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2)
특성 쌓는 김전사-202화(202/300)
202화 지고화 –2-
게임에서는 간단한 업적이었다.
주기적으로 물약만 터치해 주면 된다.
안 죽게.
HP가 0이 안 되게.
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랐다.
여섯 속성의 불길을 직접 감당해야만 했다.
‘괜찮아.’
나는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었다.
‘신열보다는 나아.’
그땐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지.
마력 방어막을 늦게 각성했다면 옛 아버지에게 굴복하고 말았을 것이다.
쉽진 않다.
마법 저항도 금강체도 불굴도 아무것도 없이 견뎌야 했으니까.
그래서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지고화 다음에는 방패 전문가를 만들어야지.’
충격파만 있으면 되니까.
‘방패 전문가 다음에는 천벽을 만들까?’
천벽은 방패 계열 최상위 특성.
방패 전문가에 마력 방어막, 마력 방패, 마력 갑옷, 영역 방어막, 요새화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다.
‘상위 성기사도 만들어야 하는데…… 성검, 성휘, 성관 중에 뭐가 좋을까?’
사실 이미 결정했다.
아직 필수 특성 하나를 못 얻어서 못 만들었지.
‘고룡도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용언도 용울음도 있다.
용기사 특성 만들고 고룡을 타고 다니면 공중전에서 날 이길 초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머리를 굴렸다.
미래 계획도 세워 보고, 과거 흑역사도 들쳐 보고, 성녀 욕도 좀 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조금씩 통증이 덜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장까지 솟아오르던 불길이 약해지고 있었다.
텁텁하게 막혀 있던 숨통도 어느새 트였다.
장작이 다 타고 불길이 잦아드는 것.
“이, 이럴 수가!”
제단 위에서 꿈틀대던 교주가 입을 벌렸다.
“살았다고? 위대하신 지고화의 위장에서? 이건 불가능하다! 이건 불가능해!”
그러더니 이를 으드득 갈았다.
“가증스러운 옛 아버지! 그자가 자기 대전사에게 힘을 주었구나! 개 같은! 심연의 구덩이에나 빠져라!”
아까부터 단단히 오해하고 있네.
슬며시 등을 폈다.
온몸이 다 오그라든 상태.
근육이 쪼그라들어 힘을 주기도 등을 펴기도 어려웠다.
대신 심장에 맺힌 강렬한 마력이 느껴진다.
적을 바치지 않았다.
무고한 이들을 제물로 쓰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생성된 특성이 막대한 마력을 생성한 것.
[희생]게임에서는 생명력을 소모해서 마력으로 치환되는 특성이었지.
성휘 기사의 필수 특성이기도 하고.
비록 만들 생각은 없지만.
성휘 기사는 아군 강화에 강점이 있는 빌드.
나는 솔로잉을 주로 하니 성휘 기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우드드득!
천천히 일어났다.
치유 물약도 성수도 마시지 않는다.
오로지 특성 전환을 사용할 뿐.
[불사][재생][소생] [상처 회복][치유][활기]회복 계열 특성을 총동원한다.
시원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살갗이 회복된다.
닫혔던 오감이 다시 열린다.
까맣게 오그라들었던 눈이, 귀가, 코가 재생되는 것.
“맙소사.”
“조상님 중에 트롤이 있으신가…….”
“임꺽정도 저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눈을 떴다.
흐릿하던 세상이 금세 고정된다.
소리가 들렸다.
쿠웅, 쿠웅, 하고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
교주의 바로 뒤, 위압적으로 세워진 신상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신께서 강림하신다!”
교주가 입에 거품을 물고 외쳤다.
“옛 아버지의 대전사야! 어디 옛 아버지에게 울고 빌어 봐라! 네놈의 신이 강림하지 않는 한 위대하신 지고화께 대적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는 조용히 전투를 준비했다.
완전한 신격이라면 내가 이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자아만 겨우 되찾은, 부활도 못 하고 이름도 못 찾은 고위 정령 따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완전히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쿠궁, 쿠구궁.
신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악마를 닮은 두 눈에 시뻘건 불길이 돋는다.
세 개의 팔, 세 개의 다리를 꿈틀거리더니 입을 벌린다.
악어를 닮은 주둥이 아래 사람 이빨이 세 겹으로 돋아 있었다.
[제물은 어디에 있느냐.]대제례는 진행되었다.
제물의 불도 드높이 타올랐다.
그러나 공양된 육체도 영혼도 없다.
오히려 자기 마력만 쏙 빠져나갔지.
그러니 신이 직접 강림하여 제물을 찾는 것.
“신이시어! 위대하신 지고화시여!”
교주가 꿈틀대며 외쳤다.
“저 악적이, 사악한 악신의 대전사가 위대하신 지고화께 바칠 제물들을 가로챘습니다!”
[내 제물을 가로챘다고? 악신의 대전사가?]신상이 삐걱삐걱 고개를 내렸다.
사악한 안광이 날 관통한다.
[과연. 실로 사악한 신들의 대전사로군. 벼락과 지구, 그 종자들이 오늘에도 나를 방해하는가.]“예? 벼락과 지구라니요?”
[잘되었다. 두 신의 힘을 품은 대전사라니, 참으로 먹음직스럽구나. 내 저놈을 잘근잘근 씹어먹고 말겠다. 그리하면 내 이름도 더 선명해질 테지.]쿠웅, 쿠웅.
신상이 걸어온다.
발을 디딜 때마다 돌로 만든 바닥이 푹푹 파인다.
숨결은 재앙불꽃이다.
훅훅 숨을 내쉬면 공기와 공간이 함께 불타오르고 있었다.
“위대하신 지고화시어! 저 좀…… 커헉!”
교주가 도와 달라 청하나 무시.
되레 신경 쓰지도 않고 짓밟고 지나간다.
허리 아래가 뭉개져 버린 교주.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목소리도 안 나오는 모양.
숨을 헐떡이다가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네 사도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신상이 시체를 밟고 잠시 멈추었다.
이제야 밟은 걸 자각해서?
아니다.
쪼르르륵.
교주의 시체가 신상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피도, 살점도, 뼈도, 심지어 영혼마저도.
실시간으로 신상이 변화한다.
금속 조각상에서 생명체를 닮아 가는 것.
교주를 완전히 흡수한 다음에는 완전히 생명체로 변화했다.
단지 생김새가 기괴할 뿐.
“으으으!”
“우, 우린 다 죽을 거야!”
“어째서! 어째서 신을 부른 겁니까! 어째서요!”
구석에 몰려 있던 피해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미 신상이, 재앙신의 화신이 신전을 완벽히 장악한 까닭이다.
내가 고위 정령이라 폄하하긴 했으나 신은 신.
7레벨은 되어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잘 먹었다. 살아서는 교세를 널리 퍼뜨렸고 죽어서는 내 양분이 되었으니 실로 신실한 자로다.]“그러면 네 천국에 자리라도 만들어 주지?”
[천국을 만들기보다 이름을 되찾는 것이 먼저다.]“사기꾼 새끼.”
[자, 너도 오너라.]화신이 내게 손을 뻗는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러나 정신줄을 놓고 화신에게 걸어가는 대신, 나는 금강체와 불굴, 마법 저항을 함께 사용하여 튕겨 냈다.
이어서 묠니르 투척.
[벼락][신성력][신기] [성광][감응][투척]꽈르릉!
벼락흔이 그어진다.
번개 다발이 화신을 맹폭하고 있었다.
흥, 코웃음을 치는 화신.
세 개의 팔을 휘젓자 불칼과 불채찍과 불총이 소환된다.
[이깟 장난감 따위!]나도 기대 안 했다.
벼락과 지구.
훌륭하고 강력한 속성이지만 불의 재앙신에겐 썩 유효하지 않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재앙신의 약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화염 속성.
그중에서도 신성 속성과의 중첩 속성이 제대로 타격을 입혔다.
묠니르를 따라 달려간다.
번개 폭풍은 눈속임에 불과할 뿐.
묠니르를 튕겨낸 화신이 날 쳐다보지만 늦었다.
특성을 바꾸고 쌍권총을 든 다음이었다.
[무적총][총잡이][사격] [난사][조준][천상화]타타타타타탕!
총알을 쏟아붓는다.
탄창을 가볍게 비우고 생성된 마력 탄환을 모조리 날린다.
아까 희생으로 쌓은 마력도 마찬가지.
중기관총을 가뿐히 넘는 화력이 화신을 난타했다.
[무, 무슨!]불이 피어오른다.
신성하고 화사한 순백 불꽃이다.
벼락 공격을 대비하고 있던 화신은 제대로 허를 찔렸다.
그것도 자신의 약점 속성에게.
새하얀 꽃잎이 꽃밭처럼 화신을 뒤덮고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내 손이 빠르게 교차했다.
쌍권총은 무장집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소총과 산탄총이 대신 손에 잡혔다.
방아쇠를 당겼다.
결합된 탄창을 다 비운 다음 몸을 던졌다.
꽈아앙!
이번에는 방패로 후려갈겼다.
[지구][신성력][신기] [성광][감응][방패 치기]아이기스의 방어력이 공격력으로 치환된다.
지구 속성까지 더해져, 정육면체 모양처럼 변한 아이기스.
산사태 같은 파괴력이 화신을 관통했다.
무게 수 톤이 넘을 화신이 붕 떠서 나가떨어진다.
[노오옴!]묠니르를 던질까?
천상화를 부여해서?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포기.
대신 색다른 시도를 해 보았다.
[칼라라트리][검의 주인][섬전] [천상화][초능력][육감]내 칼라라트리는 섬전 기반이다.
보통 전격 속성으로 발현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반드시 전격 속성으로만 사용할 수 있을까?
흑염이나 지구 속성을 써서, 다른 속성으로는 사용하지 못할까?
나는 예전부터 그 답을 알고 있었다.
화아악!
화염이 번진다.
섬전으로 공간을 관통하고 지나간 나.
내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화신.
번개가 그린 지그재그 궤적을 따라 타오르는 불꽃.
해일이었다.
화염 해일이 화신을 덮치고 있었다.
[크어억!]화신이 무릎을 꿇었다.
[인간 주제에!]나도 속이 쓰렸다.
7레벨이 되고 마력 용량이 몇 배로 늘었지만 단번에 소모한 것.
그럴 수밖에 없다.
마력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칼라라트리와 검의 주인.
여기에 천상화를 부여하기 위해 검강을 쓰고, 초능력으로 조율하고, 육감으로 제어했다.
‘끝을 보자.’
그렇다고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더 더 더 공격해야 한다.
화신은 7레벨과 8레벨, 그 사이에 위치한 괴수.
네피림이나 시체룡보다 격이 높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면, 특히 저기 있는 피해자들에게 잠깐이라도 접근을 허용하면 그들을 잡아먹고 힘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 몰아쳐야 한다.
내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화악! 화아악!
칼라라트리를 연거푸 발동한다.
천상화 검강이 화신을 찢고 불태운다.
화신이 이를 갈며 불칼과 불채찍을 휘두르지만 의미 없다.
마르스 검투법으로 튕겨내고 다시 칼라라트리를 꽂았으니까.
일격 일격에 벼락과 천상화가 휘몰아치며 폭딜을 확정 지었다.
[죽어라!]콰앙! 콰앙!
화신이 불총을 쏴 갈긴다.
지근거리에서 뿜어지는 불꽃.
피할 수 없었다.
섬전?
기본적으로 무적 효과가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
영체화에서 비롯되는 무적 효과니까.
화신도 거기까지 계산하고 방아쇠를 당긴 거였다.
나는 모르는 척 칼라라트리를 사용했다.
화신의 입에 징그러운 미소가 걸린다.
그러나 잠시 잠깐에 불과했다.
화신이 득의해서 웃는 것도.
내 장갑에서 황금색 빛이 번지자 언제 그랬냐 싶게 웃음기가 싹 사라져 버린다.
[이건 또 뭐냐!]신 주제에 무식하네.
황금 양털도 몰라?
모르면 죽어야지.
꽈아앙!
묵호검이 화신을 관통했다.
단단한 합금 동체를 뚫고 등 뒤로 빠져나온다.
천상화와 벼락이 내부에서 화신을 부수고 있었다.
화신이 피 대신 불꽃을 왈칵 토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 어찌 한낱 인간에게 내가…….]천상화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다른 캐릭터로는 어그로 끌고 방어만 하고, 천상화로만 공격하는 게 정석 공략이었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무난하게 이길 수 있었지.
대신 NPC들은 다 죽었지만.
이 세상에선 피해자들마저 지켰다.
그만큼 천상화 버전 칼라라트리의 폭딜이 어마어마했던 것.
[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화신으로 강림해서 죽으면 격이 크게 깎인다.
자아를 잃지는 않겠지만 그 직전까지 갈 정도.
혹여나 인천과 경기도 지부까지 털린다?
완전히 야단 나는 거지.
[이리 오너라.]최후의 발악.
화신이 손을 뻗는다.
내 뒤에 있던 피해자들의 눈이 멍해진다.
몇몇은 서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하찮다, 하찮아.
너만 언령 쓰냐?
나도 쓴다.
[정신 차려!]장대하게 터뜨린 용울음.
신의 목소리처럼 격이 높진 않다.
하지만 힘만큼은 더 압도적이었다.
피해자들이 화들짝 놀라서는 깨어났다.
“뭐, 뭐…….”
“우욱! 우웨엑!”
소소한 부작용이 있었다.
기절하고 구토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
중요한 건 이게 저들이 아니다.
손에 힘을 주었다.
묵호검을 길게 돌리며 구멍 파듯 도려냈다.
동그란 구멍이 뚫리고 내부의 마력핵이 내 손 위로 굴러떨어진다.
[이놈, 이노옴!]화신이 소리 높여 부르짖었다.
[저주한다. 너를! 내 심장을 걸고 너를 저주한다!]마력핵이 번쩍인다.
음울한 울림과 함께 연기를 뿜는다.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기운.
타르 원액처럼 덮쳐 오지만 난 시큰둥하기만 했다.
[불굴][저주 저항][마법 저항][암흑 저항]우선 이 네 특성으로 막고.
[지구][신기]아이기스를 써서 흐트러뜨렸다.
“이게 다냐?”
[이, 이 건방진 놈이!]“끝이면 이만 꺼져. 잡귀 새꺄.”
마력핵을 내리쳤다.
아이기스 위에 대고, 묠니르로.
꽈앙!
여간해서는 깨뜨리기 힘든 마력핵.
그러나 천상화로 충분히 녹여 놓은 상태다.
내리친 즉시 으깨지며 별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끄아아악!]화신의 마지막 비명.
그것을 신호로 불길이 일어난다.
나도 빠르게 특성 전환.
지고화 여섯 재료를 장착하고 기다렸다.
마력 회로가 달궈진다.
용광로에 던진 금속처럼 녹아서 한데 뒤섞이기 시작.
뜨겁다.
지독한 열기가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었다.
마력 회로가 서로 엉겨 붙으며 마침내 하나의 형태를 이뤄 갔기 때문에.
[지고화]성녀의 [흑금세례염]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파괴력, 파급력 같은 걸 따지면 흑금세례염이 낫지.
하지만 지고화와 흑금세례염이 부딪힌다면?
지고화가 흑금세례염을 잡아먹는다.
단지 태양 마탑과의 내기 때문이 아니라, 성녀와 옛 아버지 교단 대적용으로도 필요했다는 뜻.
“하하하! 하하하하!”
경솔했던 세례가, 오만했던 방목이 성녀의 목을 옥죌 것이다.
성녀의 얼굴이 찌그러지는 걸 상상하며, 통쾌하게 웃어 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