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73)
특성 쌓는 김전사-273화(273/300)
특성 쌓는 김전사 273화
천마신교 –4-
금방 혈왕을 만날 수 있었다.
마력이 봉인된 상태.
덩치 큰 아저씨로만 보이는 혈왕이, 성큼성큼 나에게 걸어왔다.
“이야! 오랜만일세!”
“오랜만에 뵙습니다.”
처음에는 환하게 웃고만 있던 혈왕.
뭘 느낀 것인지 얼굴에 퍼뜩 금이 갔다.
놀란 눈으로 날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보다가 신음을 흘렸다.
“허…… 이게 현실인가? 자네, 저번에 봤을 때는 6레벨 아니었어? 언제 8레벨이 됐나?”
마력이 봉인됐어도 안목만큼은 여전한 모양.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렇게 됐습니다.”
옆에서 대장로가 한마디 첨언했다.
“지금은 동방에서 검천이라고 불립니다. 혈왕께서 아시던 묵호검주가 아닙니다.”
“하! 검성이 됐다는 소리는 들었네. 그런데 검성을 넘어서 검천이라고? 거의 우리 사부님급 칭호인데?”
“레벨이 빨리 올라서 과분한 칭호를 받았습니다.”
“2년도 안 걸려서 8레벨 된 거면 검천 소리 들을 만하지! 허, 나나 대사형도 8레벨까지 수십 년이 걸렸는데! 우리 사부님도 자네보다는 느렸을걸!”
“혈왕님!”
천마와 날 비교하자 뿔이 났나 보다.
대장로가 경고하듯 고함을 질렀다.
“왜 그래? 사실은 사실이잖나. 사부님께서 고금제일 위대한 무인이긴 하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봐서는 여기 이 김전사, 흠, 검천보다 덜한 게 사실이지.”
“그러다 신군님이나 마후님께서 들으시면 경을 치십니다. 제발 말 좀 가려 하십시오.”
“흥, 그 좀생이들 하고는…… 그런데 뒤의 소드마스터들 말이야, 예전에 자네 제자라고 하지 않았었나?”
혈왕의 시선이 내 제자들을 향했다.
“맞습니다. 많이 컸죠?”
“하하하. 많이 큰 정도가 아닌데? 저번에 봤을 때는 분명 이 정도가 아니지 않았나? 그새 소드마스터가 됐어?”
“혈왕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거참, 검천은 제자들 가르치는 능력도 뛰어나군. 넷 다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이는데. 잘못하면 나도 따라잡히겠어.”
복잡한 눈빛이다.
한때 날 제자로 받아 주겠다고 으스대던 혈왕.
지금은 나한테 따라잡혔다.
심지어 내 제자들 모두 7레벨.
자괴감이 들겠지.
나와 제자들이 턱밑까지 발밑까지 쫓아오는 동안 허송세월한 것 같을 테니.
“혈왕님께선 워낙 공사다망하지 않으셨습니까. 수호자 연맹 총재로 하시는 일이 워낙 많으셨으니까요.”
“핑계지. 내가 게을렀던 거야. 나도 이번 일로 느낀 게 많다네. 예전엔 분명히 대사형과 대련해도 50 대 50으로 비등비등했는데 너무 쉽게 졌어. 사저한테도 생각보다 쉽게 제압당했고. 나도 열심히 수련했다 생각했지만, 실은 턱도 없이 모자랐던 거야.”
글쎄, 과연 그럴까?
대사형, 즉 신군은 천마신공을 전수받았다.
사저인 마후는 옛 아버지에게 뭔가 받았을 거고.
둘이 혈왕을 압도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혈왕이 날 보며 눈을 빛냈다.
“그건 그렇고 검천. 천마 3관을 돌파했다며? 그 얘기를 해 보게. 혹시 천마신공을 수습한 건가? 삼대 천마로 인정받은 거야?”
“천마 3관은 돌파했지만 천마신공을 익히진 못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천마신공 없이는 천마 3관을 돌파하지 못해. 그거, 무공은 익혔지만 무인은 아니라는 개소리 이후로는 처음 들어 보는 헛소리일세.”
이 세상에도 비슷한 말이 있네?
궁리하다가 허공에 손을 떨쳤다.
펼쳐지는 핏빛 섬광.
즉, 혈살마장.
비슷하게 무공들을 연거푸 펼쳐 낸다.
주로 권법. 그리고 보법 몇 개.
참회동에서 무기를 들고 설치기는 조금 그랬으니까.
펼쳐지는 무공의 향연.
혈왕의 눈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대장로도 비슷하다.
내가 이러는 걸 몇 번 봤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진 않는 모양.
“자네, 그거…….”
“저는 처음 보는 능력을 흉내 내고 복제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걸 써서 통과한 거예요. 이걸로도 천마신공은 복제하지 못했습니다만.”
“허, 그럼 내 혈천신마권도 복제할 수 있나?”
“가능할 겁니다.”
“허? 한번 해 보게.”
즉석에서 무공을 시현하는 혈왕.
마력이 봉인되어 무공의 형만 보여 주는 게 다였지만 충분했다.
사실 난 무공 시현도 필요 없었으니까.
내가 붉은 강기를 몇 번 후려갈기자 혈왕이 털썩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한다.
얼굴이 혼돈과 혼란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대장로도 마찬가지.
입을 쩍 벌리는 수준을 넘어 거의 턱이 빠지기 직전이었다.
“하하하.”
겨우 정신을 차리고 힘없이 웃는 혈왕.
“세상은 정말이지 불공평하군. 천마지체로도 모자라 즉석 복제 능력이라니…… 사부님도 그 정도는 아니셨어.”
“그게 가능했던 분은 길었던 본교 역사에서도 단 한 분뿐이었지요.”
“그랬지. 오직 초대 천마께서만…… 설마!”
주저앉았던 혈왕이 벌떡 일어섰다.
“대장로. 검천이 천마 3관을 통과하는 데 몇 시간 걸렸지? 내가 알기로 하루가 안 걸린 것으로 아는데, 맞나?”
“맞습니다.”
“그럼 이거…….”
혈왕의 목소리가 떨렸다.
“혹시 초대 천마께서 재림하신 거 아닌가?”
이건 또 뭔 소리야.
마교에는 이런 종류의 재림 전설은 없지 않나?
대장로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어디서 이상한 소문 듣고 오신 거 아닙니까? 초대 천마께서는 당신이 신격으로 승천할 수는 있어도 재림하여 세상을 구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생전에 악신과 마왕을 베시고 인간의 독존을 강조하신 분의 직계이시면서 공부가 부족하십니다.”
“에잉. 먹물 얘기는 하지 말게. 그런 건 무인이 할 일이 아냐. 저기 대사형 아래 문사들이나 챙길 일이지.”
“검천께서도 대단하시긴 합니다만 초대 천마와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그분께서는 동쪽을 평정하시고 서쪽에서 흑룡을 베셨으며, 북쪽의 마왕을 토벌하고 남쪽의 악신을 쓰러뜨리셨으니까요.”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를 꺼내서 뭐 하게? 요즘 세상엔 마왕도 악신도 없어. 초대 천마께서 설파하신 인간의 시대가 왔다고.”
나는 무심결에 왼쪽 팔 토시를 쓰다듬었다.
서쪽의 흑룡. 북쪽의 마왕.
레드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에피소드 4, 악룡이 열리기 전엔 필요 없을 내용.
적당히 흘려듣고 혈왕을 직시했다.
“사실 제가 혈왕님을 찾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아네. 우리 사부님 제자가 되려고 온 거지? 후후, 진작 그럴 것이지. 일단 우리 대사형을 만나세. 대사형도 자넬 직접 보고 천마지체임을 알면 사부님께 바로 올라가자고 법석을 떨 거야.”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실은…….”
빠르게 경기도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뚱한 얼굴이던 혈왕.
조금씩 표정이 굳기 시작한다.
얼음처럼 차가워지다 못해 힘줄이 그득그득 돋고 있다.
“사실인가? 검천? 사저가 사부님을 암습해서는 그 심장을 옛 아버지에게 바쳤다고?”
“거기까진 확실하지 않습니다. 딱 하나 확실한 것은 경기도 광주의 검은 돔이 천마신공으로 구현되었다는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추정입니다. 지금부터 확인해 봐야죠.”
꽝!
혈왕이 옆에 있는 협탁을 내리쳤다.
마력이 봉인됐어도 8레벨은 8레벨.
협탁이 쩍 갈라졌다.
“천마신공을 대규모 방어막으로 구현했다고? 그런 게 가능한 경우는 딱 세 가지밖에 없어! 사부님께서 직접 옛 아버지와 손을 잡았거나, 자네가 의심한 대로 사부님의 심장을 썼거나, 천마신검 같은 유물을 사용하는 거! 그런데 우리 사부님께서 옛 아버지와 손을 잡았을 리 없고, 천마신검은 천 년 넘게 못 찾은 상태니 남는 건 하나야! 대장로, 안 그런가?”
“그렇지만 마후께서 천마님을 암습했을 리는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한 얘깁니다. 천마님께서 어디 암습당하실 분이십니까?”
경기도 광주에서 내가 내렸던 결론과 비슷하다.
“제 생각에는 천마님께서 이미 우화등선하신 게 아닐까 합니다.”
“이미 우화등선하셨다?”
“예.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육체를 남겨 두고 떠나신 것 같고요. 혈왕님께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흠. 하지만 우화등선하신 분은 대개 육체와 마력을 증발시키면서 떠나셨는데…….”
“예전 분들이 그렇다고 해서 천마님도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요. 역사를 새로 쓰신 분 아닙니까.”
종래 모든 초인 기록은 내가 갈아 치웠다.
특히 최단기간 레벨 업 기록을.
그 전엔 누구였을까?
당연히 천마다.
20대에 이미 9레벨을 찍었고,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3차 세계대전을 막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지.
고금제일인이자 지구제일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지경.
혈왕과 대장로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눈싸움하듯 서로를 쏘아본 둘.
“대장로. 내, 천마동에 들어가야겠네.”
“잊으셨습니까? 혈왕께서는 결투에서 패하셨습니다. 그 결과 참회동에 유폐되셨지요. 두 분 천마를 걸고 맹세한 내용을 어기실 셈입니까?”
“그 천마께서 위험하시지 않나 지금! 내가 어디 교 밖으로 나가겠다는 게 아니네. 저기 독일이나 미국에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야! 그저 사부님 안부 여쭙고 막내 제자가 될 검천을 소개할 겸 문안 인사 올리겠다고 하는 건데 그걸 안 된다고 하면 쓰나! 날 지금 불효 제자로 만들 셈이야?”
“허허허.”
대장로가 헛웃음만 흘렸다.
하지만 사실 날 혈왕에게 데리고 온 시점에서 대장로의 마음은 결정되어 있었다.
부득불 막아설 거였으면 왜 날 혈왕과 만나게 했겠어?
신군한테 찌르든 마후를 부르든 해서 막았겠지.
마음속에는 의구심이 있고 반쯤은 결심이 섰으니까 일을 진행시킨 거다.
대장로가 눈을 한 번 꽈악 감았다가 떴다.
“옛 참회동이 아니라 신축 참회동으로 제한한 것만 봐도 신군님과 마후님의 의중을 알 수 있지요. 좋습니다. 벌써 몇 달 동안 이 작은 집에 갇혀 계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시겠습니까? 신군과 마후께 위임받은 권한으로 잠깐 산책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대장로일세. 내 마음을 아주 잘 알아!”
“단, 오래 시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딱 30분입니다. 그 시간 안에 참회동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충분해! 내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아니, 하늘이 무너지지만 않았으면 반드시 돌아오지!”
하늘이 무너지지만 않았으면.
즉, 천붕(天崩).
천마가 죽어 있는 등 큰일만 없으면 잠자코 돌아오겠다는 것.
혈왕이 몸을 일으켰다.
“검천. 가세! 내가 경신법을 쓰기 어려우니 부지런히 달려가야 하네! 그래야 30분 안에 돌아올 수 있어!”
“업어 드릴까요?”
“예끼! 전 세계에 놀림거리 될 일 있어? 자네 등에 업혀 가라고? 그럼 수호자 연맹 간부들이 당장 전화해서는 날 놀려 먹을걸!”
그래도 혈왕은 혈왕이었다.
마력 한 톨, 내공 한 모금 쓸 수 없는데 바람처럼 달렸다.
우사인 볼트?
그보다 몇 배는 빨랐다.
달리는 내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마력은 봉인됐어도 육체적인 능력은 어디 가질 않았기 때문.
“어어?”
“혈왕이시다!”
“참회동에 계신 거 아니었어?”
“풀려나셨나 봐!”
“그런데 몸이 왜 저렇게 둔하셔?”
“그러게. 꼭 내공 10년도 없는 것처럼 뛰시네.”
마교도들은 금방 상황을 깨달았다.
“혈왕님이 탈옥하셨다!”
“맙소사, 탈옥이라니!”
“당장 신군님께 알려!”
“막아! 막으라고!”
“구경만 할 거냐!”
몇 명은 스마트폰을 들고 몇 명은 앞을 가로막는다.
혈왕이 눈썹을 크게 꿈틀거렸지만 때려눕히지는 않았다.
얌전히 그 앞에 서자 그중 7레벨 마교도, 어느 전투부대의 대장쯤으로 되어 보이는 인간이 크게 호령했다.
“혈왕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두 분 천마께 맹세하신 내용을 깨뜨리다니요!”
“나는 맹세를 깬 적이 없다.”
“3년 동안 참회하시기로 하셨잖습니까!”
“그렇지. 참회 중이지. 그 증거로 나는 내 마력 봉인을 깨뜨리지 않았다. 딜무라트 대장! 자네라면 내 단전이 굳어 있는 게 보일 텐데?”
“보이긴 합니다만…….”
“대장로. 한마디 해 주게. 난 자네 허가를 받아서 산책 나온 거라고 말이야.”
뒷짐 지고 따라오던 대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혈왕께서는 산책 중이 맞네. 하도 답답해하셔서 내가 30분 시간을 드렸지.”
“크흠! 산책 중이시라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뛰십니까?”
“참회동에 갇힌 지 벌써 몇 달째신가. 몸이 굳으셨을 만도 하지. 자네라면 오랜만에 산책하는데 한가롭게 걸어 다니고 싶겠나?”
“그것까진 알겠습니다만 왜 하필 이 방향입니까? 여긴 천마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신군, 마후, 혈왕 세 분 모두 어릴 때는 본교 본산과 천마동을 왕복하며 하체를 단련하셨다네. 그 시절 생각이 나셨나 보지.”
“음…….”
마교도가 갈등된다는 얼굴로 대장로와 혈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결국 비켜서고야 만다.
“휴! 알겠습니다. 제가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파해 놓지요. 30분 되면 꼭 돌아가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아무렴 맹세를 깨뜨리겠나? 위대하신 천마 조사님과 천마 사부님을 두고 한 맹세를? 30분이 되기 전에 반드시 돌아가겠네.”
“그럼 지나가시지요.”
“고맙네!”
마교도들이 길을 비켰다.
혈왕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더 앞을 막는 사람은 없었지만 혈왕은 썩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거 너무 늦어졌는데.”
“이 속도면 충분하겠습니다. 천마동 확인하고, 별일 없으면 시간 안에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문제가 아냐. 대사형이 문제지.”
대사형?
신군?
지금 신군은 홍콩에 가 있지 않나?
혈왕이 수호자 연맹 총재인 것처럼 신군은 중국 무림맹주.
중국 무림맹이 홍콩에 있어서 홍콩에 상주하다시피 하지.
홍콩에서 천산까지 오려면 시간 꽤 걸릴걸?
30분으로는 택도 없다.
하지만 천마동 바로 앞에서 내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제. 어딜 그리 급히 가나?”
천마동 앞을 가로막고 선 한 남자.
젊어 보인다.
머리에 새치가 조금 있는 게 전부.
탱탱한 얼굴은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다.
껑충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
그 위에 걸친 백색 도포에는 백룡 무늬가 선명했다.
남자를 보고 혈왕이 침음성을 삼켰다.
“대사형…….”
그렇다.
천마의 대제자이자 수제자.
천마신공의 전승자.
신군이 우리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