다.
순수한 마력 덩어리였다.
아니, 그보다 더 순수한, 마력이라고도 신성력이라고도 부르기 힘든 어떤 순일한 힘이었다.
꽈르릉!
번개가 쳤다.
천둥이 울렸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력 회로가 실시간으로 해체되고 있었다.
제멋대로 휘감기고 깨지고 분해되었다가 조립된다.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새롭게 구축된 마력 회로.
[토르 연공법]시구르드 연공법과는 비교가 안 된다.
말 그대로 한 줄기 벼락.
더없이 강렬하고 지극히 격렬한 힘이 도도히 내 전신을 운행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전능감이 날 사로잡는다.
주먹을 쥐자 체내에서 천둥이 은은하게 울린다.
“가 보아라.”
세상이 멀어진다.
토르도, 요르문간드 박제 의자도, 세상에서 박리되어 있던 집무실도, 하늘 위의 궁전도, 아차원 아스가르드도 아스라이 멀어진다.
차원 방벽을 통과하기 직전.
무적이 풀렸다.
그러자 비로소 보인다.
거대한 그림자가.
아스가르드 전역에 드리워진 존재감이.
내가 봤던 인간형 토르는 그저 허상.
실체는 아차원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고 웅장한 태초의 벼락이었다.
“후욱, 하아, 후으읍.”
아주 잠깐 노출된 것만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아니, 으스러지는 것 같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며 심장이 엇박을 내고 있었다.
“제, 젠장.”
황급히 불사와 재생 계열 특성을 장착했지만 무소용.
상급 치유 물약과 성수를 마셨다.
그것으로도 안 되어 엘릭서를 한 병 땄다.
그제야 겨우 진정되는 육체.
아니, 영혼.
“하아아…….”
실화냐?
아스가르드에서 튕겨 나가면서 1초, 아니 0.1초 본 게 전분데 이 지경이 된다고?
저절로 몸서리를 치게 된다.
“가장 위대하신 번개께서 손을 좋게 보신 모양입니다.”
“죽을 뻔했습니다만?”
“허허. 마력 회로를 관조해 보시지요.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날 보며 웃는 법황.
왜 저래?
가만히 내부를 들여다본 다음 이유를 깨달았다.
[토르 연공법]이 마력 회로 주변.
타닥타닥 튀며 돌아다니는 전깃불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한다.
손가락에 밀어 올린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작은 전깃불이 튀었다.
파지직!
속성 특성 [벼락].
전격 속성에서는 누가 뭐래도 1티어.
화염 속성 중 흑염과도 비견되는 그것이.
내 손가락 사이에서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