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69)
특성 쌓는 김전사-269화(269/300)
특성 쌓는 김전사 269화
전쟁의 시작 –4-
고민할 필요 있어?
손을 방어막 표면에 가져간다.
물론 대책 없이 손댄 건 아니다.
정신 오염이라도 당하면 곤란하니까.
[세계][금강체][불굴] [불사][성관 기사][마법뇌]이 상태에서 접촉.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
이 검은 돔은 단순한 마법 방어막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강고한 의지 집합체.
아니, 개념이자 극의라고 해야 할까.
어떤 한 초인이 있어 결의를 드높인, 그 순수하고도 강렬한 영혼을 방어막 모양으로 빚어낸 듯한 느낌이다.
그 결의를 글자로 표현하자면 이 정도 되겠지.
[절대] [무적] [패왕]마치 학살 여제의 범접불가를 방어막으로 보는 것 같다.
검은 돔 자체에 의지가 서린 느낌.
자아는 없더라도 의지 하나만큼은 나조차 압도될 지경.
뭐지 도대체?
성녀는 어떻게 이런 걸 방어막으로 구현한 거지?
옛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다고 해도, 옛 아버지 특유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의아함을 뒤로 하고 정신을 집중한다.
세계에.
이제 겨우 싹이 튼 이 어린 특성에.
우아앙.
마력 회로가, 세계 특성이 크게 진동한다.
그러더니 싹터 있던 마력 회로가 빠르게 증식했다.
잔뿌리가 수염처럼 잔뜩 자라난다.
자연히 세계 특성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한편으로는 싹이 도타워져 한 단계 성장했다.
아쉽게도 거기서 그쳤지만 한 가지 능력은 확실하게 생겼다.
나는 무심코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특성 복제.”
우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내 가슴에서 빛이 번쩍인다.
검은 돔 표면에 투사되듯이 사출되는 마력 회로.
식물 형상이 도장처럼 콱 찍혔다.
방어막이 거부하듯이 번들거리지만 소용없다.
이내 하나의 씨앗으로 압축되어 내 눈앞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몇 번 본 광경이다.
백소린에게, 쟈네트에게, 칼리에게.
바로 3대 검법을 전수받을 때와 비슷했다.
다이아로 특성을 고정하던 그때와.
단순히 내 특성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 외부 특성마저 복제할 수 있게 된 것.
“허?”
“설마, 방어막을 복제한 겁니까?”
“이 할미가 백 살 넘게 살았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두르는 초월자들.
제자들도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와! 선생님! 이건 또 뭐에요?”
“역시 천마지체.”
“역시.”
“선생님. 그거 정체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나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3대 검법을 각인할 때처럼 세계 특성을, 이 정체불명의 힘을 받아들이려 집중한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두 손으로 품어 내 가슴으로 가져왔다.
당연히 내 세계 특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특성을 획득할 줄 알았는데…….
푸시시.
마력 회로에 받아들인 순간 특성 씨앗이 맥없이 꺼져 버렸다.
작은 모닥불에 물이라도 한 바가지 끼얹은 것처럼.
“엥?”
“왜 저래요?”
“뭐 실수한 거 아니냐?”
왜 이러지?
다행히 이 특성에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없었다.
다시 세계 특성으로 복제해서 가져와 본다.
푸시시.
결과는 똑같았다.
내 마력 회로와 접근하는 즉시 힘을 잃고 소멸하는 것.
귀안, 육감을 새롭게 장착하고 운명안까지 열어서 세 번째 시도를 한 후 겨우 이유를 알아냈다.
“이거. 격이 엄청 높네요.”
“격?”
“예. 제가 9레벨은 되어야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랬다.
게임식으로 말하면 [9레벨] 제한이 걸려 있었다.
신격이나 성좌는 되어야 제대로 쓴다는 뜻.
군단장이 팍 인상을 썼다.
“저거 뭐 신의 힘이라도 되냐? 9레벨이 되어야 복제할 수 있는 힘이라니, 그게 말이 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욘석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신멸 전쟁 이후 지상에선 9레벨이라곤 몇몇 신수를 빼곤 찾아볼 수가 없게 됐어! 그 9레벨 신수 중에 한 마리라도 사냥당했으면 나나 저기 채 군단장이 바로 알았을 거다.”
“군단장님도 보셨잖습니까. 제가 가져왔던 협조 요청서요.”
“그게 뭐?”
“아!”
서부군 군단장이 옆에서 자기 무릎을 쳤다.
“맞아. 밤의 여왕!”
“밤의 여왕? 그게 왜?”
“이 근육뇌 영감아. 생각을 해라. 생각을. 거기서 밤의 여왕이 심장 어쩌고 언급했잖아. 어떤 광신도 년인진 모르겠지만 밤의 여왕이라는 광오한 별명을 쓰는 초인이야. 그런 년이면 9레벨 심장 하나 정도는 꼬불쳐 둔 게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9레벨 심장은…….”
아니야.
서부군 군단장 말이 맞아.
내가 추리한 밤의 여왕 정체는 다름 아닌 마후.
천마의 두 번째 제자이자 혈왕의 사저.
마교 넘버 쓰리다.
천마신교는 고대에 신격들과도 여러 차례 싸웠던 집단이니 9레벨 심장 하나 있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
“군단장님. 한 가지 알아 두실 게 있습니다.”
“뭔데?”
“밤의 여왕 말입니다. 제가 추리하기로는 마후일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뭐?”
군단장이 펄쩍 뛰었다.
“그걸 왜 지금 얘기하냐!”
“전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은 있었고요.”
“그건 그렇지. 너라면 신군이 직접 와야 상대가 될 거다. 마후 그년, 천재이긴 하지만 너나 신군보다는 확실히 떨어지거든. 오죽하면 천마가 신군한테만 천마신공을 전수했겠냐?”
“마후라니…….”
“허허허.”
확실히 천마의 그림자가 짙고 크다.
마후.
그 두 글자가 나오자 서부군 군단장도 마탑주도 내 제자들도 떨떠름해하는 걸 보면.
“이상합니다. 그런 초인을 영입했다면 왜 이 방어전에 참가시키지 않았을까요? 성녀야 의식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방어막에 자신이 있었겠지. 우리도 여기 막혀서 이렇게 말로만 떠드는 신세가 됐잖냐.”
“마후의 소재도 파악해 둬야겠다. 출장을 보냈다고 했지? 어디로 갔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닐 거다.”
“저기요. 일단 이 방어막부터 뚫어야 하지 않을까요?”
“에잇!”
백소린이 힘껏 마사무네를 휘둘렀다.
선연하게 어린 검강.
회색 날카로운 빛이 방어막을 난도질한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같이 해요!”
“이얍!”
“합!”
제자들이 차례로 달라붙었다.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도 공격을 날린다.
힘을 합쳐서, 지고화를.
다른 초인들도 합세.
거수곰, 해골뱀을 위시한 돌연변이들.
다섯 7레벨 초인을 중심으로 모인 물고기 인간들.
역시 변화는 없었다.
‘용들이라도 불러?’
불가해의 성 이종 혈통은 몰라도 용들은 금방 올 텐데.
에이, 용은 무슨 놈의 용.
동맹을 싹 다 소집해 봤자다.
검은 방어막은 거성처럼, 혹은 하늘 위 마왕처럼 여전히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후웁.”
다시 특성 복제.
이번에는 내 몸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쥔 채 통제해 보려고 애썼다.
역으로 마력을 주입.
아무도 없는 곳에다 대고 발사해 보았다.
번쩍!
뜻밖에도 반응이 있었다.
한 줄기 칠흑 광선이 뛰쳐나가 대지를 후려친 것.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대지 전체가 증발할 듯 소멸해 버린 것.
섬광도 충격파도 굉음도 없이.
지우개로 쓱쓱 지워 버린 듯한 광경.
마탑주가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극대소멸광선?”
“아냐. 그런 게 아니다.”
군단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눈빛이 뿌옇다.
내가 쏜 광선이 아닌, 과거 어느 한 시점을 더듬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인데…….”
광선만 되나?
몇 번 더 써 보았다.
뜻밖에도 잘 따라 준다.
검을 만들려고 하면 극대소멸마검이 된다.
정조어총에 꺼내 부여하자 극대소멸마탄으로 변했다.
지고화를 다루듯이 쏘고 휘두르면 극대소멸마법처럼 작동.
그런 나를, 특성 씨앗을 마탑주가 눈이 빠지도록 힘을 주고 쳐다보고 있었다.
“검천님. 도대체 그런 능력은 어디서 익히셨습니까? 이러다 초능력 포식자 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검은 막 특성만 보는 줄 알았더니 실은 내 세계 특성이 더 탐이 난 모양.
그저 한 번 멋쩍게 웃어 보였다.
뭐,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내가 예전에 예감했던 것처럼.
단순히 내 특성만 남에게 이식해 주는 게 아니라, 남의 특성을 마구잡이로 포식하는 거지.
“이봐. 채 할멈. 저거 그때 그거랑 비슷하지 않아?”
“그때 그거?”
“그거 말이야. 그거.”
둘 다 긴가민가한 표정.
나는 특성 씨앗을 쥐고 군단장에게 내밀었다.
“군단장님. 직접 써 보시겠습니까?”
“엉? 그게 되냐?”
“되죠.”
특성을 복제해서 영약 주재료로 만들던 나다.
손끝에 머무른 이 정체불명의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도 당연히 할 수 있었다.
이식까지는 못 한다고 해도.
동부군 군단장은 물론 서부군 군단장, 마탑주도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한번 해 볼까?”
“나도 부탁하네. 검천.”
“저도 한 번만…… 지극화를 넘어서 새로운 마법을 구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법 구상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사제가 다 했잖아.
차별하지 않았다.
먼저 특성 씨앗을 군단장에게 전달했다.
군단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헛!”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기라도 한 듯이.
이내 견디지 못하고 멀찍이 던져 버린다.
과아앙!
내가 다룰 때와는 달랐다.
일그러지듯 섬광이 피어났다.
하늘을 찢는 벼락처럼.
혹은 대지에 새겨진 균열처럼.
어떻게 보면 잎맥처럼 번지며 공간을 찢어 놓은 것.
“음…….”
그걸 보고 군단장이 신음을 흘렸다.
자신도 모르게 서부군 군단장을 돌아본다.
서부군 군단장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채 할멈. 그거 같지?”
“이렇게 보니 확실하네. 내 생각도 그래.”
“이게 가능한가?”
“그럴 리가. 이렇게 대규모로 구현하는 건 그 인간이 직접 와도 불가능해.”
“뭐가 말씀이세요?”
혹시 정체를 알아낸 걸까?
질문했지만 둘 다 답이 없었다.
대신 서부군 군단장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할미한테도 한번 줘 봐라. 이 할미는 그걸 몸으로 직접 겪어 본 적이 있다.”
“흠. 채 군단장님? 도대체 뭔데 그러십니까?”
“넌 너무 어려서 모를 거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도 망구(만 81세)가 훌쩍 넘었습니다.”
“시끄럽다, 어린놈아.”
끄응, 앓는 소리만 내는 마탑주.
마탑주는 동부군 군단장한테도 치이고 서부군 군단장한테도 치이네.
서부군 군단장에게 특성 씨앗을 넘겨주었다.
맨손이 아닌, 환술의 손을 만들어 특성 씨앗을 쥔 서부군 군단장.
통제하지 못했다.
금세 눈에 혈관이 돋고 펑펑 터져 혈안처럼 변해 버린다.
“우웃!”
몇 초도 못 버티고 특성 씨앗을 던지는 서부군 군단장.
나랑은 확실히 다른 반응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의문점을 뒤로하고 특성 씨앗이 하늘로 솟구친다.
꼭대기, 저 높은 천공에 박혀서는 글자 하나를 새겼다.
[天]하늘 천 딱 한 글자.
“역시…….”
서부군 군단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군 군단장도 턱을 쓰다듬는다.
거의 동의한다는 기색.
나도 짚이는 것이 있었다.
짙은 묵색의 기운.
절대, 무적, 패왕을 연상시키는 느낌.
그리고 천(天), 이 한 글자.
마후와 연관해서 생각하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딱 하나밖에 없다.
나 자신이 추리했지만 믿기 힘든 결과였다.
‘마후가 그런 패륜을 저질렀다고?’
게임에서는 도도하고 오만하기만 하던 그녀.
특별히 사악하거나 사특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강자존의 마교답게 패도를 걷는 무인 분위기만 폴폴 풍겼지.
아, 한 가지.
무인이라 무공 욕심은 많이 내긴 했지만.
“검천님? 저도 한번 써 볼 수 있겠습니까?”
“예. 드릴게요.”
별생각 하지 않고 마탑주에게 특성 씨앗을 넘겼다.
그러자 서부군 군단장이 깜짝 놀라서는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
네? 왜요?
그런데 마탑주에게 막 특성 씨앗을 넘겨주는 순간.
화악.
예언자의 고리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내 뒷목을 치는 위기감.
폭주한다.
마탑주의 손에 들린 특성 씨앗이 울룩불룩 커지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급히 빼앗듯이 특성 씨앗을 쥐었다.
귀신처럼 사그라드는 마력.
언제 날뛰었나 싶게 내 손에서는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잠들어 있었다.
마탑주가 나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당연하지.”
서부군 군단장이 혀를 찼다.
“이건 무공 중의 무공. 모든 무예의 극의니까. 마법사 따위는 절대 못 쓰지.”
“암, 암.”
“허, 듣는 마법사 서운합니다그려. 그러는 군단장님들도 제 지극화는 못 쓰지 않습니까?”
“쓰고 싶지도 않다, 요놈아.”
“그런데 왜 이게 여기서 나오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천마가 직접 와도 이런 대규모 방어막을 펼칠 수는 없거늘.”
칼질은 다 멈췄다.
다들 검을 거두고는 우리가 얘기하는 걸 듣고 있었다.
백소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우진에게 묻는다.
“천마? 우진아, 저게 무슨 소린지 알겠어?”
“어…… 그게 말이지…….”
서우진이 나와 군단장 둘, 마탑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명가의 교육을 받고, 초인에 대해 잘 아는 서우진이라 슬슬 감이 잡히는 모양.
“헉!”
김마법도 눈치챘나 보다.
별안간 숨을 들이켰다.
“마법아? 왜 그러냐?”
“형?”
“그게 말이죠…….”
김마법이 김철권과 김사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헉!”
“헉!”
당연히 김마법을 따라 둘도 헛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말없이 방어막 위를 쓰다듬었다.
[묵호무적검법][묵호무적심법][검의 주인] [마력혼][귀안][육감]초절정 무사로서 살피자 더욱 확실해진다.
검은 돔은 마법도 방어막도 신성 결계도 아니었다.
무공이었다.
호신강기라고 해야 할까?
규모가 너무 심각하게 커서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뿐.
정확한 이름을 대자면 천마강벽.
아케인 서울에서 가장 강력한 무공에 포함된 방어기였다.
“구 군단장님. 채 군단장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습니까?”
“맞다.”
두 군단장이 확답을 주었다.
“이거, 천마신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