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59)
특성 쌓는 김전사-161화(159/300)
161화 토르 연공법 -3-
뜻밖의 횡재.
사실 일반적인 상황에선 흑염이 더 좋다.
흑염은 신성, 암흑, 화염의 중첩 속성이니까.
신성과 전격의 중첩 속성인 벼락과 다르게.
그러나 꼭 흑염이 벼락의 상위 호환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묠니르 때문이지.
‘도트딜과 폭딜의 차이도 있고.’
무심히 묠니르를 쓰다듬었다.
우르릉.
벼락 맺힌 손이 닿자 묠니르가 은은한 우레성을 낸다.
경쟁하듯이 왼쪽 팔뚝의 아이기스가 슬며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가이아 만나면 혹시 지구 특성을 주려나?
벼락을 주입해서 묠니르 날리고, 지구 부여해서 아이기스 전개하면 그것도 괜찮겠네.
이중 속성 성기사.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빌드.
“잘 보시게.”
법황이 손을 뻗었다.
후웅, 어딘가에서 묠니르가 날아온다.
내가 가진 것과 똑같은 물건.
토르 교단 법황은 원래 성기사 출신이었다지?
지금은 사제 계열이 됐지만 한때는 전사이자 사제였던 인물.
타닥, 타다닥.
벼락을 일으켜서는 묠니르에 주입한다.
번개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오로지 묠니르에만.
주위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고 망치에만 집중된 채로.
“이야…….”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마력 운용.
전율이 저절로 일어난다.
집중된 마력이, 신성력이 그야말로 무시무시했으니까.
고층 건물 하나쯤은 가볍게 부수지 않을까?
‘집적에 이은 폭발이라 이거지.’
그런데 법황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볍게 손을 떨쳐 묠니르를 던진 것.
쌔액!
날아가는 묠니르.
분열한다.
삽시간에 열 개 스무 개씩 늘어나서는 수백 개가 되어 집무실 안을 휩쓴다.
놀라운 점은 그 와중에도 바람 한 오라기 만들지 않았다는 것.
늘어뜨린 커튼은 미동조차 없다.
내 촉각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작동하는 감각은 오로지 하나.
마력 감각뿐!
번개 덩어리는 어느새 빛마저 초월해서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마력은 수십 배로 불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안 들리고 바람도 만들지 않는, 무형무음의 벼락 폭격.
오로지 초인, 그중에서도 최소 5레벨 이상 고레벨 초인들만이 느낄 수 있겠다.
이 융단 폭격을.
소도시 하나쯤은 부수고도 남을 막강한 힘을.
꿀꺽.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법황이 빙그레 한 번 웃더니 장난스럽게 손뼉을 쳤다.
“붐!”
“헉!”
“허허, 장난일세. 대신전을 날려 먹을 수야 없지.”
묠니르는 얌전히 돌아왔다.
태초의 벼락처럼 이글거리던 힘도 모두 사라진 다음.
나는 그걸 보며 속으로 한 가지 개념을 쌓았다.
‘집적, 폭발…… 그리고 초월.’
물리 법칙이고 뭐고 다 씹어먹는 모습.
괜히 8레벨을 초월경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2레벨에 4레벨 청소부 협회장을 이겼고, 5레벨에 7레벨 구 노인을 이겼던 나.
그래서 자만심이 싹 트고 있었지만 오늘 새롭게 개안한 느낌이다.
하긴 허접한 구 노인하고 토르 교단 법황을 비교할 수는 없지.
게임에선 설정으로만 존재했던, 엑스트라도 못 되는 양반이지만 실제로 본 법황은 SSR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좀 아시겠나?”
“조금은요. 많이 배웠습니다.”
“오호? 많이 배우셨다?”
“예. 지금 당장은 못 하겠지만 이정표 삼아 정진하겠습니다.”
“한번 해 보시구려. 봐 드릴 테니.”
묠니르를 쥐고 들어 올렸다.
잠시 갈등.
[금강체][불굴][불사] [마력혼][마력 갑옷][시구르드 연공법]토르를 만나러 가기 전, 법황과 대면하기 전 내 특성은 이랬다.
디버프 저항이 있는 건 다 쓴 것.
지금은 또 바뀌었지만.
[금강체][불굴][불사] [마력혼][토르 연공법][벼락]이대로도 괜찮다.
마력혼, 토르 연공법, 벼락만으로 충분해.
하지만 내 전력은 아니지.
내 고민은 그거였다.
특성 전환까지 사용해 전력을 보여 주느냐, 아니면 있는 것만 적당히 쓸 것이냐.
‘어차피 토르도 알아.’
특성 전환만 아냐?
이계인인 것도 알지.
‘대놓고 드러내는 것도 방법이지.’
변곡점이다.
내 특성 전환을 알린다고 해도 법황이 날 해코지할 가능성은 적다.
자기가 모시는 신이 나를 대천사로, 헤인헤랴르 대장으로 점찍고 있는데 뭘 어쩌겠냐고.
어쩌면 죽은 다음 얼굴 봐야 할지도 모르는 사이.
나는 소리 없이 특성을 교체했다.
[신성력][성광][신기] [토르 연공법][마력혼][벼락]법황이 눈을 치떴다.
가만히 손을 오무렸다.
힘을 끌어 올린다.
전신의 마력을 모조리 불태운다.
토르 연공법 특유의 맹렬한 마력이 장중하게 내 마력 회로를 흐르기 시작한다.
거기에 벼락을 점화하고.
신성력과 성광을 뿜으며 묠니르에 집어넣었다.
꽈르릉!
벼락이 터진다.
강렬한 빛이 망막조차 태워 버릴 것 같다.
나는 무심히 묠니르를 내려다보았다.
느껴진다.
묠니르를 이루는 여러 금속.
천상금, 진은, 세계철, 드워프 강철, 엘프 청동 등등.
그중에서도 천상금이 주가 된다.
세계철과 진은은 근육 같고 드워프 강철은 뼈이자 외피이며 엘프 청동은 접합재다.
특히 천상금.
벼락을 한껏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마력 회로다.
인체의 혈맥이며 신경계다.
거기에 집중했다.
마력을 불어넣었다.
신성력을 공회전시켰다.
구아아앙!
엔진음처럼 울부짖는 묠니르.
내게는 보인다.
힘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는 것이.
이젠 더 이상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오로지 망치에 갇힌 채, 아니, 망치에서 번개로 승화한 채로 완벽히 갈무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망치 형상을 잃었다.
순수한 벼락 덩어리가 되어서는 내 손에서 광포하게 포효한다.
이건 마치…….
‘아스트라페.’
제우스의 벼락창.
창을 닮지도 않은, 순수한 벼락을 형상화했다는 그 무기.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여태 내가 던지던 묠니르는, 묠니르가 뿜던 번개 폭풍은 장난감에 불과할 정도로 강한.
흑염으로도 대적할 수 없다.
최소한 지고화는 불러와야 비슷해질 것이다.
‘여기까지구나.’
안타깝게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초월.
그 개념을 손에 담기엔 내가 부족했던 것.
성광과 신기의 보정을 받아도 그랬다.
상위 특성을 갖추거나 레벨을 올리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한계.
“허허허.”
그러나 법황은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첫 번째 시도에 멸절뢰 구현에 성공하다니…… 허허허, 난 무엇을 위해 그토록 오래 고생했는지…….”
멸절뢰?
이게 멸절뢰라고?
그건 전격 속성 최상위 특성이잖아.
지극화나 지고화처럼.
묠니르가 있으면 멸절뢰 구현이 가능한 모양이다. 특수한 기법과 특성을 사용하는 식으로.
‘특성은 안 주나?’
멸절뢰라는 말에 묠니르를 이리저리 써 보았다.
던져도 보고 휘둘러도 보고 살짝 힘을 분출도 해 보고.
꾸아앙!
용틀임하는 벼락.
집무실이 날아갈 뻔해서 법황이 기겁해서는 방어막을 쳤다.
안타깝지만 특성 획득은 안 됐다.
묠니르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 그런 모양.
나는 비난하듯 쳐다보는 법황을 보며 씨익 웃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끄응. 밑천 털린 느낌이외다. 어떻소? 이 기회에 문신을 받으시는 것이? 상급 기사단장이 아니라 성전사 총사령관직을 내리리다. 총기사단장은 최소한 7레벨이어야 하지만, 총사령관은 6레벨도 가능하다오.”
“아직은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토르 님께서도 서둘러 결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하셨고요.”
“쯧! 이거 괜히 보여 드렸구먼. 손께서 전능자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보여 드렸을 거요. 교단 성기사들에게나 가르치는 기술인데 한번 보고 따라 할 줄 누가 알았겠소.”
“전능자라니요?”
처음 듣는 단어.
법황이 눈을 끔뻑이더니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손께서는 모르시는구려?”
“생전 처음 듣습니다.”
“그럴 거요. 고위 마법사와 사제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지식이거든. 전사들은 잘 모르지. 손께서는 본인이 두 번째 보는 전능자요.”
“그 전능자라는 게 뭡니까? 그 뭐냐, 무한한 재능과 만 가지 초능력의 축복에 대해서는 들어 봤습니다만.”
천겁지고성이라고 했지.
마법 정령에게 듣고, 태양 마탑주에게 듣기로는.
“천겁지고성? 흠, 아시아에선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오? 지극히 무한한 세월에 지극히 고귀한 별이라…… 낭만 있는 이름이로고. 우리끼리는 전능자라고 부른다오. 하급 신격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억겁의 윤회와 환생을 거쳐 지고한 위치에 도달한 위대한 영혼을 이르는 말이오. 그게 이 세상에서는 마력 회로의 실시간 진화로 이뤄진다오.”
법황이 나를 본다.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 나를 관통한다.
저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마력 회로의 실시간 진화.
그게 바로 특성 전환이 아니면 뭐겠어.
“전능자는 언제든 자신의 마력 회로를 진화시킬 수 있다오. 물론 자신이 체득하고 습득한 마력 회로에 한해서지. 아무리 전능자라 해도 자신이 모르는 마력 회로를 만들 수는 없소.”
위대한 영혼.
왜 성녀가 나를 그렇게 불렀는지 알겠다.
교단 수장들끼리는 다 아는 내용이었구나.
“법황님께서 보신 다른 전능자는 누구입니까?”
“천마라오.”
천마!
바로 이해가 됐다.
예전에 만난 수호자 연맹 총재, 혈왕이 내게 그런 말을 했지.
내가 자기 사부를 닮았다고.
얼굴은 말고 분위기가.
그때는 뭔 소리인가 했는데 천마도 전능자, 즉 천겁지고성이었나 보다.
“천겁지고성은 세상 모든 초능력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전 못 익히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허허. 아무리 전능자라도 제한 없이 모든 초능력을 익힐 수는 없소. 당연한 거 아니오? 신의 혈통이 아닌데 신혈을 각성할 리 만무하며, 용의 혈통이 아닌데 여의주를 만들어 낼 수도 없지요. 마찬가지요. 조건이 맞춰지지 않으면 전능자라 한들 초능력을 각성하고 마력 회로를 새기지는 못하는 법. 그게 되면 인간이 아니라 신 아니겠소?”
그거 말 되네.
고유 특성과 계열 특성은 못 익힌다 이거지.
톡, 톡, 토독.
법황이 탁자를 두드렸다.
특정한 마력 파장을 담고 울리는 진동.
사제 한 명이 마법 상자를 가져왔다.
법황이 상자를 열어 안을 보여 준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수정병 하나.
오색 빛을 머금은 수정병 둘.
붉은 액체가 든 수정병 다섯.
별빛이 담긴 수정병 다섯.
나는 반사적으로 침을 삼켰다.
보자마자 정체를 깨달았기 때문에.
“손께 드리는 뇌물이오.”
“이걸 저한테 다 주신다고요?”
“가장 위대한 번개께 귀띔을 들었소. 차후에 천사장이 되실지도 모르는, 제 상사가 되실지도 모르는 분이니 미리미리 잘 보여야 하지 않겠소? 마음 같아선 메긴기요르드와 야른그레이프르를 드리고 싶으나 그건 교단 성기사에게만 내려지는 물건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오.”
괜찮아.
충분해.
네 종 물약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라고.
엘릭서. 넥타르.
여기에 최상급 치유 물약과 최상급 성수.
최상급쯤 되면 돈을 주고도 못 구한다.
그야말로 여벌의 목숨.
엘릭서만큼은 아니어도 다 죽어 가는 사람을 물약 한 병으로 살릴 수가 있다.
변이되기 직전이라도 마찬가지.
적당히 다쳤을 때 엘릭서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한테는 정말이지 필요한 물건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베풀어 주시다니,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허허. 뇌물이라오, 뇌물.”
내가 먹튀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뭐, 한 교단의 법황이니까 이런 물건은 썩어 나겠지.
법황 입장에서도 보험 든다 생각하면 과투자는 아닐 것이다.
‘가이아 교단에도 가 봐야겠네.’
가이아 교단이 그리스 올림포스산에 있었지?
거기서도 이것저것 퍼 주려나?
토르 연공법과 달리 나랑은 인연이 없어서 안 가 볼 생각이었는데…….
아니지.
나한텐 마르스 검투법이 있잖아.
마르스는 곧 아레스.
가이아와는 증손 관계.
마르스가 멀쩡히 살아 있고, 이탈리아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 관계를 잘 어필하면 뭐든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허허. 본인이야말로 미리 감사드리겠소이다. 나중에 모른 척하지 마시오.”
“물론이지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법황과 오랫동안 단독 면담을 해서일까?
나를 보는 사제들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오후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가십니까?”
“나중에 또 오십시오.”
“형제님. 좋은 하루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사제만이 아니다.
대주교, 기사단장, 장관, 집사장, 성회 의원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딱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만 인사하며 대신전을 빠져나왔다.
“휴우!”
머리는 좀 아팠지만 풍족한 성과를 얻었다.
당초 목표했던 토르 연공법.
거기에 더해 조종, 일체, 고함, 가속, 벼락 특성까지.
아, 미스틸테인의 신살이랑 물약 4종 세트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이 정도면 목표 300% 달성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집에 가자.”
[예, 주인님. 하늘배는 안 꺼내십니까?]“너무 크고 느려.”
[편안히 모시겠습니다.]레드 쿠거를 타고 가면 허리가 아프다.
그래도 시속 60 킬로미터로 세월아 네월아 가느니 레드 쿠거가 낫지.
자동 모드로 해 놓고 좌석을 최대한 뒤로 눕혔다.
스포츠카의 한계로 누워 갈 수는 없지만 90도 정자세보단 편했다.
쌔애액!
얼어붙은 북유럽 하늘을 나는 레드 쿠거.
대한민국 영공에 접어들 때까진 기분이 참 좋았다.
서울에 도착한 직후.
내 빌딩.
구 노인에게 받은 1,200억짜리 강남 빌딩이 공격당했다는 걸 듣기 직전까지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