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96)
특성 쌓는 김전사-196화(196/300)
196화 대균열 –2-
칼리에게 스타 스폰 방호복을 돌려받았다.
그 위에 츄리닝을 덧입으며 셋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너희들끼리 가야 해. 방향은 기억하지?”
“네.”
“최대한 멀리 돌아가. 이 근처는 괴물이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방심하지는 말고.”
예전에 서울에서 사 둔 망원경과 탐지기, 순간이동 마법칩, 신속 마법칩, 대탈출 마법칩을 나눠 주었다.
어둠 재규어 교단은 이 근처 괴물을 주기적으로 소탕한다.
셋이라면 조용히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백소린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은요?”
“저 안에 있는 괴물을 유인해서 데려갈 거다.”
“어, 그럼…….”
“그래. 이계종과 싸움 붙일 생각이야.”
칼리를 변이시킨 별의 자손은 7레벨.
단순한 7레벨 마물이 아니라 던전 보스급이다.
시체룡은 더하지.
던전 보스가 아니라 에피소드 보스니까.
대미궁에서 내가 잡았던 네피림, 황금 양털을 구하면서 사냥한 황금용보다 한 등급 위.
“조심하세요.”
“너무 위험해요.”
“야. 그냥 그러려니 해. 우리 선생님이 몸 안 아끼는 게 하루 이틀이야?”
“천마지체잖아요. 천마지체.”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선생님. 천마지체는 뭐 위험을 극복해야 레벨 올라가고 그런 거예요? 가끔 보면 천살성보다 더한 것 같아요.”
투덜대듯 걱정하는 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손을 한 번 흔들고는 은신 특성을 사용했다.
“나중에 보자.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느긋하게 움직이다간 괴물한테 잡아먹힌다.”
“윽, 알았어요.”
“먼저 가라.”
“네!”
셋이 출발하고 속으로 100을 센 후 행동 시작.
은신은 은신일 뿐 투명화가 아니다.
다행인 점은 이 회색 공간은 시계 확보가 어렵다는 점.
최대한 기척을 죽여 접근한다.
초거대 눈알처럼 둥둥 떠 있는 거대 짐승 뼈 요새로.
‘여기였지.’
짐승 뼈를 얽어 만든 요새라 곳곳에 틈이 있다.
어둠 재규어 교단은 마법 결계로 요새를 보강했지만, 대균열의 기운은 주기적으로 결계를 침식한다.
그중 하나.
요새 구석에 난 개구멍을 확인했다.
‘좋았어.’
사람 하나 드나들 크기 구멍이 나 있다.
아직 보수하지 않은 모양.
차분하게 다가가서 귀안으로 내부를 관찰한다.
육안으로는 안 보이는 레이저 방범선 너머로, 경비병 한 명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게 보였다.
‘교대 시간이 1시간이었지?’
주기적으로 뚫리는 개구멍에, 어둠 재규어 교단은 레이저 감시 장치와 CCTV, 경비병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곧잘 파탄이 발생하는 법.
수십 년이 넘도록 개구멍을 통해 괴물 몇 마리가 들어온 게 다이다 보니 감시 상태가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져 있었다.
“여, 마크!”
“어어어! 으으, 교대 시간이야?”
“어. 고생했어.”
“자네도 고생하라고. 빨리 교대해서 여기 좀 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게 말이야. 아주 사람 미치게 만든다니까?”
30분쯤 뒤.
새로운 경비병이 교대하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거의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내가 행동을 개시한 것은 정확히 3분이 지난 시점.
비좁은 레이저 방범선 사이로 연체동물처럼 몸을 구겨 넣었다.
이 정도는 쉽지.
내 능력치가 얼만데.
재구성 영약을 두 번이나 먹은 나는 강철보다 강하면서 문어보다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CCTV 영역.
대균열 회색 공간을 비추지 않기 위해 CCTV가 경비병 앞으로 고정된 게 다행이었다.
팟!
“어어?”
점멸을 써서 뛰어넘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경비병이 깨어났지만 몸을 숨긴 다음.
복도 뒤에 몸을 붙이고 죽은 척까지 쓰고 있었다.
주위를 몇 번 둘러본 경비병이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시간 진짜 안 가네…….”
그러고는 다시 머리를 파묻는다.
‘휴.’
잠입은 처음이라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 죽이고 들어갈 수는 없다.
여기 있는 교단의 전력도 상당하니까.
적어도 한강 아래 숨어 있던 정도는 된다고 봐야지.
시체룡을 제압하고 있을 테니.
복도를 따라 쭉쭉 진출.
가끔 숨은 CCTV와 레이저 방범선이 있지만 날 속일 수는 없다.
귀안과 금오모, 예언자의 고리로 모조리 읽어 내고 있었다.
때로는 몸을 구부리고 때로는 천장에 붙으며 CCTV와 레이저 방범선을 지나친다.
“시체룡은 어때?”
“마찬가지지, 뭐.”
“진짜 질기네. 벌써 몇 년째야?”
“20년이 다 되어 가지. 그래도 끝이 보여. 기다려를 3초 동안 성공했다고 하더라고.”
“3초? 그게 성공한 거라고?”
“관건은 10초야. 10초만 제압할 수 있으면 마력 퍼부어서 권속으로 만들 수 있다네? 그때가 되면 대제사장님께서도 건너오시겠지.”
“그리고 그날이 우리 교단이 비상하는 날이 될 거고 말이야.”
“어둠 재규어께서 정당한 권좌를 찾으시면 우리 모두 태양의 나라 호수의 도시에서 영생을 누릴 거야.”
떠들던 연구원들이 멀어진다.
나는 복도 뒤에 숨은 채 그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저래 봬도 5레벨.
최소한 5레벨이 아니면, 대균열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들을 향해 스르륵 접근한다.
레이저 방범선과 CCTV 지역을 한 차례 통과.
연구원들이 문 앞에서 카드키를 꺼낼 때, 조용히 접근해서 목을 휘어 감았다.
“으윽!”
“컥!”
실전 격투에 포함된 제압을 발동.
두 연구원이 경련하다가 축 늘어졌다.
미안하지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죽기 싫었으면 애초에 사교를 믿지 말았어야지.
저세상에선 행복하라고.
‘어디…….’
연구원의 카드키와 눈동자, 손가락을 챙겼다.
시체는 골프백에 넣어서 처리.
내가 알기로 시체룡이 있는 곳까진 방범문 세 개를 통과해야 한다.
두 번째까지는 카드키와 생체 인증만으로 가능.
세 번째는?
마법 보안이 걸려 있으니 불가능하다.
거기서부터는 무력으로 뚫고 들어가야겠지.
삐익!
[에드먼드 레이튼 연구원님 확인되었습니다.]방범문 두 곳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안쪽은 바깥과 분위기가 달랐다.
지극히 현대적인 연구소라고 해야겠지.
금속 재질의 벽과 바닥.
천장에서 환하게 빛나는 하얀 형광등.
쉬지 않고 들리는 기계음까지.
딱 하나만 빼고.
“구오오오오!”
아스라이 들리는 울음소리.
정신이 잠깐 흐려졌다가 돌아왔다.
울음소리에 담긴 힘이 뇌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
거리가 가까워져서 다 강하게 작용한다.
제압된 상태에서도 저 정도면 온전했을 때는 장난 아니었겠어.
‘다 왔구나.’
최후 방범문이 코앞이었다.
순찰하는 경비병들도 자주 보였다.
여길 지나가면 숨 돌릴 시간 따윈 없다.
경비병들이 교차한 직후.
아주 잠깐 시선이 떨어진 틈을 타 보안 인증을 진행했다.
삐빅! 삐비빅!
소리가 울리자 경비병들이 반사적으로 돌아본다.
“어?”
“너 뭐야!”
그들이 반응하는 것보다 문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카드키 보안문, 생체 인증 보안문이 열렸다.
남은 것은 가장 두꺼운 마력 인증 보안문.
이미 아이기스가 전개되어 있었다.
지구 특성을 주입한다.
원래는 투명하고, 신성력을 주입하면 하얗게 변하던 아이기스.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올림포스에서 봤던 것처럼 정육면체 파랗고 노란 입자가 수도 없이 돋아나 오돌토돌하게 변한다.
그대로 후려갈겼다.
꽈아앙!
철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수십 센티미터가 넘는 두께와 보강 마법진도 내 일격을 버티지 못한 것.
“비, 빌어먹을!”
“쏴!”
“죽여!”
타타타탕!
경비병들이 뒤늦게 총을 갈긴다.
하지만 늦었다.
난 이미 망가진 철문을 지나갔다.
자연스럽게 탁 트인 것처럼 보이는, 사실은 방어 결계 수십 겹에 첩첩이 둘러싸인 공간이 나온다.
축구장을 방불케 하는 크기.
거대한 존재가 묶여 있다.
이계종 시체를 수도 없이 뭉쳐 탄생한 시체룡이다.
시체룡이 꿈틀거린다.
그때마다 이계종 시체들도 괴악한 비명을 지른다.
[그어어어엉…….]시체룡을 칭칭 감싼 검은 밧줄이 보였다.
게임에선 저 밧줄이 갑옷처럼 변해 있었지.
아직 그 정도까진 가지 않은 것이다.
대신 밧줄을 잡아챈 초인들이 보였다.
암흑 신성력을 줄기줄기 뽑아내는 사제 계열 초인들.
날 보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 뭐야!”
“침입자다! 침입자야!”
“경비병들은 뭘 하는 거냐!”
“당장 저놈을 죽여!”
바깥 경비병들만 믿고 있었던 걸까?
공터 안에는 사제들밖에 없었다.
마법적으로는 그게 좋긴 하지.
다른 계열이 껴 있을 때보다 신성력 증폭하기 좋으니까.
대신 오늘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타타타타타탕!
뛰어든다.
쌍권총을 난사한다.
어느새 특성 세트가 바뀌어 있었다.
무적총과 함께 총잡이 계열 특성들로만.
그 보정을 받아, 코앞의 사제들은 물론 수백 미터 바깥 사제들도 마력 탄환이 거침없이 관통했다.
“커헉!”
“큭!”
“으으윽!”
사제들도 당하지만은 않는다.
저마다 신성 방어막을 만들고 결계를 펼쳐 공격을 막았다.
대신 치명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잡고 있던 밧줄이 끊어지고 시체룡이 풀려난 것.
“구오오오오!”
강렬한 용울음.
시체룡인 탓에 황금용보다는 약하다.
그러나 용언으로 흘린 나와 다르게 사제들은 마력이 끊기고 폭주해 기절하고 피를 토하는 일이 속출했다.
“제, 젠장!”
“안 돼!”
“도망쳐!”
“무슨 헛소리냐! 재봉인해야 한다!”
“하지만, 제사장님!”
“바로 재봉인을…… 크허헉!”
되겠냐?
여기 있는 것은 정확히 사제 12명.
4명은 6레벨, 8명은 5레벨.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용을 상대하려면 전사 계열이 앞에서 시선을 끌어 주고 강화병이 교란하며, 마법사에게 화력 지원받는 것이 필수.
공격을 받아 줄 전사가 없다?
도리어 훼방 놓는 고레벨 전사만 있다?
그러면 이렇게 되는 거지.
으적.
제사장이 잡아먹혔다.
분노하여 폭주한 시체룡에게.
물론 제사장도 방어막을 쓰긴 했지. 다른 사제들도 원거리에서 축복과 보호를 지원했고.
문제는 내가 있었다는 것.
멀리서 저격총으로 방어막을 약화시키자 시체룡 이빨이 단숨에 방어막을 으깼다.
“저놈! 저놈이!”
“도망쳐야 해!”
“죽여!”
비상이 울리고 경비병들이 쏟아지자 더욱 혼란이 번진다.
콰아아아아아.
거기에 시체룡의 숨결까지 작렬.
순도 높은 암흑 속성 마력과 독기가 결합한 공격이다.
20년 이상 묵은 숨결이라 지독히 강력했다.
우왕좌왕하던 사제들도, 칼과 총을 들고 뛰쳐 들어온 경비병들도 속절없이 녹아내린다.
시체룡을 속박하던 공동의 벽과 천장도.
보강하던 마법진도.
수십 겹도 넘게 쳐져 있던 결계도 몽땅 다.
“후!”
나도 피땀을 닦아 냈다.
[마법 방어][불굴][영역 방어막] [마력 방패][마력 갑옷][마력 방어막]암흑 방어가 포함된 마법 방어.
독 저항이 포함된 불굴.
여기에 아이기스를 펴고 4중 방어막을 만들어 겨우 막아 냈다.
숨결이 정통으로 꽂힌 게 아닌데도 심각한 타격.
피가 목구멍을 넘어오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상위 속성이 없으니 차이가 크네.’
황금룡 용왕염이 차라리 막기 쉬웠지.
흑염 때문에.
머리를 한 번 흔들고는 뛰쳐나갔다.
불사와 여러 회복 특성으로 내상을 완벽히 치유한 상태.
“그르르륵.”
시체룡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날 보았다.
“이거나 먹어라!”
타앙! 탕!
대구경 권총을 두어 발 쏘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
시체룡의 숨결이 요새를 몽땅 박살 낸 상태라 어느 방향으로든 도망칠 수 있었다.
“그어어어어엉!”
역시나 기계처럼 반응하는 시체룡.
길게 한 번 포효한 후 날개를 펼친다.
느릿하게 날아오르더니 거의 부유하듯 낮게 비행하며 나를 쫓아온다.
좋아.
속도는 게임에서 본 그대로.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
당연히 쉽게 유인할 수 있다.
‘조심하자.’
내 계산상 한 번은 위기가 온다.
거기까진 괜찮다.
딱 한 번은.
만약 유인하는 게 늦어서 두 번 위기가 온다면 곤란해진다.
내 설계가, 계획이 어긋났다는 소리니까.
탁, 타닥!
걱정은 뒤로하고 달린다.
대공습이, 신속이, 가속이, 이동 계열 특성이 날 앞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뒤에서 콰아아아 하고 공기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숨결 공격.
어둑한 독기가 날 뒤덮지만 무시했다.
영체화 특성으로 무적 시간을 벌었으니까.
비행하면서 쏘는 숨결은 강도도 지속 시간도 떨어지는 법.
내 계산대로, 영체화가 끝나기 전 시체룡의 숨결도 끊어졌다.
“서, 선생님?”
“이쪽이에요! 이쪽!”
“달려! 마법칩 쓰면서 달리라고!”
“으에엑!”
이쯤에서 미리 보낸 셋과 합류.
셋이 마법칩을 깨뜨렸다.
신속 마법칩이 발동하면서 속도가 확 빨라진다.
“칼리! 방향 여기 맞아?”
“맞아요! 속삭임이 들려요!”
칼리가 성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말했다.
거리가 가까워진 탓에 스타 스폰 없이도 텔레파시가 전해지는 것.
나도 비슷했다.
스타 스폰 방호복이 아까부터 꿈틀대고 있었다.
조용히.
은밀하게.
동족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살며시 작업을 치는 중이다.
내 몸을 빼앗으려고.
‘조금만 더…….’
음울하게 펼쳐진 회색 공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역을 구별할 수 있다.
어지럽게 얽힌 무늬를 판별해서.
내가 있는 곳은 소용돌이무늬가, 암모나이트 껍데기 같은 나선무늬가 반복되는 지역.
곧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목표가 나온다.
7레벨 별의 자손이.
시체룡과 싸움 붙일 7레벨 마물이.
콰아아아.
뒤에서 공기 빨려드는 소리가 치솟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틀렸나?
너무 늦어 버렸나?
지금쯤 소라탑이 나타났어야 했는데, 게임과 현실은 달랐던 걸까?
그때였다.
내 눈앞에 거대한 탑이 신기루처럼 나타난 것은.
왜곡된 공간 속이라 시야가 마법적으로 제한되는 바람에 이제야 소라탑을 인지한 것.
나는 제자들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순간이동을 써! 옆으로!”
그러면서 몸을 날렸다.
대포알처럼 소라탑 문을 부수고 안으로 안착.
콰콰콰콰콰.
몸을 숨기기 무섭게 어둠 숨결이 들이닥쳤다.
소라탑을 녹이고 부수면서.
구구구궁.
소라탑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린다.
방어 결계가 작동하고 마법의 빛이 수도 없이 떠오르지만 소용없다.
모래성이 파도에 깎여 나가듯 천천히 붕괴되고 있었다.
그러자 내가 유도했던 반응이 나왔다.
7레벨 별의 자손 출현.
정신파가 시체룡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