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3)
특성 쌓는 김전사-203화(203/300)
203화 지고화 –3-
며칠 전만 해도 김지윤은 인생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었다.
곧잘 이용하던 마트.
별생각 없이 들어갔을 때, 화려하게 마법 폭죽이 터진 것.
[축하합니다! 고객님!] [저희 마트 백만 번째 방문이세요!] [사은품으로 프랑스 레스토랑 이용권을 드립니다!]그래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꿈만 같은 경험을 했다.
화려한 인테리어.
최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쓴 요리.
은도 아니고 진은을 섞어 만든 식기.
말 그대로 TV에서나 보던 레스토랑이었다.
가족들도 좋아했다.
[엄마! 이거 엄청 맛있어!] [우리 다음에 또 오자!] [하하. 자기가 거기 마트 다닌 보람이 있네. 거기가 다른 데보다 훨씬 싸다며?]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족들이 하나둘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식곤증이었을까?
김지윤도 끼무룩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지옥이 시작되었다.
[여보! 여보!] [난 괜찮아! 거기 있어! 반항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여보! 안 돼!] [아빠! 엉엉, 아빠아!]가족이 깨어난 곳은 철창 안이었다.
좁디좁은 감옥에 사람들이 돼지처럼 갇혀 있었다.
물 한 모금 얻어 마실 수 없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진짜는 매일 끌려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여보…….]네 식구 중 남편이 가장 먼저 끌려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위대하신 지고화를 찬양하라!] [오오 거룩하신 주 세상을 정화하소서♪] [오오 불신자들을 포식하시어 그 위엄을 세우소서♪]그렇게 사람들이 끌려간 후에는 어김없이 노랫소리가 들렸다.
저주받아 마땅한 음성이.
광기 어린 가락이 천장을 뚫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엄마…… 나 목말라.”
“엄마……”
어린 딸과 아들이 칭얼거린다.
하지만 팔을 뻗어도 안아 줄 수가 없다.
광신도들은 굳이 가족들을 서로 다른 감옥에 가둬 놓은 것.
조금이라도 고통받으라고.
그래서 제물로 바쳤을 때 더 강한 정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엄마 여기 있어. 혜연아, 정훈아, 조금만 참아. 알았지?”
“엄마, 엄마……”
김지윤은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옛 아버지시여. 당신의 자식을 구하소서…….”
응답은 없었다.
그토록 헌금을 하고 주말마다 신전에 다녔건만, 어떤 구원도 도움의 손길도 와 닿질 않는다.
“흐흐흑, 시바 신이시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줄어든다.
광신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끌고 갔다.
그리고 김지윤이 간절히 오지 않기만을 바랐던 시간이 오고 말았다.
“너 나와라.”
“안 됩니다! 우리 딸만은, 제발! 차라리 절 데려가세요!”
“시끄러! 늙은 년 주제에. 지고화께서는 싱싱한 어린 피를 원하신다. 끌고 가!”
“안 됩니다!”
“이년이 진짜!”
퍼억!
김지윤은 배를 움켜쥐고 꺽꺽 숨을 몰아쉬었다.
어딜 어떻게 맞은 걸까.
장이 꼬이는 아픔이 뇌를 새하얗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성애는 때로 고통을 초월하는 법.
피를 토하면서도 바닥을 아득바득 광신도를 향해, 울부짖는 딸을 향해 기어갔다.
“내 딸…… 안 돼…… 혜연이만은…….”
“이년이 진짜!”
광신도가 주먹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광신도가 제지한다.
“그만둬. 죽이면 손해야. 저년 탈 없이 잡아 온다고 고생한 거 잊었어? 내일이면 죽을 년인데 내버려 둬.”
“젠장. 알았어.”
쾅!
신도가 철창문을 거칠게 닫았다.
“이년아! 오후는 네 아들놈 차례고, 내일은 네년 차례야! 흐흐, 위대하신 지고화의 뱃속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기대해라!”
“흐윽! 흐으윽!”
“엄마! 엄마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울고 절망하는 것뿐이다.
죽음 같은 적막 아래 울음소리만 잔혹하게 깔린다.
곧 노랫소리가 들려오겠지.
지고화라는 신을 찬양하는 죽음의 성가가.
그리고 처절한 비명도.
김지윤은 그만 자기 귀를 틀어막았다.
“옛 아버지시어…… 옛 아버지시어……”
대답 없는 신을 소리높여 불러본다.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에서 피를 토하면서 기도한다.
자기를 바치겠다고.
그 무서운 인신 공양의 제물이 되어도 좋으니 딸 혜연이만은, 아들 정훈이만은 살려 달라고 기원한다.
그때.
김지윤이 기도하던 그때.
타타타타탕!
총소리가 들렸다.
여기 끌려와선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소리.
고개를 든다.
김지윤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치켜든다.
설마 하는 표정이 흐릿하게 떠올라 있었다.
“호, 혹시, 토벌대?”
“토벌대라고?”
“정말 토벌대가 온 거야?”
“그럴 리가!”
“저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이렇게 큰 사이비 교단에 토벌대가 올 리가 없어!”
어떤 이는 희망을 품었다.
어떤 이는 아닐 거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부정하는 이조차 얼굴에 일말의 기대가 깃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타타탕! 탕! 타탕!
총소리가 가까워지는 까닭에.
[아아악!] [커헉!] [괴물이다!]비명이 들리는 까닭에.
김지윤이 마른침을 삼켰다.
“비명…… 남자들 목소리예요!”
“그게 뭐?”
“아깐 애들이랑 젊은 여자들만 데려갔잖아요!”
“맞아! 그랬어!”
“자세히 들어 봐! 비명도 조금 달라! 불에 타 죽는 비명이 아니라고!”
어젯밤까지만 해도 끔찍하도록 긴 비명이 울렸다.
듣고만 있어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그런데 지금은?
짧고 바람 빠지는 비명만 터진다.
오래도록 고통받아서 지르는 비명이 아니라, 단숨에 죽어 나가느라.
그러나 총소리는 오래 들리지는 않았다.
모든 소리가 가라앉는다.
비명도, 총소리도,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쿠웅! 쿠웅! 콰앙!
천장이 울리며 시끄럽나 싶더니 그마저도 가라앉았다.
갇혀 있던 사람들이 초조한 눈빛을 교환한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정말 토벌대가 온 걸까?
그래서 광신도들을 쓸어버리고, 자기들을 구하려는 걸까?
아니면…….
이것마저 광신도들의 술수?
끔찍한 상상과 불안이 영혼을 잠식해 올 무렵.
끼이익.
문이 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주스럽고 두렵기만 하던 철창문 울리는 소리.
그러나 지금은, 혹시나 하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울린다.
사람들이 목을 쭉 빼고 철창문을 쳐다본다.
그 방향.
열린 철창문 뒤에.
검은 츄리닝을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쯧.”
남자가 가볍게 혀를 찬다.
묵직한 위압감을 풍기는, 기이한 분위기의 남자.
초인이다.
보자마자 그렇게 느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남자의 바로 뒤에서.
한 아이가 천연덕스럽게 달려 나왔기 때문에.
“엄마!”
김지윤의 딸, 최혜연이었다.
딸이 축축한 바닥을 가로질러 달려왔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김지윤에게 안긴다.
왈칵, 울음이 터졌다.
“엄마아!”
“그래, 혜연아! 혜연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김지윤만이 아니었다.
끌려갔던 아이들이 울며 뛰어 들어왔다.
“엄마!”
“아빠!”
끌려갈 때만 해도 사정없이 매질 당했던 아이들이다.
뺨이 터지고, 다리가 부러지던 모습이 화인처럼 부모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멀쩡해졌다.
상처 하나, 핏자국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의문 따위 접어두고 김지윤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슬픔도 절망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원받았다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철철 넘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옛 아버지시여…….”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감사를 빌었는데, 그게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다.
남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옛 아버지? 그딴 악신에게 감사하지 말고 토르 신과 가이아 여신께 감사해하시죠.”
“네?”
파아앗!
남자가 빛을 발했다.
누가 봐도 강렬한 신성력의 빛.
타닥, 타다닥.
구우우웅.
오른손에서는 벼락이 터진다.
왼손에서는 정육면체 기이한 형체가 자라난다.
가볍게 양손을 휘젓는 남자.
번갯불과 투명 형체가 감옥 안을 휩쓸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번개에 지져지고 정육면체 조각에 얻어맞았는데 아프질 않았다.
도리어 배고프고 목마른 게 사라지고, 아프던 배가 시원해지면서 싸악 나았다.
“가, 감사합니다.”
“조금만 비켜 보세요. 열어 드릴 테니.”
“네, 넷!”
허겁지겁 물러나는 김지윤.
남자가 손을 휘둘러 철창을 부순다.
아니, 거의 뭉개 버린다.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는 위력.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남자의 가슴에 매달린 휘장 세 개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토르 교단…… 수호자 연맹…… 가이아 교단…… 아!’
김지윤은 남자가 누군지 이제야 깨달았다.
김전사.
초대규모 테러에서 서울을 지킨 주인공.
대통령을 구한 것으로 모자라 테러 연맹의 수괴 학살 여제를 척살한 최강의 초인.
그리고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의 명예 성기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검성님, 감사합니다…… 가장 위대하신 번개와 가장 무거우신 어머니께도 감사 기도를 올립니다…….”
이 순간.
김지윤의 마음속에서 옛 아버지를 향한 신앙이 사라졌다.
대신하여 토르, 혹은 가이아를 향한 신실함이 자라난다.
결국 기도에 응답한 것은 두 신이었으니까.
두 신의 명예 성기사였으니까.
씨익.
김전사도 웃었다.
새로운 신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옛 아버지 교단의 교세를 깎아 먹는 거라면 더더욱.
* * *
‘고생한 보람이 있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옛 아버지 교단이 뒷배 봐주는 사이비 교단이 옛 아버지 신도를 납치했다고?
사실이 밝혀지면 후폭풍이 클 것이다.
그래도 믿을 놈들은 믿겠지만.
‘하여간 세상엔 나쁜 놈이 너무 많아.’
옛 아버지 교단이 이토록 질기게 살아남은 이유.
신멸 전쟁에서 패하고도 7대 교단 중 하나로 권세를 떨치는 까닭.
간단하다.
옛 아버지는 제물을 받으면 바로 대가를 내주니까.
인생 역전하고도 남을 돈이나 초능력 따위를.
“나오세요.”
“가, 감사합니다.”
“저, 저기, 검성님. 혹시 위에서 우리 아이 아빠 보지 못하셨어요?”
조금 전까지 딸과 아들을 끌어안고 울던 아주머니가 묻는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어제까지 끌려갔던 피해자들은 이미 재가 됐겠지.
재라도 남아 있으면 다행이다.
신이라는 족속들은 탐욕스럽기 그지없어,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다 빨아먹곤 하니까.
“흐윽! 여보!”
“엄마, 울지 마.”
“댁은 그래도 애기들이라도 지켰잖수. 나는…….”
더 빨리 왔어야 했을까?
기뻐하는 한편으로 울음을 토하는 피해자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냐.’
어제 왔으면 나는 화신을 이기지 못했다.
천상화라고 만능은 아닌 법.
신과 인간 사이 격의 차이를 메꾸지 못하고 더 약한 피해를 줬을 것이다.
그 결과 나는 화신에게 죽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죽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나는 세계의 구원자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다.
“가죠.”
피해자들을 데리고 나왔다.
비틀거리면서도 잘들 따라온다.
내가 발하는 신성력과 광휘 덕분이다.
지구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벼락과 비교하여 공격력은 확실히 떨어지지만 방어력과 회복력은 모든 상위 속성을 통틀어서도 최상급이었던 것.
“저, 저 새끼!”
신전으로 올라오자 아주머니가 눈을 까뒤집었다.
박살 난 제단에 묻혀 있는 김만종을 발견한 것.
“죽어! 죽어!”
시체로 달려가서는 발길질을 한다.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개새끼! 잘 뒈졌다!”
“카악, 퉤!”
“으흐흐, 으흐흐흐!”
자식 잃은 부모가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 잃은 자식이 갈라진 입술로 웃었다.
피 섞인 침을 뱉는 아저씨가 보였다.
어떤 학생은 자기 손뼈가 부러지는 것도 모르고 주먹을 내리쳤다.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응어리진 원한을 푸는 것도 필요할 테니.
“좀 진정되십니까?”
한참이 지나고 묻자 피해자들이 깊이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검성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흴 구해 주시고, 원수도 갚아 주시고…….”
“흐윽, 흐으윽.”
“가죠. 집에 가셔야 할 거 아닙니까.”
“흐윽,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으윽, 감사합니다…….”
신전을 벗어나자 칠흑에 물든 통로가 기다린다.
화신과 싸우면서 전원선이 어디서 끊긴 모양.
뒤에서 피해자들이 웅성거린다.
심신이 취약해진 상태라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상관없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화악!
그로부터 번지는 불꽃.
지고화.
황금색 불덩어리가 촛불처럼 주위로 번졌다.
내 앞은 물론 특히 내 뒤쪽에.
피해자들 주변으로.
“와아!”
“완전 예뻐!”
“나비야! 엄마! 이거 나비야!”
“새도 있어!”
“강아지도!”
[지고화][토르 연공법][마력혼] [불사][희생][집중]지고화는 마력 소모가 적다.
단, 최상위 특성치고 그렇다는 얘기다.
이렇게 수십 개씩 만들고 형태까지 바꾸면 마력 소모가 엄청나다.
그래서 희생을 장착.
생명력을 마력으로 바꾸고, 소모된 생명력은 불사로 채우고, 토르 연공법과 마력혼으로 마력을 폭증시켰다.
모자라는 연산 능력은 집중으로 보조.
‘어우, 머리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집중도 상위 특성을 만들어야 하나?
마법사들이 쓰는 특성이라 안 만들고 있었는데…….
“바, 밖이에요!”
“밖이다!”
한참을 걸은 끝에 빛이 보였다.
따사로운 태양빛.
구출된 피해자들이 벅찬 표정을 지었다.
음울하던 얼굴에 화사한 빛이 번져 가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최선수가 나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넸다.
단숨에 마시자 속이 뻥 뚫린다.
“캬!”
“안에서 많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게 보여?”
“예.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그럴 만도 하지.
안쪽은 인세의 지옥이었으니까.
공병을 건네며, 최선수에게 소리 낮춰 속삭였다.
“앞으로 이런 일이 몇 번 더 있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병원들 있지? 특히 빅 파이브. 거기 연락해서 조심하라고 해. 조만간 공격당할 것 같다.”
“병원을요? 누가요?”
“어둠 재규어 교단이.”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사보안에서도 초인을 차출해서 보내야겠습니다. 제일보안과 협력도 해야겠고…… 제가 서 본부장과 얘기해 보지요.”
“우진이가 고생이 많네.”
서우진은 얼마 전 하늘배 개수를 끝냈다.
이번에 추가한 것은 군용 초대형 마법 레이더.
거의 조기 경보기에 버금가는 레이더를 장착 중이라 서우진은 여길 오지 못했다.
나도 저번에 대통령을 구해 주지 않았다면, 군단장과 인연이 없었다면 절대 구하지 못했겠지.
조만간 어둠 재규어 교단 대제사장을 잡아야 하는데 그때 레이더가 필요했다.
“검성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말씀 한마디만 해 주세요!”
“잠시면 됩니다! 잠시면!”
최선수가 부른 기자들이 잔뜩 몰려와 있다.
특종의 냄새를 맡고 바깥에서 아우성을 치는 중이다.
그러나 들어오지는 못한다.
전사보안 소속 초인들이 사람 벽을 치고 막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온 것이라고는 딱 두 무리.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의 성기사들뿐.
“사이비 놈들이 있었다고요?”
“예. 인신 공양 현장을 잡았습니다. 최소한 수천 명은 희생됐고요.”
“허…….”
“그리고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뒤를 봐준 세력이 있을 겁니다.”
“뻔하지요.”
토르 교단 성기사가 뒤쪽으로 눈을 부라렸다.
기자들 말고도 한 무리가 막혀 있다.
옛 아버지 교단 주교단과 성기사단.
전사보안으로는 부족해서 제일보안까지 지원 왔다.
특히 제일보안 대표와 부대표가.
여기에 더해 두 교단의 주교와 사제들이 몸으로 막아서 들어오질 못하는 중이다.
내가 괜히 최선수를 시켜 연락을 돌린 게 아니라고.
“뒷일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들에게도 신경 써 주시고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할 일이 많다.
원래도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젠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 서울 테러 때처럼 성녀에게 농락당하는 건 사절이다.
레드 쿠거에 올랐다.
조종간을 당겨 부상하자 아래쪽에서 함성이 터졌다.
“고맙습니다! 검성님!”
“조심히 가세요!”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초록색 담요를 뒤집어쓴 피해자들.
따뜻한 물과 죽을 먹다 말고 내게 팔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창문을 열고 가볍게 답례해 주었다.
그리고 가속.
콰아아아!
레드 쿠거가 하늘 아래를 달렸다.
태양 마탑을 향해.
오래된 내기를 청산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